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장사’ 홈플러스 무죄 논란

이건 누가 봐도…또 봐주기?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전자상거래, 고객관리, 금융거래 등 각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 혹은 기업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신들의 또 다른 돈줄로 바라보는 인상이 짙다. 분명 개인정보보호법의 큰 테두리에 반하지만 마땅한 처벌을 기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홈플러스에서 촉발된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겨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경영진과 법인에 내려진 1심 법원의 무죄 판단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고 판 업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물론, 사실상 업체들의 개인정보 장사를 용인한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정보 장사
사실상 용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홈플러스 전 사장과 홈플러스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에 연루된 홈플러스 직원 3명과 보험사 직원 2명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7개 보험사에 한 건당 1980원씩 총 148억원에 개인정보를 판매한 행위가 포착됐다.

홈플러스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은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1694만건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해 83억5000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얻었다. 정보를 구입해 마케팅에 활용한 생명보험사 마케팅 직원 2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정보 보험사에 팔아 230억 수익
도성환 전 사장 등 1심 거센 후폭풍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홈플러스가 법상 고지 의무가 있는 사항을 경품 응모권에 모두 기재했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제공 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알려야할 사항에 개인정보 취득 이후 어떠한 처리를 하는지, 유상으로 판매하는지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판매가 부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부 부장판사는 “응모자 중 30%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경품 추첨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고객 입장에서 경품 당첨이 되려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하고 또 그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회원 정보를 보험사에 넘겨 정보를 거르게 한 뒤 되돌려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보험사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받았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위탁의 경우 특별히 정보제공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는 해석에 근거한 판단이다. 고지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것은 과태료나 행정제재 사유가 될 순 있어도 범죄가 될 순 없다고 반박해온 홈플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팔아넘긴 정보
또 다른 돈줄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에 무죄가 선고된 직후 법원은 즉각적인 후폭풍에 직면했다. 검찰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이정수)는 지난 11일,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유출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판매 사업을 고객을 위한 사은행사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보고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홈플러스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사업 자체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 다시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경품 행사에서 보험모집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생년월일과 자녀수, 부모동거 여부 등을 함께 쓰게 했고, 누락할 경우 경품 추첨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견상 고객 사은행사였을 뿐 경품행사가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단체 “말도 안 된다” 반발
민사재판 앞두고 여파에 주목

경품에 당첨되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며 연락처를 적게 했지만 홈플러스는 1·2등 당첨자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당첨자가 어렵사리 당첨사실을 알고 먼저 연락하면 홈플러스 상품권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소비자 동의없이 보험회사와 개인정보를 주고 받은 부분을 정상적인 기업행위로 판단한 것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판부가 경품행사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보험사 등에 넘겨서 대가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데다, 경품 행사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접수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13개 소비자단체 역시 공동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를 무시하고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법원이 업체 간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공유와 활용으로 악용될 소지를 마련해 준 것”이라며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단체들의 항의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는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관련 고지사항 글자 크기를 1㎜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작게 해서 내용을 읽을 수 없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른 응모권이나 복권 등의 글자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 셈이다.

시민단체는 재판부에 “첨부한 1㎜ 크기 서한 내용이 보이냐”고 묻고는 “이는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인지할 수 없을 정도다. 경품에 응모했던 소비자들 역시 대부분 동일한 대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 깨알글씨
사실상 면죄부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무죄 판결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승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KT 가입자들이 낸 소송에서는 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KT에 물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경우는 고의적 고객 정보 유출이라는 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판매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참여한 소비자는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예율이 지난해 2월 소비자 154명을 대리해 홈플러스를 상대로 462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1074명의 회원과 함께 홈플러스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3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도 소비자 684명을 대리해 2억55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외에도 여러 법무법인들이 인터넷상에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소송이 이어질 경우 손해배상액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홈플러스는 재산상의 손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시민단체는 형사재판이 민사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형사재판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악용 가능성
동일사례 우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유사한 형태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마트 개인 정보 유출건에 대해서도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배임 판결 5500억 날려도 ‘무죄’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무죄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강 전 사장은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는 한국석유공사법 상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당시 독점협상권과 관련해 기한 내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증 자료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인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강 전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 셈이다.

강영원 전 사장 혐의 벗어
검 “이해할 수 없는 처사”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NARL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투자자문사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항소 계획을 공식 브리핑했다. 검찰청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사장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지검장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안겼고 결국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심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의 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매우 크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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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