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착한바보 신드롬 앞과 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고객들이 돕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직장인 신씨는 영화 상영 전 나오는 광고에서 눈에 확 띄는 키보드를 접했다. 자세히 보니 LG전자 제품이었다. 휴대성을 극대화한 이 제품을 보자마자 신씨는 왜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대박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화제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품은 굉장히 잘 뽑는데 딱히 사고 싶진 않다.”

가전과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LG전자를 평가하는 단적인 표현이다. 치명적인 단점마저 아이덴티티로 포장하는 애플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오죽하면 마케팅 능력이 바보 수준이라는 비판마저 들릴까. 놀랍게도 마냥 답답했던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어느 순간부터 ‘착한바보’로 둔갑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제품은 호평
마케팅은 글쎄

삼성전자의 경쟁자 혹은 대항마로 불리지만 사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수평적인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외형 차이가 극명하다. 매출은 물론이고 대다수 제품군에서 현격한 점유율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단순 품질 차이라면 그나마 수긍할 법 하건만 LG전자 제품 사용자들은 보통 성능과 디자인 양쪽에서 후한 평가를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쯤 되면 LG전자가 매번 열세에 놓이는 근원적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바로 마케팅이다.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은 예전부터 조롱의 대상이었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장시키거나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반대로 경쟁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경우 오랜 시간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철수 혹은 명맥만 유지하는 모양새가 계속됐다.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부재가 컸다. 전통적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에 비판이 계속된 건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의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에 극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리숙한 모습이 뚝심 혹은 장인정신 쯤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순간 착한바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마저 덧씌워졌다.

거듭된 마케팅 전략 실패가 전화위복? 
치명적 단점마저 포장하는 애플과 비교

LG전자를 설명하는 착한바보라는 표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LG전자 제품 애호가라고 밝힌 한 사람이 마케팅 부재로 고전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LG전자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 사람이 모아서 엮은 LG전자 제품의 뛰어난 특징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때부터 LG전자 제품 홍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났고 특히 뛰어난 내구성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사례는 토네이도를 이겨낸 냉장고였다.

지난 2012년 남아프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90㎞ 떨어진 데니스빌(Deneysville)에 토네이도가 급습했다. 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한 대형 자연재해였다. 이곳에 사는 마크 로우씨도 토네이도에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였다. 집이 파괴 되고 가재도구는 바람에 날아갔고 성한 물건을 찾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LG전자 냉장고는 별 탈 없었다.

그의 집에서 사용 중이던 LG전자 냉장고는 강력한 토네이도 바람에 의해 집 밖으로 날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상 없이 정상 작동됐다. 외관이 조금 손상되고 내부 선반이 흐트러졌을 뿐이었다. 냉장고에 감탄한 마크 로우씨는 이후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LG전자에 찬사를 보내며 직접 찍은 사진을 LG전자에 이메일로 보내기까지 햇다.

LG전자 휴대폰이 총탄을 막아 생명을 구한 기적도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지난 2005년 보석상으로 일하는 대런 프라이어는 무단 침입한 권총 강도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총탄이 재킷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에 맞고 튕겨져 나가 생명을 건졌다. 휴대폰 배터리 부분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총탄을 튕겨낸 것이다. 이 소식은 영국의 유력 일간지에 연일 대서특필됐고 현지에서 LG전자 휴대폰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9층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했던 스마트폰의 사례도 퍼져나갔다. 한 네티즌이 LG전자 최신 스마트폰 ‘V10’을 아파트 9층에서 이불을 털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후 상태를 찍어 올렸다. 박살났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은 놀랍게도 약간 휘어졌을 뿐 멀쩡했다. 사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또 다른 사람은 LG전자 스마트폰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의 스마트폰은 끓는 기름에 넣고 튀겼음에도 멀쩡했다. 순식간에 이 영상은 4000건 이상 리트윗 됐고 LG전자 스마트폰의 내구성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뛰어난 성능
부족한 마케팅

LG전자 마케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회사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내구성뿐만 아니라 제품 전반의 성능을 재조명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지금껏 효율적인 마케팅이 수반되지 않았던 제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제품은 기본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충족시킨다.

초경량 노트북 ‘그램’은 14인치 모델의 무게가 980g에 불과하다. 비슷한 스펙을 지닌 제품 가운데 가장 가볍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제품의 실제 무게가 963g이라는 사실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더 가볍다고 광고해도 될 만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도료 오차 10g, 저울 오차 5g까지 감안해 980g으로 표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떻게든 좋게 포장하기보다 고객의 오해를 없애는 게 최우선이라는 뜻밖의 대답이었다.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V10은 애플, 삼성전자의 경쟁모델과 대결에서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귀결된다. 안타까운 점은 DSD 재생 기능, 쿼드비트3 Tune By AKG 등 고급 오디오에 들어가는 사양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사장됐다는 사실이다. 금색 스테인리스 베젤에 실제로 20K 금도금이 돼 있다고 밝혀진 것도 판매가 이뤄진 이후였다.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 제품 홍보
줄 잇는 찬사…양심기업으로 재평가

20만원대 모니터에 수백만원대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탑재되는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이 쓰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뤄졌다면 훨씬 큰 반향을 이끌어냈을 제품이 분명하지만 LG전자는 홈페이지와 카탈로그에 이 기능을 표기한 게 전부였다.

최근 케이블TV와 극장에서 한정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4단 접이식 롤리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다 보니 노출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들 제품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고민하게 할 만한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제품의 스펙을 낮춰 알리거나 중요사항을 누락시키기까지 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였다. 별 것 아닌듯한 특징을 핵심 키워드로 잡고 제품의 특성과 연결짓는 애플, 삼성전자의 마케팅 방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마케팅 바보
'착한바보'로

한발 더 나아가 LG그룹이 펼치는 사회 공헌사업과 잘 알려지지 않은 선행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물론 지금껏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이렇다 보니 네티즌들이 직접 LG를 마케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G는 복지시설 가전제품을 평생 AS 해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복지시설에 기부를 좀 하려고 알아보는데 시설 실무자가 "LG는 복지시설 것은 무제한 무료로 서비스해준다"고 언급한 사실을 알린 것이다. "기왕이면 LG 제품으로 부탁한다"고 시설 실무자가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 조손가정, 장애인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G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사회적 약자 배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가진 재능기부를 통해 기업의 당연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목함지뢰 부상 장병 2명에게 5억씩 위로금을 줬는데 과세될 처지에 놓이자 이마저 내줬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위로금 쾌척 당시보다 넉 달 후 위로금 과세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LG가 부상 장병에게 위로금을 줬다는 게 더 크게 알려졌다. 보면 볼수록 호감이라고 칭찬도 더해졌다.

이렇듯 소소한 사례가 모이자 급기야 LG전자를 ‘양심기업’으로 떠받드는 묘한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LG 창업자가 거액의 독립운동자금을 내주었다는 뚜렷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조차 떠도는 상황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착한바보 신드롬으로 불리는 정황이 고도의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껏 LG전자가 보여준 마케팅 활용 능력을 감안하면 착한바보 이미지를 일부러 덧씌운다는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LG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그동안 소비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보다 못해 네티즌이 직접 LG를 마케팅 한다’는 식의 제목이 달린 우호적인 글이 퍼지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기업이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한다.

의도치 않은
양심기업 훈장

달리 말하자면 자신들의 강점을 알리기에 모자란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행보를 꼬집는 셈이다. 착한바보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포장에 서툰 대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동시에 함축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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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