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000명 성매매 리스트 대해부

난교파티 벌인 교수님 기구 좋아하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무려 6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비밀스러운 문건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서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은어와 숫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회 고위층을 암시하는 신원 정보를 비롯해 석연찮은 구석이 넘쳐난다. 아니나 다를까 성매매 리스트로 짐작되는 이 문건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치부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경찰이 ‘강남 성매수자 의심 명단’으로 불리는 엑셀 파일을 입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 번호, 차량번호, 외모 특징, 성적 취향, 액수 등 성매수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일단 성매매 알선 업소들이 공유하던 고객 명단일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경찰 단속을 피하거나 재력 있는 성매수자를 단골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인 셈이다.

성매수 명단
고위층 다수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로부터 촉발됐다. 김 대표는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최초 공개했고 이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리스트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매수자들이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했을 법한 정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 ‘제이*피플’ ‘나*라’ 등 성인 조건만남 웹사이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당사자들 간 대화에서 획득한 정보로 추측되는 내용들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차종 및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훈남’ ‘매너 좋음’ ‘진상’ 등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으로 외양 묘사가 넘쳐 난다. ‘약속 펑크’ ‘캔슬’ 등 성매수를 했거나 시도한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호기심에 조건만남 채팅을 경험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든 성매매 리스트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성매매 리스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성매수자 의심 엑셀파일…고위층 상당수
전화번호 차량번호 외모 등 신상 메모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조계 직업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기업 간부 및 임원을 암시하는 표현들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언론인들의 정보도 수록돼 있다. 단순히 직종에 대한 추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나 인상착의까지 면밀히 기록해 놓았다. 성매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언급이 수차례 계속된다.

고위층의 성적 취향 역시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집단난교, 피임기구 미착용 요구, 변태적 성행위, 특정 복장 착용 등 개별적 요구 사안이 세심히 정리돼 있으며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으로 추측되는 몇몇 사람은 블랙처리, 즉 악성고객으로 표시해뒀다. ‘기존’ ‘신규’ 등으로 성매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 취득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성매매에 나선 고위층의 신원을 은밀히 파악하고자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명단 속에는 ‘구글’이라는 단어가 2000개가 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K사 실장’이라고 장부에 써 놓은 것은 업자들이 웹사이트 확인 결과 이 번호의 주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채팅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정보를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의심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성매수자 대다수는 처벌을 우려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명단에 적힌 몇몇 인물 정보가 실제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이 성매수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건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찰 같은’이라는 설명이나 ‘경찰로 의심’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경찰’이라는 단도직입적인 표현도 꽤나 눈에 띈다.

물론 성매매 수사를 위해 유해 사이트에 접촉한 과정에서 거론됐거나 미심쩍은 사람을 경찰로 의심했다고 보는 게 가장 무리 없는 판단이다. 다만 명단 곳곳에 경찰이라는 표현이 오르내린 점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김 대표의 언행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측은 자신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광경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명단에 있다고 해도 단속을 위해 전화를 하거나 수사나 나섰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 전화번호와 경찰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의심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장부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성매매 리스트는 과연 믿을만한 문건일까. 신빙성을 유추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건을 공개한 김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고 있는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언 앤 폭스는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를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의 정보 컨설팅업체. 미국 주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연방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눠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얘슐리 메디슨’의 개인 정보를 분석했다고 꼽힌 곳이기도 하다.

FBI에서 특수요원으로 재직했고, 콜로라도 주 글렌우드 스프링스 시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던 필 월터가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했고 한국과 업무연락 책임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정국 가석방 담당관과 FBI 태스크 포스에서 재직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범죄학 강의를 맡고 있는 릭 위니스토퍼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LA를 담당한다.

특정복장 착용 등 변태취향 묘사
강남일대서 활동한 업자가 작성?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의 한국 내 총괄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이터통신과 경향신문, KBS 보도본부 기자를 거친 그는 이미 몇몇 컨설팅 업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가 남성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성매매 리스트를 경찰에 넘기자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강남 성매매 업자가 노트 8권에 수기로 적은 내용을 건네받았고 성매매 조직은 2011년부터 5년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성매매 조직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3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매매 장소는 주로 강남역, 논현역, 신사역 등 강남 인근 모텔로 집중된다. 성매매 여성을 취업준비생이나 발레 전공 대학생 등으로 위장하려 했던 사실도 적혀 있다.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매매 리스트 공개가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경찰에 넘긴 만큼 수사는 이제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수사
쉽지 않은 처벌

이제 화두는 공개된 문건이 성매매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로 인정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매매 적발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라이언 앤 폭스가 성매매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게 아닌 만큼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 자료라는 한계와 함께 현장을 덮쳐야 겨우 입증되는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도 한 몫 한다. 최소한 성매매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단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사법처리까지 연결 짓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오히려 명단 유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온 자료이기에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가 어렵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해당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처벌에 관한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앞 안마방을 성매매가 장소로 포착하고 이곳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사람들을 대거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300여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자들이 결제한 전표와 성매매 여성의 증언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9년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리스트’의 당사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됐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치부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

성매매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경우 목록에 오른 사람들이 ‘성매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자로 인식되는 등 심각한 인권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만큼 일상화된 범죄와 여성 인권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를 단속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수사 인원은 많지 않다“며 ”SNS나 휴대전화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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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