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다단계 허벌라이프 가격의 비밀

6000원짜리 5만2000원에 '바가지 상술'

[일요시사 취재2팀] 임태균 기자 =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는 다단계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우는 말이 있다. “진짜 품질 좋은 물건을 직접 판매로 싸게 판다. 광고비와 중간단계의 유통마진을 줄인 만큼을 소비자에게 돌려 준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다단계 사업자들은 이러한 명분을 사실이라 믿고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이 취급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주변사람에게 권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허벌라이프 사업자에겐 말이다.

한국허벌라이프의 매출구조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원가는 터무니없이 낮은데 가격은 너무 높고, 품질도 사회통념상 좋은 물건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견 식음료 제조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를 맡고 있는 공인회계사 이모(48)씨의 지적은 명쾌하다. 원가가 낮은 제품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33만 소비자
알고 있을까?

“허벌라이프 제품 중 회원가가 5만2700원인 제품이 있다고 하면, 원가는 얼마일가요? 6300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잡비 같은 비용을 원가로 쳐줘도 판매가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법으로 정해진 다단계 사업자 수당 35%를 합하면 판매가의 50%에 도달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50%는 뭘까요?”

이씨는 “판매가의 나머지 대부분이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가는 돈”이라고 단언했다. 미국허벌라이프가 한국허벌라이프를 앞세워 한국 소비자를 ‘고객’이 아닌 ‘호갱’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허벌라이프 매출 총이익이 2400억원입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760억 수준이예요. 왜 그럴까요? 회사운영비에 속하는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에서 920억원 가량의 판매수수료가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라이센스 비용이라는 명목으로요. 정말 허벌난(?) 라이센스 비용 아닙니까? ‘허벌라이프’라는 이름 쓰는 명목으로 내는 돈치곤 말입니다.”


배당금 부분에 대한 지적은 충격적이다.

“그럼 매출액에서 라이센스 비용 빼고 남은 당기순이익을 봅시다. 760억이죠. 그런데 배당금으로 얼마 나가고 있나요? 770억원입니다. 이 배당금은 누가 가져간다? 한국허벌라이프 지분을 100% 출자한 미국 허벌라이프입니다. 결국 한국허벌라이프 사업자는 ‘봉’, ‘호갱’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소비자를 아주 우습게 취급하고 있는 거예요.”

허벌라이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상품가격의 구성을 분석해 보면.

제품 판매가격이 5만2700원일 경우. 다단계 사업자를 위한 후원수당은 33.7%로 1만7700원이다. 그리고 라이센스와 배당금 명목으로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가는 비용이 1만6800원. 부가세를 비롯해 한국허벌라이프의 인건비 등 기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제품원가 평균은 대략 6300원 정도다. 판매가의 15% 선이다.

이씨가 “6300원 짜리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다단계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 지적은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 한다”는 다단계 사업자의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본사 한국 소비자 ‘호갱’ 취급
원가 판매가의 15% 수준에 불과

그렇다면 다른 다단계 업체들도 마찬가지일까?


업계관계자 김모(42)씨는 “총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15% 정도라면 동종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체중조절용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업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허벌라이프의 원가비중은 식사대용식품이나 알로에겔을 생산하는 일반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물론이고 동종 다단계 업체와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허벌라이프 제품은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평균 원가가 이렇게 낮을지는 몰랐다. 조금 충격적이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서모(38)씨는 허벌라이프 제품과 여타 제품과의 가격비교를 권했다. 제주도에서 재배한 알로에를 250배 농축한 알로에겔이나 다이어트 쉐이크 등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대기업 제품은 물론이고 뉴질랜드의 대형 건강기능식품 기업의 제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다이어트 쉐이크’나 ‘알로에겔’을 쳐보세요. 허벌라이프의 1/3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제품들 원가가 오히려 허벌라이프 제품보다 높을 겁니다. 비슷한 원료 가지고 만든 건강식품인데 허벌라이프가 좀 심한 편이죠!”

업계의 관점은 “원가가 15% 미만의 제품은 제품의 질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선…
1/3 가격 판매

한편, 15% 가량의 제품원가 평균도 순수 원가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제조 공장 생산팀장으로 제직 중인 신모(42)씨는 “허벌라이프 제품이 미국으로부터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만큼 그 제품원가에는 허벌라이프 제조공장 마진도 붙어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허벌라이프가 제조과정에서 마진 붙이고, 한국으로 완제품을 보내면서 마진 붙이고, 또 거기에 다단계사업자의 후원수당이 붙고, 마지막으로 제품가의 50% 상당의 라이센스 비용과 한국허벌라이프의 마진이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허벌라이프와 같은 업체가 매우 낮은 원가로 물건을 들여와 지나치게 높은 판매가격으로 판매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단계 사업자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들었다. 원래 다단계 업계의 기본 논리가 자신이 써보고 좋아서 남에 추천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을 넓히는 것이 사업이 되는 것이지만 실제는 직접 사용해 봐도 효과는 알 수 없으나 조직을 잘 키워야 돈이 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자들이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것’ 보다 ‘비싸도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품원가와 판매가격 사이의 격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부가세 포함 총 매출액

매출 원가


매출액 대비 매출 원가

2013년도 기준

568,298,074

63,488,629

약 12%

2012년도 기준


527,484,776

79,244,697

약 14%

▲허벌라이프 총 매출액과 매출 원가 (단위: 천원)

“6300원 짜리 물건이 물 건너 왔다고 5만2700원이라면 너무 하지 않나요? 좋은 제품보다 돈이 목적인 조직이라 넘어가는 것이지 정상적인 시장 같으면 먹힐 리가 없습니다. 회원만 구입가능하다는 것이 맹점입니다. 아무리 제품을 좋아해도 해외직구로 구매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높여도 사업이 되는 겁니다.”

허벌라이프의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 역시 가격과 맥이 닿아있다. 취재 중 만난 업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허벌라이프가 NON-GMO 원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가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은 거의 GMO가 포함된 콩이다. 그래서 GMO가 없는 콩이 훨씬 비싸다. 생산단가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허벌라이프가 자체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생산단가가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15% 정도의 원가비율을 맞추려면 GMO 콩을 사용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다.”

뻥튀기 과장광고
책임은 판매원이

한 건강식품 컨설던트는 “허벌라이프의 제품이 정말 의학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 약으로 팔지 건강기능식품으로 팔겠습니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허벌라이프를 먹고 아토피나 병이 나았다는 사업자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결국, 허벌라이프 제품은 원가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가격은 지나치게 높으면서도 효과 역시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인 셈이다.

이런 사실을 한국 허벌라이프 사업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부 허벌라이프 사업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비타민이나 의약품의 제품원가도 몇 백원 수준이다. 허벌라이프의 제품원가가 낮은 것도 이와 같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허벌라이프 뉴트리션 클럽을 운영 중인 그는 “허벌라이프 역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십대 초반에 허벌라이프에 뛰어들어 최상위 직급인 밀리어네어 팀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한 사업자 강모(29)씨의 입장은 달랐다. “허벌라이프 제품이 여타 제품보다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과장광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올리거나, 아토피 등이 좋아진다고 하는 것 모두가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매출 대부분 미국으로 송금
이익 전부 배당금으로 지급

“당장 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강씨의 자백(?)이다. 그러면서 강씨는 한국 허벌라이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물론 한국 허벌라이프에서는 과장광고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몸으로 느낀 것을 소비자와 나누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사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작 사업자는 아무 것도 몸으로 느낀 것이 없는데 뭐라면서 영업을 하겠나? 그저 좋은 제품이라고 우길 수밖에.”

한국 허벌라이프가 다단계 사업자를 ‘독립회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회사와 사업자가 무관하다는 일종의 선긋기에 불과하다 게 몇 년간 공들인 조직을 정리한 그의 시각이다.

강씨는 “한국에서 다단계 판매 혹은 직접판매(Direct selling)가 부정적 인식이 강한 이유는 다단계 업체들 스스로의 탓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인식을 유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왔다는 것. 그리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다단계 업체들의 공통점은 원가가 낮은 제품을 비싸게 팔았다는 것과 효과나 효능을 부각시키는 과장광고를 일삼았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 허벌라이프의 제품원가 평균이 15% 수준인 것 역시 일반인들이 다단계 사업자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좋은 제품?”
“동의 못해!”

한편, 한국 허벌라이프의 답변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기자의 전화는 책임 있는 답변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국내 33만명 이상의 다단계 판매 사업자와 관계 맺고 있는 허벌라이프. 또 그들로 인해 꾸준히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는 무수한 제품들. 허벌라이프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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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