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0)은밀한 계획

한국으로 밀입국 ‘성공할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젊은 친구가 능력도 좋네. 나이가 20대 초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면 한국으로 갔다는 말인데.”

“홍콩으로 갔다고 하던데.”

“홍콩. 허허 그 친구 완전히 홍콩 갔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한국에서는 홍콩을 완전히 꿈의 세상 정도로 비유하여 말하고는 하거든. 그러니까 일종에 횡재한 경우를 두고 홍콩 간다고 하지.”

영자가 홍콩을 되뇌며 미소를 흘렸다.

“그러면 나도 오라버니 덕에 오늘 밤 홍콩 갈 수 있겠네.”

동일이 앙증맞게 웃고 있는 영자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자가 이상한 눈초리로 동일을 주시했다.

“왜요?”

“왜는, 오늘 내친김에 영자 완전히 홍콩 보내주려 하지.”

“그런데 왜 일어나요?”

“오늘은 밤새 품으려고. 그러면 여기서는 곤란하고 호텔로 가야할 듯해서.”

호텔이라는 소리에 영자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조금 기다렸다 같이 갈까?”

“그러면 좋겠지만 혹여 손님들이 함께 나가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다 단골손님도 떨어져 나갈 수 있고. 그러니 오라버니 먼저 가요.”

“그래서 내가 먼저 일어나는 거야. 여하튼 먼저 가서 목욕재개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게 정리하고 곧바로 오도록 해.”

동일이 영자에게 호텔 이름과 룸 번호를 알려주고는 밖으로 나섰다. 음식점을 나서자마자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홍콩으로 출국했다 하였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었다. 아무래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고, 그곳에서 다시 비자를 받고 한국으로 입국할 수도 있었다.


택시를 이용하여 영자와 만나기로 한 호텔에 도착했다. 그곳은 업무상 이용하기 위해 룸 하나를 전세 내 수시로 사용하는 호텔이었다. 마치 제 집 들어가듯 프런트로 다가가 영자에게 언급한 룸을 지목했다. 다행스럽게도 비어 있었다. 즉시 비용을 지불하고 정보부에서 사용하는 룸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공항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람에게 어제 홍콩으로 출국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점검했으나 문석원은 물론 난조 샤쿠겐이란 이름도 나타나지 않았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하여 어제 홍콩으로 출국한 사람들 중에 20대들의 이름을 모두 불러주기를 요청했다. 상대방이 친절하게도 아니 말투로 보아 동일과 긴밀한 관계로 짐작되는 사람이 차근차근 이름을 나열했다.

한순간 아베 기미코란 이름이 들려왔다.

“잠깐!”

동일이 그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소리를 높였다. 문석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여자입니다만.”

“그 여인에게 동행은 없었는가?”

연인 남편 이름으로 여권 발급
암살 작전의 서막…작전 성공?

상대방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선배님, 이 사람이 제 남편과 함께 홍콩으로 신혼여행 가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남편 이름은?”

“아베 고타로로 되어 있습니다.”

동일이 아베 고타로를 되뇌며 통화를 끝냈다. 잠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문석원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연인의 남편 이름으로 여권을 발급받아 그 연인과 함께 신혼여행을 빙자하여 홍콩에 들어간 꼴이 되었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홍콩 주재 한국 영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중정 요원을 찾았다. 어제 오늘 사이에 아베 고타로란 사람이 한국 비자를 받았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사람에게 혹시 그런 사람이 비자를 신청할 수 있으니 그런 일이 발생하면 급히 연락 달라는 부탁과 함께 통화를 끝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연인을 대동하고 출국한 일로 보아 암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단순한 여행이란 말인가. 성생활이 자유롭기로 소문난 일본 사회지만 부부를 빙자해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일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자신을 찾아올 영자를 생각해보았다. 그 생각에 이르자 ‘씨익’ 하고 미소를 머금었다.

“홍콩에 다녀온 소감은 어떤가?”

문석원이 홍콩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호룡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사카 시내 한적한 다방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난생 처음 타본 비행기도 그렇고 홍콩이란 나라 정말 대단하였습니다.”


“홍콩 입국 시 별 문제 없었는가?”

“그냥 여권만 살펴보고는 아무런 제지도 없던데요.”

“홍콩이란 나라가 그래. 그러나 남조선은 다르지.”

석원이 남조선을 되뇌며 슬그머니 이를 갈았다.

“그런데 여권은?”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미코 역시 그걸 원하고 있고요.”

“당연하겠지. 혹여나 기미코가 보관하고 있다 고타로에게 발각이라도 된다면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거든.”
“다시 한 번 부장님의 아이디어에 찬사 보냅니다.”

“찬사라니 이 사람아. 자네 각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그나저나 이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지 않겠나.”


“당연합니다. 하루 빨리 남조선으로 건너가 박정희를 죽이고 말겠습니다.”

박정희라는 부분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이호룡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어느 누구도 두 사람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자네 지금부터는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게.”

문석원이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듯 슬그머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네의 영웅적 계획이 조총련을 통해 북조선 김일성 수령께 보고되었다네. 그러니 이제 자네는 개인 문석원이 아니라 전 조선 인민의 영웅이란 말이야. 그러니 항상 영웅답게 진중하게 임하도록 하게나.”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룡이 봉투를 건넸다.

“집어넣어.”

“무엇입니까?”

“돈일세. 어차피 이제부터는 다른 일은 못할 게 아닌가. 그러니 향후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되는대로 자금을 대 주겠네.”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요긴하게 쓰도록 하게.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면 영웅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급받을 걸세.”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세.”

석원이 무슨 말이냐는 듯 호룡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네를 격려하기 위해 북조선과 조총련의 고위 인사가 기다리고 있네. 그러니 그리로 가서 인사드리고 함께 식사하도록 하세나.”

이호룡의 뜻밖의 제안에 고무된 석원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다 탁자를 건드렸다. 탁자 위에 있던 컵이 쓰러지면서 물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흥분되어‥...”

“사람하고는, 그렇게 좋은가.”

“당연하지요.”

석원이 급히 호룡의 뒤를 따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이 다방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급 횟집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인도된 방에 들어서자 한눈에 보아도 중후한 맛이 풍기는 남자와 역시 귀티가 물씬 풍기는 여자가 나란히 앉아 들어서는 호룡 일행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드리게. 오면서 말했던 분들이시네.”

호룡의 제안에 석원이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우왕좌왕했다.

“이 사람이 너무나 과분하여 그런 모양입니다.”  

“너무 그럴 것 없네. 편히 자리하게나.”

남자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석원을 바라보았다. 석원이 조신하게 자리 잡자 호룡이 밖으로 나가려 고개 돌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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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