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활동 선교사 3인 '납북 미스터리'

사라진 그들은 국정원 정보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한에는 납치 및 억류된 남한 국적 선교사들이 장기간 억류돼 있으나 이들의 신변과 안전에 대해선 확인이 불가능하고 사회적 관심도 낮은 편이다. 현재 북한 억류 남한 국적자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3명. 이들에 대해 북한정권은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한 ‘국정원 첩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남한정부는 북 정권이 별다른 이유 없이 순수한 선교활동과 탈북자 지원을 해온 종교인을 억류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억류자들과의 관계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으나 정작 본인들은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활동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북한의 주장대로 국정원 협조자일까. 아니면 독재정권에 의한 유인 납치의 피해자일까. 납북 억류자들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해 봤다.

현재 정부는 외국정부 기관, 대사관, 종교기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정권에 조속한 석방 및 송환 의사를 전달하고 있으나 일단 간첩으로 지목, 대외적으로 발표된 이상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엔 어려움이 크다. 그동안 북정권이 입국 목적이 불분명한 외국인들을 추방한 예는 많았으나, 선교활동을 하고 탈북자를 도와온 종교인들을 석방한 예는 거의 없다.

정작 본인들은
“지원받아 활동”

김정욱(53) 선교사는 지난 2013년 10월, 평양에 들어간 지 3일 만에 억류됐다. 지인들에게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확인하고 선교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북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다음해 2월 북한은 내외신기자회견을 열어 그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주장했고 3개월 뒤인 5월, 국가전복음모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등을 내세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김 선교사는 북중접경도시인 단둥에서 6년 동안 북한주민 쉼터와 대북지원용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중국을 방문한 북한주민에게 생필품 등을 나눠주고 선교활동을 했다.


북측은 지난해 3월엔 정탐·모략 행위를 목적으로 침입한 남한 간첩 김국기(62), 최춘길(53)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때 두 사람이 북중접경지역에서 망원경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영상이 공개돼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기도 했다.

5월엔 김국기-최춘길 선교사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과의 연계를 부정하는 국정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달 후 북한은 최고재판소에서 두 사람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법정 장면을 공개했다. 특히 최 선교사가 선고 직후 흐느껴 우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국기 선교사는 2003년 중국 단둥으로 파송돼 탈북자 쉼터를 운영하면서 선교활동을 펼쳤다. 북 정권은 최 선교사가 2014년 12월30일, 북한경내에 불법침입해 국경경비대가 체포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에 대한 진위는 알 수 없다. 이들 세 선교사의 북한 입국은 비슷한 패턴을 취하고 있다.

김정욱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에 의해, 김국기-최춘길씨 역시 지인인 화교 두 사람에 의해 유인·납치됐다고 알려졌다. 납치자들은 모두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이하 보위부)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고 단둥 교민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선교사들이 수년 간 알고 지낸 이들의 치밀한 공작에 속아 북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신뢰 쌓은 뒤
“북 가자” 유인

이병대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은 대부분 북한과의 독자적인 채널을 구축하길 원한다. 하지만 북한 국경 밖에선 북한과의 연계를 만들기 쉽지 않다”며 “북한의 주요결정권자와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들어간 거다. 오랫동안 신중하게 탐색했는데도 신자를 가장한 공작원에게 당한 것이다. 북한은 평상시엔 선교사들을 물질을 가져가는 통로로 이용하다 정치적 이슈가 필요해지면 유인을 해서 간첩으로 만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무총장에 의하면, 보위부 공작원들은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장사꾼으로 가장해 선교사에게 접근한다. 함께 성경을 읽고 예배를 하는 등 종교활동을 하고, 의식주를 제공받으며 몇 년에 걸쳐 교류한다. 공작원들은 처음엔 아지트 규모를 파악하고 물질을 최대한 제공받다가 완전한 신뢰가 구축됐다고 판단되면 선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위인사를 만나러 북한 경내로 함께 들어가자고 설득한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캐나다 국적자 임현수 목사도 약 20년간 대북지원을 해오며 북 정권에 의해 영웅 대접을 받았다. 북한의 각지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임 목사는 캐나다 한국계 신도들의 막대한 후원을 배경으로 대규모 대북지원을 했으나 갑자기 태도를 바꾼 북 정권에 의해 하루아침에 억류돼 간첩으로 몰렸다.

현재 이 같은 잦은 억류로 인해 대북선교가 위축된 상황이며 북중 국경을 넘지 않아도 중국서 탈북자를 돕다가 보위부에게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상 납북 위험, 보위부의 보복, 공안의 감시 등 종교인들이 큰 위험 속에 노출돼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 납치·억류 남한국적 선교사들
장기간 억류…신변·안전 확인 불가능

국내 북한선교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이탈자가 생기는 등 북한체제에 허점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현재 세계선교협의회 (KWMA) 통계에 따르면, 중국 파송선교사 수는 1000명을 헤아린다. 북한과 중국 선교를 모두 합한 숫자다.

교계는 선교사들이 탈북자 및 북한주민에게 성경책을 나눠주고 예배 보는 법을 가르치는 등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북한주민이 북한으로 들어가 점조직화해 ‘지하교회’를 세우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실체와 정확한 규모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대규모 교단 소속인 경우도 있으나 개별 교회에서 파송하거나 지인들에게 헌금을 받고, 자비를 보태 포교에 나서는 선교사들도 있다. 이렇게 중국에 나와 선교사 신분을 감추고 빵공장, 국수공장, 탁아시설 등을 운영하며 선교활동을 하지만 신분이 탄로나 중국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는 경우도 있다.

선교사들은 오랫동안 중국에서 머물면서 교회나 교단의 지원이 줄어들거나 끊어지기도 한다. 현지인과 결혼해 부양가족이 생기기도 한다. 현지인들을 선교사, 목사로 키웠다가 오히려 교회를 빼앗기고 배신당하는 일도 잦다. 선교활동을 정리하고 국내에 들어와도 어딘가에 들어가 뿌리내리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때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돈으로 접근
돈으로 유혹?

익명을 요구한 한 교계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와서 한 달에 30만∼100만원씩 돈을 건네며 용돈 써라, 밥 사먹어라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뭐라도 찾다가 보위부의 표적이 되어 그런 일(납북)을 당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원이 선교사들에게 직접 줄을 대지 않는다. 선교사-탈북자-조선족 등 몇 단계를 거쳐야 국정원과의 연결이 드러난다. 보위부가 이들을 체포해도 윗선을 알아낼 수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국정원과 연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오래 살아서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실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선교사들에게 접근해 푼돈을 주고 그들을 첩보전의 희생양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교계 인사에게 “단둥 같은 국경도시에 있으면 국정원 직원과 선교사가 서로 잘 알지 않냐”고 질의하자 “아마 알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건 뭐라고 못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2014년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평양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욱 선교사는 “국정원이 나와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황당한 행태”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북측 ‘국정원 첩자’ 주장

또 “국정원 간부가 먼저 나를 찾아와 협조를 요구했다”며 “국정원이 선교사들을 협조자로 이용하고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흡수, 이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북한사회를 연구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는 “공산주의는 인간의 심리와 육체적 한계를 잘 알고 그것을 교묘하고 철저하게 이용한다”고 전제한 뒤 “억류자들이 결국 강제노역을 견디지 못하고 ‘전향’할 가능성도 있다. 전향하면 노동자 신분으로 크게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주선해 주는 북한 여성과 결혼해서 일반 주민으로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향 외에 이들의 석방 및 송환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앞서 북한학 연구자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사전 실무자 접촉을 통해 풀려나올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렵지 않겠나”라며 “외국에선 인권을 중요시해서 긴 협상 끝에 풀려나오지만 한국은 그런 것에 관심이 적고 교단에서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정욱 선교사가 억류되고 난 후 오히려 그가 속한 교단의 이단 논란이 일어났다”며 “사람부터 구하고 봐야 하는데 기가 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과 진술을 통해 볼 때 국정원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선교사, 목사들을 첩보에 활용해 위험에 빠뜨리고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국가는 자국민 보호의 의무가 있다. 북한의 주장처럼 그들이 간첩행위를 했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송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억류자 협상은 물밑과 물위 협상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북한은 일관되게 내세우는 메시지가 있다”며 “어느 정도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그 과정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도 현재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신뢰 수준이 바닥이라서 먼저 일정한 정도의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첩보 활용하고
위험 땐 나몰라?

정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통일부 이산가족과에서 계속 추진 중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세 사람이 잘 있는지 정보수집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며 “북한에서는 이들에 대해 범법자라고 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공개적으로 석방을 추진하면 더 안 좋을 수 있다. 통일부 차원에서뿐 아니라 외교·민간 라인의 채널을 총동원해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 보위부의 돈벌이

우리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북한의 조직이 국가안전보위부다. 보위부는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치안조직)와 함께 주민들을 감시하는 대표적 억압기구다. 9만∼10만명 규모의 비밀경찰 및 정보기관으로, 어떠한 법적 절차없이도 주민을 체포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거나 사형시킬 수 있는 막강 권한을 가진다.

보위부는 탈북자를 돕는 선교단체 및 인권단체의 활동도 감시하고 있으며 중국이나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를 추적, 심문하고 이들을 감금하는 수용소도 관리한다. 탈북자들이 많은 동북 3성, 동남아시아에도 보위부 요원을 암암리에 파견하고 있다. 

북중국경지대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해온 한 북한인권운동가에 의하면, 단둥, 센양, 옌지 같은 도시에서 국정원과 보위부가 물밑에서 암약하며 서로를 경계한다.

이 운동가는 “중국에선 보위부의 힘이 예전보다 약하다”며 “국정원이 공안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공안의 눈을 피해야 하므로 활동에 제약이 많다. 하지만 보위부 군관과 공안이 사적으로 아는 경우는 많이 있다. 북중관계가 좋지 않아 두 기관 사이에 대단한 밀착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위부 요원은 중국에 탈북자 체포 및 정보 수집 등 정탐 목적으로 파견돼 있다. 하지만 정작 단속엔 관심이 없다고. 앞서의 운동가는 “배고파서 탈북한 사람들이란 걸 잘 알고 있고 뇌물만 주면 풀어준다”고 귀띔했다.

대신 그들 대부분이 돈벌이 목적으로 나와 있어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쁘다. 중국으로 파견되기 위해 상부에 뇌물을 준 경우도 있어 그만큼 돈벌이에 적극적이다. 

예전엔 위폐를 제조하고 마약, 담배를 팔아 달러 벌이에 열중했으나 근래엔 국경도시에서 생산한 각종 공산품을 빼돌려 중국에 몰래 내다파는 일이 빈번하다. 그 와중에 정부에 단속돼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탈북한 보위부 군관 출신들이 남한에도 여럿 있다고.

김상헌 북한인권정보센터 명예 이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가 북한이다. 뇌물이면 다 해결되고 어느 조직이건 가장 힘 있는 자에게 줄을 대기 바쁘다”며 “그 다음으로 부패한 나라가 중국이다. 사람들은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패권을 쥘 것처럼 전망하지만 민주주의가 없으면 경제는 발전을 멈춘다. 공산주의는 부패를 불러오고 인간의 자율성을 말살한다. 그것이 공산주의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경고했다. <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