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장사’ 홈플러스 무죄 논란

이건 누가 봐도…또 봐주기?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전자상거래, 고객관리, 금융거래 등 각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 혹은 기업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신들의 또 다른 돈줄로 바라보는 인상이 짙다. 분명 개인정보보호법의 큰 테두리에 반하지만 마땅한 처벌을 기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홈플러스에서 촉발된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겨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경영진과 법인에 내려진 1심 법원의 무죄 판단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고 판 업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물론, 사실상 업체들의 개인정보 장사를 용인한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정보 장사
사실상 용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홈플러스 전 사장과 홈플러스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에 연루된 홈플러스 직원 3명과 보험사 직원 2명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7개 보험사에 한 건당 1980원씩 총 148억원에 개인정보를 판매한 행위가 포착됐다.

홈플러스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은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1694만건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해 83억5000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얻었다. 정보를 구입해 마케팅에 활용한 생명보험사 마케팅 직원 2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정보 보험사에 팔아 230억 수익
도성환 전 사장 등 1심 거센 후폭풍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홈플러스가 법상 고지 의무가 있는 사항을 경품 응모권에 모두 기재했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제공 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알려야할 사항에 개인정보 취득 이후 어떠한 처리를 하는지, 유상으로 판매하는지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판매가 부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부 부장판사는 “응모자 중 30%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경품 추첨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고객 입장에서 경품 당첨이 되려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하고 또 그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회원 정보를 보험사에 넘겨 정보를 거르게 한 뒤 되돌려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보험사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받았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위탁의 경우 특별히 정보제공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는 해석에 근거한 판단이다. 고지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것은 과태료나 행정제재 사유가 될 순 있어도 범죄가 될 순 없다고 반박해온 홈플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팔아넘긴 정보
또 다른 돈줄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에 무죄가 선고된 직후 법원은 즉각적인 후폭풍에 직면했다. 검찰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이정수)는 지난 11일,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유출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판매 사업을 고객을 위한 사은행사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보고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홈플러스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사업 자체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 다시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경품 행사에서 보험모집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생년월일과 자녀수, 부모동거 여부 등을 함께 쓰게 했고, 누락할 경우 경품 추첨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견상 고객 사은행사였을 뿐 경품행사가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단체 “말도 안 된다” 반발
민사재판 앞두고 여파에 주목

경품에 당첨되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며 연락처를 적게 했지만 홈플러스는 1·2등 당첨자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당첨자가 어렵사리 당첨사실을 알고 먼저 연락하면 홈플러스 상품권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소비자 동의없이 보험회사와 개인정보를 주고 받은 부분을 정상적인 기업행위로 판단한 것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판부가 경품행사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보험사 등에 넘겨서 대가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데다, 경품 행사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접수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13개 소비자단체 역시 공동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를 무시하고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법원이 업체 간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공유와 활용으로 악용될 소지를 마련해 준 것”이라며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단체들의 항의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는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관련 고지사항 글자 크기를 1㎜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작게 해서 내용을 읽을 수 없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른 응모권이나 복권 등의 글자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 셈이다.

시민단체는 재판부에 “첨부한 1㎜ 크기 서한 내용이 보이냐”고 묻고는 “이는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인지할 수 없을 정도다. 경품에 응모했던 소비자들 역시 대부분 동일한 대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 깨알글씨
사실상 면죄부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무죄 판결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승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KT 가입자들이 낸 소송에서는 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KT에 물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경우는 고의적 고객 정보 유출이라는 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판매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참여한 소비자는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예율이 지난해 2월 소비자 154명을 대리해 홈플러스를 상대로 462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1074명의 회원과 함께 홈플러스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3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도 소비자 684명을 대리해 2억55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외에도 여러 법무법인들이 인터넷상에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소송이 이어질 경우 손해배상액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홈플러스는 재산상의 손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시민단체는 형사재판이 민사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형사재판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악용 가능성
동일사례 우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유사한 형태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마트 개인 정보 유출건에 대해서도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배임 판결 5500억 날려도 ‘무죄’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무죄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강 전 사장은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는 한국석유공사법 상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당시 독점협상권과 관련해 기한 내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증 자료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인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강 전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 셈이다.

강영원 전 사장 혐의 벗어
검 “이해할 수 없는 처사”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NARL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투자자문사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항소 계획을 공식 브리핑했다. 검찰청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사장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지검장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안겼고 결국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심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의 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매우 크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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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