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3)위험한 접선

  • 황천우 작가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6.03.09 09:54:27
  • 호수 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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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거사일, 굳어진 결심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이제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그래, 사회운동도 폭력이니 가정도 폭력으로 해결해 봐!”

아내가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석원이 올렸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이어 방구석에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 좋다.”

“뭐가?”

“신년을 맞이하여 그럴싸한 일 찾아 돈 벌어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그럴싸한 일도 필요 없어. 그러니 그저 이제는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리고 가정에 눈 좀 돌려봐.”

그래도 부부사이인 모양인지라 석원이 기세를 누그러트리자 아내 역시 부드럽게 태도를 바꾸었다. 바로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여나 어머니께서 직접 손자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열자 이호룡이 한 손에 물건을 들고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부장님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이 사람아, 손님이 왔으면 안으로 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잠시 멈칫하던 석원이 아내의 표정을 살피다 이내 안으로 안내했다. 호룡이 아내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건네자 아내가 못이기는 체 인사를 받고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했다.

“차를 내올까요?”

“차는 그만 두고 잠시 앉아보겠습니까.”

아내가 잠시 멈칫하다 이내 거리를 두고 자리 잡았다. 순간 호룡이 가져온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또한 상의에서 조그마한 봉투를 꺼내어 건넸다.

“이것이 무엇인지요.”

“신덕수 의장께서 석원 군의 그동안에 노고를 치하하시면서 조그마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호룡이 말하다 말고 다시 봉투를 꺼내 석원에게 건넸다.

“이건 뭡니까?”

“꺼내보게.”

비록 말은 석원에게 했지만 시선은 석원의 아내에게 주었다. 그에 따라 동시에 두 사람이 자신의 앞에 놓인 물건과 봉투를 개봉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런 것까지.”

“이런.”

석원과 아내가 외마디 소리를 주고받고는 상대에게 전해진 물건을 서로 확인했다. 호룡이 아내에게 전한 물건은 귀한 인삼주와 돈이었고 석원에게 전한 봉투는 신덕수가 친필로 작성한 연하장이었다.
석원이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연하장을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가 언제 그런 일 있었느냐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하장에 시선을 주었다.

“차를 내올‥‥‥ 아니 귀한 술이 있으니 안주를 내어올까요?”

“차나 한잔 주시지요. 잠시 후 들를 곳이 있어서. 그리고 그 술은 이따 두 사람이 오붓하게 드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모처럼 오셨는데.”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차만.”

석원의 아내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참고 지내게. 그리고 이후부터는 다른 모든 일에는 일절 신경 쓰지 말고 자네의 영웅적 행위에 일로 매진하도록 하게.”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런데 집 사람에게 자네가 무엇을 할 것이라 이야기하였는가?”

“그건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역시 자네가 다르긴 다르네.”

호룡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급히 대화 내용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석원의 아내가 차를 가져오자 서로 일상사에 대해 덕담을 주고받고는 오래지 않아 호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아내와의 마지막 인사
국경일 큰 행사서 암살 시도?

“의장께서 석원 군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 힘이 부치더라도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호룡이 집을 나서면서 거듭 석원의 아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러마고 건성으로 답한 아내가 호룡의 모습이 멀어지자 석원을 주시했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잠시 전 어머니 뵈러 가자 했잖아.”

석원이 즉답을 피하고 호룡이 가지고 온 술을 주시했다.

“어머니께는 내일 가고 오랜만에 당신과 술 한잔 어떨까 싶은데.”

아내가 답 대신 급하게 되는대로 안주를 준비하여 돌아왔다.

“당신 도대체 무슨 일하는 거야?”

아내가 술을 따르기 무섭게 입을 열자 석원이 답하지 않고 아내의 잔을 채웠다. 이어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잠시 전과 비교해 너무나 변해 있었다.

“당신도 잘 알잖아. 늘 하던 일 하는 거지.”

“그래도 전에는 당신 하는 일 하면서 시간을 내어 참석하고는 했었잖아. 그런데 요즈음엔 당신 일은 제쳐두고 조총련 관련 일에만 매달리는 듯 보여서.”

“단순히 조총련 일이 아니지. 우리 조선 인민들의 단합을 위한 일이지.”

아내가 뭔가 말하려다 급히 입을 닫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겠다는 듯 석원이 어색하게 미소를 흘리며 잔들 것을 종용했다.

“좌우지간 내 말 잘 새겨들어.”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아내가 호룡이 가지고온 돈 봉투를 집어 들었다.

“뭘?”

“저 이호룡이란 사람 믿는 건 아니지?”

석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아내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상당히 교활한 사람이야. 이 돈이 신덕수 의장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면 아마도 반 정도는 저 사람이 꿀꺽했을 거야.”

“뭐라고?”

“왜,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래. 저 사람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던 게 바로 그 교활함 때문이란 걸 몰라. 다들 아는데.”

아내의 말을 들으며 이전의 일 즉 홍콩에 다녀온 일을 생각해보았다. 기껏 해외여행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것도 대사를 앞두고 그 일환으로 나갔는데 달랑 2박 3일 간으로 그쳤고 경비 역시 빠듯했었다. 또한 얼마 전에 이후의 생활경비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했었다. 그러나 말뿐이었지 지금까지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금방 한 이야기. 이호룡이란 사람의 실체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어.”

“어때?”

“한편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일리 있어 보이는데.”

“그러니 여자 말 잘 들어. 그러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으니.”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독한 술 몇 잔을 연거푸 들이키자 불현듯 기미코의 얼굴이 술잔에 아른거렸다. 기미코를 생각하며 석원이 느끼한 시선을 아내에게 보냈다.

“무슨 의미야.”

“몰라서 물어.”

“지금 말이‥‥‥.”

아내의 목소리가 술기운 탓인지 미세하게 떨렸다. 그 의미를 새기던 석원이 상을 옆으로 밀쳐내고 천천히 아내의 몸을 취하기 시작했다.

동일이 일본으로 돌아와 신년을 맞이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도쿄에서 세기문화사를 경영하는 차주선이라는 사람인데 한국 단체관광과 관련하여 상의할 일이 있으니 만나줄 수 있겠느냐 제안해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동일이 마지못해 만나겠다는 듯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물론 전화를 걸어온 당사자가 누구인지 직감하면서도 혹여나 누군가 전화를 도청할지도 모를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통화를 끝내고 그동안 문석원의 행적에 대해 회고해보았다. 홍콩을 다녀온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고 기미코와 이호룡을 만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를 살피며 암살 시도에 전념하고 있다는 감을 받았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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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