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또 호출 받은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

‘땜빵 장관’에 나라경제 맡겨도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을 함께할 집권 후반기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나가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교체하고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부처의 후임을 인선했다. 박 대통령은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표적인 ‘친박’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월21일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유일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에 대해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개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료+정치인
퓨전형 인사

유 내정자는 1955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전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198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사해 1996년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에 부임하기 전까지 7년간 연구 생활을 했다. 김준경 KDI 원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연구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자들은 유 내정자의 성품을 추켜세웠다. KDI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동문인 한 관계자는 유 내정자에 대해 “귀가 열려 있는 분이다. 권위로 후배를 누르거나 하지 않고 늘 의견을 경청한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잘 조절해 낼 수 있는 포용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조세와 재정분야에 통달한 전문가다. KDI 재정팀을 거치며 재정과 지출에 대한 균형감각을 키웠다. 1998년 조세연구원장을 맡아 3년 연속 연구기관 평가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금융학회, 한국경제학회 이사를 거쳤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유 내정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 거물 야당정치인이었던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의 아들이다. 유치송 전 총재는 해공 신익희 선생의 비서 출신이다. 유 내정자 역시 대학시절 유신 반대 운동을 해서 구금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복귀 1개월 만에 또 내각으로
최경환과 비교하면…장악력 떨어져

유 내정자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 19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새누리당 대변인을 거쳐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원내대표일 때 수석 부의장과 의장을 연달아 맡으며 호흡을 맞췄었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유 내정자는 당초에는 ‘친이’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19대 국회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월박’으로 분류된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유 내정자는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가나다’ 순에 따라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과 옆자리에 앉았다. 이 전까지는 박 대통령과 직접적 인연이 없었던 유 내정자는 이 인연을 계기로 승승장구한 것이다. 유 내정자는 박 대통령 당선 이후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경제 부총리 내정자로 관운을 발휘해 이른바 ‘옆박’으로까지 불린다.

유 내정자는 내정 이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잘 이끌어 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며,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총리가 확장적 기조를 이끌었지만, 확장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한 정책은 아니었다”면서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 내정자의 이번 인선에 대해 논란이 많다. 유 내정자는 ‘총선용 1차 개각’에 포함돼 국토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지난달 국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다시 내각으로 돌아가게 돼 ‘돌려막기’ 인사가 아니냐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최측근 실세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이번 개각을 통해 새누리당에 복귀, 당내 친박을 결집시키고 총선 공천경쟁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경환 돌려보내기’ 개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회전문 인사
세번째 요직에

유 내정자는 국토부 장관 재임 시절 부동산 건설과 교통 분야에 취약해 색깔있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 청와대가 최 전 부총리에 이어 또 친박인 유 내정자를 내세운 것은 기존 정책을 잘 마무리지을 적임자로 본 까닭인 듯하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대책, 4대 개혁, 경제관련법안 통과 등 현안이 첩첩이 쌓였다.

무엇보다 유 내정자가 최 전 부총리와 차별화된 정책을 펼칠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내년 정책 방향은 모두 마련돼 있다. 새 부총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도 경제 운영의 큰 틀이 담긴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지난 12월16일 확정·발표됐다. 최 전 부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을 뿐 유 내정자와의 교감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유 내정자의 이런 행보는 국토부 장관을 맡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재임 시절 국토부 장관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애초 유 내정자가 총선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없었다.

유 내정자를 두고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경제 위기를 타파하고 꽉 막힌 정국을 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전문성을 찾을 수 없는 총선 지원용 개각”이라며 비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개각 대상자들을 언급한 뒤 “이번 인사들은 전문성과 명망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와 4대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유 내정자에 대해선 “경제통으로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현 대한민국을 경제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20년 조세·재정 전문학자
4대 개혁에 드라이브 예상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땜질식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라는 것 외에는 별 특징을 찾을 수 없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유 내정자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었다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던 인물로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 국토부 장관 청문회 당시 유 내정자는 배우자와 장남의 위장전입 의혹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자녀가 중·고교 입학을 앞둔 1993년과 1996년 두 차례 서울 강남 8학군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내정자는 “(위장전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아파트를 5억9900만원에 사들였지만 구청에 취득신고가를 4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유 내정자 본인과 부인, 장남 명의 재산은 총 8억2697만원이다.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과 이천시 율면 월포리에 합계 4억6184만원 상당 토지와 서울 중구 소공로에 8억1600만원 상당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기조 유지
청문회 쟁점은?

기재부는 이번주 안으로 유 내정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 내정자가 위장전입 의혹과 다운계약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청문회를 통과한 만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 한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 내정자에게 바통을 넘겨줄 최 전 부총리는 지난해 6월13일 내정돼 25일 만인 7월8일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min1330@ilyosisa.co.kr> 

 

[유일호는?] 

▲1955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초빙교수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한국금융학회 이사 ▲한국경제학회 이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18·19대 국회의원 ▲박근혜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 ▲새누리당 대변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기사 속 기사> 이준식 사회부총리 내정자는?
자타공인 재테크의 달인  


지난 12월21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내정된 이준식 전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공대 교수 출신이다. 공대 출신이 교육부장관에 임명된 것은 2008년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친 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열 및 물질전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정밀기계공동연구소장, BK21차세대기계항공시스템 창의설계 인력양성산업단장, 마이크로열시스템 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서울대 연구처장과 연구부총장을 지냈다.

여야가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7일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내정자 부부의 부동산 재산형성과정과 둘째 딸의 한국 국적 포기 등 개인신상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 12월24일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서울 광진구의 오피스텔을 비롯하여 모두 4곳의 부동산 22억원 가량을 신고했다.

부동산 재산형성 과정 의문
청문회서 뜨거운 쟁점 될듯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 내정자와 배우자는 서울 광진구의 최고가 주상복합 아파트(76평형)를 비롯해 목동(50평형)과 서초동(22평형 2채) 등에 모두 4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는 실거래가로 따질 경우 최저 36억2000만원에서 최고 39억3500만원에 이르는 재산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으로 16억6480만원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 명의로 서울 광진구 오피스텔(9억3242만원·기준시가 기준)을, 이 후보자 본인 재산으로 예금과 콘도·골프 회원권 등 9억4342만원을 보유했다. 배우자 명의의 재산은 광진구 오피스텔 외에 서울 양천구 아파트와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2채, 승용차 2대,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등에 금융기관 채무와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7억2137만원을 신고했다. 동거하는 이 후보자의 모친은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이 내정자의 차녀가 이중국적을 보유하다가 현재는 미국 국적만 갖고 있고, 주민등록상 동거인인 장녀·사위와 손녀도 미국에 장기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조리와 특권이 논란인 가운데 장관후보자의 재산축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며 “이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은 물론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인사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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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