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벌라이프 “무심코 먹었다가 응급실 실려 갔다”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일요시사>가 1026호에 '허벌라이프의 불편한 진실 1탄, 건강식품 GMO 검사해보니 충격'을 보도한 이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허벌라이프 제품에 GMO 유전자가 검출된 부분에 대한 원인규명이 강력히 요구됐다.

식약처 관계자에게 “필요하다면 미국 현지조사라도 다녀오라”는 주문이 이어진 것이다. 편집국에는 “진짜 허벌라이프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보아 허벌라이프 사업자들로 추정된다. 그 외에 주의를 끈 몇 통의 전화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예고한 후속보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이주영(가명)씨는 2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다이어트를 할 요량으로 먹기 시작한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자칫 큰일 날 뻔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침저녁에 식사대용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진단은 ‘다형홍반’. 반점과 두드러기 부위에 생긴 가려움증은 어떤 형벌보다 가혹했다. 담당의사는 전신에 나타난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자칫 입이나 생식기까지 번지면 ‘스티븐스 존스 증후군’으로 진행돼서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몸에 좋다던 건강식품이 이씨에게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한 독극물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다행히 이씨는 열흘간의 집중치료를 통해 고비를 넘기고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집중치료를 받는 동안 이씨는 “다시는 (허벌라이프 같은) 건강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건강식품이라고 자칭하는 모든 제품들에 강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몸에 좋다더니
갑자기 병원행

이씨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정모(51. 여)씨 역시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아침저녁으로 밥 대신 ‘쉐이크 믹스’를 먹었고,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추천해 준 대로 종합비타민과 알로에 제품을 함께 복용했다.

그러나 허벌라이프가 자랑하는 건강식품은 정씨와 맞지 않았다.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통과 속 쓰림이 생겼다. 이에 정씨는 자신에게 물건을 판 허벌라이프 사업자에게 “부작용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일시적인 명현반응(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 왔다.

“조금 더 먹어보면 곧 없어지는 현상이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정말 몸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사하는 사람 말을 믿은 게 잘못이죠.”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장담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속 쓰림과 어지럼증을 참으면서 제품섭취를 이어간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고열이 났다. 병을 키운 것이다. 결국 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야 했다. 3일 동안 입원치료와 일주일 동안 통원치료 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신기한 것은 입원 이후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은 뒤부터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씨가 자신이 겪은 고통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인 것으로 믿는 이유다.
 

키 159cm에 체중 83kg의 고도비만이 고민이었던 이모(29. 여)씨는 평소 다이어트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3개월 안에 20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허벌라이프 사업자 말은 목숨을 걸고 시도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을 한 것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는 내내 이유 없이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헛구역질이 났음에도 계속 복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일시적인 명현반응”이란 조언이 있었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 증세가 심해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제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양모(32. 여)씨 역시 허벌라이프 제품과는 궁합이 맞지 않은 경우였다. 두드러기와 불면증 증세로 대학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병원치료도 치료지만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고부터 증세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고 큰일 날 뻔 했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귀가 얇거나, 미련스러울 정도로 사업자의 말을 믿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건강회복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으로 몸이 호소하는 부작용 신호를 애써 무시한 점도 같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호소하는 각종 이상증상을 ‘명현반응’이라는 말로 외면시킨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 직전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병원의 치료과정에서 제품섭취를 중단하면서 원래 건강을 회복한 것도 똑같다.
 

도대체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서 이런 부작용 추정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허벌라이프는 이러한 부작용 추정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

허벌라이프 관계자는 “식품당국의 품질과 안전점검에서 단 한 차례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라는 대목과 ‘입증된 바 없다’는 부분이다. 특히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허벌라이프 제품으로 인해 큰일 날 뻔한 소비자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 즉, 부작용의 원인이 소비자가 마신 물이나 음료, 기타 간식 따위의 소량의 음식물 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허벌라이프 제품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판명된 사례가 없다는 논리다.

천연재료로
건강식품을?

의학 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작용이 없는 건강식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건강식품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게 아니라 특정 성분을 추출, 합성해서 고농도로 인체에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이자 홍보이사인 신형영씨 입장은 좀 더 단호했다.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에서만 효과를 보인 원료도 생리활성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고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타이틀로 버젓이 상품화되는 게 현 시스템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다단계 사업자들이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펴는 것은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자들이 ‘우리제품은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거친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에 생기는 이상현상은 명현반응일 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다단계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욕심과 건강기능식품에 함유된 성분들이 천연재료에서 추출됐을 것이라고 믿는 ‘인식의 왜곡’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들이 “일반 소비자들은 건강식품 라벨에 붙은 성분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판매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허벌라이프의 종합비타민 제제 ‘Formula 2 멀티비타민 무기질 콤플렉스’의 성분표는 허벌라이프가 판매하는 종합비타민이 천연비타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니코틴산아미드’ ‘산화아연’ ‘황산망간’ 등 생소한 성분들이 나온다.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나 ‘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티타늄’ 같은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다.

그나마 ‘감귤류추출물분말’이나 ‘토마토색소’ 정도가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성분이다. 천연성분에서 추출된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성분들도 가득하다.
 

건강식품을 자청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포함되는 비타민은 메탄올과 벤젠, 석탄에서 추출되는 콜타르 같은 화석연료를 합성. 추출한 것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비타민A를 비롯한 14종의 비타민 대부분이 합성원료 추출물로 보고 있다. 비타민 뿐만 아니다.

칼슘을 비롯한 11종의 무기질, 식이섬유, 단백질, 필수지방산 같은 영양소를 포함한 제품군은 거의 대부분 여러 기능성원료를 가공, 제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천연원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합성원료인 셈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신형영씨가 언급한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만 통과해도 생리활성 2등급”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꿰뚫은 발언이다.

어떤 부작용
장담 못 해

문제는 다양한 합성원료의 추출과 가공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약이나 분말 등 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되는 합성착색료와 각종 색소 등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의 유발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물론 식약처에서는 부작용이 알려진 기능성원료의 사용을 배재하는 안전검사기준을 두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공전’이라는 규정을 두고 추출방법 등을 명문화하여 관리하는 이유다. 그러나 식약처가 배재한 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주장하거나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합성원료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이 균형이 무너진 사람이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건강식품을 섭취했을 경우 개인별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식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건강식품’이거나 ‘건강치 못한 사람이 섭취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건강식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이 “우리 제품은 전혀 아무 문제가 없는 탁월한 제품”이라고 강변하면서 소비자가 호소하는 이상증세를 “몸이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명현반응”으로 치부하는 다단계사업자의 영업형태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과 수당에 대한 절심함의 발로가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회사라는 글로벌 브랜드,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공신력, 제품을 소개한 사업자에 대한 신뢰에 반응한 소비자가 직면한 현실은 ‘건강한 몸’이 아닌 ‘응급실의 집중치료’가 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피해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허벌라이프가 “당사제품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식약처 관계자의 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개별 소비자에게 나타난 이상증세가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증명은 소비자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이다.”

부작용 사례의 입증책임을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강기능식품의 정책방향이다. 이상한 보건정책의 방향성은 둘째 치더라도 부작용을 겪은 소비자들이 피해사실을 ‘증명’할 방법은 있기나 할까?

의학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진단서에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써줘야 하는데 이런 소견을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이주영씨가 받은 소견서도 ‘건강식품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였다.

양천구 소재의 한 의료법인 관계자는 “환자 증상에 대한 진단서는 몰라도 그 증상의 원인이 건강식품 때문이라는 소견을 작성할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일종의 금기사항이다”라고 단언했다.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이란 확신이 있어도 의사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은 쓸 수 있어도 ‘건강식품 때문이다’라고는 쓸 수 없다. 나중에 판매회사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소견서를 썼느냐며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 먹은 사람이 잘못?

그렇다면 법적구제 방법은 있을까? 이 또한 ‘사실상 없다’가 정답이다. 한 의학전문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관련 사건은 맡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일반적인 의료사고의 경우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은 각 개인의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기기도 어려운 사건을 수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반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소비자는 건강식품에 의한 피해를 입었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식약처와 같은 정부기관은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고, 의료계는 소송이 두려워 진단서를 못 써주고, 법조계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회피하는 게 건강식품을 둘러싼 현실인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 건강식품 회사의 주장은 한결 같다.

“당사의 제품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음이 입증된 사례가 없음.”

한편, 2014년 기준 식약처 산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는 1733건에 이른 반면 이 가운데 피해구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싼 돈 주고 건강식품 사먹느니 두부 한 모, 사과 한 알 챙겨 먹는 게 낫다”는 피해자들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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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