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후반기 3대 사정기관 액션플랜

만만한 게 대기업…또 잡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부패척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4년차 국정운영 방향으로 꺼내든 화두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곧바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척결 프로젝트’ 가동을 선언한 이후 범정부 차원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온갖 뒷말이 오간다.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이 일제히 재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부패행위 처단이다. 이상하리만치 비상한 움직임은 놀랍기까지 하다. 찍히면 어떤 처방이 내려질지 알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특수단 출범
1차 타깃은?

첫 테이프를 끊은 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출범시킨 검찰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 전담을 위해 지난달 27일 정식 출범한 특수단은 30여명 규모의 조직으로 신설됐다.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니 중수부’라는 호칭이 붙었다.

특수단은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수사를 이끌었던 김기동 단장을 필두로 1, 2팀장인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정희도 부부장검사에 평검사 6명 등 총 11명의 검사로 출발한다. 여기에 수사관과 실무관 20여명이 파견되는 등 일선 검찰청 특수부서 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외형을 갖췄다.

특수단은 이미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나랏돈이 투입된 민간사업에 대한 감사자료 등이 분석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첫 목표물이 어디일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부실 공기업’ 또는 ‘민영화된 공기업’이 특수단의 1차 레이더망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달리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각종 유착이나 비리 등 구습이 여전하다.
 

실제로 검찰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낙하산 관행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의 공기업 사장들 대부분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권에서 내려 보낸 공기업 사장들을 사정의 타깃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낙하산 사장들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한다.

명분상 ‘부패척결과 방만 경영’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낙하산 사장들이 레이더망을 빠져나가긴 그리 쉽지 않다. 이를 두고 공기업 사장들에게 ‘다른데 줄 댈 생각하지마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 삼위일체 ‘칼날’
‘부패척결’ 걸고 동시다발 재계 정조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역시 특별수사단의 과녁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들은 불법 비자금 조성을 통해 정·관계 로비로 생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과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수사가 이뤄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4월 총선 전에는 어떻게든 ‘과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특수단은 8개월이나 걸린 포스코 수사에서 보듯 수사가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대응이 강해진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부패척결이라는 기치를 내건 특수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정위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수장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만큼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31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그간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중에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근 CJ까지 포함해 5곳을 조사했는데 4곳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고 심사보고서는 1분기 중에 올라온다”며 “1분기 안에 상정해서 제재절차를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위반여부로 귀결된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제재를 원칙으로 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 위반
제재 움직임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총수의 경우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이 가능하고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었던 롯데그룹을 사실상 첫 번째 타깃으로 지명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등 현황’을 발표하고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사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위반 혐의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 미·허위 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 및 허위 공시 등이다.

일단 롯데 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는 국내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62.9%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롯데 해외계열사의 소유 구조가 추가돼 내부 지분율이 85.6%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롯데그룹이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오너) 관련자가 아니라 기타 주주로 신고했기 때문에 내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했다.

탈세혐의
최후통첩

공정위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이 대기업들의 몸사리기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지난해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중인 주식 140만주와 160만1000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10%에서 2%로, 정성이 고문의 지분은 40%에서 27.99%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30%보다 낮은 29.99%가 됐다.
 

검찰과 공정위도 모자라 국세청마저 거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국세청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한 기업자금 해외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 30명을 상대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전국 차원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술 더 떠 오는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한 마감을 앞두고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을 예고한 상황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외국인 기관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에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유형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탈루 유형을 보면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뒤 멋대로 쓴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중점 파악 대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사대상에 국내 30대 그룹 관계자들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국세청은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상시업무에 속하지만, 이번 발표는 일종의 자진신고 압박용 ‘최후통첩’의 성격이 강하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신고하지 않은 소득·재산이 있다면 올해 3월 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앞으로 소득이나 재산의 해외은닉과 같은 역외탈세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타깃 어디? 누구?
“찍히면 끝” 노심초사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인 세금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 관련법에 따라 형사 고발하고, 세무대리인 등이 역외탈세를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할 예정이다. 자진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받고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최대한 형사 관용조치를 받을 수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패척결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해 움직이자 재계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행여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릴 경우 장기수사, 압수수색 등 난처한 일에 엮이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일단 시기 자체가 대기업들의 편이 아니다.
 


지난달 5일 신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부패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이 부패척결을 언급한 것은 국정 전반에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김수남 검찰총장은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특별수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한 상태였다.

곧바로 검찰이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특수단이 발족됐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특히 금융과 관련된 수사가 집중될 것이며 역대 정권의 출처 불분명한 자금 등이 주된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왔다. 이 시점에서 과거 중수부처럼 대형게이트 수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사건을 맨 먼저 지목할 지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했다.

특수단 하나만으로도 불편할법 하건만 공정위, 국세청까지 거들고 나섰다는 사실은 촘촘한 수사망이 가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자면 최근 분위기에서 누구든 수사망에 이름을 올릴 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이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던 포스코의 경우 수사 성과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았지만 해당 기업은 수십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녹록지 않았던 대내외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지만 수사를 거치며 각종 악재를 해처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바짝 엎드려
눈치보기 급급

이런 상황에서 특수단을 위시한 범 정부 기관들의 무리한 조사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어떤 의심을 받지 않도록 감독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기업들이 의심을 거두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공정위·국세청이 어쩐 일인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사안을 두고 움직였다는 인상이 짙다”며 “겉으로만 요란한 거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엄청난 후폭풍이 불게 되면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