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김우찬 전수조교

4대째 이어가는 방짜수저의 가업

‘예향’ 강릉에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가 있다.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14호인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는다. 200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전국공예품대전 강원도 은상, 강원무형문화대전 신진상,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특선 등 수 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방짜수저보존회를 설립해 방짜수저의 명맥을 잇는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인고의 과정
생김새 따라 구분되는 수저의 종류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구리 1근(600g)에 주석 4.5냥(168.75g)을 더한 것인데, 정확한 비율을 따지면 구리가 78%, 주석이 22%를 차지한다. 구리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쇳덩이가 딱딱해서 망치로 칠 수 없고, 주석이 더 들어가면 망치질할 때 쇠가 터지고 만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예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방짜수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드는 수고와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먼저 잿빛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숯불에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위아래를 뒤집어가며 망치로 두드린다. 이 과정에 수저의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숯불에 15회 이상 담금질해 두드리면 쇠의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높아지고 광택이 난다. 다음은 망치 자국이 울퉁불퉁한 숟가락을 나무틀에 고정하고 쇠칼로 불에 달궈지며 생긴 때를 벗겨낸다. 이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반짝이는 놋쇠가 드러난다. 이 쇠를 줄질로 다듬고,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머리와 손잡이에 문양을 새긴다. 그리고 쇠기름으로 광을 내면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16세부터
오롯이 한 길

방짜수저는 종류가 다양하다. 생김새에 따라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새긴 문양과 거기에 담긴 뜻도 여러 가지다. 손잡이에 매화를 새긴 매화수저는 장수를, 죽절문(竹節紋)을 새긴 죽절수저는 다산다복을 상징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도 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김 전수조교가 만든 것이다. 손이 움직이는 각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방짜수저는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녹슬지 않는다. 식중독균을 없애는 작용도 한다. 그래서 방짜수저를 사용하면 웬만한 입병은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지가 깡통은 차도 숟가락은 꼭 방짜를 쥐고 다녔다는 옛말도 있다. 방짜수저는 조선 후기까지 많이 사용했지만, 1950년대 양은이 보급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 전수조교 집안은 4대째 방짜수저를 만든다. 작업실 한쪽에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작업 도구들이 놓였다. 하나같이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반질거린다. 모두 100년이 넘은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쓰다가 지금은 김 전수조교가 물려받아 사용한다. 수저 한 벌을 만드는 데 40여 가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고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다. 방짜수저는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김 전수조교는 한때 생활이 힘들어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외로운 길을 걷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방짜수저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수저 한 벌에
깃든 장인 정신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은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자리한다. 언뜻 보기에는 허름한 철공소 같다. 작업실에 걸린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작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방짜수저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릉을 즐기기 좋은 곳은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율곡 선생 동상이 있고, 오른편에 넓은 화단이 조성되었다.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초충도병’에 등장하는 참외, 수박, 가지, 맨드라미, 원추리, 양귀비, 여주, 봉숭아를 심은 ‘초충단’이다.

계단을 올라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과 문성사다. 문성사는 율곡 선생을 모신 사당이고, 왼쪽의 작고 아담한 한옥이 오죽헌이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율곡 선생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강릉의 가을이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


오죽헌과 가까운 강릉 선교장도 가을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대문이 달린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연당과 정자까지 갖춘 조선 사대부 가옥으로, 영화 〈식객〉 〈황진이〉와 드라마 〈궁〉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로 1815년에 지었으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보답으로 동판 테라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행랑채 바깥마당 앞 연못에 자리한 활래정은 건물 일부가 물 가운데 떠 있는 형상이다. 한여름이면 가득 핀 연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해안 도로를 따라 로스터리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강릉예술창작인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지난 2010년 옛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한지 공예, 도예, 자수 등 다양한 분야 예술인 22명이 입주했다. 이들이 만든 예술품 감상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알찬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체험비는 약 1만~1만 5000원이다. 같은 건물 2층에 자리한 동양자수박물관은 조선 궁중 유물 자수를 비롯한 우리 자수 300여 점, 중국과 일본 등의 동양자수 110여 점을 전시한 곳이다. 자수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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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 둘째 날: 경포대→안목해변 커피거리→주문진

관련 웹사이트
· 관광강릉 www.gntour.go.kr
· 오죽헌시립박물관 http://ojukheon.gangneung.go.kr
· 강릉 선교장 www.knsgj.net
· 동양자수박물관 www.orientalembroidery.org

문의 전화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 선교장 033-648-5303
· 동양자수박물관 033-644-0600

대중교통
·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44-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부산 출발: 경부고속도로→유금 IC→동해대로→동해고속도로→남강릉 IC→동해·정동진 방면→남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대구 출발: 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숙박
· 베니키아 경포비치호텔: 강릉시 해안로 406번길, 033-643-6699, www.gyungpobeach.com
· 휴심: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
· 썬크루즈리조트: 강동면 헌화로, 033-610-7000, www.esuncruise.com

식당
· 토담순두부: 순두부,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033-652-0336, www.033-652-0336.kti114.net
· 삼교리 원조 동치미 막국수: 막국수, 주문진읍 신리천로, 033-661-5396
· 벌집칼국수: 장칼국수, 강릉시 경강로 2069번길, 033-648-0866
· 실비생선구이: 생선구이,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4952, www.033-661-4952.bestbz.com
· 테라로사: 커피, 구정면 현천길, 033-648-2760, www.terarosa.com


주변 볼거리
정동진, 커피커퍼 커피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강릉솔향수목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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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