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000명 성매매 리스트 대해부

난교파티 벌인 교수님 기구 좋아하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무려 6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비밀스러운 문건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서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은어와 숫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회 고위층을 암시하는 신원 정보를 비롯해 석연찮은 구석이 넘쳐난다. 아니나 다를까 성매매 리스트로 짐작되는 이 문건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치부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경찰이 ‘강남 성매수자 의심 명단’으로 불리는 엑셀 파일을 입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 번호, 차량번호, 외모 특징, 성적 취향, 액수 등 성매수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일단 성매매 알선 업소들이 공유하던 고객 명단일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경찰 단속을 피하거나 재력 있는 성매수자를 단골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인 셈이다.

성매수 명단
고위층 다수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로부터 촉발됐다. 김 대표는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최초 공개했고 이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리스트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매수자들이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했을 법한 정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 ‘제이*피플’ ‘나*라’ 등 성인 조건만남 웹사이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당사자들 간 대화에서 획득한 정보로 추측되는 내용들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차종 및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훈남’ ‘매너 좋음’ ‘진상’ 등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으로 외양 묘사가 넘쳐 난다. ‘약속 펑크’ ‘캔슬’ 등 성매수를 했거나 시도한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호기심에 조건만남 채팅을 경험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든 성매매 리스트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성매매 리스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성매수자 의심 엑셀파일…고위층 상당수
전화번호 차량번호 외모 등 신상 메모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조계 직업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기업 간부 및 임원을 암시하는 표현들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언론인들의 정보도 수록돼 있다. 단순히 직종에 대한 추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나 인상착의까지 면밀히 기록해 놓았다. 성매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언급이 수차례 계속된다.

고위층의 성적 취향 역시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집단난교, 피임기구 미착용 요구, 변태적 성행위, 특정 복장 착용 등 개별적 요구 사안이 세심히 정리돼 있으며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으로 추측되는 몇몇 사람은 블랙처리, 즉 악성고객으로 표시해뒀다. ‘기존’ ‘신규’ 등으로 성매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 취득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성매매에 나선 고위층의 신원을 은밀히 파악하고자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명단 속에는 ‘구글’이라는 단어가 2000개가 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K사 실장’이라고 장부에 써 놓은 것은 업자들이 웹사이트 확인 결과 이 번호의 주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채팅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정보를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의심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성매수자 대다수는 처벌을 우려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명단에 적힌 몇몇 인물 정보가 실제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이 성매수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건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찰 같은’이라는 설명이나 ‘경찰로 의심’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경찰’이라는 단도직입적인 표현도 꽤나 눈에 띈다.

물론 성매매 수사를 위해 유해 사이트에 접촉한 과정에서 거론됐거나 미심쩍은 사람을 경찰로 의심했다고 보는 게 가장 무리 없는 판단이다. 다만 명단 곳곳에 경찰이라는 표현이 오르내린 점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김 대표의 언행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측은 자신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광경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명단에 있다고 해도 단속을 위해 전화를 하거나 수사나 나섰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 전화번호와 경찰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의심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장부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성매매 리스트는 과연 믿을만한 문건일까. 신빙성을 유추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건을 공개한 김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고 있는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언 앤 폭스는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를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의 정보 컨설팅업체. 미국 주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연방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눠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얘슐리 메디슨’의 개인 정보를 분석했다고 꼽힌 곳이기도 하다.

FBI에서 특수요원으로 재직했고, 콜로라도 주 글렌우드 스프링스 시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던 필 월터가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했고 한국과 업무연락 책임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정국 가석방 담당관과 FBI 태스크 포스에서 재직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범죄학 강의를 맡고 있는 릭 위니스토퍼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LA를 담당한다.

특정복장 착용 등 변태취향 묘사
강남일대서 활동한 업자가 작성?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의 한국 내 총괄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이터통신과 경향신문, KBS 보도본부 기자를 거친 그는 이미 몇몇 컨설팅 업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가 남성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성매매 리스트를 경찰에 넘기자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강남 성매매 업자가 노트 8권에 수기로 적은 내용을 건네받았고 성매매 조직은 2011년부터 5년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성매매 조직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3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매매 장소는 주로 강남역, 논현역, 신사역 등 강남 인근 모텔로 집중된다. 성매매 여성을 취업준비생이나 발레 전공 대학생 등으로 위장하려 했던 사실도 적혀 있다.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매매 리스트 공개가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경찰에 넘긴 만큼 수사는 이제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수사
쉽지 않은 처벌

이제 화두는 공개된 문건이 성매매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로 인정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매매 적발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라이언 앤 폭스가 성매매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게 아닌 만큼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 자료라는 한계와 함께 현장을 덮쳐야 겨우 입증되는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도 한 몫 한다. 최소한 성매매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단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사법처리까지 연결 짓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오히려 명단 유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온 자료이기에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가 어렵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해당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처벌에 관한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앞 안마방을 성매매가 장소로 포착하고 이곳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사람들을 대거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300여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자들이 결제한 전표와 성매매 여성의 증언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9년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리스트’의 당사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됐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치부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

성매매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경우 목록에 오른 사람들이 ‘성매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자로 인식되는 등 심각한 인권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만큼 일상화된 범죄와 여성 인권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를 단속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수사 인원은 많지 않다“며 ”SNS나 휴대전화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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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