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연극 <프루프> 제작발표회

“같은 캐릭터지만 콘셉트가 달라요”


같은 배역으로 만났지만 너무 다른 매력의 두 배우 강혜정, 이윤지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강혜정과 이윤지는 지난 9월14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에서 열린 연극 <프루프> 제작발표회에서 첫 연극 도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천재성과 광기 사이에 고뇌하는 캐서린 역에 더블캐스팅 된 두 배우는 스타일에서부터 말투 하나 하나에도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같은 역할이라는 것이 의문이 들 정도였다.

먼저 출산 후 5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강혜정은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와는 달리 카리스마 있고 강하지만 내면 깊숙이 성숙된 모습으로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스타일도 짧고 단정한 머리에 블랙 계통의 털털하고 보이시한 스타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강혜정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며 “작품이 인간의 내면에 하나씩 있을법한 고뇌들을 건드리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또 연극의 어려운 점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노출되는 것이다”고 답한 그녀는 “영화는 편집해주는 사람도 있고 부분 부분 정리가 되는데 연극은 2시간 내내 스스로를 혼자 편집하고 앵글을 만들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혜정은 “오랜만에 연기를 해 기쁘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며 “연기자에게 이런 느낌은 정말 중요한 작업인 것 같다. 출산 후 몸도 회복돼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혜정·이윤지 같은 역할 대조적인 느낌
‘무대가 좋다’ 세 번째 작품…2개월 공연


반면 이윤지는 와인빛이 도는 세련된 스타일에 스커트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작은 얼굴을 부각시키는 짧은 헤어로 멋스럽게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또 이윤지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지만 꼼꼼하고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이윤지는 “‘짐승 같다’는 표현이 너무 좋다. 이는 어쩌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마지막 부분일지 모른다”며 “평상시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 외면하고 덮으려 했던 모습이 이번 역할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날 수 있었다. 이런 계기로 본능이란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하고 현실에서 본능적이지 못했던 이윤지가 본능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윤지는 강혜정과의 더블 캐스팅에 대해 “혜정 언니랑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콘셉트가 너무 다르다”며 “혜정 언니는 강한 에너지가 있는 반면 나는 예민한 것 같다”고 구분했다.

이윤지는 이어 “이 작품을 해야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래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프루프>는 200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그해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 8개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추상미가 캐서린을 맡아 처음 공연됐다. 2008년 공연에서는 김지호가 캐서린을 연기했다.

<프루프>는 <풀 포 러브>와 <클로져>에 이은 ‘무대가 좋다’의 세 번째 작품이다. 탤런트 겸 연극배우 정원중이 주인공 로버트를 연기한다. 연극배우 김태인, 하다솜, 김동현 등이 출연한다. 10월12일부터 12월12일까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nu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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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