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8) 목숨 건 계획

남조선 밀입국 작전…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오라버니가 속이 타는 모양이에요.”

“일본 언론과 좌익도 그렇지만 특히 조총련 사람들이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잖은가? 아직도 그놈의 공갈 협박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야.”

“그 정도에요.”

동일이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그 중에 문석원이라는 사람은 없어요?”

“문석원이라, 들어본 적 없는데. 왜?”

“그러면 난조 샤쿠겐은?”

순간 동일의 눈이 반짝였다.

“영자가 그 놈을 안단 말이야!”


“그 애가 문석원이에요.”

동일이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술잔을 비워냈다. 물론 유창열 영사를 통해 그의 신원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그 사람도 재일 한국인이란 말이지.”

동일의 표정이 호기심으로 들어차자 마치 그를 즐기기라도 하듯 영자가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애라니?”

“나이가 20대 초반이니 애지요.”

동일이 기가 찬 모양으로 연신 혀를 찼다. 이어 병을 들어 영자의 잔 그리고 자신의 잔을 채웠다.

“그런데 오라버니!”

영자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었다. 동일이 그 의미를 새기는 듯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팔을 뻗어 영자의 상반신을 끌어당겼다.

“그게 아니고요.”

“그러면.”

“그 문석원이란 애 말이에요. 그 애가 윤대중이란 사람에게 완전히 빠진 모양이에요.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기 위해 남조선으로 건너가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돌아다닌다 하더라고요.”

공갈협박 전화에 업무마비
불안한 미래, 싹트는 사랑

“뭐라!”

말이 말 같지 않은지 혹은 이외의 말이어서 그런지 동일이 영자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정말이에요. 조총련 핵심 인물에게 들은 내용이에요.”

“핵심이고 뭐고 말이 말 같아야지. 제 놈이 무슨 수로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말인가. 밀항해서라면 몰라도.”


“오라버니가 생각해도 가당치 않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동일이 애써 정색하고는 잔을 비우고 영자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뭔가 새로운 기운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치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신혼여행

“석원 군, 기미코는?”

“일 끝나는 대로 오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기미코와 함께 오라 하였는지요?”

저녁 무렵 오사카 시내 한 다방에서 호룡과 문석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 보다도, 두 사람 사이는 요즈음 어떠한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비록 기미코가 지금은 지 남편과 결혼하여 살고 있지만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제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겠군.”

“무슨 말씀이신지요?”

“자네가 남조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면 남조선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야 그렇지요.”

“물론 밀항의 방식을 취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힘들지. 북조선 공비들의 침입에 대비해서 남조선에서 워낙 해안경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봐야지.”

“그러면 갈 수 없는 건가요?”

석원의 목소리 마냥 표정도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래서 기미코와 자네의 관계를 물어본 것이라네.”


“그게 무슨 관련 있다고‥‥‥.”

“자네가 기미코의 남편이 되는 거야. 즉 고타로 명의로 여권을 만들자 이 말이지.”

“네?”

석원이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주위를 살피고 찻잔을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사실은 기미코가 몰라야 하네.”

“기미코 몰래 어떻게 고타로 명의의 여권을 만든다는 말입니까?”

“이런 답답한 사람하고는.”

호룡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여권은 당연히 알게 만들어야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서는 안 된다 이 말이네.”

석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데. 자네와 기미코 잠시 해외여행 다녀오라고.”

역시 이해되지 않는지 석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해 안 가는가?”


“도저히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가 남조선으로 가자면 반드시 여권과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여권이야 문제없지만 비자 받기는 힘들 거 아닌가. 남조선 영사관에서 발부하니 말이야.”

“그야 그렇지요.”

“그러니 그를 미리 준비해놓자는 이야기야. 고타로 명의의 여권을 만들어 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후일 자네가 남조선에 입국할 때 다시 그 여권으로 비자를 받자 이 말이야. 그래야 기미코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닌가.”

석원이 그 말의 의미를 새기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디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룡이 상의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건넸다. 석원이 받아 내용물을 꺼내자 비행기 티켓 두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홍콩행 왕복 비행기 티켓이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석원의 손에 들려있는 티켓을 빼앗다시피 가져가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기미코가 오면 정식으로 주도록 하겠네.”

“부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잠시 그 의미를 살피던 석원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고맙기는‥‥‥.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지금 자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빤히 알고 있는데.”

“어차피 목숨 걸고 하는 일입니다.”

석원의 말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이보게 석원 군.”

“네, 부장님.”

“죽음이란 있을 수 없네. 내가 자네를 죽게 나둘 것 같은가?”

“어차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면 사형당하지 않겠습니까?”

“절대 일이 그리 흘러가지는 않을 거네. 우리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세.”

“두 가지요?”

“첫째, 자네가 성공할 경우야. 그러면 자네는 일약 우리 민족의 영웅이 될 거고 또한 영웅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네.”

석원이 영웅을 되뇌며 어깨를 들썩였다.

“두 번째, 자네가 실패할 경우야. 그래서 일본 사람인 고타로 명의로 여권을 만들라는 이야기인데, 설령 자네가 실패하더라도 국제법에 따라 자네는 일본으로 돌아와 재판받게 될 것이고. 그런 경우라면 쉽사리 구해낼 수 있네. 그러니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네.”

“죽고 살고에는 관계없습니다. 오로지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주력하여 반드시 일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석원이 힘주어 말하는 중에 기미코가 다가왔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교환하고 호룡의 제안으로 곧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기미코 양, 술 한 잔 해도 되겠지.”

“그렇지 않아도 저도 은근히 마시고 싶었는걸요.”

기미코가 석원 옆에 자리 잡으며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어쩐 일로 부장님이 저희 둘에게 저녁을 사주시는지 궁금하네요.”

호룡이 미소로 답하고 음식과 함께 술을 주문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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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