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불황 속설 오해와 진실

여기저기 불길한 징조 ‘불안하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수치로 드러나는 지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예측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경제학적 접근법이다. 허나 멀게만 느껴지는 지표보다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이른바 ‘속설 경제학’에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흔히 통용되는 ‘불황징크스’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질수록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지갑이 얇아진 만큼 섣부른 소비는 금물이다. 정신적 충족과 위안을 얻기 위한 소비, 즉 큰돈이 들 법한 선택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상품이 안 팔리는 건 아니다. 불경기를 틈탄 ‘불황징크스’는 서민들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암시한다.

[불황의 척도]
미니스커트 효과

“불황에는 역시 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은 가장 친숙한 불경기 징크스다.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거나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미니스커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밑단이 퍼진 형태의 A라인 스커트와 타이트한 형식의 H라인 미니스커트 모두 불티나게 팔린다. 모직소재의 미니스커트와 발색이 오래 지속되는 틴트 제품이 인기상품에 올랐다.

물론 ‘불황=미니스커트’ 공식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의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에 따르면 여성의 치마 길이는 오히려 호황일수록 짧아진다. 지금도 미국 증권투자가들에게는 ‘롱 스커트=약세장’, ‘미니스커트=강세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큰 불황의 시기였던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발등을 덮을 만큼 길었던 것도 미니스커트 속설을 의심케 한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에 치마가 길어긴 전례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기와 상관없이 미니스커트는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작은 사치]
진해지는 립스틱

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는 1930년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생겨난 용어다. 심각한 불황속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지만 립스틱 만큼은 매출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품위를 유지하려는 태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으로 인해 화장품을 사지 못하고 립스틱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슬픔, 우울함을 극복하는 작은 사치로서 립스틱만큼 만족감을 높이는 게 없다는 뜻이다. 특히 빨간색 립스틱은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도록 해 인기가 높다. 일부에서는 빨간 립스틱 구매가 늘면 결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는 이와 관련해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9·11테러 당시 불황기를 맞은 미국에서는 립스틱 지수가 크게 상승했는데 자연색 계통보다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와인색 립스틱이 인기였다고 한다.

[성욕도 연관]
콘돔 판매는?

불황형 상품으로 인식되던 콘돔시장은 최근 3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2011년 40억원대이던 콘돔 시장 소매 유통분야 판매액은 어느새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콘돔이 잘 팔리는 것은 건강한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측면과 함께 불황의 영향이 가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 침체 및 퇴직자 증가, 소득 정체·감소에 따른 미래의 불안감으로 부부들이 출산 계획을 늦추는 데다, 가계경기 위축에 따른 외식 자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콘돔업체들의 매출액 증가는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콘돔의 해외 수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콘돔 시장은 공공 시장과 상용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공공 시장의 규모는 약 20억개로 한국 기업들이 30퍼센트 이상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불황일수록 콘돔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돔을 두고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호황을 누리는 ‘열등재’ 상품으로 분류하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불황의 표본]
정장 매출은?

흔히 정장 매출 감소는 불황의 영향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정에서 의류비 지출을 줄일 때 여성복→아동복→남성복 순서로 이어지는데 남성복을 대표하는 정장의 수요 감소는 가장 뒤늦게 이뤄진다.

실제로 남성 패션시장에서 캐주얼 의류 매출비중은 정장 매출을 거의 따라잡았다. 캐주얼 매출 증가율은 줄곧 정장 매출 증가율을 앞서 왔다. 2004년 정장 매출이 남성 패션시장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49.8%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34%로 감소했다.

널리 알려진 미니스커트·립스틱 주목
점집, 복권, 도박…불안한 현재 자화상

정장의 위축은 경기 불황 탓이 크다. 계절별로 최소 1벌 이상의 정장을 입는 것이 추세였지만 성인 남성들이 얇아진 지갑 탓에 정장 구매를 크게 줄였다. 패션업계도 2009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가두점 확장과 신규 진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정장 판매 감소를 무조건 불황과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차라리 실용성을 강조하는 소비성향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직장 내에서 캐주얼 착장이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격식보다 실용성에 방점을 둔 소비 성향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뜨는 불황 효자]
고공행진 초콜릿

지출이 줄어들면 작은 투자로 높은 만족을 주는 상품이 뜬다.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초콜릿의 단맛은 불황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FTA 확대와 브랜드간 경쟁 등의 영향으로 예년 대비 가격부담이 많이 줄어들면서 초콜릿 판매가 증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프리미엄 초콜릿의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홈플러스가 최근 4년간 1월21일∼2월9일 자사 초콜릿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고급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수입산 비중이 2013년 58.3%에서 올해 70.2%로 높아졌다.
 


2012년 10월 국내에 상륙한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론칭 3년여 만에 매장 수를 24개까지 늘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제과업체들도 고급 초콜릿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74년 전통의 벨기에 초콜릿 명가 ‘구드런’과 손잡고 프리미엄 초콜릿 ‘Mr.B’를 출시한 오리온은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샤롯데’를 선보이고 ‘샤롯데 헤이즐넛 클래식’ 등 6종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위로 받으려…]
문전성시 점집

점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선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까지 문을 두드리면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발길까지 더해져 점집과 철학관, 역술원·사주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주카페 역시 사주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5000원의 타로점에서부터 1만5000원부터 시작하는 사주 등 끼니 값을 훌쩍 뛰어넘는 복비에도 선뜻 지갑을 연다. 장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등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상황이 나아지질 않다보니 무속과 역술 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불황형 상품]
복권은 얼마나?


경기가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 가운데 복권은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3조55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24억원 증가했다. 2003년 4조2342억원을 기록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GDP 대비 복권판매액 비율은 2011년 이후 0.23%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OECD 평균은 0.45% 미국은 0.38%이다. 로또(온라인복권) 판매액은 3조2571억원, 2004년 이후 가장 많았고 올해 판매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 변화상
징크스 맹신할 필요는 없어

복권위원회는 복권판매점 432개를 신규개설한 데다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술·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 상품인 복권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리적 소비]
[렌탈이 대세]

불황은 렌탈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돈은 지불하되 소유하진 않는 렌탈이 보편적인 소비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이미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한 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고, 주기적인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5년 16조9000원으로 60%가량 커졌다.

신규 진출 업체가 늘면서 시장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및 증권사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렌탈 업체수는 무려 2만3000여개에 달한다. 명품, 유류, 잡화, 악기, 유아용 장난감 등으로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과거 정수기, 비데 등 생활 가전분야에서 렌탈이 보편화 된 상태였고 이전부터 렌탈시장의 급성장은 충분히 예견된 바 있어 굳이 불경기에 국한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속형 신풍속]
[벌크상품 불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벌크(Bulk)형 소비’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음식을 통해 정신적 충족감과 위안을 얻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벌크형 소비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트렌드로 꼽힌다. 대용량 식음료를 사서 집에 쟁여두면 알뜰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혹시 닥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이런 소비자 마음을 간파한 대용량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홍대 앞 커피전문점 ‘핵커피’는 1ℓ 대용량 커피를 4000원에 판매해 대박을 쳤다. 다른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용량 335㎖)가 4000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6㎏짜리 ‘금풍제과 포대건빵’(1만3300원) 역시 화제다. 큰 포대에 들어 있어 ‘인간 사료’로 불리는 히트 상품이다. 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박아이템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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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