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소라넷 아류사이트 대해부

‘경찰 알까’ 제2·3의 소라넷 널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소라넷. 혈기왕성한 한국남자라면 호기심에라도 한번쯤은 소라넷 사이트의 문을 두드려봤을 것이다. 최근 소라넷 폐지에 관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소라넷만을 폐지시켜도 풍선효과처럼 아류싸이트가 넘쳐날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라넷의 뒤를 이을 퇴폐사이트들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소라넷은 몰래카메라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음란물을 올려 지적을 받아왔으며 올해 초 워터파크 샤워실 몰카가 인터넷에서 퍼지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여론이 증폭됐다. 

‘때는 이때다’
음란광 대이동
 

지난달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의 소라넷의 불법 음란 게시물의 정도가 심각해 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수사에 착수했다”며 “사이트 폐쇄가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라넷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생긴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온라인 음란물 사이트다. 그동안 소라넷은 폐쇄와 재운영을 반복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게시물을 보면 단순 음란물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강력범죄 수준의 사진까지 게시돼 있어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주취 상태로 의식이 없는 여성의 나체와 얼굴을 공개한 게시물이나 여성의 주요 부위에 라이터, 식칼 등을 삽입한 게시물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소라넷을 매개로 벌어지는 범죄 중 하나는 미성년 스와핑, 미성년 성매매 등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다. 15살도 채 되지 않는 여중생에게 소라넷에서 알게된 남성과 상대방을 바꿔 성관계를 맺는 속칭 ‘스와핑’을 하게 하기도 하고, 사이트를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소라넷을 통해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범죄는 바로 ‘몰카’다. 실제 소라넷에는 일반인의 다리 등 특정부위를 촬영한 사진, 여자친구나 부인 등의 나체를 촬영한 사진, 심지어는 일반인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까지도 게시되고 있다. 

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9월에 진행한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소라넷이 생긴 1990년부터 지금까지 200여 회 이상 사이트를 차단한 바 있다. 

몰카·강간모의 논란…사실상 퇴출 수순
해외 서버 둔탓에 실직적인 단속 어려워

회의당시 통신심의위원회는 “소라넷 사이트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소라넷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속을 차단했으나 위원회가 접속차단을 할 때마다 URL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URL에서 활동한다”며 소위원회에 소라넷 IP 자체의 차단을 요청했다. 

요청 결과 소라넷의 IP는 차단됐지만 소라넷은 새로운 IP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규제당국이 이처럼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면 운영자는 또 다른 주소로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트위터 등 SNS에서 해당 주소를 공유했다. 소라넷의 경우 주소를 공유하는 트위터 계정이 따로 운영될 정도였다. 

강 청장의 소라넷 폐쇄 가능성 언급에 대해 소라넷 회원들은 격분했다. 소라넷의 한 회원은 소라넷 폐쇄 청원 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메갈리아’ 회원에 대해 “남자들이 자기보다 어리고 이쁜년들 데리고 노는 걸 막고, 자기들은 그렇게 못하는 것에 대한 열패감과 질투심을 씻어볼까 하는 그런 (목적에서 폐쇄를 요청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근엄한 척 하다가 뒤로는 호박씨까는 문화에 대한 일갈을 멈춰달라”며 “소라넷이 없어지면 우리 대한민국 성인들 성문화는 어디가서 즐기나, 정말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도 넘은 소라넷에서의 행태에 사이트 폐지를 요청하는 서명이 수만명에 이르고,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 측과도 사이트 폐쇄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자 숱한 비난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소라넷이 백기를 들었다. 

유흥업소들과
콜라보레이션

지난달 30일 소라넷 운영자는 “최근 소라넷과 관련해 많은 이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의 각종 불법적 몰래카메라, 강간 모의 등의 논란에 대해 “이미 등록된 게시물이 모니터링을 거친 후 수정 기능을 통해 불법적 내용으로 변조됐다”고 변론하며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회원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서비스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라넷이 미국 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다 해도 사이트가 실질적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국내 법을 저촉했기 때문에 처벌의 가능성은 크다. 다만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 사이트’인 만큼 폐쇄는 또 다른 문제다. 

일부 소라넷 이용자들은 “내 몸 사진을 올리는 것까지 문제삼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성인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올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사진·동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설명했다.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관련 포르노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소지는 가능하지만 배포·게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16년간 시대를 풍미한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은 사실상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소라넷의 폐지가 모든 퇴폐사이트의 근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갈 곳 잃은 남자들의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퇴폐사이트를 찾아 나서는 남자들. ‘퇴폐사이트 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소라넷 폐지 추진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퇴폐사이트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여탑, 밍키넷처럼 소라넷의 자매사이트 격인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구글에 ‘야동’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어마어마한 퇴폐사이트들이 나온다. 

폐지서명 수만명
결국 백기 드나

딱봐도 소라넷을 표방 한듯한 춘자넷, 미소넷, 오야넷, 꿀잼넷, 야다넷, 무야넷 등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카마수트라, 19곰닷컴, 소녀경, 떡방닷컴 등이 페이지를 가득 메웠다.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한국야동, 일본야동, 서양야동으로 획일화된 인터페이스, 게시판 등에 시선이 간다. 한국야동 게시판을 눌러보면 소라넷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개의 몰카와 스와핑 등의 영상을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심지어 성인인증도 필요가 없었다. 

초창기 ‘여탑’은 소라넷과 함께 성인 정보 커뮤니티 양대산맥을 이뤘지만 거침없는 표현과 자극적인 주제선정으로 정부의 집중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때문에 사이트가 차단되는 일이 잦았고,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되는 여탑을 찾아 헤매는 ‘섹티즌’이 상당수 존재했다. 여탑에서는 성매매 업소 정보를 지역·종류별로 접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게시물을 확인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인인증 절차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통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닉네임 등을 적고 가입하면 바로 성매매 업소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 또한 볼 수 있다. 업소 정보 게시판에는 오피, 풀싸롱, 립카페, 안마 등 업소 정보가 종류별·지역별로 정리돼 있었다. 

여탑·밍키넷 등 강자들 건재
불붙은 퇴폐사이트 왕좌 대결

‘대박할인이벤트, 거품no, 내상no, 균일가’ 등의 홍보문구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게시물에는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과 이름, 나이, 몸무게, 가슴크기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업소 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실장’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전화주세요’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그리고 ‘후기 작성 시 2만원 할인’이라는 문구도 모든 게시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밍키넷’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동영상을 유포하는데 그 음란동영상에 불법 폰팅 광고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060’폰팅 전화번호와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문구를 넣는 방식으로 남성들을 유인했다. 1800여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동영상에 폰팅 광고를 넣었다. 

한 50대 남성은 음란동영상 속 광고를 보고 2년 동안 355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1000만원의 폰팅 이용료를 결제했다. 한 20대 남성도 한달 만에 23차례나 전화를 걸었다가 100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SNS도 불법 음란물 유통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블로그 ‘텀블러’의 경우, 성기가 적절히 드러난 사진은 물론 성행위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음란물이 담긴 해외 웹사이트 링크 묶음을 만든 뒤 이것을 SNS에 퍼뜨리면서 청소년들도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음란물은 넘쳐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은 아직 없는 것이다.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의 개별 웹페이지 차단만 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 사이트에 또 업로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퇴폐사이트들이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돈’이다 이러한 유형의 퇴폐사이트들은 대부분 유흥업소의 홍보로 관리비를 조달한다. 

도박사이트 끼고
유사갤 우후죽순
 

음지로 흘러든 유흥업소는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홍보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퇴폐사이트가 유흥업소의 홍보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라넷을 폐쇄한다고 해도 또다른 퇴폐사이트 중 하나가 유흥업소의 홍보 창구로서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라넷 퇴출' 불 당긴 두 사건

소라넷은 최근 각 언론 사회면에 등장한 사고사건 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아는, 한번쯤은 들어가 본 사이트. 다음은 소라넷 퇴출에 불을 댕긴 대표적인 두 사건이다. 

벗은 여친몸 공개 자랑 

▲의사와 짜고 병원서 애인 능욕 = 경찰에 의해 강제폐쇄가 거론되고 있는 국내 최대 음란물 공유사이트 소라넷의 과거 게시물 중 사이트 회원 두 명이 한 여성을 성적으로 능욕한 뒤 찍은 인증샷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충격적인 소라넷 병원’이라는 제목의 소라넷 폐해 사례가 퍼지고 있다. 트위터 글은 2200건 리트윗되며 현재까지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한 소라넷 회원이 의료계에 종사하는 소라넷 다른 회원과 함께 여자친구를 능욕했다는 글과 그 인증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 의하면 하의를 벗은 듯한 여성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고 그 앞에 의료 가운을 입은 남성이 서 있다. 

게시물을 올린 회원은 “소라에서 만난 선생님과 오랫동안 상의하고 시나리오도 짰다”며 “병원에서 아무도 없는 시간에 여러 가지 검사를 빙자하며 여자친구를 능욕하도록 허락했고 자신은 그 광경을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이 회원은 “마사지숍이나 산부인과 등 병원을 운영하시는 분 있으시면 쪽지 달라”며 추가 범행을 모의해 보자는 글도 올렸다. 

회원들 중 일부는 이 게시물을 보고 ‘대단하다’ ‘흥분되는 사진이다’ ‘좀 더 많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반응했다.

 

길거리 여성 찍어 문제도

▲왕십리 강간모의 사건 = 술에 취한 여성을 강간하려 모의하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줬다. 지난달 13일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라는 트위터 계정은 소라넷 이용자 A씨가 남긴 글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렸다. 

사진 속에는 ‘서울 왕십리 골뱅이(나이트나 클럽등의 유흥업소에서 술에 취해 정신 잃은 여성을 칭하는 은어) 여친’이라는 제목으로 소라넷 유저가 쓴 글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술이 약해 맥주 2캔만 먹어도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사랑스런 여친님. (여친 강간할 분) 소라넷에서 초대합니다. 쪽지 말고 댓글로 바로 답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다수의 소라넷 이용자들은 ‘지금 바로 갑니다’, ‘초대남 지원합니다’, ‘불러주시면 바로 튀어갈게요’라며 A씨의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데에 자원했다. 

이를 본 누리꾼이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강간 모의 상황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고, 여성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모텔로 여성을 데리고 들어가는 상황이 확인될 때 신고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후로도 소라넷에는 ‘골뱅이 동창’, ‘실시간 골뱅이’라는 제목으로 술에 취한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함께 강간 지원자를 모집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이 됐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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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