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면내시경 괴담

항문 보는 척···옆으로 손가락 '쑤욱'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강남의 대형 의료재단에서 수면내시경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항간에 ‘여성의 경우 수면내시경을 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가 죄의식 없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의사가 수면 대장내시경 중 상습적으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H의료재단의 간호사들이 2013년 10월7일 진정 신청한 문건인 ‘근로자 고충처리 현황’에는 이 재단의 강남 H의료재단 내시경센터장으로 근무했던 양모씨의 적나라한 성추행 행위가 묘사돼 있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내시경 센터장
적나라한 성추행

문건에 따르면 여성의 주요부위를 만지거나, 여성의 주요부위를 보면서 예쁘다고 묘사하고, 주요부위에 손을 넣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만여건의 대장내시경을 시행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때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들어가서 확인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제출한 진정서는 신빙성이 굉장히 높다.

문건에는 피해자들의 직업 및 나이까지도 적혀있어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희 변호사는 한 언론을 통해 “5년여간 총 5만여명 가까운 고객을 검사했기 때문에 이중에는 여성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본인이 이 시기에 여기서 검진을 받았는지, 그 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성변호사회에 의뢰를 하면 추가적으로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이 작성한 문건에는 ‘고객님 잘 주무시는데 불구하고 수면유도제를 더 주입하자 함… 항문 진찰하는 척 하시더니 XX 안으로 손가락을 삽입하여…’라고 적혀있다. 의사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양씨는 간호사들에게 이 부분이 이쁘다는 등 부위를 직접 확인토록 해 간호사들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시경 전문의인 양씨가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만 고집했다는 내용은 그의 행동이 의도적 이었음을 뒷받침한다.

이밖에 타 문건에는 건강검진 고객을 상대로 양씨가 성추행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간호사 앞에서 비만 환자를 비하하고 중요부위에 대한 노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일종의 그것도 농담인데, 항문이 예쁜 경우도 있잖아요”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의료재단 간호사들 진정 문건 공개
환자 추행 의사 추악한 민낯 드러내

간호사들은 문서뿐만 아니라 구두로도 센터장의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해당 의료재단이 이 같은 행태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H의료재단 부회장은 “이렇게 왔던 게(문건) 사실이었고, 저희가 진짜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더 사실 조사를 해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부회장은 재단의 이사장에게도 해당 사안이 보고됐지만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검진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반복적인 성추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대안이 없으니, 성수기 때는 하루에 150∼200명씩 검진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수익을 위해 고의 은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부분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양씨는 “그런 이야기는 있었다”며 “없던 얘기는 아니고, 퇴직금도 못 받았다”며 자신의 추행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사건이 드러나 본인의 신변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손가락이 미끄러진다든지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며 “진료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고…”라고 변명했다.

서울청 성폭력수사대는 “기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고 혐의가 인정됐다”며 “내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업 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H의료재단 강남센터 내시경 센터장이었던 양씨를 강제추행과 모욕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 변호사는 “양씨가 수검자인 여성들이 수면 상태에서 저항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항문을 진찰하는 척하며 추행했다”며 “신체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반복했고 옆에 있던 간호사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진찰하다가
 XX 안으로…

여성변호사회는 H의료재단이 2013년부터 범죄사실을 알고도 해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재단 이사장과 함께 임원을 부작위에 의한 방조와 모욕, 성추행, 간호사에 대한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죄명으로 고발했다.

또 의료재단 측에서 진정서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증거인멸 부분까지 고발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은희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단순히 양씨를 고용한 의료재단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의사에 대해 1년 정도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 밖에 없어 이사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해 법적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의사에 대한 가벼운 제재는 성범죄를 일으킨 의사가 병원을 옮겨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법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범죄사실이 입증되고, 해당자가 의사협회 회원이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체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사태를 심각하게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성문 변호사는 “내시경을 하러 가는데 일일이 보호자를 대동해서 가기는 힘들다”며 환자를 믿게 해주려면 징계와 처벌이 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해고 후 전남의 병원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내시경 업무를 계속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처벌 덕분에 양씨는 이직한 병원에서도 버젓이 성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전남에 양씨가 재직한 병원 직원들은 “조금 가슴이 크거나 하면 정밀하게 본다고 젤을 또 바르기도 했다”며 “그래서 막 이렇게 손으로 하시는데…”라며 울먹였다.

의료계는 양씨가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들을 이용해 성추행을 벌인 행각을 묵인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양씨는 현재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전남의 병원에서 사직했다. 수면내시경을 매개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6월에 경남 통영에서 수면내시경 마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원장은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피해자의 수면내시경 검사를 끝낸 뒤 간호사들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며 밖으로 내보내고 피해자의 팔에 전신마취제를 놓고 성폭행했다. 또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환자 3명을 비슷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간호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A원장이 식사를 거른 채 혼자 장시간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 중 한 명이 “검진 후 하체가 이상하다”며 상담하자 간호사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증거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후 A원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위험한 마취제를 사용해 성폭행한 것은 의료인으로서 근본이 안 됐다”며 “검찰 구형 그대로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2013년 한 여성은 전남의 모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의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성은 사건 당일 “사전 동의서도 작성하지 않고 수면내시경을 해 마취 기운이 덜 풀려 항거불능에 빠져 있었다”며 “의사가 음부를 팔꿈치로 자극하고 속옷을 벗겨 자극하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3개월여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처리를 했다. 분노한 여성은 의사의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알면서도 묵과
방치한 의료재단

당시 제3의 피해여성이 의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여성은 “당시 증인, 증거도 없고 도와줄 이도 없어 신고해봤자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아 경찰서도 못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과에서 위가 아파 내원한 환자에게 항문 농양을 보겠다며 꼬리뼈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의사의 진술은 말이 안 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면내시경 전에 의사 면담은 물론 사전 동의서를 받게 돼 있다”며 “이는 설명 의무 위반으로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이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증언으로만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로서는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 이 사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자 수면내시경 성추행 관련 괴담은 더 무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성인여자 및 아이를 불문하고 계속해서 의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 빙자 성추행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보를 통해 “의료인 성범죄에 대한 국회의 입법 경향은 주로 면허 자격정지, 영구박탈 등과 같은 강력한 사후처벌법이었다”면서 “진료 빙자 성추행 방지법은 사전예방법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5년간 5만명이나 검사
“예쁘네” 주요부위 만져

그러면서 국회의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처럼 ‘샤프롱 제도’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샤프롱 제도는 여성이나 미성년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보호자나 간호사 등 제 3자가 함께 진료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해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샤프롱 제도는 의료인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정당한 진료를 환자가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것을 예방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의 진료 중 성추행 괴담이 무성하고 피해자들은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4년에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안내서’를 발간했다.

인권위는 “의료인과 환자의 인식 격차를 줄이고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과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판단기준, 진료과정에서 자주 호소하는 사례와 예방법 등을 제시했다”며 “안내서가 이용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해 인권 친화적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내서는 진료과정 성희롱에 해당되는 사례를 담고 있다.

첫째로 의료진의 성적 접촉, 둘째로 의료진의 불필요한 성적 표현, 성적 농담 및 성적 비하, 성적 시선, 셋째로는 성적 접근, 넷째 성적 언동이나 성적 요구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의료서비스 제공 등이 모두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애매모호한 의료인 성희롱 행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1월에 국회와 환자단체에 따르면 샤프롱 제도를 본 딴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을 검토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는 의료인이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으로 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실에 다른 의료인을 배석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 및 환자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변호사회 고발
피해입증 어려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의견서를 보내 “배석제도를 법령으로 제정해 의료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게 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대체 검사비는 증가한다”며 “이 제도는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추행 사건의 다툼에 있어 양 당사자의 주장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동석한 제 3자의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단순히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 환자를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제도라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료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지키고, 양측의 신뢰관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환자 성추행' 유명 성형외과 원장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성형외과 전문의 Y원장이 A여성을 상대로 강제추행 한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Y원장은 지난해 7월23일 병원 진료실에서 상담을 하던 A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Y원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수술비가 1500만원인데 600만원에 해주면 나에게 뭘 해줄 것이냐”며 “바깥에서 다섯 번만 만나자. 깎아줄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은 10년 전에도 이미 이와 유사한 성추행을 저질러 죗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진다.

2006년 2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 담당 의사로 내정돼 각종 수술과 시술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가 바뀌는 과정을 도왔다. 프로그램 출연 한 달 뒤 Y원장은 프로그램 출연자 2명을 같은 날 차례로 성추행했다. Y원장은 A여성에게 “가슴은 어떠냐”고 물었고 A씨가 가슴은 수술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Y원장은 “그래도 한번 봐야겠으니 윗옷을 올려보라”고 했다. 이어 A씨의 가슴을 수차례 만졌다.

같은 날 B여성에게도 “윗옷을 벗어봐라, 티셔츠를 올려봐라”고 해 속옷을 강제로 걷어 올리게 한 후 B여성을 추행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Y원장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2007년 5월 약식기소 돼 벌금 700만원 형이 확정됐다. 민사소송도 진행돼 A여성과 B여성에게 각각 1133만원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의 집안은  3대째 내려오는 의사 가문이며 특히 안면윤곽술은 전 세계 성형외과 공식 교과서에 게재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원장은 이번 기소로 다시 한 번 명성에 먹칠을 함과 동시에 상습 ‘성추행범’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성형외과 측은 “잘 모르겠다. 바빠서 전화를 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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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