'다른 듯 닮은' 복싱과 골프 비교
'다른 듯 닮은' 복싱과 골프 비교
  • 자료제공 : <월간골프>
  • 승인 2016.03.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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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 검은 바람 ‘언제부터?’

2015년에는 몇몇 흑인 선구자 골퍼가 세상을 떠나 많은 골프팬들이 슬퍼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PGA투어 12승의 캘빈 피트(1943〜2015)와 찰리 시포드(1922〜2015)다. 피트는 어릴 때 부러진 팔을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해 그 구부러진 팔로 드라이버를 가장 똑바로 친 선수다. 10년 동안 이 분야 1등을 했고 앞으로도 피트만큼 공을 똑바로 치는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복싱챔피온 상당수 ‘골프광’
허가받은 폭력 vs 신사의 스포츠

시포드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의 첫 흑인 회원으로 골프에서 메이저리그의 인종 차별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선구자는 아니다. 미국 PGA대회에 처음 참가한 흑인 선수는 골퍼가 아니라 복서였다. ‘황색 폭격기’로 불리며 11년 넘게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조 루이스(1914~ 1981)다.

극단에서 통한다

조 루이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에 펀치를 날리며 10대 후반부터 뛰어난 복서로 빛을 봤지만 골프는 스물한 살 때인 1935년에 시작했다. 27승 무패를 달리던 루이스는 36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독일의 막스 슈멜링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바가 있는데 그 이유가 골프 때문이었다. 루이스의 아들은 “아버지가 골프에 빠져 너무 오랫동안 골프 코스에서 시간을 보내서 졌다”고 주장했다.

2년 후인 1938년 루이스와 슈멜링의 재대결은 최근 열린 매니 파퀴아오-플로이드 메이웨더 경기 이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슈멜링은 독일 나치를 상징했고, 루이스는 자유의 나라 미국의 상징이었다. 실제 그렇지는 않았지만 미디어가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 루이스는 그 경기에서 2분4초만에 KO승했고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됐다.

선수 시절 내내 루이스는 골프와 여자를 좋아했다. 51년 링에서 내려온 루이스는 52년 PGA 샌디에이고 오픈에 스폰서인 자동차회사 쉐보레의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쉐보레는 중요한 걸 몰랐다. PGA에 ‘백인만 가입’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셀러브러티였던 루이스는 참지 않았다. 그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위헌소송을 냈다. 이로 인해 PGA는 루이스를 아마추어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시켰다. PGA는 9년 후 그 규정을 없앴다. 복서인 루이스가 뚫어 놓은 길을 찰리 시포드가, 캘빈 피트가, 타이거 우즈가 달렸다. 최경주나 LPGA투어의 한국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골프와 복싱은 극단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기자는 스포츠를 야구류와 축구류로 본다. 축구류는 피지컬이, 야구류는 멘털이 강하다. 축구류는 열정과 본능의 경기고 야구류는 이성의 스포츠다. 둘 중 뭐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아니다. 빨간색이 좋은가 파란색이 좋은가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축구류는 특별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야구류는 자꾸 끊어진다. 투수가 공을 하나 던지고 나서 특별한 상황, 그러니까 안타가 나오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경기는 중단된다. 경기가 끊어지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 때 몸이 아니라 머리가 움직인다. 투수는 무슨 공을 던질까 고민을 하게 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축구류는 기본적으로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공이 있으면 뛰고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달리고 점프하고 찬다.

복싱은 허가받은 폭력, 전쟁이다. 반면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며 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배가 나와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골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전쟁은 사각 캔버스가 아니라 두 귀 사이, 즉 뇌에서 벌어진다.

골프는 샷을 한 번 한 후 다시 샷을 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샷 결과를 보고 생각하고, 경쟁자들의 샷을 본 후 또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내가 어떤 샷을 해야 하나 또 생각 하고, 이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또 생각하고, 걱정하고 기대도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아니라 뇌가 경기를 지배하게 된다.

복싱과 골프는 극단적으로 다른데 극단끼리 통하기도 한다. 두 종목 모두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동료가 패스를 안 해줘서라든지, 감독의 작전이 잘 못되어서라든지 등 남 탓을 할 수 없다. 또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는 맷집이 필요하다. 골퍼는 캐디, 복서는 세컨드라는 보좌역을 두고 있다.

1초에 1억원 가까운 대전료를 받는 메이웨더가 나왔지만 복싱은 헝그리 스포츠의 대표종목이다. 골프도 비슷했다. 부자들의 스포츠로 알려졌지만 뛰어난 골퍼는 극단적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나왔다. 예전 서양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캐디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 아이들 중 프로골퍼가 나왔다.

벤 호건은 기차역에서 신문을 팔았는데 캐디를 하면 두 배를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골프장에 찾아갔다. 캐디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종이었기 때문에 일자리를 잡는 건 쉽지 않았다. 선배들의 텃세를 이겨내야 했다. 그는 키가 한 뼘이나 큰 형과 맨손 복싱을 해서 버텼다. 그 후에야 캐디백을 멜 수 있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골프를 배우고 위대한 골퍼가 됐다.

줄어든 흑인 골퍼

1960~1970년대 미국에서 흑인 프로골퍼들이 꽤 나왔다. 대부분 캐디 출신이다. 요즘 이런 경향은 사라졌다. 카트가 나온 이후 캐디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는 가난한 집 아이가 아니었다.

프로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타이거 우즈가 시들해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선수다. 돈다발을 쌓아 두고 SNS에 자랑질을 한다. 15세 아들에게 황금빛 밴틀리 골프카트를 생일선물로 사주기도 했다. 그 카트 때문에 흑인 골퍼들이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을 메이웨더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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