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장사’ 홈플러스 무죄 논란

이건 누가 봐도…또 봐주기?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전자상거래, 고객관리, 금융거래 등 각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 혹은 기업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신들의 또 다른 돈줄로 바라보는 인상이 짙다. 분명 개인정보보호법의 큰 테두리에 반하지만 마땅한 처벌을 기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홈플러스에서 촉발된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겨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경영진과 법인에 내려진 1심 법원의 무죄 판단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고 판 업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물론, 사실상 업체들의 개인정보 장사를 용인한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정보 장사
사실상 용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홈플러스 전 사장과 홈플러스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에 연루된 홈플러스 직원 3명과 보험사 직원 2명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7개 보험사에 한 건당 1980원씩 총 148억원에 개인정보를 판매한 행위가 포착됐다.

홈플러스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은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1694만건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해 83억5000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얻었다. 정보를 구입해 마케팅에 활용한 생명보험사 마케팅 직원 2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정보 보험사에 팔아 230억 수익
도성환 전 사장 등 1심 거센 후폭풍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홈플러스가 법상 고지 의무가 있는 사항을 경품 응모권에 모두 기재했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제공 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알려야할 사항에 개인정보 취득 이후 어떠한 처리를 하는지, 유상으로 판매하는지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판매가 부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부 부장판사는 “응모자 중 30%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경품 추첨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고객 입장에서 경품 당첨이 되려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하고 또 그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회원 정보를 보험사에 넘겨 정보를 거르게 한 뒤 되돌려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보험사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받았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위탁의 경우 특별히 정보제공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는 해석에 근거한 판단이다. 고지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것은 과태료나 행정제재 사유가 될 순 있어도 범죄가 될 순 없다고 반박해온 홈플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팔아넘긴 정보
또 다른 돈줄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에 무죄가 선고된 직후 법원은 즉각적인 후폭풍에 직면했다. 검찰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이정수)는 지난 11일,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유출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판매 사업을 고객을 위한 사은행사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보고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홈플러스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사업 자체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 다시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경품 행사에서 보험모집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생년월일과 자녀수, 부모동거 여부 등을 함께 쓰게 했고, 누락할 경우 경품 추첨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견상 고객 사은행사였을 뿐 경품행사가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단체 “말도 안 된다” 반발
민사재판 앞두고 여파에 주목

경품에 당첨되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며 연락처를 적게 했지만 홈플러스는 1·2등 당첨자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당첨자가 어렵사리 당첨사실을 알고 먼저 연락하면 홈플러스 상품권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소비자 동의없이 보험회사와 개인정보를 주고 받은 부분을 정상적인 기업행위로 판단한 것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판부가 경품행사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보험사 등에 넘겨서 대가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한데다, 경품 행사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접수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13개 소비자단체 역시 공동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를 무시하고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법원이 업체 간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공유와 활용으로 악용될 소지를 마련해 준 것”이라며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단체들의 항의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는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관련 고지사항 글자 크기를 1㎜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작게 해서 내용을 읽을 수 없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른 응모권이나 복권 등의 글자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 셈이다.

시민단체는 재판부에 “첨부한 1㎜ 크기 서한 내용이 보이냐”고 묻고는 “이는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인지할 수 없을 정도다. 경품에 응모했던 소비자들 역시 대부분 동일한 대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 깨알글씨
사실상 면죄부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무죄 판결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승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KT 가입자들이 낸 소송에서는 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KT에 물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경우는 고의적 고객 정보 유출이라는 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판매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참여한 소비자는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예율이 지난해 2월 소비자 154명을 대리해 홈플러스를 상대로 462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1074명의 회원과 함께 홈플러스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3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도 소비자 684명을 대리해 2억55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외에도 여러 법무법인들이 인터넷상에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소송이 이어질 경우 손해배상액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홈플러스는 재산상의 손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시민단체는 형사재판이 민사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형사재판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악용 가능성
동일사례 우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유사한 형태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마트 개인 정보 유출건에 대해서도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배임 판결 5500억 날려도 ‘무죄’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무죄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강 전 사장은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는 한국석유공사법 상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당시 독점협상권과 관련해 기한 내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증 자료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인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강 전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 셈이다.

강영원 전 사장 혐의 벗어
검 “이해할 수 없는 처사”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NARL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투자자문사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항소 계획을 공식 브리핑했다. 검찰청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사장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지검장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안겼고 결국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심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의 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매우 크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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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