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8) 목숨 건 계획

남조선 밀입국 작전…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오라버니가 속이 타는 모양이에요.”

“일본 언론과 좌익도 그렇지만 특히 조총련 사람들이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잖은가? 아직도 그놈의 공갈 협박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야.”

“그 정도에요.”

동일이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그 중에 문석원이라는 사람은 없어요?”

“문석원이라, 들어본 적 없는데. 왜?”

“그러면 난조 샤쿠겐은?”

순간 동일의 눈이 반짝였다.

“영자가 그 놈을 안단 말이야!”


“그 애가 문석원이에요.”

동일이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술잔을 비워냈다. 물론 유창열 영사를 통해 그의 신원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그 사람도 재일 한국인이란 말이지.”

동일의 표정이 호기심으로 들어차자 마치 그를 즐기기라도 하듯 영자가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애라니?”

“나이가 20대 초반이니 애지요.”

동일이 기가 찬 모양으로 연신 혀를 찼다. 이어 병을 들어 영자의 잔 그리고 자신의 잔을 채웠다.

“그런데 오라버니!”

영자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었다. 동일이 그 의미를 새기는 듯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팔을 뻗어 영자의 상반신을 끌어당겼다.

“그게 아니고요.”

“그러면.”

“그 문석원이란 애 말이에요. 그 애가 윤대중이란 사람에게 완전히 빠진 모양이에요.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기 위해 남조선으로 건너가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돌아다닌다 하더라고요.”

공갈협박 전화에 업무마비
불안한 미래, 싹트는 사랑

“뭐라!”

말이 말 같지 않은지 혹은 이외의 말이어서 그런지 동일이 영자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정말이에요. 조총련 핵심 인물에게 들은 내용이에요.”

“핵심이고 뭐고 말이 말 같아야지. 제 놈이 무슨 수로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말인가. 밀항해서라면 몰라도.”


“오라버니가 생각해도 가당치 않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동일이 애써 정색하고는 잔을 비우고 영자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뭔가 새로운 기운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치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신혼여행

“석원 군, 기미코는?”

“일 끝나는 대로 오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기미코와 함께 오라 하였는지요?”

저녁 무렵 오사카 시내 한 다방에서 호룡과 문석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 보다도, 두 사람 사이는 요즈음 어떠한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비록 기미코가 지금은 지 남편과 결혼하여 살고 있지만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제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겠군.”

“무슨 말씀이신지요?”

“자네가 남조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면 남조선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야 그렇지요.”

“물론 밀항의 방식을 취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힘들지. 북조선 공비들의 침입에 대비해서 남조선에서 워낙 해안경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봐야지.”

“그러면 갈 수 없는 건가요?”

석원의 목소리 마냥 표정도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래서 기미코와 자네의 관계를 물어본 것이라네.”


“그게 무슨 관련 있다고‥‥‥.”

“자네가 기미코의 남편이 되는 거야. 즉 고타로 명의로 여권을 만들자 이 말이지.”

“네?”

석원이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주위를 살피고 찻잔을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사실은 기미코가 몰라야 하네.”

“기미코 몰래 어떻게 고타로 명의의 여권을 만든다는 말입니까?”

“이런 답답한 사람하고는.”

호룡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여권은 당연히 알게 만들어야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서는 안 된다 이 말이네.”

석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데. 자네와 기미코 잠시 해외여행 다녀오라고.”

역시 이해되지 않는지 석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해 안 가는가?”


“도저히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가 남조선으로 가자면 반드시 여권과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여권이야 문제없지만 비자 받기는 힘들 거 아닌가. 남조선 영사관에서 발부하니 말이야.”

“그야 그렇지요.”

“그러니 그를 미리 준비해놓자는 이야기야. 고타로 명의의 여권을 만들어 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후일 자네가 남조선에 입국할 때 다시 그 여권으로 비자를 받자 이 말이야. 그래야 기미코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닌가.”

석원이 그 말의 의미를 새기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디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룡이 상의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건넸다. 석원이 받아 내용물을 꺼내자 비행기 티켓 두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홍콩행 왕복 비행기 티켓이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석원의 손에 들려있는 티켓을 빼앗다시피 가져가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기미코가 오면 정식으로 주도록 하겠네.”

“부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잠시 그 의미를 살피던 석원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고맙기는‥‥‥.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지금 자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빤히 알고 있는데.”

“어차피 목숨 걸고 하는 일입니다.”

석원의 말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이보게 석원 군.”

“네, 부장님.”

“죽음이란 있을 수 없네. 내가 자네를 죽게 나둘 것 같은가?”

“어차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면 사형당하지 않겠습니까?”

“절대 일이 그리 흘러가지는 않을 거네. 우리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세.”

“두 가지요?”

“첫째, 자네가 성공할 경우야. 그러면 자네는 일약 우리 민족의 영웅이 될 거고 또한 영웅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네.”

석원이 영웅을 되뇌며 어깨를 들썩였다.

“두 번째, 자네가 실패할 경우야. 그래서 일본 사람인 고타로 명의로 여권을 만들라는 이야기인데, 설령 자네가 실패하더라도 국제법에 따라 자네는 일본으로 돌아와 재판받게 될 것이고. 그런 경우라면 쉽사리 구해낼 수 있네. 그러니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네.”

“죽고 살고에는 관계없습니다. 오로지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주력하여 반드시 일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석원이 힘주어 말하는 중에 기미코가 다가왔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교환하고 호룡의 제안으로 곧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기미코 양, 술 한 잔 해도 되겠지.”

“그렇지 않아도 저도 은근히 마시고 싶었는걸요.”

기미코가 석원 옆에 자리 잡으며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어쩐 일로 부장님이 저희 둘에게 저녁을 사주시는지 궁금하네요.”

호룡이 미소로 답하고 음식과 함께 술을 주문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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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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