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후반기 3대 사정기관 액션플랜

만만한 게 대기업…또 잡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부패척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4년차 국정운영 방향으로 꺼내든 화두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곧바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척결 프로젝트’ 가동을 선언한 이후 범정부 차원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온갖 뒷말이 오간다.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이 일제히 재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부패행위 처단이다. 이상하리만치 비상한 움직임은 놀랍기까지 하다. 찍히면 어떤 처방이 내려질지 알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특수단 출범
1차 타깃은?

첫 테이프를 끊은 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출범시킨 검찰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 전담을 위해 지난달 27일 정식 출범한 특수단은 30여명 규모의 조직으로 신설됐다.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니 중수부’라는 호칭이 붙었다.

특수단은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수사를 이끌었던 김기동 단장을 필두로 1, 2팀장인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정희도 부부장검사에 평검사 6명 등 총 11명의 검사로 출발한다. 여기에 수사관과 실무관 20여명이 파견되는 등 일선 검찰청 특수부서 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외형을 갖췄다.

특수단은 이미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나랏돈이 투입된 민간사업에 대한 감사자료 등이 분석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첫 목표물이 어디일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부실 공기업’ 또는 ‘민영화된 공기업’이 특수단의 1차 레이더망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달리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각종 유착이나 비리 등 구습이 여전하다.
 

실제로 검찰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낙하산 관행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의 공기업 사장들 대부분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권에서 내려 보낸 공기업 사장들을 사정의 타깃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낙하산 사장들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한다.

명분상 ‘부패척결과 방만 경영’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낙하산 사장들이 레이더망을 빠져나가긴 그리 쉽지 않다. 이를 두고 공기업 사장들에게 ‘다른데 줄 댈 생각하지마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 삼위일체 ‘칼날’
‘부패척결’ 걸고 동시다발 재계 정조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역시 특별수사단의 과녁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들은 불법 비자금 조성을 통해 정·관계 로비로 생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과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수사가 이뤄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4월 총선 전에는 어떻게든 ‘과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특수단은 8개월이나 걸린 포스코 수사에서 보듯 수사가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대응이 강해진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부패척결이라는 기치를 내건 특수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정위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수장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만큼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31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그간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중에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근 CJ까지 포함해 5곳을 조사했는데 4곳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고 심사보고서는 1분기 중에 올라온다”며 “1분기 안에 상정해서 제재절차를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위반여부로 귀결된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제재를 원칙으로 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 위반
제재 움직임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총수의 경우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이 가능하고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었던 롯데그룹을 사실상 첫 번째 타깃으로 지명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등 현황’을 발표하고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사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위반 혐의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 미·허위 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 및 허위 공시 등이다.

일단 롯데 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는 국내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62.9%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롯데 해외계열사의 소유 구조가 추가돼 내부 지분율이 85.6%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롯데그룹이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오너) 관련자가 아니라 기타 주주로 신고했기 때문에 내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했다.

탈세혐의
최후통첩

공정위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이 대기업들의 몸사리기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지난해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중인 주식 140만주와 160만1000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10%에서 2%로, 정성이 고문의 지분은 40%에서 27.99%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30%보다 낮은 29.99%가 됐다.
 

검찰과 공정위도 모자라 국세청마저 거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국세청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한 기업자금 해외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 30명을 상대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전국 차원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술 더 떠 오는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한 마감을 앞두고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을 예고한 상황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외국인 기관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에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유형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탈루 유형을 보면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뒤 멋대로 쓴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중점 파악 대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사대상에 국내 30대 그룹 관계자들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국세청은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상시업무에 속하지만, 이번 발표는 일종의 자진신고 압박용 ‘최후통첩’의 성격이 강하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신고하지 않은 소득·재산이 있다면 올해 3월 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앞으로 소득이나 재산의 해외은닉과 같은 역외탈세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타깃 어디? 누구?
“찍히면 끝” 노심초사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인 세금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 관련법에 따라 형사 고발하고, 세무대리인 등이 역외탈세를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할 예정이다. 자진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받고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최대한 형사 관용조치를 받을 수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패척결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해 움직이자 재계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행여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릴 경우 장기수사, 압수수색 등 난처한 일에 엮이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일단 시기 자체가 대기업들의 편이 아니다.
 


지난달 5일 신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부패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이 부패척결을 언급한 것은 국정 전반에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김수남 검찰총장은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특별수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한 상태였다.

곧바로 검찰이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특수단이 발족됐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특히 금융과 관련된 수사가 집중될 것이며 역대 정권의 출처 불분명한 자금 등이 주된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왔다. 이 시점에서 과거 중수부처럼 대형게이트 수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사건을 맨 먼저 지목할 지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했다.

특수단 하나만으로도 불편할법 하건만 공정위, 국세청까지 거들고 나섰다는 사실은 촘촘한 수사망이 가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자면 최근 분위기에서 누구든 수사망에 이름을 올릴 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이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던 포스코의 경우 수사 성과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았지만 해당 기업은 수십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녹록지 않았던 대내외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지만 수사를 거치며 각종 악재를 해처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바짝 엎드려
눈치보기 급급

이런 상황에서 특수단을 위시한 범 정부 기관들의 무리한 조사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어떤 의심을 받지 않도록 감독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기업들이 의심을 거두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공정위·국세청이 어쩐 일인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사안을 두고 움직였다는 인상이 짙다”며 “겉으로만 요란한 거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엄청난 후폭풍이 불게 되면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