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61명, 그들은 누구인가?

재소자들 부리며 왕처럼 생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이 집행된 이래 지금까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형제 자체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일요시사>는 인면수심의 61명 사형수들이 저지른 과거 만행과 폭력성을 되짚어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군 22사단 GOP에서 수류탄을 던진 뒤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임 병장에게 지난 19일 사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임 병장은 지난해 8월 장모씨가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6개월여 만에 61번째 사형수가 됐다.

총기 난사 임 병장
61번째 사형 확정

우리나라 형법에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범죄는 내란죄, 외환유치죄, 여적죄, 살인죄 등 16종이다. 특별 형법까지 포함하면 493개의 항목에서 살인죄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생존한 61명의 사형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특히 사형수들은 다른 범죄와 경합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엽기적인 방법을 동원해 살인 행각을 벌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먼저 임 병장을 포함해 군 형법의 적용을 받고 사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모두 4명이다. 1996년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 부대에서 상관의 욕설을 원인으로 사병 3명을 사살하고 상관 2명에 대해 살인미수를 저지른 김용식에게 1997년 사형이 확정됐다. 군 부대 총기 난사로 인해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은 2000년대 이후 인원이 늘었다.

2007년 사형확정 판결을 받은 김동민은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초소서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기관총 44발을 발사해 8명을 살해했다. 2013년에 사형이 확정된 김민찬은 최연소 사형수로 기수열외를 이유로 총기를 난사해 상관 등 4명을 살해했다.


임 병장까지 포함하면 2000년 이후 3명의 군인이 사형수가 됐다. 치정살인으로 인한 사형수는 6명에 달한다. 1997년 사형이 확정된 홍대복은 내연녀를 공범에게 강간케 하고 돌을 매달아 수장시키는 엽기적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면 지인의 부인을 칼로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1999년 사형이 확정된 이재복은 아내와 불륜이 의심되는 남성을 토막살해한 후 방화했다. 결별을 요구한 동거녀를 살해하고 2년 뒤 채무를 회피하려 내연녀와 7세 아들을 죽이고 공범까지 살해한 고흥수는 2000년 사형이 확정됐다. 2006년 사형이 확정된 장기수는 내연녀와 관계 복원을 위해 아내와 아들을 청산가리로 살해하고 범행 후 방화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임 병장 이전에 2015년에 사형이 확정된 60번째 사형수인 장모씨는 전 애인 A씨의 집에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해 침입한 뒤 A씨의 부모를 흉기로 살해 후 뒤늦게 귀가한 A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치정문제로 인해 사형수가 된 이들이 전체 사형수의 10%에 해당한다.

대부분 극악무도한 살인범
범행 수법도 엽기·충격적

1996년부터 2000년까지 6명의 조폭이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강영성은 타 조직원 살해와 경찰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1996년 사형을 확정받았고, 안양AP파 조직원인 이우철·정병근·정병옥은 청부 폭력 사실을 폭로하려는 동료 조직원과 그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한 혐의로 사형수가 됐다.

막가파의 두목 최정수는 귀가하던 단란주점 업주를 납치해 승용차와 900만원을 뺏은 뒤 소금창고에 생매장해 1997년 사형판결을 받았다. 2000년 들어서 조폭조직에 마지막 사형수는 이순철이다. ‘영웅파’의 두목 이순철은 조직원 곽모씨를 살해한 뒤 사체를 수백 개로 토막냈다. 공범들끼리 비밀 유지를 목적으로 사체 장기 일부를 꺼내 나눠먹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패륜으로 인해 사형수가 된 이들은 3명이다. 2004년 사형판결을 받은 김근우는 자신의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했고, 형에게는 살인미수를 저질렀다. 2003년 사형판결을 받은 김중호는 재혼한 아내의 딸을 상습 성추행했다. ‘더 이상 성추행을 안한다’는 조건으로 아내가 고소를 취하하자 아내와 의붓딸 2명을 망치와 가위로 살해했다. 패륜 존속살해범 중 대표적인 인물은 1994년 사형을 언도받은 박한상이다.


1994년 5월 100억대 자산가인 한약상 부부의 집에 불이나 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처음에 단순 화재 사고로 처리했지만 부검과정에서 40여 군데 난자된 상태가 발견됐다. 이후 “박한상의 머리에 피가 묻었다”는 간호사의 증언과 박한상 다리의 이빨자국을 이야기한 친척의 제보 및 수사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유학생활 중 도박과 향락에 빠진 박한상은 도박 빚을 갚아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고 재산 상속을 목적으로 살해를 감행했다.

유영철, 강호순…
공포의 연쇄살인

박한상 패륜사건은 훗날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공공의 적>의 모티브가 됐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또 다른 사건이 있다. 1995년 사형을 언도받은 성낙주가 저지른 ‘월곡동 H여관 모녀 살인사건’이다. 1994년 H여관에 장기투숙하던 당시 성낙주는 여관주인 전모씨와 그 딸인 여중생 이모양을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암매장했다.

승려생활을 하던 성낙주는 1984년 승적을 박탈당하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점집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던 성낙주는 점집을 방문한 전씨와 처음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되면서 성낙주는 전씨 소유의 여관 카운터를 봐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툼이 잦아지자 전씨의 딸이 성낙주에게 결별을 요구했고 이에 분노한 성씨는 전씨의 딸 이양을 1994년 8월14일 목 졸라 살해한다.
 

일주일 뒤 여관에서 전씨에게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는 당신을 내가 어찌 믿고 사느냐”는 말에 격분해 전씨도 토막 내 살해했다. 놀라운 점은 2명을 살해하고도 태연히 여관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 성낙주가 카운터를 혼자 지키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전씨 친구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은 2007년 9월 개봉한 영화 <마이파더>의 모티브가 됐다. 이 영화는 22년 만에 사형수 성낙주를 찾은 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화제가 됐지만 살인범 미화로 논란이 돼 홍역을 치렀다.

61명의 사형수 중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총 5명이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오수현은 2명 살해, 3명 중상해를 입히고 4명을 성폭행해 1996년 사형판결을 받았다. 부산·경남 지역에 연쇄살인범으로 악명을 떨친 정두영은 부산 및 울산 등지에서 23건의 강도 사건을 벌임과 동시에 둔기로 내려쳐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로 사형을 언도 받았다.

2003년에는 용인 연쇄살인범 허재필은 공범 김경훈과 함께 여성 6명중 2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김경훈은 체포직전 자살했고 허재필은 재판과정에서 김경훈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변명했지만 법원은 “열흘에 걸쳐 6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한 행위가 결코 다른 사람의 강요나 지시에 의해 피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범죄”라고 강조하면서 허재필에 사형을 선고했다.

목숨만 붙어있는
저 세상 사람들

2004년에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혀 놓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이 체포됐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0명을 살해했다. 연쇄살인 이전 14차례의 특수절도 및 성폭력 전력으로 11년을 전국 각지 교도소에서 보낸 유영철은 2003년 9월11일 출소해 2주 뒤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씨와 그의 부인을 처음 살해했다.

이후 서울 각지에서 주로 부유층 노인 및 출장마사지사 여성 등 총 2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유영철은 2005년 6월9일 성폭력범죄, 강간살인, 1급살인, 과실치사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강호순도 연쇄살인마로 악명을 떨쳤다.

강호순은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총 10명을 살해했다. 강호순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난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다. 이어 여성 공무원 윤모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했고 2005년 10월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도 살해했다고 밝혔다.
 


특이할 점은 강호순은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도, 심지어는 사형이 확정된 이후에조차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같이 수감된 동료 재소자들을 노예와 다름없이 부려먹으며 왕처럼 생활해 담당 형사와 해당 교도소의 교도관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진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형수가 8명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특히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6명이 아동 관련 범죄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여자를 납치해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성태수는 1995년 사형이 확정됐고, 1세 여아를 납치하고 감금해 9차례 성폭행하고 살해한 전석재도 1995년에 사형이 확정됐다.

아동 상대 강령범죄 최다
영화 단골 모티브로 등장

8세 남자아이를 납치해 소나무에 묶어 질식 살해하고 가족에게 돈을 요구한 전용재의 경우도 1995년 사형 언도를 받았다. 1997년 사형을 선고받은 임동수는 무단 주거침입해 4세, 6세 아동과 어머니를 살해했고 사형당하고 싶다며 범행 후 주부 시신 옆에 누워있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원수는 6세, 9세 여아와 18세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장세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4세, 6세 어린이 2명을 유인해 성폭한 뒤 살해했고 이후 시체에 닻을 달아 바다에 유기하는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2000년 이후에는 3명이 사형을 언도받았다. 박진봉은 10세 남자아이를 납치해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다 살해한 뒤 땅속에 은닉했다. 김해선은 귀가하던 11세 여아를 성폭행 후 살해하고 17세 여학생도 성폭행 후 고문하고 살해했다. 이어 12살 남동생도 목졸라 살해해 2001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2007년에는 안양 초등생 유괴 살해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초등생들의 실종 초기에 목격자 제보가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사건 발생 9개월이 흐른 12월31일 공개수사로 전환됐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이양과 우양이 각각 이듬해 3월11일, 3월19일 발견됐고 면식범으로 알려진 정성현이 2008년 3월17일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빚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살해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1999년 사형 언도를 받은 이동진은 빚 독촉을 받자 5촌 아저씨를 비닐로 질식시켜 살해했고 이어 부인과 딸, 금은방 종업원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박종규는 빚 독촉하는 2명을 살해 후 암매장해 시체를 소각하는 엽기적 행태로 2003년 사형이 확정됐다.

최고령 사형수는 2010년 사형이 확정된 ‘보성 어부’ 오종근이다. 2007년 8월31일 당시 69세이던 어부 오종근은 전남 보성으로 여행 온 대학 신입생 커플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웠다. 여성을 성추행 하기 위해 남성을 먼저 바다로 밀어 살해한 뒤 저항하던 여성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다. 이어 9월25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20대 여대생 2명을 살해했다.

타살 증거를 찾지 못해 동반자살로 판단된 이 사건은 두 번째 피해자 중 한 여성이 남긴 휴대전화 문자가 발견된 후 실마리가 풀렸다. 내용은 ‘저희 아까 전화기 빌려드린 사람인데 배타다가 갇힌 거 같아요. 경찰 보트 좀 불러주세요’였다. 문자로 정황을 파악한 경찰은 보성 앞바다를 수색했고 오씨의 선박 내부에서 피해자의 신용카드와 볼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긴 머리카락이 발견돼 오씨를 검거했다.

최고령 보성 어부
외국인 왕리웨이

오씨는 검거 후 “피해자들이 자기에게 배를 태워 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라며 “돈도 안 받고 공짜로 태워준다니까 그게 좋아서 내 배를 탄 것이 아니냐”고 말해 공분을 샀다. 최초의 외국인 사형수는 2001년 사형이 확정된 중국인 왕리웨이다. 경기 안산서 둔기로 부녀자 8명을 중상해 입히고 이 중 2명을 강제추행한 후 돌과 쇠망치로 내리쳐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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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