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000명 성매매 리스트 대해부

난교파티 벌인 교수님 기구 좋아하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무려 6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비밀스러운 문건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서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은어와 숫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회 고위층을 암시하는 신원 정보를 비롯해 석연찮은 구석이 넘쳐난다. 아니나 다를까 성매매 리스트로 짐작되는 이 문건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치부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경찰이 ‘강남 성매수자 의심 명단’으로 불리는 엑셀 파일을 입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 번호, 차량번호, 외모 특징, 성적 취향, 액수 등 성매수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일단 성매매 알선 업소들이 공유하던 고객 명단일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경찰 단속을 피하거나 재력 있는 성매수자를 단골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인 셈이다.

성매수 명단
고위층 다수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로부터 촉발됐다. 김 대표는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최초 공개했고 이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리스트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매수자들이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했을 법한 정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 ‘제이*피플’ ‘나*라’ 등 성인 조건만남 웹사이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당사자들 간 대화에서 획득한 정보로 추측되는 내용들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차종 및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훈남’ ‘매너 좋음’ ‘진상’ 등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으로 외양 묘사가 넘쳐 난다. ‘약속 펑크’ ‘캔슬’ 등 성매수를 했거나 시도한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호기심에 조건만남 채팅을 경험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든 성매매 리스트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성매매 리스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성매수자 의심 엑셀파일…고위층 상당수
전화번호 차량번호 외모 등 신상 메모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조계 직업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기업 간부 및 임원을 암시하는 표현들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언론인들의 정보도 수록돼 있다. 단순히 직종에 대한 추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나 인상착의까지 면밀히 기록해 놓았다. 성매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언급이 수차례 계속된다.

고위층의 성적 취향 역시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집단난교, 피임기구 미착용 요구, 변태적 성행위, 특정 복장 착용 등 개별적 요구 사안이 세심히 정리돼 있으며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으로 추측되는 몇몇 사람은 블랙처리, 즉 악성고객으로 표시해뒀다. ‘기존’ ‘신규’ 등으로 성매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 취득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성매매에 나선 고위층의 신원을 은밀히 파악하고자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명단 속에는 ‘구글’이라는 단어가 2000개가 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K사 실장’이라고 장부에 써 놓은 것은 업자들이 웹사이트 확인 결과 이 번호의 주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채팅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정보를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의심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성매수자 대다수는 처벌을 우려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명단에 적힌 몇몇 인물 정보가 실제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이 성매수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건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찰 같은’이라는 설명이나 ‘경찰로 의심’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경찰’이라는 단도직입적인 표현도 꽤나 눈에 띈다.

물론 성매매 수사를 위해 유해 사이트에 접촉한 과정에서 거론됐거나 미심쩍은 사람을 경찰로 의심했다고 보는 게 가장 무리 없는 판단이다. 다만 명단 곳곳에 경찰이라는 표현이 오르내린 점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김 대표의 언행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측은 자신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광경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명단에 있다고 해도 단속을 위해 전화를 하거나 수사나 나섰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 전화번호와 경찰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의심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장부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성매매 리스트는 과연 믿을만한 문건일까. 신빙성을 유추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건을 공개한 김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고 있는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언 앤 폭스는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를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의 정보 컨설팅업체. 미국 주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연방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눠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얘슐리 메디슨’의 개인 정보를 분석했다고 꼽힌 곳이기도 하다.

FBI에서 특수요원으로 재직했고, 콜로라도 주 글렌우드 스프링스 시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던 필 월터가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했고 한국과 업무연락 책임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정국 가석방 담당관과 FBI 태스크 포스에서 재직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범죄학 강의를 맡고 있는 릭 위니스토퍼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LA를 담당한다.

특정복장 착용 등 변태취향 묘사
강남일대서 활동한 업자가 작성?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의 한국 내 총괄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이터통신과 경향신문, KBS 보도본부 기자를 거친 그는 이미 몇몇 컨설팅 업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가 남성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성매매 리스트를 경찰에 넘기자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강남 성매매 업자가 노트 8권에 수기로 적은 내용을 건네받았고 성매매 조직은 2011년부터 5년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성매매 조직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3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매매 장소는 주로 강남역, 논현역, 신사역 등 강남 인근 모텔로 집중된다. 성매매 여성을 취업준비생이나 발레 전공 대학생 등으로 위장하려 했던 사실도 적혀 있다.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매매 리스트 공개가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경찰에 넘긴 만큼 수사는 이제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수사
쉽지 않은 처벌

이제 화두는 공개된 문건이 성매매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로 인정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매매 적발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라이언 앤 폭스가 성매매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게 아닌 만큼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 자료라는 한계와 함께 현장을 덮쳐야 겨우 입증되는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도 한 몫 한다. 최소한 성매매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단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사법처리까지 연결 짓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오히려 명단 유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온 자료이기에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가 어렵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해당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처벌에 관한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앞 안마방을 성매매가 장소로 포착하고 이곳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사람들을 대거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300여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자들이 결제한 전표와 성매매 여성의 증언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9년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리스트’의 당사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됐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치부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

성매매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경우 목록에 오른 사람들이 ‘성매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자로 인식되는 등 심각한 인권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만큼 일상화된 범죄와 여성 인권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를 단속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수사 인원은 많지 않다“며 ”SNS나 휴대전화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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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