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불황 속설 오해와 진실

여기저기 불길한 징조 ‘불안하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수치로 드러나는 지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예측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경제학적 접근법이다. 허나 멀게만 느껴지는 지표보다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이른바 ‘속설 경제학’에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흔히 통용되는 ‘불황징크스’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질수록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지갑이 얇아진 만큼 섣부른 소비는 금물이다. 정신적 충족과 위안을 얻기 위한 소비, 즉 큰돈이 들 법한 선택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상품이 안 팔리는 건 아니다. 불경기를 틈탄 ‘불황징크스’는 서민들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암시한다.

[불황의 척도]
미니스커트 효과

“불황에는 역시 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은 가장 친숙한 불경기 징크스다.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거나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미니스커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밑단이 퍼진 형태의 A라인 스커트와 타이트한 형식의 H라인 미니스커트 모두 불티나게 팔린다. 모직소재의 미니스커트와 발색이 오래 지속되는 틴트 제품이 인기상품에 올랐다.

물론 ‘불황=미니스커트’ 공식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의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에 따르면 여성의 치마 길이는 오히려 호황일수록 짧아진다. 지금도 미국 증권투자가들에게는 ‘롱 스커트=약세장’, ‘미니스커트=강세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큰 불황의 시기였던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발등을 덮을 만큼 길었던 것도 미니스커트 속설을 의심케 한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에 치마가 길어긴 전례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기와 상관없이 미니스커트는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작은 사치]
진해지는 립스틱

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는 1930년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생겨난 용어다. 심각한 불황속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지만 립스틱 만큼은 매출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품위를 유지하려는 태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으로 인해 화장품을 사지 못하고 립스틱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슬픔, 우울함을 극복하는 작은 사치로서 립스틱만큼 만족감을 높이는 게 없다는 뜻이다. 특히 빨간색 립스틱은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도록 해 인기가 높다. 일부에서는 빨간 립스틱 구매가 늘면 결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는 이와 관련해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9·11테러 당시 불황기를 맞은 미국에서는 립스틱 지수가 크게 상승했는데 자연색 계통보다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와인색 립스틱이 인기였다고 한다.

[성욕도 연관]
콘돔 판매는?

불황형 상품으로 인식되던 콘돔시장은 최근 3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2011년 40억원대이던 콘돔 시장 소매 유통분야 판매액은 어느새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콘돔이 잘 팔리는 것은 건강한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측면과 함께 불황의 영향이 가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 침체 및 퇴직자 증가, 소득 정체·감소에 따른 미래의 불안감으로 부부들이 출산 계획을 늦추는 데다, 가계경기 위축에 따른 외식 자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콘돔업체들의 매출액 증가는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콘돔의 해외 수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콘돔 시장은 공공 시장과 상용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공공 시장의 규모는 약 20억개로 한국 기업들이 30퍼센트 이상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불황일수록 콘돔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돔을 두고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호황을 누리는 ‘열등재’ 상품으로 분류하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불황의 표본]
정장 매출은?

흔히 정장 매출 감소는 불황의 영향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정에서 의류비 지출을 줄일 때 여성복→아동복→남성복 순서로 이어지는데 남성복을 대표하는 정장의 수요 감소는 가장 뒤늦게 이뤄진다.

실제로 남성 패션시장에서 캐주얼 의류 매출비중은 정장 매출을 거의 따라잡았다. 캐주얼 매출 증가율은 줄곧 정장 매출 증가율을 앞서 왔다. 2004년 정장 매출이 남성 패션시장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49.8%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34%로 감소했다.

널리 알려진 미니스커트·립스틱 주목
점집, 복권, 도박…불안한 현재 자화상

정장의 위축은 경기 불황 탓이 크다. 계절별로 최소 1벌 이상의 정장을 입는 것이 추세였지만 성인 남성들이 얇아진 지갑 탓에 정장 구매를 크게 줄였다. 패션업계도 2009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가두점 확장과 신규 진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정장 판매 감소를 무조건 불황과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차라리 실용성을 강조하는 소비성향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직장 내에서 캐주얼 착장이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격식보다 실용성에 방점을 둔 소비 성향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뜨는 불황 효자]
고공행진 초콜릿

지출이 줄어들면 작은 투자로 높은 만족을 주는 상품이 뜬다.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초콜릿의 단맛은 불황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FTA 확대와 브랜드간 경쟁 등의 영향으로 예년 대비 가격부담이 많이 줄어들면서 초콜릿 판매가 증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프리미엄 초콜릿의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홈플러스가 최근 4년간 1월21일∼2월9일 자사 초콜릿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고급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수입산 비중이 2013년 58.3%에서 올해 70.2%로 높아졌다.
 


2012년 10월 국내에 상륙한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론칭 3년여 만에 매장 수를 24개까지 늘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제과업체들도 고급 초콜릿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74년 전통의 벨기에 초콜릿 명가 ‘구드런’과 손잡고 프리미엄 초콜릿 ‘Mr.B’를 출시한 오리온은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샤롯데’를 선보이고 ‘샤롯데 헤이즐넛 클래식’ 등 6종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위로 받으려…]
문전성시 점집

점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선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까지 문을 두드리면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발길까지 더해져 점집과 철학관, 역술원·사주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주카페 역시 사주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5000원의 타로점에서부터 1만5000원부터 시작하는 사주 등 끼니 값을 훌쩍 뛰어넘는 복비에도 선뜻 지갑을 연다. 장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등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상황이 나아지질 않다보니 무속과 역술 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불황형 상품]
복권은 얼마나?


경기가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 가운데 복권은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3조55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24억원 증가했다. 2003년 4조2342억원을 기록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GDP 대비 복권판매액 비율은 2011년 이후 0.23%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OECD 평균은 0.45% 미국은 0.38%이다. 로또(온라인복권) 판매액은 3조2571억원, 2004년 이후 가장 많았고 올해 판매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 소비 트렌드 변화상
징크스 맹신할 필요는 없어

복권위원회는 복권판매점 432개를 신규개설한 데다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술·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 상품인 복권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리적 소비]
[렌탈이 대세]

불황은 렌탈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돈은 지불하되 소유하진 않는 렌탈이 보편적인 소비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이미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한 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고, 주기적인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5년 16조9000원으로 60%가량 커졌다.

신규 진출 업체가 늘면서 시장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및 증권사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렌탈 업체수는 무려 2만3000여개에 달한다. 명품, 유류, 잡화, 악기, 유아용 장난감 등으로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과거 정수기, 비데 등 생활 가전분야에서 렌탈이 보편화 된 상태였고 이전부터 렌탈시장의 급성장은 충분히 예견된 바 있어 굳이 불경기에 국한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속형 신풍속]
[벌크상품 불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벌크(Bulk)형 소비’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음식을 통해 정신적 충족감과 위안을 얻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벌크형 소비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트렌드로 꼽힌다. 대용량 식음료를 사서 집에 쟁여두면 알뜰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혹시 닥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이런 소비자 마음을 간파한 대용량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홍대 앞 커피전문점 ‘핵커피’는 1ℓ 대용량 커피를 4000원에 판매해 대박을 쳤다. 다른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용량 335㎖)가 4000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6㎏짜리 ‘금풍제과 포대건빵’(1만3300원) 역시 화제다. 큰 포대에 들어 있어 ‘인간 사료’로 불리는 히트 상품이다. 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박아이템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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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