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악역 맡은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대대적 물갈이 안되면 피바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천 관리와 심사를 책임질 공직자후보추천 관리위원장으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 위원장은 대구 4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라고 불리는 친박계 의원 중 한 사람이다.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은 1945년 경상북도 경주군 감포읍에서 태어났다. 이 위원장은 전형적인 TK출신 앨리트 인사다.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2년 때
회계사 합격

서울대 2학년 때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했고, 1969년에는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재무부에서 부동산 투기 대책, 상속세법 개정, 보험회사 사고처리 등의 업무를 맡으며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 재무부 외환자금과장 등 요직을 섭렵하며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집권 당시 ‘출세가 빠르다’는 이유로 축출 대상으로 지목돼 해직됐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의 손윗동서인 김용환 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종필 쪽 사람’이라서 해직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보스턴대학교, 캔자스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어서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대우경제연구소에 몸담았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대우경제연구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2000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당 경제브레인을 맡아 달라”는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 위원장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 선거구에서 당선됐으며,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3선 의원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대한민국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새누리당 총선 공천 관리·심사 책임
“현역 반은 죽었다” 고강도 칼질 예고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구원투수로 나섰을 때 정책위의장에 지명돼 당의 간판 정책통이 됐다. 그해 8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독립 유공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좌파 항일운동 발굴 및 포상 추진’을 언급한 것에 대해 “(대통령) 탄핵사례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07년 다시 한 번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에 맞서는 정책을 총괄했다. 또 정부의 부채와 부동산 대책 등 공격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여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를 비교적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같은 해부터 2013년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5월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2개월 만인 7월15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데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원내대표직에 복귀해 이듬해 5월까지 1년여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했다.


‘경제통’인 이 위원장은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유승민 의원, 청와대 경제비서관 출신의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 경제 부문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
경제 가정교사

친박 진영의 경제통 중 서열을 정하자면 이 위원장이 맏형격인 셈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1기와 2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최 부총리보다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우선순위로 이름을 올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경제문제에 있어 소신 있는 발언으로 대통령, 당과 각을 세우기도 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사업’, ‘혁신도시’ 등에 대해 “재정사정이 나빠진 현 시점에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토목사업으로 하는 경기부양은 일시적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지방경제가 좋아진다고 선전하지만 이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는 모두 서울 업체여서 지방에서 돈 벌어 죄다 서울로 간다” 등의 논리로 정부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진보진영에서도 주목받았다.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있을 당시 ‘초이노믹스’에 대해 이 위원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며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했다. 이어 “막대한 빚을 내면서 정부와 가계, 기업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자산시장 활성화와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최 의원의 경제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에 대해 작심하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써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를 앞두고 4대부문 구조개혁에 대해 60매 분량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각 부문별 핵심과제가 누락돼 알맹이 없는 개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쓴소리 잘해
선거 불출마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이 위원장을 총선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위원장을 포함한 공천위 1차 인선 명단을 발표했다. 부위원장 겸 간사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맡는다.

비박계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친박계 박종회 제2사무부총장,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의원 등은 위원으로 참여한다. 현재까지 추천된 외부 공천위원으로 박수용 서강대 교수와 남유선 국민대 교수, 박상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김혜성 전 의원,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제라고 해서 국민들 뜻이 제대로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 당헌·당규에 규정된 단수추천, 우선추천 조항을 적극 활용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며 재량권을 최대한 발휘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아직 공관위 구성도 완료되지 않았는데 이 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해 갈등을 예고했다.

전형적인 TK 파워 엘리트
대구 4선…대표적 친박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과 달리 이 위원장이 ‘현역 물갈이’와 사실상의 전략 공천을 강조하며 맞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박인 김 대표를, 친박인 이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서며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공천 과정에 대해 “당 대표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당 대표와 상의하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은 취지는 좋은데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며 그런 여건이 안 돼 있으면 엉터리 선출이 일어난다“고 했다. 

경선에 앞서 현역 의원을 일정 비율 탈락시키는 컷오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이 위원장은 “20대 국회는 19대보다 훨씬 나아져야 하고, 자질이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결국 19대 국회에서 능력 부족이 확인된 사람은 걸러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악역 정도가 아니라 ‘반은 죽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위원장은 “훌륭한 분을 최대한 모셔 와서 우선 추천 지역, 비례대표 배정 등 방법을 동원해 안심시켜 드리겠다”고도 했다. 전략 공천이란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실상은 전략 공천이나 다름없다. 이 역시 “전략 공천은 없다”는 김 대표 원칙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부적격자 배제
당대표와 갈등

그러자 김 대표는 즉각 “일방적 개인 의사”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김 대표가 소집한 공천관리위원 면담에서 두 사람은 언쟁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총선 예비 후보자 워크숍에서도 “새누리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확립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천 룰은 누구도 손댈 수 없다”며 “공천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공표된 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이한구는?]
 
▲1945년 경북 경주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7회 ▲대우경제연구소 사장 ▲16·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18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 ▲한나라당 17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재정·복지 분야 발기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기사 속 기사> 야권 공천위원장은?

 
4·13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본격적인 공천 경쟁에 나섰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공천을 총괄할 수장을 확정했다.

더 민주는 홍창선(72) 전 카이스트 총장을 임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당은 전윤철(76) 전 감사원장을 윤리위원회 위원장 겸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에 선임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70대 원로 인사이며, ‘원칙’을 중시하는 성품으로 평가받는다. 전윤철 공심위원장은 ‘경제통’으로 손꼽히며,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과학기술 분야에 정통한 인사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임명 배경과 관련해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개혁적이며 올곧고 학계에서 두루 덕망을 쌓은 분이고, 17대 국회의원을 지내 정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에서 응용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에는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정활동 당시 과학기술분야에 주목했으며 “우리나라가 산업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한 오늘날은 ‘융합’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전윤철 국민의당 공관위원장은 행시 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두루 거치는 등 40년이 넘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경제부처에서 근무한 정통 경제관료다. 공직 생활 동안 성격이 곧고 매사에 원칙을 중시해 ‘전핏대’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은 국민의당 총선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원주의에 충실하고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인기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