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로 키워줄게 몸 바쳐”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사 여가수를 상습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26일 C여성그룹 멤버 J씨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강간) 등으로 연예기획사 대표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는 J씨가 전 소속사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접근해 “우리 회사를 통해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하는 등 올해 초까지 3차례 J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경찰에 따르면 B씨는 J씨가 6개월 전부터 “가수를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J씨의 나체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이 아니라, 우리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J씨의 동의를 받고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2004년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과거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던 후배 K씨의 세력을 이용해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매니저간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저런 사고, 스캔들 많아
이번 사건과 관련, 모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과 매니저간에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저런 사고와 스캔들은 아주 많다”며 “매니저도 귀중한 개인이고 연예인 또한 각 가정에서는 귀중한 자녀이자 인권을 가진 개인이므로, 이들 양쪽이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통해 목적한 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개개인의 성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언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이제 매니저들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소속 기업, 조직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며 “조직을 위해서라도 매니저의 개인적 성품과 사생활이 깔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매니저로서 이미 자격상실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력 있는 매니저들의 눈에 들기 위해 성상납을 하는 신인연예인들은 과거 연예계에서도 고질적으로 적발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매니저들이 연예계에서 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의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에는 연예인 지망생인 16살 A양을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 한 모연예기획사 실장 Y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Y씨는 연예기획사 직원들이 모두 다 퇴근하자 A양에게 “가수 오디션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며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Y씨는 반항하는 A양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기획사 대표 B씨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유혹
올해 초까지 3차례 가수 J씨 성폭행…나체사진 촬영, 협박하기도
같은 해 4월에는 ‘연기자 및 가수지망생 모집’이란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 온 여고생 2명에게 “유명 가수가 되려면 성상납을 해야 한다. 유명 가수로 키워주겠다”며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모 인기그룹의 음반제작자였던 모 기획사 대표 K씨가 청소년 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K씨를 고소한 여고생 중 한 명은 가수지망생이고, 다른 한 명은 탤런트 지망생이었다. 가수지망 여고생은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K씨의 말에 속아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에 호소한 것. 탤런트 지망 여고생은 작년 12월까지 동거를 하다시피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오다 역시 속은 것을 알고 고소장을 냈다.
광고 보고 찾아 온 여고생에게
“가수로 키워주겠다” 성관계 요구
특히 K씨는 고소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까지도 은밀히 만나 성적노리개로 삼아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연예계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스타지망생들에게 불량 매니저 구분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매니저가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팬텀, 싸이더스, SM, 예당 등이 바로 대형기획사 범주에 드는 매니지먼트사다. 좋은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기획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연락해 확인해 보면 된다. 일단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회사는 신생기획사다. 신생기획사들은 아무래도 전통 있는 대형기획사들에 비해 교육환경 등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막연히 규모만 키우기보다
합리적 신뢰 관계 확보돼야
둘째, ‘길거리 캐스팅’에서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연예학원들도 일반인들을 써서 길거리에서 학원생을 이 같은 방법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선 학원에 등록해 연예인의 자질을 먼저 익혀야 하고, 학원 수강 뒤에는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알선하겠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매니저들은 자신이 직접 돈을 투자해서 가수나 연기자를 만든다. 한 마디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기획사는 ‘문제의 기획사’라고 보면 된다.
매니저가 대형기획사 소속인지 확인…‘길거리 캐스팅’ 접근 매니저 경계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 강조하거나 한밤중에 술자리 자주 불러내면 의심해야
셋째, 매니저가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을 강조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스타급 매니저들은 대부분 다방면에서 들어오는 부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자신의 일을 숨기려 한다.
넷째, 한밤중에 여자 연예 지망생들을 술자리에 자주 불러내는 매니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 후원해 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느니, PD나 영화감독에게 보인다는 명목을 대지만 이 같은 자리에 참석할 경우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 모 연예인 매니저는 “현재 연예계에 관련 된 한사람으로 이런 사건 때문에 한편으로 억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극소수의 얘기인데 우리가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며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예지망생들이 불량한 매니저와 선량한 매니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매니지먼트사업이 시장규모나 범위에서 여타 다른 산업에 못지 않게 거대해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겸비한 많은 고학력 인력들도 대거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매니지먼트사가 막연히 힘을 가지고 비대해지는 것이 아닌, 보다 합리적으로 신뢰 관계가 확보돼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