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불황 속설 오해와 진실

여기저기 불길한 징조 ‘불안하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수치로 드러나는 지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예측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경제학적 접근법이다. 허나 멀게만 느껴지는 지표보다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이른바 ‘속설 경제학’에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흔히 통용되는 ‘불황징크스’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질수록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지갑이 얇아진 만큼 섣부른 소비는 금물이다. 정신적 충족과 위안을 얻기 위한 소비, 즉 큰돈이 들 법한 선택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상품이 안 팔리는 건 아니다. 불경기를 틈탄 ‘불황징크스’는 서민들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암시한다.

[불황의 척도]
미니스커트 효과

“불황에는 역시 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은 가장 친숙한 불경기 징크스다.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거나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미니스커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밑단이 퍼진 형태의 A라인 스커트와 타이트한 형식의 H라인 미니스커트 모두 불티나게 팔린다. 모직소재의 미니스커트와 발색이 오래 지속되는 틴트 제품이 인기상품에 올랐다.

물론 ‘불황=미니스커트’ 공식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의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에 따르면 여성의 치마 길이는 오히려 호황일수록 짧아진다. 지금도 미국 증권투자가들에게는 ‘롱 스커트=약세장’, ‘미니스커트=강세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큰 불황의 시기였던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발등을 덮을 만큼 길었던 것도 미니스커트 속설을 의심케 한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에 치마가 길어긴 전례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기와 상관없이 미니스커트는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작은 사치]
진해지는 립스틱

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는 1930년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생겨난 용어다. 심각한 불황속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지만 립스틱 만큼은 매출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품위를 유지하려는 태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으로 인해 화장품을 사지 못하고 립스틱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슬픔, 우울함을 극복하는 작은 사치로서 립스틱만큼 만족감을 높이는 게 없다는 뜻이다. 특히 빨간색 립스틱은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도록 해 인기가 높다. 일부에서는 빨간 립스틱 구매가 늘면 결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는 이와 관련해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9·11테러 당시 불황기를 맞은 미국에서는 립스틱 지수가 크게 상승했는데 자연색 계통보다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와인색 립스틱이 인기였다고 한다.

[성욕도 연관]
콘돔 판매는?

불황형 상품으로 인식되던 콘돔시장은 최근 3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2011년 40억원대이던 콘돔 시장 소매 유통분야 판매액은 어느새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콘돔이 잘 팔리는 것은 건강한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측면과 함께 불황의 영향이 가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 침체 및 퇴직자 증가, 소득 정체·감소에 따른 미래의 불안감으로 부부들이 출산 계획을 늦추는 데다, 가계경기 위축에 따른 외식 자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콘돔업체들의 매출액 증가는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콘돔의 해외 수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콘돔 시장은 공공 시장과 상용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공공 시장의 규모는 약 20억개로 한국 기업들이 30퍼센트 이상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불황일수록 콘돔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돔을 두고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호황을 누리는 ‘열등재’ 상품으로 분류하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불황의 표본]
정장 매출은?

흔히 정장 매출 감소는 불황의 영향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정에서 의류비 지출을 줄일 때 여성복→아동복→남성복 순서로 이어지는데 남성복을 대표하는 정장의 수요 감소는 가장 뒤늦게 이뤄진다.

실제로 남성 패션시장에서 캐주얼 의류 매출비중은 정장 매출을 거의 따라잡았다. 캐주얼 매출 증가율은 줄곧 정장 매출 증가율을 앞서 왔다. 2004년 정장 매출이 남성 패션시장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49.8%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34%로 감소했다.

널리 알려진 미니스커트·립스틱 주목
점집, 복권, 도박…불안한 현재 자화상

정장의 위축은 경기 불황 탓이 크다. 계절별로 최소 1벌 이상의 정장을 입는 것이 추세였지만 성인 남성들이 얇아진 지갑 탓에 정장 구매를 크게 줄였다. 패션업계도 2009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가두점 확장과 신규 진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정장 판매 감소를 무조건 불황과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차라리 실용성을 강조하는 소비성향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직장 내에서 캐주얼 착장이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격식보다 실용성에 방점을 둔 소비 성향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뜨는 불황 효자]
고공행진 초콜릿

지출이 줄어들면 작은 투자로 높은 만족을 주는 상품이 뜬다.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초콜릿의 단맛은 불황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FTA 확대와 브랜드간 경쟁 등의 영향으로 예년 대비 가격부담이 많이 줄어들면서 초콜릿 판매가 증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프리미엄 초콜릿의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홈플러스가 최근 4년간 1월21일∼2월9일 자사 초콜릿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고급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수입산 비중이 2013년 58.3%에서 올해 70.2%로 높아졌다.
 


2012년 10월 국내에 상륙한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론칭 3년여 만에 매장 수를 24개까지 늘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제과업체들도 고급 초콜릿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74년 전통의 벨기에 초콜릿 명가 ‘구드런’과 손잡고 프리미엄 초콜릿 ‘Mr.B’를 출시한 오리온은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샤롯데’를 선보이고 ‘샤롯데 헤이즐넛 클래식’ 등 6종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위로 받으려…]
문전성시 점집

점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선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까지 문을 두드리면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발길까지 더해져 점집과 철학관, 역술원·사주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주카페 역시 사주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5000원의 타로점에서부터 1만5000원부터 시작하는 사주 등 끼니 값을 훌쩍 뛰어넘는 복비에도 선뜻 지갑을 연다. 장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등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상황이 나아지질 않다보니 무속과 역술 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불황형 상품]
복권은 얼마나?


경기가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 가운데 복권은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3조55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24억원 증가했다. 2003년 4조2342억원을 기록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GDP 대비 복권판매액 비율은 2011년 이후 0.23%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OECD 평균은 0.45% 미국은 0.38%이다. 로또(온라인복권) 판매액은 3조2571억원, 2004년 이후 가장 많았고 올해 판매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 변화상
징크스 맹신할 필요는 없어

복권위원회는 복권판매점 432개를 신규개설한 데다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술·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 상품인 복권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리적 소비]
[렌탈이 대세]

불황은 렌탈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돈은 지불하되 소유하진 않는 렌탈이 보편적인 소비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이미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한 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고, 주기적인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5년 16조9000원으로 60%가량 커졌다.

신규 진출 업체가 늘면서 시장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및 증권사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렌탈 업체수는 무려 2만3000여개에 달한다. 명품, 유류, 잡화, 악기, 유아용 장난감 등으로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과거 정수기, 비데 등 생활 가전분야에서 렌탈이 보편화 된 상태였고 이전부터 렌탈시장의 급성장은 충분히 예견된 바 있어 굳이 불경기에 국한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속형 신풍속]
[벌크상품 불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벌크(Bulk)형 소비’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음식을 통해 정신적 충족감과 위안을 얻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벌크형 소비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트렌드로 꼽힌다. 대용량 식음료를 사서 집에 쟁여두면 알뜰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혹시 닥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이런 소비자 마음을 간파한 대용량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홍대 앞 커피전문점 ‘핵커피’는 1ℓ 대용량 커피를 4000원에 판매해 대박을 쳤다. 다른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용량 335㎖)가 4000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6㎏짜리 ‘금풍제과 포대건빵’(1만3300원) 역시 화제다. 큰 포대에 들어 있어 ‘인간 사료’로 불리는 히트 상품이다. 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박아이템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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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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