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000명 성매매 리스트 대해부

난교파티 벌인 교수님 기구 좋아하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무려 6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비밀스러운 문건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서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은어와 숫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회 고위층을 암시하는 신원 정보를 비롯해 석연찮은 구석이 넘쳐난다. 아니나 다를까 성매매 리스트로 짐작되는 이 문건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치부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경찰이 ‘강남 성매수자 의심 명단’으로 불리는 엑셀 파일을 입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 번호, 차량번호, 외모 특징, 성적 취향, 액수 등 성매수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일단 성매매 알선 업소들이 공유하던 고객 명단일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경찰 단속을 피하거나 재력 있는 성매수자를 단골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인 셈이다.

성매수 명단
고위층 다수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로부터 촉발됐다. 김 대표는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최초 공개했고 이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리스트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매수자들이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했을 법한 정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 ‘제이*피플’ ‘나*라’ 등 성인 조건만남 웹사이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당사자들 간 대화에서 획득한 정보로 추측되는 내용들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차종 및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훈남’ ‘매너 좋음’ ‘진상’ 등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으로 외양 묘사가 넘쳐 난다. ‘약속 펑크’ ‘캔슬’ 등 성매수를 했거나 시도한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호기심에 조건만남 채팅을 경험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든 성매매 리스트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성매매 리스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성매수자 의심 엑셀파일…고위층 상당수
전화번호 차량번호 외모 등 신상 메모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조계 직업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기업 간부 및 임원을 암시하는 표현들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언론인들의 정보도 수록돼 있다. 단순히 직종에 대한 추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나 인상착의까지 면밀히 기록해 놓았다. 성매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언급이 수차례 계속된다.

고위층의 성적 취향 역시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집단난교, 피임기구 미착용 요구, 변태적 성행위, 특정 복장 착용 등 개별적 요구 사안이 세심히 정리돼 있으며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으로 추측되는 몇몇 사람은 블랙처리, 즉 악성고객으로 표시해뒀다. ‘기존’ ‘신규’ 등으로 성매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 취득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성매매에 나선 고위층의 신원을 은밀히 파악하고자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명단 속에는 ‘구글’이라는 단어가 2000개가 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K사 실장’이라고 장부에 써 놓은 것은 업자들이 웹사이트 확인 결과 이 번호의 주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채팅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정보를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의심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성매수자 대다수는 처벌을 우려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명단에 적힌 몇몇 인물 정보가 실제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이 성매수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건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찰 같은’이라는 설명이나 ‘경찰로 의심’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경찰’이라는 단도직입적인 표현도 꽤나 눈에 띈다.

물론 성매매 수사를 위해 유해 사이트에 접촉한 과정에서 거론됐거나 미심쩍은 사람을 경찰로 의심했다고 보는 게 가장 무리 없는 판단이다. 다만 명단 곳곳에 경찰이라는 표현이 오르내린 점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김 대표의 언행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측은 자신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광경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명단에 있다고 해도 단속을 위해 전화를 하거나 수사나 나섰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 전화번호와 경찰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의심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장부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성매매 리스트는 과연 믿을만한 문건일까. 신빙성을 유추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건을 공개한 김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고 있는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언 앤 폭스는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를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의 정보 컨설팅업체. 미국 주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연방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눠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얘슐리 메디슨’의 개인 정보를 분석했다고 꼽힌 곳이기도 하다.

FBI에서 특수요원으로 재직했고, 콜로라도 주 글렌우드 스프링스 시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던 필 월터가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했고 한국과 업무연락 책임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정국 가석방 담당관과 FBI 태스크 포스에서 재직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범죄학 강의를 맡고 있는 릭 위니스토퍼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LA를 담당한다.

특정복장 착용 등 변태취향 묘사
강남일대서 활동한 업자가 작성?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의 한국 내 총괄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이터통신과 경향신문, KBS 보도본부 기자를 거친 그는 이미 몇몇 컨설팅 업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가 남성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성매매 리스트를 경찰에 넘기자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강남 성매매 업자가 노트 8권에 수기로 적은 내용을 건네받았고 성매매 조직은 2011년부터 5년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성매매 조직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3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매매 장소는 주로 강남역, 논현역, 신사역 등 강남 인근 모텔로 집중된다. 성매매 여성을 취업준비생이나 발레 전공 대학생 등으로 위장하려 했던 사실도 적혀 있다.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매매 리스트 공개가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경찰에 넘긴 만큼 수사는 이제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수사
쉽지 않은 처벌

이제 화두는 공개된 문건이 성매매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로 인정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매매 적발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라이언 앤 폭스가 성매매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게 아닌 만큼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 자료라는 한계와 함께 현장을 덮쳐야 겨우 입증되는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도 한 몫 한다. 최소한 성매매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단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사법처리까지 연결 짓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오히려 명단 유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온 자료이기에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가 어렵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해당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처벌에 관한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앞 안마방을 성매매가 장소로 포착하고 이곳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사람들을 대거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300여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자들이 결제한 전표와 성매매 여성의 증언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9년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리스트’의 당사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됐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치부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

성매매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경우 목록에 오른 사람들이 ‘성매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자로 인식되는 등 심각한 인권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만큼 일상화된 범죄와 여성 인권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를 단속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수사 인원은 많지 않다“며 ”SNS나 휴대전화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