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0)은밀한 계획

한국으로 밀입국 ‘성공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젊은 친구가 능력도 좋네. 나이가 20대 초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면 한국으로 갔다는 말인데.”

“홍콩으로 갔다고 하던데.”

“홍콩. 허허 그 친구 완전히 홍콩 갔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한국에서는 홍콩을 완전히 꿈의 세상 정도로 비유하여 말하고는 하거든. 그러니까 일종에 횡재한 경우를 두고 홍콩 간다고 하지.”

영자가 홍콩을 되뇌며 미소를 흘렸다.

“그러면 나도 오라버니 덕에 오늘 밤 홍콩 갈 수 있겠네.”

동일이 앙증맞게 웃고 있는 영자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자가 이상한 눈초리로 동일을 주시했다.

“왜요?”

“왜는, 오늘 내친김에 영자 완전히 홍콩 보내주려 하지.”

“그런데 왜 일어나요?”

“오늘은 밤새 품으려고. 그러면 여기서는 곤란하고 호텔로 가야할 듯해서.”

호텔이라는 소리에 영자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조금 기다렸다 같이 갈까?”

“그러면 좋겠지만 혹여 손님들이 함께 나가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다 단골손님도 떨어져 나갈 수 있고. 그러니 오라버니 먼저 가요.”

“그래서 내가 먼저 일어나는 거야. 여하튼 먼저 가서 목욕재개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게 정리하고 곧바로 오도록 해.”

동일이 영자에게 호텔 이름과 룸 번호를 알려주고는 밖으로 나섰다. 음식점을 나서자마자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홍콩으로 출국했다 하였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었다. 아무래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고, 그곳에서 다시 비자를 받고 한국으로 입국할 수도 있었다.

택시를 이용하여 영자와 만나기로 한 호텔에 도착했다. 그곳은 업무상 이용하기 위해 룸 하나를 전세 내 수시로 사용하는 호텔이었다. 마치 제 집 들어가듯 프런트로 다가가 영자에게 언급한 룸을 지목했다. 다행스럽게도 비어 있었다. 즉시 비용을 지불하고 정보부에서 사용하는 룸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공항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람에게 어제 홍콩으로 출국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점검했으나 문석원은 물론 난조 샤쿠겐이란 이름도 나타나지 않았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하여 어제 홍콩으로 출국한 사람들 중에 20대들의 이름을 모두 불러주기를 요청했다. 상대방이 친절하게도 아니 말투로 보아 동일과 긴밀한 관계로 짐작되는 사람이 차근차근 이름을 나열했다.

한순간 아베 기미코란 이름이 들려왔다.

“잠깐!”

동일이 그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소리를 높였다. 문석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여자입니다만.”

“그 여인에게 동행은 없었는가?”

연인 남편 이름으로 여권 발급
암살 작전의 서막…작전 성공?

상대방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선배님, 이 사람이 제 남편과 함께 홍콩으로 신혼여행 가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남편 이름은?”

“아베 고타로로 되어 있습니다.”

동일이 아베 고타로를 되뇌며 통화를 끝냈다. 잠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문석원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연인의 남편 이름으로 여권을 발급받아 그 연인과 함께 신혼여행을 빙자하여 홍콩에 들어간 꼴이 되었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홍콩 주재 한국 영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중정 요원을 찾았다. 어제 오늘 사이에 아베 고타로란 사람이 한국 비자를 받았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사람에게 혹시 그런 사람이 비자를 신청할 수 있으니 그런 일이 발생하면 급히 연락 달라는 부탁과 함께 통화를 끝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연인을 대동하고 출국한 일로 보아 암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단순한 여행이란 말인가. 성생활이 자유롭기로 소문난 일본 사회지만 부부를 빙자해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일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자신을 찾아올 영자를 생각해보았다. 그 생각에 이르자 ‘씨익’ 하고 미소를 머금었다.

“홍콩에 다녀온 소감은 어떤가?”

문석원이 홍콩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호룡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사카 시내 한적한 다방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난생 처음 타본 비행기도 그렇고 홍콩이란 나라 정말 대단하였습니다.”

“홍콩 입국 시 별 문제 없었는가?”

“그냥 여권만 살펴보고는 아무런 제지도 없던데요.”

“홍콩이란 나라가 그래. 그러나 남조선은 다르지.”

석원이 남조선을 되뇌며 슬그머니 이를 갈았다.

“그런데 여권은?”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미코 역시 그걸 원하고 있고요.”

“당연하겠지. 혹여나 기미코가 보관하고 있다 고타로에게 발각이라도 된다면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거든.”
“다시 한 번 부장님의 아이디어에 찬사 보냅니다.”

“찬사라니 이 사람아. 자네 각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그나저나 이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지 않겠나.”

“당연합니다. 하루 빨리 남조선으로 건너가 박정희를 죽이고 말겠습니다.”

박정희라는 부분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이호룡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어느 누구도 두 사람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자네 지금부터는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게.”

문석원이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듯 슬그머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네의 영웅적 계획이 조총련을 통해 북조선 김일성 수령께 보고되었다네. 그러니 이제 자네는 개인 문석원이 아니라 전 조선 인민의 영웅이란 말이야. 그러니 항상 영웅답게 진중하게 임하도록 하게나.”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룡이 봉투를 건넸다.

“집어넣어.”

“무엇입니까?”

“돈일세. 어차피 이제부터는 다른 일은 못할 게 아닌가. 그러니 향후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되는대로 자금을 대 주겠네.”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요긴하게 쓰도록 하게.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면 영웅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급받을 걸세.”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세.”

석원이 무슨 말이냐는 듯 호룡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네를 격려하기 위해 북조선과 조총련의 고위 인사가 기다리고 있네. 그러니 그리로 가서 인사드리고 함께 식사하도록 하세나.”

이호룡의 뜻밖의 제안에 고무된 석원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다 탁자를 건드렸다. 탁자 위에 있던 컵이 쓰러지면서 물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흥분되어‥...”

“사람하고는, 그렇게 좋은가.”

“당연하지요.”

석원이 급히 호룡의 뒤를 따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이 다방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급 횟집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인도된 방에 들어서자 한눈에 보아도 중후한 맛이 풍기는 남자와 역시 귀티가 물씬 풍기는 여자가 나란히 앉아 들어서는 호룡 일행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드리게. 오면서 말했던 분들이시네.”

호룡의 제안에 석원이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우왕좌왕했다.

“이 사람이 너무나 과분하여 그런 모양입니다.”  

“너무 그럴 것 없네. 편히 자리하게나.”

남자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석원을 바라보았다. 석원이 조신하게 자리 잡자 호룡이 밖으로 나가려 고개 돌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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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