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헌혈하면 뭐 주나 보니…

차라리 주지 말지…주고도 욕먹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 장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헌혈자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는 취지도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안타깝게도 얼마전부터 헌혈기념품의 조악한 품질이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자칫 헌혈의 기본 취지를 해치거나 헌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마저 훼손시킬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겨울철이 되면 매번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종 회식, 모임 등으로 단체 및 개인 헌혈자가 감소하는 데다 추운 날씨 때문에 원활한 헌혈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혈액원에서는 동절기 헌혈 참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행 중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헌혈의 집 운영시간을 연장하거나 ‘스마트 헌혈’ 앱을 통해 쉽게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불량품 속출

헌혈을 장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헌혈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또 다른 형태의 기부라는 의미를 앞세우는 낡은 방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헌혈의 집을 찾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현헐 기념품이 한층 다양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등록헌혈자들에게는 기존 혜택 이외에 기념품을 추가 제공하기까지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은 헌혈자 확대를 위해서다. 1981년 80만명을 조금 웃돌았던 헌혈자 수는 1995년 2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참여 독려, 기념품 증정 등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부터는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등이 추가됐다. 다만 현금성이 높은 기념품이 ‘자발적 무상헌혈’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일자 2011년부터 문화상품권 지급은 중단됐다.


헌혈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배경에는 헌혈자의 수요를 반영한 기념품 선정이 있었다. 헌혈 기념품의 종류는 매년 ‘기념품 선정위원회’를 통해 정해진다. 전년도 기념품과 최근 유행, 헌혈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예비 후보군을 선별하고, 헌혈자·적십자사 직원·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다.

생필품을 주로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기부권, 외식상품권, 영화관람권, 남성용 화장품 등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헌혈 장소별 선호도와 재고 차이 때문에 모든 품목을 구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기본 품목은 거의 비슷하다. 해당 기념품은 혈액관리본부 산정예산에 맞춰 구입 계약한다. 기념품 구입 책정 금액은 물품 변동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영화관람권·배터리 등으로 참여 독려
저품질에 불만…오작동·잦은 고장도

문제는 제아무리 선의에 입각한 제공이라고 해도 헌혈 기념품 상당수가 조악한 품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나눔의 의미를 더하는 것이기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이런 사례를 경험한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직장인 30대 직장인 Y씨는 틈나는 대로 헌혈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어느덧 100번 째 헌혈을 코앞에 둔 그는 기념품으로 받은 영화관람권을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새롭게 기념품에 추가된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선택하면서 아찔한 경험을 겪었다. 충전을 하려고 보니 충전은 되지 않고 배터리에서 하얗게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놀란 그는 얼른 휴대폰을 배터리에서 분리시켰고 다행히 휴대폰에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배터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더니 어느새 녹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사안이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고 다음번 헌혈에서 다시 보조배터리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문제였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아이폰에서는 보조배터리가 인증되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Y씨가 선택한 헌혈기념품은 두 번에 걸쳐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Y씨는 “차라리 받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텐데 불량품을 받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며 “선의에서 시작한 헌혈인데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애매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Y씨 이외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산, 카드지갑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법한 헌혈 기념품을 받고 비슷한 토로를 하고 있다. 조악한 품질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접이식 우산의 경우 몇 번 사용으로 고장나기 일쑤고 카드지갑은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물론 '헌혈은 사랑'이라는 캠페인에서 알 수 있듯이 헌혈 자체를 어떤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건 접근 방식에서부터 옳은 일이 아니다. 헌혈자가 헌혈 후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을 기부하는 ‘헌혈기부권’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소정의 기념품이 헌혈의 집으로 발길을 닿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면 단순히 기념품을 수단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취지 해칠라

이런 사람들에게는 불량 기념품이 선의를 해치는 기분 나쁜 경험으로 비춰질 수 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한 헌혈의 유해성 논란으로 혈액 확보가 더 어려워진 것을 감안하면 세세한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혈 괴담’ 진실은?

헌혈 괴담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헌혈에 사용된 기구를 통해 질병이 옮겨지거나 헌혈을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기우에 불과하다.

바늘이나 혈액팩 등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들은 무균처리되어 있으며, 한 번 사용한 후에는 모두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 실제로 헌혈의집에서 헌혈할 때 간호사들이 들고오는 바늘, 팩 등의 물품은 헌혈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처리된 비닐봉지를 뜯어 사용한다.

보건복지부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최근 말라리아 위험 지역(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일산 동구, 고양시 일산 서구, 동두천시, 인천 옹진군, 인천 중구, 인천 서구, 인천 동구,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 거주자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헌혈을 허용하기로 했다. 말라리아 지역에서 채혈한 혈액은 14일 냉장 보관 후 검사를 거쳐 출고되며, 혈액 속 말라리아 원충은 14일 내에 모두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원 관계자는 “최근 SNS를 통해 ‘헌혈을 하면 노화가 촉진된다’ 등 헌혈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는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어 혈액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겨울은 계절적으로 혈액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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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