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돌려준' 착한 회장님 열전

없으면 아껴쓰고 있을땐 나눠쓴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는 기업경영의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헌신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공익활동에 앞장섰던 그의 행적은 죽은 지 40년이 훌쩍 지나도록 참된 기업인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대체할만한 존경받을만한 기업인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딸 맥스의 출산 소식과 함께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전 세계는 환호했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약하게나마 국내에서도 ‘자선 자본주의’ 물결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고생한 직원에
주식 무상지급

대규모 신약 수출 계약건으로 제약업계 최대 주식부호로 올라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얼마 전 통 큰 결정을 했다. 지난 4일 한미약품은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주를 한미약품 그룹 직원 약 2800명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장 마감일을 기준으로 결정된 무상지급 주식 90만주는 임 회장이 보유한 개인 주식의 약 4.3%, 한미사이언스 전체 발행 주식의 1.6%에 해당한다. 2015년 12월30일 종가 기준 한미약품 주가가 12만9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총액 규모는 1100억원이다. 한미약품 임직원은 월 급여의 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지급받는다. 직원 1인당 평균 약 4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인 한미약품 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그룹 임직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총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발표될 때마다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2015년에 1만5200원으로 시작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9000원으로 올랐다. 그사이 임 회장은 2조원이 넘는 평가 차익을 거두며 제약업계 최고 주식 부호가 됐다.

보유 주식 떼 임직원에 보너스로
“회사는 직원 것” 상생 오너들 늘어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은 임 회장보다 먼저 본인 소유의 회사 주식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23일 이 회장은 본인 보유의 회사 주식 일부를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했다.

발표가 있던 날 성우하이텍 종가는 주당 9000원이었고 직원들이 받은 주식은 1인당 평균 983만원씩 총 164억6505만원에 이른다. 또한 주식 지급일로부터 만 3년 이내 주가가 주당 1만5000원에 미달할 경우 차액에 대한 보상을 원하면 증권거래세 및 매도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법인에서 주식의 일부를 직원에게 지급하는 게 아니라 최대주주가 전 직원에게 주식의 일부를 무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 1997년 해외시장에 진출한 후 세계 75위에 부품회사로 선정되기까지 함께 고생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순수한 보상의 의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회장의 결정으로 성우하이텍, 아산성우하이텍 전직원은 회사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총 182만9450주를 지급받게 된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 6000만주의 3.05%에 해당한다. 이 회장의 지분은 42.26%에서 39.21%로 줄었다.

코스닥 상장기업 링네트는 2000년 창사 이래 지금껏 임직원에게 285만주에 이르는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해왔다. 이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이주석 대표의 대범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까지 총 285만주(전체주식대비 19.5%)를 지급됐으며 그 사이 링네트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ROE 평균 15.6%를 유지하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는 등 비약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링네트 관계자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종업원들이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좋아 지게 된 결과”라고 밝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5년째 통 큰 배당금 기부를 이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기부왕으로 불린다. 2010년부터 박 회장이 시작한 배당금 전액 기부는 올해로 무려 5년째 이어지고 있다. 5년 연속 누적된 배당금 금액 기부는 168억원에 이른다. 올해 역시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배당금 기부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회장의 기부 행보는 ‘돈은 꽃이다’라는 평소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기부금 전액은 다양한 복지사업과 장학생 육성에 쓰이고 있는데 결국 '배려있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박 회장의 소신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설립연도 다음해인 1998년 미래에셋육영재단을 만들었고, 2000년 75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했다. 돈 버는 일도 중요지만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일을 진행하는 박현주 재단도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부가 생활
쓰임새 다양

임 회장과 이 회장이 함께 고생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몫을 돌렸다면 포괄적인 쓰임새를 고려해 자산을 쾌척한 기업인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8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명예회장이 출연하기로 한 비상장회사 주식에는 대림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이 포함됐다. 지주회사의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명예회장이 순수한 개인 재산을 2000억원이나 기부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기업 명의의 기부는 활성화돼 있지만, 기업인이 개인재산을 털어 돈을 내는 일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명예회장처럼 대기업 오너 경영인이 자발적으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명예회장이 외부 재단에 기부한 것도 대기업 오너 사이에서는 이례적이다. 회사 소유의 재단이 아닌 점에서 사회적 의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인 사회 공헌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통큰 기부 역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함 명예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 3만주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함 명예회장의 보유주식은 기부 직전 60만543주에서 57만543주로 줄었는데 사용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3만주가 기부로 쓰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가서야 알려졌다.

복지사업에 남몰래 기부
순수 개인재산 통큰 쾌척
연봉 삭감 등 분담 노력도


오뚜기 관계자는 “함 명예회장이 밀알재단의 장애인 자활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식 기부도 해당 재단 쪽으로 결정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오뚜기가 지원해오고 있던 밀알복지재단에 개인적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아들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함 명예회장은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철학에 따라 오뚜기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약 4000명에 이르는 심장병 환자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번에 함 명예회장이 주식을 기부한 밀알복지재단과는 2012년부터 인연이 닿았다. 주로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는 이 재단에 오뚜기 측은 선물세트 조립 임가공을 위탁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고향인 전남 순천시에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순천시는 최근 이 회장이 고향인 순천시에 전남공무원교육원이 유치된다면 교육원 시설(교육동 1만㎡, 생활관 2500㎡) 건축비용 250여억원을 투자해 직접 건립한 후 순천시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간 전국의 110여개 학교에 기숙사·도서관·체육관 등을 건립·기증하는 등 교육재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신념을 누누이 밝힌 바 있다. 해외에도 600여개의 학교를 지어주는 등 교육기부에 각별한 열정을 보여 왔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자발적 연봉삭감
구조조정 최소화


경기 불황의 여파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연봉을 삭감하거나 인력 감축 최소화를 결단한 경영진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각각 연봉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연간 총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발표된 지난해 김정태 회장 연봉은 17억3700만원, 한동우 회장은 12억3300만원이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가 5억원 미만이어서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보수 반납 결의는 3대 금융지주 회장 조찬 회동에서 논의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뜻을 함께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 지속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의 필요성을 공감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30% 반납 선언 이후 ‘연봉 반납’ 움직임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금융권 협회장, 지주 계열사 은행장, 카드 보험 사장들도 자발적으로 연봉반납에 동참할 뜻을 밝히며 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섰다. 3대 금융그룹은 연봉 반납으로 마련된 재원을 계열사 인턴, 신입사원, 경력직 사원 등 연간 신규 채용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몇 차례 수장들의 자진 연봉 삭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급물살을 타고 금융권 전역으로 퍼져 나가긴 처음”이라며 “경기불황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권 수장들이 앞장서 연봉을 삭감한다고 나서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태가 새해를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도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쌍용차 노사는 2009년 법정관리에 따른 대규모 해고 사태 이후 해고자 복직을 위해 종적으로 결의했다. 쌍용차 노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자 가운데 입사 지원자에 한해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으면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쌍용차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인 쌍용그룹이 무너지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쌍용차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간 바 있고, 일부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비극이 초래된 바 있다.

이러한 노·사간의 극한대립은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월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쌍용차, 쌍용차 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의 만남에서 소통이 본격 시작됐다. 당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2009년 퇴직했던 생산직 인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쌍용차는 주력 제품인티볼리를 내세워 부활하고 있고 마힌드라 회장도 통큰 결단으로 화답했다.

함께 일군 수익
구성원과 함께

일각에서는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사회공헌활동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조건 없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눠주는 통 큰 회장님들의 담대한 결정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세상에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형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의 행동은 일종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데 위아래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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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