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홈플러스 사연

본전 생각에…칼바람 부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대형 M&A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홈플러스가 새 대표 선임을 통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를 주인으로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장 교체가 이뤄지자 홈플러스의 행보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7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홈플러스를 사들인 MBK파트너스가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고경영자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P&G 아세안 총괄 사장을 지냈던 김상현 신임 대표는 산적한 홈플러스의 골칫거리를 해소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무엇보다 소문으로 떠돌던 홈플러스 분할매각 계획이 조금씩 수면위로 부각될지 관심거리다.

깜짝카드 왜?

1997년 대구 1호점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진출한 홈플러스는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MBK파트너스가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8000억원에 사들이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이었다.

지난 2014년 매출 8조5682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을 기록한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41개,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75개, 물류센터 8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은 총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홈플러스 인수가 완료되자마자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추가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기를 봐서 재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이 시점에서 MBK파트너스 김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3년 간 홈플러스를 이끌었던 도성환 대표는 경영에서 물러나 그동안 겸직해왔던 홈플러스 사회공헌재단 이사장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986년 P&G에 입사 후 마케팅 전문가로 요직을 거쳐 왔다. 업계에서는 그의 능력에 후한 점주를 주고 있다. 2008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던 P&G 아세안 사업을 맡은 후 사업을 재정비해 4년 만에 매출을 2배로 성장시키고 7년 재임기간 동안 매년 최대 매출기록을 세운 까닭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P&G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개발도상국 진출에 성공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침체 된 국내 유통업계에서 홈플러스가 새로운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기업 P&G에서 경영성과를 내온 김 대표를 영입한 것은 MBK파트너스의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호 출범…대표 교체 단행한 MBK 
대규모 구조조정?…분할 매각 소문도

김 대표의 취임은 단순한 수장 교체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 대표가 홈플러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홈플러스의 대내외적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최근 홈플러스는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에 매출 8조5682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을 달성했지만 전년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8.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684억원을 기록한 2011년 이래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2011년 6.4%였던 영업이익률은 2014년에 2.8%까지 떨어졌다.
 

MBK파트너스가 신임 대표를 앞세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MBK파트너스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그간 유통업계에서는 도 전 대표와 MBK파트너스 측이 갈등을 빚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최근 있었던 홈플러스의 지배구조 변경과 등기이사 교체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도 전 대표를 제외한 기존 등기임원들을 해임하고 그 자리를 MBK파트너스 측 인사들로 채운 바 있다. 이 무렵부터 대표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인사 단행은 홈플러스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뜻 이외에도 향후 매각을 통해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한다”며 “만약 홈플러스 매각에 나선다면 향후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보여준 이력은 구조조정 가능성에 신빙성을 더한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산 매각과정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2013년 ING생명 인수 과정에서도 직원 일부를 내며내며 잡음을 야기했다. 홈플러스 노조 측 역시 MBK파트너스의 인수 후 구조조정 및 재매각 행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아직까지 구조조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케팅 전문가인 만큼 김 대표를 중심으로 경쟁사들과 다른 마케팅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딱히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그가 P&G에서 쌓아온 화려한 이력이 홈플러스에서 그대로 재현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빠른 경영정상화와 매각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깔려있다. 체질개선을 근거로 홈플러스가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둬들이기 힘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감원 신호탄?

한편 김 대표는 취임과 함께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오늘 날 유통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 등을 통해 홈플러스의 기반을 강화시킴으로써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통업계 대세는?

경기 불황과 업계 간 경쟁 심화 분위기 속에서 유통업계가 PB(자체브랜드)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형 마트가 중소 제조업체에 의뢰해 만든 제품에 마트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PB상품은 마케팅 비용이 절약돼 기존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올해는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선호하는 소비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PB상품 판매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유통업체는 진열상품의 약 30%를 PB상품으로 채우고 있으며 상품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스펙보다 적정한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유통업체와 제조사 간 경계를 허물어지는 만큼 차별화된 PB상품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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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