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헌혈하면 뭐 주나 보니…

차라리 주지 말지…주고도 욕먹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 장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헌혈자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하는 취지도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안타깝게도 얼마전부터 헌혈기념품의 조악한 품질이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자칫 헌혈의 기본 취지를 해치거나 헌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마저 훼손시킬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겨울철이 되면 매번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종 회식, 모임 등으로 단체 및 개인 헌혈자가 감소하는 데다 추운 날씨 때문에 원활한 헌혈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혈액원에서는 동절기 헌혈 참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행 중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헌혈의 집 운영시간을 연장하거나 ‘스마트 헌혈’ 앱을 통해 쉽게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불량품 속출

헌혈을 장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헌혈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또 다른 형태의 기부라는 의미를 앞세우는 낡은 방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헌혈의 집을 찾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현헐 기념품이 한층 다양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등록헌혈자들에게는 기존 혜택 이외에 기념품을 추가 제공하기까지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은 헌혈자 확대를 위해서다. 1981년 80만명을 조금 웃돌았던 헌혈자 수는 1995년 2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참여 독려, 기념품 증정 등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부터는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등이 추가됐다. 다만 현금성이 높은 기념품이 ‘자발적 무상헌혈’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일자 2011년부터 문화상품권 지급은 중단됐다.


헌혈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배경에는 헌혈자의 수요를 반영한 기념품 선정이 있었다. 헌혈 기념품의 종류는 매년 ‘기념품 선정위원회’를 통해 정해진다. 전년도 기념품과 최근 유행, 헌혈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예비 후보군을 선별하고, 헌혈자·적십자사 직원·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다.

생필품을 주로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기부권, 외식상품권, 영화관람권, 남성용 화장품 등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헌혈 장소별 선호도와 재고 차이 때문에 모든 품목을 구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기본 품목은 거의 비슷하다. 해당 기념품은 혈액관리본부 산정예산에 맞춰 구입 계약한다. 기념품 구입 책정 금액은 물품 변동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영화관람권·배터리 등으로 참여 독려
저품질에 불만…오작동·잦은 고장도

문제는 제아무리 선의에 입각한 제공이라고 해도 헌혈 기념품 상당수가 조악한 품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나눔의 의미를 더하는 것이기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이런 사례를 경험한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직장인 30대 직장인 Y씨는 틈나는 대로 헌혈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어느덧 100번 째 헌혈을 코앞에 둔 그는 기념품으로 받은 영화관람권을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새롭게 기념품에 추가된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선택하면서 아찔한 경험을 겪었다. 충전을 하려고 보니 충전은 되지 않고 배터리에서 하얗게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놀란 그는 얼른 휴대폰을 배터리에서 분리시켰고 다행히 휴대폰에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배터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더니 어느새 녹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사안이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고 다음번 헌혈에서 다시 보조배터리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문제였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아이폰에서는 보조배터리가 인증되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Y씨가 선택한 헌혈기념품은 두 번에 걸쳐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Y씨는 “차라리 받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텐데 불량품을 받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며 “선의에서 시작한 헌혈인데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애매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Y씨 이외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산, 카드지갑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법한 헌혈 기념품을 받고 비슷한 토로를 하고 있다. 조악한 품질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접이식 우산의 경우 몇 번 사용으로 고장나기 일쑤고 카드지갑은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물론 '헌혈은 사랑'이라는 캠페인에서 알 수 있듯이 헌혈 자체를 어떤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건 접근 방식에서부터 옳은 일이 아니다. 헌혈자가 헌혈 후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을 기부하는 ‘헌혈기부권’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소정의 기념품이 헌혈의 집으로 발길을 닿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면 단순히 기념품을 수단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취지 해칠라

이런 사람들에게는 불량 기념품이 선의를 해치는 기분 나쁜 경험으로 비춰질 수 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한 헌혈의 유해성 논란으로 혈액 확보가 더 어려워진 것을 감안하면 세세한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혈 괴담’ 진실은?

헌혈 괴담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헌혈에 사용된 기구를 통해 질병이 옮겨지거나 헌혈을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기우에 불과하다.

바늘이나 혈액팩 등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들은 무균처리되어 있으며, 한 번 사용한 후에는 모두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 실제로 헌혈의집에서 헌혈할 때 간호사들이 들고오는 바늘, 팩 등의 물품은 헌혈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처리된 비닐봉지를 뜯어 사용한다.

보건복지부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최근 말라리아 위험 지역(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일산 동구, 고양시 일산 서구, 동두천시, 인천 옹진군, 인천 중구, 인천 서구, 인천 동구,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 거주자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헌혈을 허용하기로 했다. 말라리아 지역에서 채혈한 혈액은 14일 냉장 보관 후 검사를 거쳐 출고되며, 혈액 속 말라리아 원충은 14일 내에 모두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원 관계자는 “최근 SNS를 통해 ‘헌혈을 하면 노화가 촉진된다’ 등 헌혈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는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어 혈액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겨울은 계절적으로 혈액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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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