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누리당, 엄마부대 배후 조종 의혹 추적

지부장 3명 중 2명이 새누리당 당원인데 대표는 몰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유명해진 엄마부대 봉사단이 순수성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엄마부대 활동에 새누리당 인사들이 적극 개입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엄마부대는 순수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들은 평범한 엄마들일뿐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단체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과연 엄마부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세월호 특별법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 방송인 김제동 퇴출 시위 등등…”

엄마부대 봉사단(대표 주옥순, 이하 엄마부대)은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유명해졌다. 이들은 박근혜정부를 공격하는 반국가 선동시위꾼들을 방치할 수 없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폭언을 쏟아냈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상복을 입고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개입?
새누리당과 연대?

최근에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SBS사옥 앞에서 김씨의 방송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달가량이나 진행하고 있다. 엄마부대는 대체로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선 이들이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주옥순 대표는 그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들은 평범한 엄마들일뿐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단체는 아니다”라고 적극 항변해왔다. 그런데 <일요시사>는 엄마부대 활동에 새누리당 인사들이 적극 개입해온 정황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우선 엄마부대에서 홍보실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A씨는 경기도 군포시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의 고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군포시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모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도 SNS 지회장이란 중요 직책을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A씨는 새누리당 경기도당 SNS 부지회장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간부가 엄마부대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활동해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엄마부대의 순수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총선 앞두고 지역 지부 잇달아 창설
지부장 3명 중 2명이 새누리당 당원

이에 대해 주 대표는 “A씨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분인지 전혀 몰랐다”면서 “당적을 가진 분이면 우리 단체에서 활동할 수 없는 것이 맞다. A씨에게 당적을 정리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A씨도 “주 대표에게 내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따로 한 적은 없다. 엄마부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는 “그렇지 않아도 이런 지적이 있어 엄마부대 활동을 정리하려고 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당적을 버릴 수는 없고 엄마부대 활동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후보 선거캠프에서까지 활동하고 있는 새누리당 인사가 엄마부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아왔으니 그동안 엄마부대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수밖에 없다. A씨는 이날 오전까지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한 새정치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홍보실장 정도면 엄마부대 활동방향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주 대표도 “아무래도 영향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주 대표가 이 같은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는 의문이다. 군포시 엄마부대 지부 창설식엔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까지 참석했었다. 이전부터 엄마부대가 새누리당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주 대표는 “해당 인사를 지부 창설식에 초대한 적도 없는데 제 발로 찾아 온 것”이라며 “그래도 지부 창설식에 찾아온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지 않나? 엄마부대는 새누리당과 어떤 교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순수성 논란
정권 나팔수였나?

이들의 공통된 주장처럼 A씨가 자신이 새누리당 인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몰래 엄마부대에서 활동해온 것이라고 해도 역시 문제다. 이 경우엔 새누리당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엄마부대를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경우가 도덕적으로는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수상한 정황은 더 있었다. 엄마부대는 최근 전국에 지부를 창설하고 있는데 엄마부대 경기본부 및 군포시 지부장을 맡고 있는 B씨와 시흥시 지부장을 맡고 있는 C씨도 새누리당 당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엄마부대는 최근까지 경기 군포, 시흥과 경남 등 3곳에 지부를 창설했는데 3곳 중 2곳의 지부장이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B씨와 C씨의 경우 선거 캠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 별다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당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니 엄마부대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돕기 위해 전국적으로 지부를 창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마부대는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지부 창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엄마부대는 각 지부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국가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모든 지부가 서울에 모여 집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30~40명 규모로 창설된 엄마부대는 불과 2년여 만에 전국 회원 수가 약 1300명에 달하는 대형 단체로 성장했다.

전국 조직화
총선 지원?

주 대표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감했다. 주 대표는 “엄마부대는 순수한 단체인데 새누리당 분들이 지부장을 맡는 등 우리 단체에서 몰래 활동하고 있었다면 문제”라며 “아무래도 엄마부대가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이 있으니까 선거를 앞두고 우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기자님이 지적해주셔서 이제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엄마부대 내에 새누리당 인사가 더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엄마부대에 가입시킬 때 당원 가입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엄마부대에 새누리당 쪽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앞으로는 가입시킬 때부터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당적을 확실하게 정리 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엄마부대는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는 단체다. 엄마부대는 홈페이지나 사무실도 따로 없다. 다만 주 대표는 과거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의 간부를 지낸 바 있고, 역시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탈북여성회와 나라지킴이여성연합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대표는 자신은 한 번도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며 스스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엄마부대가 세간의 의혹처럼 정부지원금을 받기는커녕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팍팍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한 단체라더니…정말 몰랐나?
조직 성향·방향 두고 논란 일듯

그런데 <일요시사>는 취재과정에서 사무실이 따로 없다던 엄마부대가 사회공헌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회공헌네트워크는 사회공헌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사회공헌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시키기 위해 창설됐다.

쉽게 말해 기업들에게 맞춤형 사회공헌컨설팅을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단체다. 해당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해당 사무실이 엄마부대의 사무실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다소 진보적인 성향으로 보이는 해당 단체가 극우 단체로 분류되는 엄마부대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해당 사무실에 엄마부대와 관련한 간판 등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해당 사무실에 찾아가 관계자에게 엄마부대에 대해 묻자 “엄마부대가 이곳에서 가끔 모임을 하는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기자가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자 바쁘다며 취재기자를 쫓아내다시피 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주 대표도 해당 단체와 엄마부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무실 등을 가끔 빌려 쓰는 것뿐이라고 했다. 해당 단체는 최근 열린 엄마부대 후원의 밤 행사 때도 단체 명의로 해당 건물의 강당을 빌려줬다.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가 엄마부대에 사무실 일부를 내어주고 강당까지 대여해줬다고 하니 다소 수상한 정황이었다. 하지만 두 단체 간의 연결고리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수상한 행적
도덕성 논란

마지막으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엄마부대가 새누리당의 후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일반 시민단체인 것처럼 위장해 여론을 호도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반대로 새누리당 인사들이 일반 시민단체에 정체를 숨기고 가입해 영향력을 끼쳤다고 해도 역시 문제”라며 “엄마부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총선을 앞두고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다른 보수단체들에도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잠입해 활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검증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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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