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은 강렬한 빛과 짙은 어둠이 반복되는 굴곡진 삶을 살다 간,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1988년 데뷔 이후 20년 동안 연예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며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무대 뒤 개인의 삶엔 암울한 그늘이 드리웠다. 사람들은 ‘최진실’의 미소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려한 겉모습을 보았고, 그의 눈물에서 비정하고 눅진한 연예계의 생리를 가늠했다.
서울 선일여고를 졸업한 최진실은 CF 단역을 전전하다 1988년 한 대기업 가전제품 CF에서 상큼한 미소와 함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대사를 던지며 일약 ‘국민 요정’이 됐다. 이후 그의 연기 행보는 거침없었다. 1990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톱스타 박중훈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2’(1991) ‘미스터 맘마’(1992)가 잇달아 히트하며 대중들과의 접점을 넓혀가던 그는 1992년 최수종과 주연한 MBC 드라마 ‘질투’로 국내 최고 청춘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이전까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였던 최진실은 이어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에선 코믹한 악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4)에선 유명 남자배우를 납치하는 페미니스트 역으로 연기 영역을 넓혀갔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던 최진실은 1994년 큰 시련을 맞는다. 매니지먼트 업계의 실력자로 통하던 그의 전 매니저 배병수가 최진실의 전 운전사에게 살해된 사건이 나면서 최진실은 증인으로 법정을 오가야 했다. 이영자와 엄정화 등 이른바 ‘최진실 사단’이라 불리는 지인들이 취중 폭력사건에 연루되면서 그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온갖 구설에 시달렸지만 그의 배우로서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1996년에는 안재욱과 공연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로 건재를 과시했고, 박신양과 출연한 최루성 멜로 영화 ‘편지’(1997)로 수많은 관객을 울렸으며,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1999)에선 한층 원숙한 연기를 펼쳤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의와 인기는 상복으로 이어졌다. 1991년 대종상, 춘사영화제,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고 대종상 여우주연상(1995)과 MBC연기대상 대상(1997), 한국방송대상 여자탤런트상(1998)을 수상했다.
연기자로서 성공신화를 이어가던 최진실은 2000년 결혼했던 연하의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파경으로 다시 크나큰 시련과 맞닥뜨린다. 별거 중이던 조성민이 2004년 최진실의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두 사람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 최진실은 한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최진실은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남편의 버림과 발암에도 악착같은 삶을 살아가는 맹순이 역을 맡아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한다. 올해 초엔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정준호와 출연, 아줌마들의 로맨스 판타지를 자극하며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진실은 5월에는 자신이 키우던 두 자녀의 성(姓)을 자신의 성으로 바꿔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최진실은 이러저러한 구설과 시련을 버텨낸 강단 있는 아주 좋은 배우였다”며 “최근 드라마가 너무 잘 돼 배우로서 사기도 많이 올랐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