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지역주의 타파’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

52년 만에 호남사람 뽑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끝에 234만명의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농협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현장은 이성희 후보자(전 낙생농협 조합장)와 김병원(63) 회장의 각축전을 연출했다.

3강 구도(최덕규 후보 포함)를 형성하며 왕좌의 게임을 펼쳤지만 1차 투표에서 이 후보가 290표 가운데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후 상위 득표자 2인으로 압축된 2차 결선 투표에서 김 회장은 전체 유효 투표수 289표 중 56.4%인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제치고 승자가 됐다. 김 회장은 총회가 끝나는 2016년 3월부터 4년간 농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한다.

3파전 최종승자
지역주의 극복

이번 김 회장의 당선은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많은 조합원은 김 회장의 선출이 농협중앙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로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전남 지역이 전국 최대의 농도임에도 과거 농협중앙회장을 영남권이 독식한 것을 감안하면 파란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김 회장이 앞선 두 차례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투표 행태로 눈물을 삼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선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전국 농협의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최 전 회장이 처음으로 당선됐던 2007년 선거에서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같은 영남권 후보인 최 전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2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당초 김 회장은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후보는 최 전 회장의 측근이고, 최 후보는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사이에 8년간 장기 집권한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이나 영남출신은 안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김 회장의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당선은 ‘전라도 출신은 농협중앙회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 속에서 이룬 ‘뚝심의 승리’다.

김 회장은 1953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에서 말단 직원에서부터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13년간 조합장을 3차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주 남평농협은 2006년 다도농협을 흡수 합병했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농가수는 2683가구에 조합원수 2894명의 농촌형 농협이다.


또한 농촌 마을의 작은 농협에서 ‘왕건이 탐낸 쌀’ 등을 브랜드화하는 등 ‘전라도 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폈다.

2007년부터 세번째 도전 ‘집념의 사나이’
234만 조합원·자산 400조원 조직 총괄

2012 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친환경 쌀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농협경영을 이뤘다. 그는 지역사회·소비자와 함께하는 친환경농산물 택배사업을 시작해 농가에는 판로를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나주시 관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 공급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공급해 절임배추와 친환경패키지 택배는 수도권 소비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농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다. 2007년에는 나주지역 쌀인 ‘왕건이탐낸쌀’이 전국 12대 브랜드에 3년 연속 선정돼 일반 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외 또 8년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다. NH농협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민선 5명 중
첫호남 출신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전남대에서 늦깎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에 대한 간절함도 남달랐다. 이후 전남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를 지냈다.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을 지내 현장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농정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김 회장 당선으로 농협 일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는 12일 1차 투표가 시작되기 전 소견발표에서 “8년동안 회장을 준비해왔다”며 “지역농협을 살리고 농협중앙회도 살리는 수단이 다 있다”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농협 경제지주 폐지가 단적인 예다. 김 회장은 “농협 경제지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 사업이 모두 이관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업무경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지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형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경제지주 제도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 신설을 위해 농협법을 개혁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 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2012년 신설됐다.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다보니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경제지주는 245만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가 들어있다.


투명성 제고
부정부패 척결

농협 상호금융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공약이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1969년 탄생한 농협 상호금융은 2015년 10월말 기준 예수금 258조원, 대출금 178조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돈을 벌면 그 돈이 지역농협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중앙은행으로 독립시키고 수익률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간선제로 치러지는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김 회장은 내걸었다. 6명의 후보중 5명이 내걸었을 정도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었다.

간선제가 시행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과거 직선제가 돈선거의 온상이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선제 회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에서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가 얼마남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다.

 


김 회장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 신임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32.8% 가량 급감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전 회장 미해결 과제 산적
 

2014년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농협은행은 14.02%로 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이익률도 2014년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8.12%와 비교해 크게 낮다. 게다가 농협은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STX조선에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상태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의 차입금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현물출자를 제외한 4조5000억원이 차입금으로, 내년 2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경제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사업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7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 76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한.중 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 104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20년간 예상되는 농림.수산분야 피해액은 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80억원 등 총 362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이 총괄하는 농협중앙회의 조직 규모는 엄청나다. 금융계열사 등을 포함한 자산만 400조원 정도로 국내 4번째 대규모 기업집단인 SK그룹의 두배가 넘는다. 또 회장은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장도 겸임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234만명 조합원을 대표하며 31개 계열사 88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관리하는 등 거대한 농협조직을 대표하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치권도 촉각
흑색전선 난무

정치권 등 외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농협은 조합원만 235만명에 이른다. 조합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500만∼600만명은 족히 된다. 임직원도 약 9만명에 가깝다. 각종 선거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권 실세 교감설, 전 정부 유착설 등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도 농협중앙회장 자리의 무게감과 전혀 무관치 않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원은?] 

▲남평농협 전무,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8년) ▲NH농협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전남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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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