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지역주의 타파’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

52년 만에 호남사람 뽑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끝에 234만명의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농협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현장은 이성희 후보자(전 낙생농협 조합장)와 김병원(63) 회장의 각축전을 연출했다.

3강 구도(최덕규 후보 포함)를 형성하며 왕좌의 게임을 펼쳤지만 1차 투표에서 이 후보가 290표 가운데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후 상위 득표자 2인으로 압축된 2차 결선 투표에서 김 회장은 전체 유효 투표수 289표 중 56.4%인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제치고 승자가 됐다. 김 회장은 총회가 끝나는 2016년 3월부터 4년간 농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한다.

3파전 최종승자
지역주의 극복

이번 김 회장의 당선은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많은 조합원은 김 회장의 선출이 농협중앙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로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전남 지역이 전국 최대의 농도임에도 과거 농협중앙회장을 영남권이 독식한 것을 감안하면 파란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김 회장이 앞선 두 차례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투표 행태로 눈물을 삼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선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전국 농협의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최 전 회장이 처음으로 당선됐던 2007년 선거에서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같은 영남권 후보인 최 전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2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당초 김 회장은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후보는 최 전 회장의 측근이고, 최 후보는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사이에 8년간 장기 집권한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이나 영남출신은 안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김 회장의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당선은 ‘전라도 출신은 농협중앙회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 속에서 이룬 ‘뚝심의 승리’다.

김 회장은 1953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에서 말단 직원에서부터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13년간 조합장을 3차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주 남평농협은 2006년 다도농협을 흡수 합병했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농가수는 2683가구에 조합원수 2894명의 농촌형 농협이다.


또한 농촌 마을의 작은 농협에서 ‘왕건이 탐낸 쌀’ 등을 브랜드화하는 등 ‘전라도 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폈다.

2007년부터 세번째 도전 ‘집념의 사나이’
234만 조합원·자산 400조원 조직 총괄

2012 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친환경 쌀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농협경영을 이뤘다. 그는 지역사회·소비자와 함께하는 친환경농산물 택배사업을 시작해 농가에는 판로를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나주시 관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 공급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공급해 절임배추와 친환경패키지 택배는 수도권 소비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농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다. 2007년에는 나주지역 쌀인 ‘왕건이탐낸쌀’이 전국 12대 브랜드에 3년 연속 선정돼 일반 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외 또 8년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다. NH농협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민선 5명 중
첫호남 출신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전남대에서 늦깎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에 대한 간절함도 남달랐다. 이후 전남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를 지냈다.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을 지내 현장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농정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김 회장 당선으로 농협 일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는 12일 1차 투표가 시작되기 전 소견발표에서 “8년동안 회장을 준비해왔다”며 “지역농협을 살리고 농협중앙회도 살리는 수단이 다 있다”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농협 경제지주 폐지가 단적인 예다. 김 회장은 “농협 경제지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 사업이 모두 이관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업무경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지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형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경제지주 제도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 신설을 위해 농협법을 개혁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 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2012년 신설됐다.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다보니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경제지주는 245만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가 들어있다.


투명성 제고
부정부패 척결

농협 상호금융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공약이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1969년 탄생한 농협 상호금융은 2015년 10월말 기준 예수금 258조원, 대출금 178조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돈을 벌면 그 돈이 지역농협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중앙은행으로 독립시키고 수익률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간선제로 치러지는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김 회장은 내걸었다. 6명의 후보중 5명이 내걸었을 정도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었다.

간선제가 시행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과거 직선제가 돈선거의 온상이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선제 회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에서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가 얼마남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다.

 


김 회장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 신임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32.8% 가량 급감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전 회장 미해결 과제 산적
 

2014년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농협은행은 14.02%로 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이익률도 2014년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8.12%와 비교해 크게 낮다. 게다가 농협은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STX조선에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상태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의 차입금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현물출자를 제외한 4조5000억원이 차입금으로, 내년 2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경제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사업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7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 76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한.중 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 104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20년간 예상되는 농림.수산분야 피해액은 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80억원 등 총 362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이 총괄하는 농협중앙회의 조직 규모는 엄청나다. 금융계열사 등을 포함한 자산만 400조원 정도로 국내 4번째 대규모 기업집단인 SK그룹의 두배가 넘는다. 또 회장은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장도 겸임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234만명 조합원을 대표하며 31개 계열사 88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관리하는 등 거대한 농협조직을 대표하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치권도 촉각
흑색전선 난무

정치권 등 외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농협은 조합원만 235만명에 이른다. 조합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500만∼600만명은 족히 된다. 임직원도 약 9만명에 가깝다. 각종 선거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권 실세 교감설, 전 정부 유착설 등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도 농협중앙회장 자리의 무게감과 전혀 무관치 않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원은?] 

▲남평농협 전무,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8년) ▲NH농협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전남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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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