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 쪽박 찬 기업들 현주소

정부 믿다가 망하게 생겼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돌아왔다. 북한의 심상치 않던 움직임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남북 간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은 개성공단의 정상 운영이 언제쯤 이뤄질지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개성에 발이 묶인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다.

지난 10일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 조치를 결정했다. 사실상 이날부터 개성공단은 전면 폐쇄와 다름없는 상태에 돌입하게 된 셈이다.

우려가 현실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총 124곳.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개성공단에 생산과 직결된 인원만 체류할 수 있도록 추가 제한 조치를 시행해왔고 공장 가동률은 약 8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결정되자 최소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금액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1조원 규모의 피해액을 예상할 뿐 피해액 규모는 추후에 명확히 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올해 매출 예상액은 6000억원 수준이다. 출입 제한 조치가 시행된 한 달 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은 4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투자한 금액과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피해액은 한층 불어나게 된다. 일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폐쇄의 직격탄을 피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124개 입주기업 가운데 자회사·계열사 등을 형태로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장사는 좋은사람들, 신원, 인디에프, 로만손, 재영솔루텍, 한국단자공업, 자화전자, 쿠쿠전자, 태광산업 등 모두 9곳이다. 특히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높은 좋은사람들, 신원, 인디에프 등 섬유업종 입주기업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의류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코스닥상장사 좋은사람들은 개성공단 생산량이 전체 비중의 20~25%를 차지한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실적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좋은사람들은 북한에 의해 개성공단이 약 6개월간 중단된 2013년에도 영업이익이 77% 감소한 전례가 있다.

유가증권상장사 신원 역시 이번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원은 자회사 에스더블유성거나를 통해 신원에벤에셀개성을 100% 보유하고 있다. 신원 생산품목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10%로 추정되고 있다.

유가증권상장사 인디에프는 장마감 후 공시를 통해 “모회사 글로벌세아가 100% 투자한 인디에프 개성이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의류제품 생산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생산 중단 분야의 매출액은 428억42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2.8%에 해당한다.

태광산업, 로만손, 한국단자공업, 쿠쿠전자 등 나머지 상장사들은 개성공단 매출비중은 대부분 5~10%에 불과해 그나마 피해가 덜하다. 다만 공장 중단 장기화 등을 대비해야 하긴 마찬가지다. 가동 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수백억원대의 투자자산이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폐쇄 결정…피해액 최소 1조
입주기업이 봉? 성에 차지 않는 보상안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실적 감소는 업체별로 조금씩 편차가 있지만 주가 동반 급락세는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재영솔루텍은 전 거래일보다 무려 23.9% 내린 15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재영솔루텍의 자회사인 재영솔루텍개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이 약 60억원, 자산총액 123억원이다. 이 기간 다른 자회사 혜주솔루텍공업유한공사와 JYCO 모두 영업적자를 냈으나 유일하게 재영솔루텍개성만 9억3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좋은사람들(16.9%), 로만손(13.62%), 인디에프(18.44%), 신원(8.78%), 쿠쿠전자(5.90%) 등도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개성공단 관련주 전체 시총은 단 하루만에 2500억원이 증발했다.

과거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당시에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주저앉았다. 2013년 초 1500원에 거래됐던 신원은 북한 핵실험에 이어 개성공단 중단에 2013년 4월에는 1200원대로 내려갔다. 좋은사람들 역시 연초 1700원에서 4월 1500원대로 하락했고 연말에는 12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투자한 개인주주들의 손해도 불가피하다. 2014년 말 기준 개성공단 입주 상장사 전체 개인주주는 약 3만6000명에 이른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공단 폐쇄 조치가 입주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앞 다투어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피해보상 방안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통일부와 수출입은행·금융당국·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부처는 2013년에 이어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별대책반을 꾸리고 1대 소통창구를 마련했으며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이 입주기업의 피해를 얼마나 축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일단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의 대상이다. 경협보험은 개성공단 투자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보상해주는 제도다. 사업 중단 조치에 따라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보상받는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다만 사업이 1개월 이상 정지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에 손실금이 계속 누적되더라도 방도가 없다.

그나마 입주기업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정작 이들에게 납품하는 5000여곳의 협력업체들은 구제방안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당장 판로가 막히는 건 둘째고 공단이 언제쯤 재가동될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자 12만5000명이 순식간에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셈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통일부 모두 보험가입 기업이 아니거나 회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3년에도 같은 문제로 입주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 지급을 미뤄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협력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통일부가 추산한 2013년 개성공단 한국기업들의 가동중단 피해 신고액 중 원청업체 납품채무는 2427억원이다.

입주기업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란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2013년 북측의 일방적 폐쇄 통보로 촉발된 개성공단 중단 사태 당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천명했지만 2년만에 공염불이 됐다. 보는 시각에 따라 정부가 남북경협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향후 기업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명분을 없앤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안이다. 

실제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방침을 무리하고 성급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인상이 짙다. 기업들의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되풀이하고 있다.

막심한 손해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013년 공단 폐쇄 당시 정부가 밝힌 피해규모 1조566억원에는 영업 손실이나 영업권은 포함돼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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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