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후반기 3대 사정기관 액션플랜

만만한 게 대기업…또 잡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부패척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4년차 국정운영 방향으로 꺼내든 화두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곧바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척결 프로젝트’ 가동을 선언한 이후 범정부 차원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온갖 뒷말이 오간다.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이 일제히 재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부패행위 처단이다. 이상하리만치 비상한 움직임은 놀랍기까지 하다. 찍히면 어떤 처방이 내려질지 알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특수단 출범
1차 타깃은?

첫 테이프를 끊은 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출범시킨 검찰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 전담을 위해 지난달 27일 정식 출범한 특수단은 30여명 규모의 조직으로 신설됐다.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니 중수부’라는 호칭이 붙었다.

특수단은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수사를 이끌었던 김기동 단장을 필두로 1, 2팀장인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정희도 부부장검사에 평검사 6명 등 총 11명의 검사로 출발한다. 여기에 수사관과 실무관 20여명이 파견되는 등 일선 검찰청 특수부서 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외형을 갖췄다.

특수단은 이미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나랏돈이 투입된 민간사업에 대한 감사자료 등이 분석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첫 목표물이 어디일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부실 공기업’ 또는 ‘민영화된 공기업’이 특수단의 1차 레이더망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달리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각종 유착이나 비리 등 구습이 여전하다.
 

실제로 검찰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낙하산 관행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의 공기업 사장들 대부분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권에서 내려 보낸 공기업 사장들을 사정의 타깃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낙하산 사장들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한다.

명분상 ‘부패척결과 방만 경영’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낙하산 사장들이 레이더망을 빠져나가긴 그리 쉽지 않다. 이를 두고 공기업 사장들에게 ‘다른데 줄 댈 생각하지마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 삼위일체 ‘칼날’
‘부패척결’ 걸고 동시다발 재계 정조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역시 특별수사단의 과녁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들은 불법 비자금 조성을 통해 정·관계 로비로 생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과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수사가 이뤄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4월 총선 전에는 어떻게든 ‘과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특수단은 8개월이나 걸린 포스코 수사에서 보듯 수사가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대응이 강해진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부패척결이라는 기치를 내건 특수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정위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수장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만큼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31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그간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중에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근 CJ까지 포함해 5곳을 조사했는데 4곳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고 심사보고서는 1분기 중에 올라온다”며 “1분기 안에 상정해서 제재절차를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연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위반여부로 귀결된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제재를 원칙으로 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 위반
제재 움직임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총수의 경우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이 가능하고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었던 롯데그룹을 사실상 첫 번째 타깃으로 지명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등 현황’을 발표하고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사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위반 혐의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 미·허위 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 및 허위 공시 등이다.

일단 롯데 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는 국내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62.9%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롯데 해외계열사의 소유 구조가 추가돼 내부 지분율이 85.6%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롯데그룹이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오너) 관련자가 아니라 기타 주주로 신고했기 때문에 내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했다.

탈세혐의
최후통첩

공정위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이 대기업들의 몸사리기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지난해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중인 주식 140만주와 160만1000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10%에서 2%로, 정성이 고문의 지분은 40%에서 27.99%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30%보다 낮은 29.99%가 됐다.
 

검찰과 공정위도 모자라 국세청마저 거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국세청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한 기업자금 해외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 30명을 상대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전국 차원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술 더 떠 오는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한 마감을 앞두고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을 예고한 상황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외국인 기관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에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유형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탈루 유형을 보면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뒤 멋대로 쓴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중점 파악 대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사대상에 국내 30대 그룹 관계자들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국세청은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상시업무에 속하지만, 이번 발표는 일종의 자진신고 압박용 ‘최후통첩’의 성격이 강하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신고하지 않은 소득·재산이 있다면 올해 3월 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앞으로 소득이나 재산의 해외은닉과 같은 역외탈세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타깃 어디? 누구?
“찍히면 끝” 노심초사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인 세금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 관련법에 따라 형사 고발하고, 세무대리인 등이 역외탈세를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할 예정이다. 자진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받고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최대한 형사 관용조치를 받을 수 있다.

검찰·공정위·국세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패척결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해 움직이자 재계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행여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릴 경우 장기수사, 압수수색 등 난처한 일에 엮이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일단 시기 자체가 대기업들의 편이 아니다.
 


지난달 5일 신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부패척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이 부패척결을 언급한 것은 국정 전반에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김수남 검찰총장은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특별수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한 상태였다.

곧바로 검찰이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특수단이 발족됐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특히 금융과 관련된 수사가 집중될 것이며 역대 정권의 출처 불분명한 자금 등이 주된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왔다. 이 시점에서 과거 중수부처럼 대형게이트 수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사건을 맨 먼저 지목할 지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했다.

특수단 하나만으로도 불편할법 하건만 공정위, 국세청까지 거들고 나섰다는 사실은 촘촘한 수사망이 가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자면 최근 분위기에서 누구든 수사망에 이름을 올릴 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이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던 포스코의 경우 수사 성과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았지만 해당 기업은 수십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녹록지 않았던 대내외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지만 수사를 거치며 각종 악재를 해처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바짝 엎드려
눈치보기 급급

이런 상황에서 특수단을 위시한 범 정부 기관들의 무리한 조사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어떤 의심을 받지 않도록 감독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기업들이 의심을 거두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공정위·국세청이 어쩐 일인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사안을 두고 움직였다는 인상이 짙다”며 “겉으로만 요란한 거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엄청난 후폭풍이 불게 되면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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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