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결정' 인천 옐로하우스 풀스토리

몸 파는 일본 여성들 모여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방지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이 잇따라 재개발되고 있지만 인천 ‘옐로하우스’는 그 규모가 축소됐을 뿐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런 옐로하우스를 폐쇄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하철 개통으로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 55년 전통의 옐로하우스. 과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 존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 숭의동 ‘옐로하우스’가 환경 개선을 통한 점진적 자진 폐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인천시 남구는 옐로하우스가 자진 폐쇄될 때까지 환경 개선 및 재개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경찰
발벗고 나서다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으로 숭의역 주변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청소년 유입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구는 지난달 25일 ‘성매매 집결지 정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마찰 없는 점진적 집결지 자진 폐쇄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인천시 남구 숭의1동에 자리 잡은 집창촌이 옐로하우스로 불린 데는 사연이 있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선 1962년 중구 신흥동 일대는 환락가였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술판을 벌이는 이른바 ‘니나노집’부터 기생 요릿집에 이르기까지 술 파는 집은 모두 모여 있었다.

신흥동이 홍등가로 이름을 떨친 것은 1900년대부터다.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거주 일본인은 불과 10여년 만에 43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일본인을 따라 몸 파는 일본 여성들이 인천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 중구 인천여상 부근과 답동성당 언덕 아래, 인일여고 아랫길 주변 등지에 사창가가 생겨났다.


때를 맞춰 일본인들은 중구 해안동과 사동 일대를 메워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를 넓혔다. 이 틈을 타 요릿집을 운영하던 일본 상인들이 넓힌 조계지를 ‘선화동’이라 부르고 유곽을 세웠다. 유곽은 일제 총독부가 인정한 공창(公娼)으로서 인천 최초의 유곽은 1902년 12월6일 개업한 ‘시키시마루(敷島樓)’였다.

박정희정권 때 환락가 조성
55년 역사…결국 사라지나

이후 신흥동 일대 특히 지금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창가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16군데를 포함해 모두 40군데로 늘어났다. 이곳에는 조선인 32명을 포함해 매춘부 138명이 일했다.

한번 생긴 사창가는 광복 후 유곽 폐지에도 불구,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정희정권은 신흥동 윤락가 정비에 나섰다. 한군데로 모아 집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집단화의 대상지는 긴 냇가를 끼고 주변이 모두 밭이었던 지금의 남구 숭의1동이다. 또 다른 집단화 대상지는 ‘끽동’이라 불렸던 학익동이다.

업주 11명이 먼저 숭의1동으로 옮긴 뒤 건물을 짓고, 미군부대에서 페인트를 얻어 벽에 칠을 했다. 그 페인트 색깔이 노란색이다 보니 집창촌 전체가 노란색 촌을 이뤘다. 그때만 해도 중구 북성동에서 남구 숭의동 남부역까지 미군 보초병이 쫙 깔렸던 터라 그들의 입을 통해 옐로하우스라는 별칭이 생겨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미군을 상대로 한 장사가 꽤 쏠쏠하자 업주들은 냇가를 복개하고 인근 밭에 영업집을 세웠다. 옐로하우스 업주는 금세 32명으로 늘어났다. 옐로하우스의 전성기는 90년대까지 이어졌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생파티가 열리면 이곳 아가씨들이 한복차림으로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인 현지처 노릇을 하다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살림을 차린 아가씨들도 더러 있었다.

아직까지 성업
영업묵인 의심


이처럼 옐로하우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업소당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0명의 여성을 두고 영업했다. 한 달 매출만 해도 7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2010년 인천시 남구는 숭의동에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3만3850㎡에 대해 일찌감치 도시정비계획 사업 시행을 인가했지만 아직 폐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집창촌에서는 이르면 오후 1시께부터 영업 준비를 마친 일부 호객꾼들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15개 정도의 업소에 50∼60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쇼윈도에 나와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전 업주 B씨는 “단속대상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과 일명 ‘삐끼’와 마담 등으로, 벌금 정도의 단속에 그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성매매업체의 근원적 단속 대상인 업주들은 법망을 피하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단속에 성공해도 성매매업주 등은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여성이나 마담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옐로하우스의 경우 유흥업소, 음식점 등 어느 종목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은 ‘무허가’ 상태로 철거나 폐쇄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전혀 없다”며 “건축물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해당 구역이 재개발지역이라 마땅히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옐로하우스의 성매매업소는 지난해 33곳이 영업 중이었지만 현재는 15개 업소로 줄어들었다. 일하는 여성은 6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주민들과의 마찰은 물론 소란행위 등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오는 26일 개통되는 수인선의 숭의역으로 가기 위한 직결도로가 옐로하우스를 지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옐로하우스 일대의 경우 인천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니만큼 수인선 개통 전에 구나 시가 국책사업 일환의 시각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숭의동 토박이라는 주민 A(63)씨는 “단속 관계자들이 이곳의 영업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는 “관계기관은 수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강력한 행정력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에 대한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젓가락 니나노집
기생 요릿집 모여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로 불법 성매매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단속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업주들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옐로하우스가 폐쇄된다고 해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숭의동 일대 도시환경재정비 보상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혀 없다.

현장방문 계도활동가는 “숭의동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모든 보상체계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에게만 돌아갈 뿐,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보상비는커녕 이주비도 돌아가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집결지 여성들은 업주와의 불공정거래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쌓여 팔려가는 구조”라며 “선급금이라는 악순환에서 강제 성노동을 하며 인권침해를 받는 여성들은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까지 들어가는 경로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룸살롱 등을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월 수백만 원의 월급이 보장된다며 선급금을 지급해 주고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선급금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1900년대부터 홍등가로 이름 떨쳐
미군부대서 페인트 얻어 노란 칠


한 현장방문 계도활동단체 대표는 “여성을 물건처럼 돈으로 팔고,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결지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집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지식 등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집결지 폐쇄와 함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구는 중장기적으로 숭의역 인근 성매매업소 일부를 사들여 완충공간을 조성해 업소 수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어 2008년 이후 경기침체로 지연되고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도시정비계획을 조속히 시행하고자 재개발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박우섭 남구청장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급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 기관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수긍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켜진 뒷골목
주민들과 마찰

시의 이런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업소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집창촌 정비로 생계가 끊기는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에 대한 보상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계획은 세워졌다. 문제는 얼마나 적극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창촌 업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재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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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