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7) 미궁의 탈출구 찾기

대통령 암살작전 모의…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김 사장!”

이호룡이 오사카 시내 한 식당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그곳 주인인 김영자를 은근한 투로 불렀다.

“갑자기 살갑게 왜 그러세요.”

김영자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호룡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김 사장은 고향이 어디요?”


“당연히 이곳 오사카지요. 물론 부모님은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나고 자라셨지만.”

“내 고향은 어디인지 아시오?”

“일전에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평안도 중강진이라고.”

“아니 틀렸어. 내 고향도 바로 이곳, 오사카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룡이 잔을 비워냈다. 김영자가 호룡의 눈치를 살피며 술병을 들었다.

“한 잔 따라 드릴까요?”

“그러면 좋지요.”


안주도 먹지 않은 호룡이 선뜻 잔을 들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도 과음하였습니까?”

김영자가 흡사 콧소리를 내듯 잔을 채우자 호룡의 게슴츠레한 눈길이 술잔으로 향했다.

“혹시 문석원이란 아이 기억합니까?”

“일전에 함께 왔었던 그 청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요.”

“이 친구가 일을 벌이려는 모양입니다.”

“무슨 일을?”

“남조선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네요.”

“네!”

김영자가 얼떨결에 소리를 높이고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려는 의도인데. 처음에는 그저 객기려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 친구가 극구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겁니다.”

잠시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던 김영자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 스스로 잔을 채웠다.

“그 사람 정신나간 거 아닌가요. 그때 보았을 때도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더라고. 그래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면 무슨 일을 하였답니까?”


“좌익 운동 그리고 과격단체들 주변에 기웃거리고는 했죠.”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답니까?”

“그 친구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요. 그러니까 막무가내로 내게 도와달라는 겁니다.”

“어떻게?”

“그야 물론 남조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그저 여권 만들고 비자 받아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게 곤란하니 내게 부탁하는 거 아닙니까?”

김영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호룡을 빤히 주시했다.

“여권은 만들 수 있지만 비자 받기 힘들어 그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윤대중 씨 사건 터지고 나서 그 친구가 오사카 영사관을 상대로 수차례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까지 했었는데 어느 누가 비자를 내주겠습니까.”

“그런 일까지 있었나요.”

김영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를 바라보던 호룡 역시 단번에 잔을 비워냈다.

“안주 좀 드세요.”

호룡이 안주도 먹지 않고 다시 스스로 빈 잔을 채우자 김영자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위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는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구려. 그래서 이렇게 혼자 술 마시는 거 아니겠소.”

“김 사장이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었는가.”

한 순간의 객기로? 진짜 시도할까
“유일한 해결방법” 성공 가능성은?

밤이 늦은 시간 오사카 영사관에 근무하는 정동일이 김영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동일을 확인한 김영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가게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룸으로 안내했다.

“무슨 일이야?”

“오라버니 보고 싶어 그랬지.”

김영자가 정동일 곁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런 그녀를 동일이 팔로 가볍게 어깨를 휘감으면서 볼에 입술을 댔다 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겠어요.”

“음, 식사는 되었고.”

정동일이 말하다 말고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김영자의 가슴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왜요, 젖 먹고 싶어요?”

“일단 가볍게 한 잔하고 젖을 먹든 영자를 통째로 먹든 하자고.”

정동일이 시선을 돌려 김영자의 하반신을 바라보자 김영자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가 슬그머니 동일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히 가져와.”

말을 하며 밖으로 나서는 김영자의 뒤를 바라보았다. 일찌감치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가게를 꾸려가며 30대 후반에 이른 김영자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워 가끔 들르고는 했고 급기야 어느 한날 저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미색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오밀조밀하여 안기는 맛이 색달라 이후 서울에 있는 집이 생각날 때면 들러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또한 그녀의 정보망이 이외로 넓었다.

특히 조총련 쪽 사정은 그녀를 통해 전해 듣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현지 애인으로 또 정보원으로 살갑게 지내던 터였다. 잠시 서울에 두고 온 가족을 회상하는 중에 김영자가 동일의 말대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들어왔다.

“사람 팔자 참으로 희한하네.”

“느닷없이 무슨 팔자 이야기에요?”

“영자 같으면 남편에게 무지하게 사랑받고 살 터인데.”

동일이 말을 흐리자 상차리기를 마친 영자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면 오라버니가 거두어 주면 되잖아요.”

“차라리 그럴까.”

말을 마침과 동시에 동일 곁에 바짝 붙어 앉은 영자가 술병을 들었다. 동일 역시 잔을 듦과 동시 몸을 앞으로 숙여 영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가 떼었다.

“오라버니는 내가 그리도 좋아요.”

“글쎄, 그걸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자네만 만나면 아늑해지고 또 고향 생각이 나고 그러네.”

“그래요, 그거 참.”

“왜?”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해서요.”

“혹시.”

이번에는 정동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왜요, 그 사람하고도 몸 섞을까 봐요?”

“아, 그게 아니라‥‥‥. 당신도 한잔 하겠어?”

순간 동일이 얼버무렸다. 영자가 슬그머니 미소를 보이며 잔을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야?”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 그랬다니까.”

“본 지 얼마 되었다고.”

“그동안 윤대중 사건인가 뭔가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잖아요.”

그 소리에 동일이 절로 흠칫했다. 혹여 김영자가 자신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지레짐작에 따른 결과였다.

“왜 그렇게 놀래요?”

“놀래는 게 아니라 하도 시달려서 그 이야기만 나오면 경끼 일으킨다니까. 그러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반응이 흘러나오지.”

동일이 가슴을 쓸어내기라도 하듯 잔을 비워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외형상으로는 해결되었지만 내면으로 살피면 아직은.”

말하다 말고 동일이 자신의 잔을 직접 채웠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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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