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벌라이프 “무심코 먹었다가 응급실 실려 갔다”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일요시사>가 1026호에 '허벌라이프의 불편한 진실 1탄, 건강식품 GMO 검사해보니 충격'을 보도한 이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허벌라이프 제품에 GMO 유전자가 검출된 부분에 대한 원인규명이 강력히 요구됐다.

식약처 관계자에게 “필요하다면 미국 현지조사라도 다녀오라”는 주문이 이어진 것이다. 편집국에는 “진짜 허벌라이프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보아 허벌라이프 사업자들로 추정된다. 그 외에 주의를 끈 몇 통의 전화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예고한 후속보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이주영(가명)씨는 2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다이어트를 할 요량으로 먹기 시작한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자칫 큰일 날 뻔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침저녁에 식사대용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진단은 ‘다형홍반’. 반점과 두드러기 부위에 생긴 가려움증은 어떤 형벌보다 가혹했다. 담당의사는 전신에 나타난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자칫 입이나 생식기까지 번지면 ‘스티븐스 존스 증후군’으로 진행돼서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몸에 좋다던 건강식품이 이씨에게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한 독극물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다행히 이씨는 열흘간의 집중치료를 통해 고비를 넘기고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집중치료를 받는 동안 이씨는 “다시는 (허벌라이프 같은) 건강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건강식품이라고 자칭하는 모든 제품들에 강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몸에 좋다더니
갑자기 병원행

이씨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정모(51. 여)씨 역시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아침저녁으로 밥 대신 ‘쉐이크 믹스’를 먹었고,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추천해 준 대로 종합비타민과 알로에 제품을 함께 복용했다.

그러나 허벌라이프가 자랑하는 건강식품은 정씨와 맞지 않았다.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통과 속 쓰림이 생겼다. 이에 정씨는 자신에게 물건을 판 허벌라이프 사업자에게 “부작용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일시적인 명현반응(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 왔다.

“조금 더 먹어보면 곧 없어지는 현상이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정말 몸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사하는 사람 말을 믿은 게 잘못이죠.”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장담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속 쓰림과 어지럼증을 참으면서 제품섭취를 이어간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고열이 났다. 병을 키운 것이다. 결국 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야 했다. 3일 동안 입원치료와 일주일 동안 통원치료 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신기한 것은 입원 이후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은 뒤부터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씨가 자신이 겪은 고통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인 것으로 믿는 이유다.
 

키 159cm에 체중 83kg의 고도비만이 고민이었던 이모(29. 여)씨는 평소 다이어트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3개월 안에 20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허벌라이프 사업자 말은 목숨을 걸고 시도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을 한 것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는 내내 이유 없이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헛구역질이 났음에도 계속 복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일시적인 명현반응”이란 조언이 있었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 증세가 심해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제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양모(32. 여)씨 역시 허벌라이프 제품과는 궁합이 맞지 않은 경우였다. 두드러기와 불면증 증세로 대학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병원치료도 치료지만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고부터 증세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고 큰일 날 뻔 했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귀가 얇거나, 미련스러울 정도로 사업자의 말을 믿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건강회복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으로 몸이 호소하는 부작용 신호를 애써 무시한 점도 같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호소하는 각종 이상증상을 ‘명현반응’이라는 말로 외면시킨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 직전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병원의 치료과정에서 제품섭취를 중단하면서 원래 건강을 회복한 것도 똑같다.
 

도대체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서 이런 부작용 추정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허벌라이프는 이러한 부작용 추정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

허벌라이프 관계자는 “식품당국의 품질과 안전점검에서 단 한 차례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라는 대목과 ‘입증된 바 없다’는 부분이다. 특히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허벌라이프 제품으로 인해 큰일 날 뻔한 소비자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 즉, 부작용의 원인이 소비자가 마신 물이나 음료, 기타 간식 따위의 소량의 음식물 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허벌라이프 제품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판명된 사례가 없다는 논리다.

천연재료로
건강식품을?

의학 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작용이 없는 건강식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건강식품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게 아니라 특정 성분을 추출, 합성해서 고농도로 인체에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이자 홍보이사인 신형영씨 입장은 좀 더 단호했다.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에서만 효과를 보인 원료도 생리활성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고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타이틀로 버젓이 상품화되는 게 현 시스템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다단계 사업자들이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펴는 것은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자들이 ‘우리제품은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거친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에 생기는 이상현상은 명현반응일 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다단계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욕심과 건강기능식품에 함유된 성분들이 천연재료에서 추출됐을 것이라고 믿는 ‘인식의 왜곡’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들이 “일반 소비자들은 건강식품 라벨에 붙은 성분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판매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허벌라이프의 종합비타민 제제 ‘Formula 2 멀티비타민 무기질 콤플렉스’의 성분표는 허벌라이프가 판매하는 종합비타민이 천연비타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니코틴산아미드’ ‘산화아연’ ‘황산망간’ 등 생소한 성분들이 나온다.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나 ‘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티타늄’ 같은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다.

그나마 ‘감귤류추출물분말’이나 ‘토마토색소’ 정도가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성분이다. 천연성분에서 추출된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성분들도 가득하다.
 

건강식품을 자청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포함되는 비타민은 메탄올과 벤젠, 석탄에서 추출되는 콜타르 같은 화석연료를 합성. 추출한 것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비타민A를 비롯한 14종의 비타민 대부분이 합성원료 추출물로 보고 있다. 비타민 뿐만 아니다.

칼슘을 비롯한 11종의 무기질, 식이섬유, 단백질, 필수지방산 같은 영양소를 포함한 제품군은 거의 대부분 여러 기능성원료를 가공, 제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천연원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합성원료인 셈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신형영씨가 언급한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만 통과해도 생리활성 2등급”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꿰뚫은 발언이다.

어떤 부작용
장담 못 해

문제는 다양한 합성원료의 추출과 가공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약이나 분말 등 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되는 합성착색료와 각종 색소 등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의 유발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물론 식약처에서는 부작용이 알려진 기능성원료의 사용을 배재하는 안전검사기준을 두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공전’이라는 규정을 두고 추출방법 등을 명문화하여 관리하는 이유다. 그러나 식약처가 배재한 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주장하거나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합성원료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이 균형이 무너진 사람이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건강식품을 섭취했을 경우 개인별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식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건강식품’이거나 ‘건강치 못한 사람이 섭취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건강식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이 “우리 제품은 전혀 아무 문제가 없는 탁월한 제품”이라고 강변하면서 소비자가 호소하는 이상증세를 “몸이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명현반응”으로 치부하는 다단계사업자의 영업형태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과 수당에 대한 절심함의 발로가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회사라는 글로벌 브랜드,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공신력, 제품을 소개한 사업자에 대한 신뢰에 반응한 소비자가 직면한 현실은 ‘건강한 몸’이 아닌 ‘응급실의 집중치료’가 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피해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허벌라이프가 “당사제품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식약처 관계자의 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개별 소비자에게 나타난 이상증세가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증명은 소비자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이다.”

부작용 사례의 입증책임을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강기능식품의 정책방향이다. 이상한 보건정책의 방향성은 둘째 치더라도 부작용을 겪은 소비자들이 피해사실을 ‘증명’할 방법은 있기나 할까?

의학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진단서에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써줘야 하는데 이런 소견을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이주영씨가 받은 소견서도 ‘건강식품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였다.

양천구 소재의 한 의료법인 관계자는 “환자 증상에 대한 진단서는 몰라도 그 증상의 원인이 건강식품 때문이라는 소견을 작성할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일종의 금기사항이다”라고 단언했다.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이란 확신이 있어도 의사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은 쓸 수 있어도 ‘건강식품 때문이다’라고는 쓸 수 없다. 나중에 판매회사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소견서를 썼느냐며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 먹은 사람이 잘못?

그렇다면 법적구제 방법은 있을까? 이 또한 ‘사실상 없다’가 정답이다. 한 의학전문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관련 사건은 맡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일반적인 의료사고의 경우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은 각 개인의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기기도 어려운 사건을 수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반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소비자는 건강식품에 의한 피해를 입었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식약처와 같은 정부기관은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고, 의료계는 소송이 두려워 진단서를 못 써주고, 법조계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회피하는 게 건강식품을 둘러싼 현실인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 건강식품 회사의 주장은 한결 같다.

“당사의 제품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음이 입증된 사례가 없음.”

한편, 2014년 기준 식약처 산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는 1733건에 이른 반면 이 가운데 피해구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싼 돈 주고 건강식품 사먹느니 두부 한 모, 사과 한 알 챙겨 먹는 게 낫다”는 피해자들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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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