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발로 나온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버티고 버티다 결국 철창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 자진출두 했다. 경찰은 곧바로 한 위원장 손목에 쇠고랑을 채워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한 위원장은 어떤 죄목으로 체포됐으며, 그는 누구인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나왔다. 예정대로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동행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대웅전에 도착해 삼배를 올리고 자승 총무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 기자회견을 위해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 숨박꼭질
조계사로 들어가
 

“저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맸습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정부를 규탄했다. 아울러 전날인 9일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1000여명의 경력이 배치된 상황을 비판하며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폭력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한 위원장이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자 법원이 지난달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중총궐기대회를 5일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 지난달 16일 열렸던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검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 위원장 검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한 위원장은 집회를 앞두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12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에서 끝까지 조합원과 민중의 맨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위원장 검거를 시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에게 막혀 실패했다.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접근하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프레스센터 로비까지 진입했던 경찰은 5분 여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 사이 건물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 몸을 숨겼던 한 위원장은 경찰이 물러난 뒤 현장을 빠져나와 집회에 합류했다. 당시 검거작전에 실패한 서울지방경찰청은 한 위원장 검거 전담반을 30명으로 확대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밤 10시께 조계사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조계사 측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한 위원장 피신 요청을 수용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이 수용 결론을 내리자 이날 오후 11시께 곧바로 조계사로 들어가 관음전에 머물었다. 당시 조계사는 “한 위원장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세월호 추모집회 불법시위 수배
민중총궐기 마치고 조계사 피신
 

그러자 경찰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기동부대 등을 동원해 조계사 인근을 봉쇄했다. 한 위원장 검거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이유는 종교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동성당은 1970,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의 농상장과 도피처였다. 1990년대엔 주로 노동계 인사들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신도들의 불편 때문에 명동성당 측이 잇따라 퇴거를 요청하자 2000년대 들어 조계사가 새로운 피신처가 됐다. 경찰은 이따금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마다 승려와 신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경찰은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을 쫓아 조계사 안으로 들어간 뒤로 진입을 시도한 적이 없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조계사는 19일 화쟁위원회를 열어 중재문제를 논의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2010년 구성한 기구다. 화쟁위원회는 그동안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 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청도 노사 문제 등 사회 현안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중재를 수용한 조계사는 지난달 23일 한 위원장과 첫 면담을 갖고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위원장은 화쟁위에 ‘2차 민주총궐기의 평화로운 진행’과 함께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강행 중단’ 등에 대해 중재를 요청했다.

병력 2000명 투입
자진해 경찰서로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특히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경찰 병력을 (조계사)경내에 투입해 (한 위원장을) 검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계사 승려 7명은 지난달 23일 김 의원의 사무실에 항의 방문했다. 승려 7명은 이날 “범법자는 인권이 존중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며 “불교의 자주성이나 지혜를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김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 민중궐기대회와 관련해 “비폭력 저항으로 국민과 함께 평화행진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우린 평화시위를 할 것이고, 차벽이 있다면 연좌를 포함한 정당한 항의 표현을 하겠다”며 “살수를 하면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도 물대포와 차벽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23일 화쟁위원회에 요청한 대로) 정부와 대화가 진행되고 정부가 (노동개편 관련) 정책을 철회한다면 언제든지 출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조계사 신도회에서 한 위원장의 퇴거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신도회는 한 위원장 거처에 찾아가 “신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퇴거 및 경찰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5일만 시간을 달라며, 신도회의 퇴거요구를 거부했다.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해 그 과정에서 홀로 있던 한 위원장의 옷이 찢기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반면 화쟁위원회는 “신도회와 화쟁위가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며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는 물론, 2차 총궐기에서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 집회·시위로 끝났다. 이날 서울광장과 종로, 대학로 등에서 6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집회에서 폭력과 충돌은 없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2일째인 7일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은신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8일 오전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사 주지 스님과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을 만나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토록 요청했다. 

도로교통법·집시법
경찰 소요죄도 검토
 

조계사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신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라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는 글을 올려 조계사와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경찰은 지난 8일 24시간 이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한은 9일 오후 4시까지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자진출두는 없다’며 강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 이날 오후 경찰이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민과 신도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 병력 1000여명이 투입되는 등 신도와 시민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 위원장 거취 문제 해결을 약속해 불상사는 피했다. 

현재 한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집시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세월호 집회 당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에 4차례 출석하지 않아 구속영장이 한차례 발부된 적이 있다. 또 올해 5월 노동절 집회 때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줄곧 수배를 받아왔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폭력시위와 집회를 주도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소요죄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해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해 왔다.

잡으려 사활 건 경찰
25일 만에 자진 출두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했을 시 성립하는 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반면 실제로 소요죄가 인정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공산도 크다. 그밖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 등이 새롭게 적용될지도 눈여겨 볼 대목으로 꼽힌다. 


한 위원장은 1962년생으로 전남 나주가 고향으로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제대 후 부산에서 일하다 1985년 지프차 생산회사인 거화에 입사했다. 거화가 동화자동차공업으로 인수되고, 다시 동화가 쌍용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 직원이 됐다. 

1987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일하면서 쌍용자동차노조 추진위원장이 됐고, 2008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됐다.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가 같은 해 4월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2646명의 노동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 파업을 주도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3년을 선고 받았고, 201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평택공장 인근 3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현장 투쟁을 주도했다. 

쌍용차 직원 출신
해고자 복직 주도
 

이후 한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민주노총 사상 직선제로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노동계 인사들은 “한 위원장이 선거 기간 내내 공무원 연금 개악과 민영화·노동악법 개악 저지 등을 묶어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내에서 강경파로 구분된다”고 입 모아 말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4월24일 총파업, 5월1일 노동절 집회, 9월23일 총파업,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 12월5일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 등을 잇따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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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