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식품 '긴박했던 4박5일' 풀스토리

욕하고 때리고…한 성격하는 회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110년 전통의 향토기업이 흔들렸다. 명예회장의 갑질 사건이 터진 것이다. 비난 여론이 확대되자 명예회장은 퇴임으로 마무리 하려했지만 불매운동 조짐이 보였다. 결국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건이 터진지 4박5일만의 대처였다.

몽고식품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3일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자신의 개인 운전기사 B씨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폭로가 터졌기 때문이다. 장수기업에서 터진 갑질 사건이라 충격은 더 컸다.

가족같이
낭심가격

1905년에 경남지역에 창립된 몽고식품은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회사다. 한국 장수기업으로 3위에 이름을 올린 회사. 이같은 사실은 몽고식품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작용했다. 매출도 견조했다. 2014년 연매출 477억원, 영업이익 11억원 수준. 몽고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외부 평가도 좋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2015년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 산업부분 대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회장은 당시 근면하고 진취적이며, 창의적인 사람만이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미래는 스스로 노력하고 갈망하는 자에게 찬연한 빛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1달여 남짓 흐른 지금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김 회장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김 회장 개인의 명예는 물론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지난 12월23일 B씨가 <노컷뉴스>에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김 회장은 B씨에게 평소 “임마”, “개새끼”라는 폭언을 했다. 지난 10월 22일 김 회장은 B씨의 낭심을 걷어차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B씨는 “회장님 사모님의 부탁을 받고 잠시 회사에 갔는데 왜 거기에 있냐는 회장님의 불호령을 듣고 서둘러 회장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니, 회장이 다짜고짜 구둣발로 낭심을 걷어찼다”고 전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B씨는 병원 진료까지 받았다. 이후에도 다리와 허리의 통증이 계속돼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오래잖아 B씨에게 “너 또 까여 볼래?”라는 비아냥 섞인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의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린 일도 있었다. B씨에 따르면 김회장은 행선지로 가는 길이 자신이 알던 길과 다르거나 주차할 곳이 없으면 욕을 내뱉기도 했다.

그는 “김 회장은 기분이 나쁘거나 하면 거의 습관처럼 폭행과 욕설을 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9월부터 B씨는 2개월간 일하다 권고사직 당했다.
 

운전기사의 폭로가 터지자 주변의 증언도 잇달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몽고식품 관리부장직으로 재직한 J(65)씨도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회장이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욕두문자를 입에 달고다녔고, 아랫사람을 지칭할 때도 ‘돼지’, ‘병신’, ‘멍청이’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폭기질
스트레스

J씨에 따르면 식사를 하면서 술을 자주 마시는 김 회장이 취하면 폭력적인 기질이 더 심해졌다. 기물을 던지거나 파손하고,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일도 있었다. 밥을 먹는 직원들을 쫓아낸 경우도 있었으며, 술을 마시라고 강권하다가 직원이 마시지 못하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J씨는 김회장의 욕설 때문에 환청에 시달리는 등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J씨는 김 회장이 여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사 중에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거나 술병을 옷에 던져 옷을 다 젖게 하는 일도 있었다. J씨는 “김 회장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도 쏟아냈다”며 “김 회장의 언행에 상처를 받아 회사를 그만둔 여직원이 기억나는 인원만 1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깨를 툭툭 치는 정도였고, 경상도식으로 ‘임마’, ‘점마’하는 정도였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육성이 담기 파일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면서 여론은 급격히 차가워졌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김 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에는 김 회장의 거친 욕설이 담겨 있어 언론보도 내용의 신빙성을 높였다.

몽고식품은 폭로직후인 23일 오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몽고식품은 김 명예회장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사죄한다며 김 회장이 명예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김 회장이 직접 당사자 B씨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알렸다. 하지만 사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났다.

김 회장은 사건 발생 4일 만인 지난 27일 오후 B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B씨는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엔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다음날인 28일 오후 2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는 백번을 돌이켜봐도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가벼움에 벌어진 일이다”며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아들이자 회사 대표이사인 김현승 대표이사도 사죄을 말을 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복직을 진행하고 건전한 노사문화와 혁신 일터를 마련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몽고식품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향토기업으로 경남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몽고식품에게 직격탄이었다. 

몽고기업은 지난 1988년 공장을 창원으로 옮긴 뒤에도 마산 본사 체제를 유지하며 경남 지역의 향토기업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실제 창원시 홈페이지에는 지역 특산품으로 몽고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에 펴며 지역주민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갑질 파문이 일면서 또다른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다. 향토기업 몽고식품이 친일기업 아니냐는 의혹이다. 몽고식품(전신 몽고장유)이 일본인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 근거다. 몽고식품은 야마다 노부스케가 마산시 자산동에 세운 산전 장유 양조장에서 시작했다.

이후 해방을 맞아 당시 공장장이었던 김 회장의 부친 김홍구 씨가 몽고장유양조장으로 바꾼 뒤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를 물려받은 김 회장이 사명을 몽고식품으로 바꿔 법인을 등록했다. 당시 패망뒤 우리나라를 떠나는 일본인들이 심복들에게 부동산이나 회사를 헐값에 넘기는 일이 빈번했던 만큼 몽고식품에 친일기업 의혹까지 제기됐다. 친일기업 논란은 향토기업 이미지가 강한 몽고식품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여론
매출타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수기업으로 알려진 몽고식품에 갑질 논란이일면서 친일기업 의혹까지 제기됐다”며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뀜에 따라 일정 부분 매출 타격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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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