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손해사정 브로커의 세계

“1억 받을 거 2억 받아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보험사는 매달 보험료를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막상 보험금을 줄 때는 미적거린다. 심지어 손해사정사를 통해 어떻게든 보험금을 깎을 궁리만 한다. 반면 고객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이다. 주기 싫은 이와 받고 싶은 이의 사이에서 손해사정사 브로커는 오늘도 줄타기한다.

 

“수수료는 10∼15%입니다. 보험금 3000만원 이하는 맡지 않습니다. 돈이 안 되잖아요.”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한 손해사정사 브로커의 말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인 S보험사 출신으로 현재는 회사를 나와 독립 손해사정사 겸 '브로커'로 일하고 있다.

“더 받게 해줄게”

독립손해사정사는 대형 보험사에 비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고자 보험업법에 규정된 직업이다. 보다 보험소비자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수집하는 업무를 하며, 보험금 감액과 면책을 방어하는 일을 한다.

한국손해사정사회에 따르면, 손해사정사는 총 5184명(2013년 11월 말 기준)이고, 이 중 807명이 보험회사 등에 속하지 않은 독립손해사정사다. 보험소비자는 보험사에 속한 손해사정사들이 보상금 등을 제대로 산정해 줄 것 같지 않을 경우 독립손해사정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특정 병원이나 보험소비자와 짜고 보험사기를 저지르며, 보험사와 협상을 벌이는 브로커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독립손해사정사가 평소 알고 지내던 병원에 보험소비자를 소개해주거나, 과다한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진단서 등을 받아 내 수수료와 보험금 일부를 받는 것이다. 이런 독립손해사정사들은 건당 50여만원에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하고, 손해액 확정 금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보험 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8만4000명이고 적발 금액은 6000억원에 달하는데, 보험 사기에는 대부분 브로커가 끼어 있고 이 중 20∼30% 정도가 독립손해사정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병원 입원실을 돌아다니며 브로커로 활동하는 이들은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병원을 직접 돌아다니며 고객을 확보하는 ‘영업 사무장’으로 통한다. 이들은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아는 의사가 있으니 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권한다. 이에 대해 한 손해사정사는 “친분있는 의사를 통해 보험금을 타기에 유리한 진단서를 끊어내고, 자신은 환자를 데려간 대가로 병원에서 리베이트를 받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브로커 A씨의 경우에는 보험금 1억 이상 환자의 사건만 수임한다. A씨는 “보험금이 적으면 돈이 안 된다. 환자의 상태를 보고 수임한다. 무조건 최고액을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보험금 수수료는 15%다. 만약 환자가 3억원의 보험금을 타낸다면 4500만원을 떼가는 셈이다. 이어 A씨는 “이렇게 수수료가 있어도 환자에게는 이득이다. 솔직히 요즘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보험금 깎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브로커를 통해 판을 치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해가 갈수록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사를 통해 어떻게든 ‘보험금 깎기’를 하거나 보상에 미적거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생명보험사 보험금 청구 및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가 2010년부터 5년간 보험금 신청을 받고서 지급기일인 10일이 지나서 준 돈이 총 1조4623억원이다. 이 금액들은 보험사가 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주게 된 금액이다.

보험사-고객 사이서 흥정 줄다리기
수수료 10∼15%…3000만원부터 거래

이런 탓에 보험소비자들은 암암리에 브로커를 통해 보험금을 타고자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브로커를 찾는 보험소비자 대부분은 한번씩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깎기를 당하거나, 심지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던 사람이었다.


지난 4월 공중목욕탕에서 천장이 무너진 사고로 크게 다쳤던 B씨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깎는 바람에 치료비에 절반가량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B씨는 “한달 입원했는데, 보험사에서는 ‘불필요한 진료를 받았다’ ‘기왕증으로 사고와 무관한 치료였다’ 등을 이유로 보험금을 깎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직전까지 갔지만, 시간과 돈이 없어 마지못해 합의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축소 지급에 혈안이 돼 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B씨의 경우처럼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한 소송건수는 계속 느는 추세다. 이로 인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한 보험관련 분쟁조정신청건수도 지난 2013년 1만3183건에서 1만5698건으로 약 20% 늘어났다. 업계관계자는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적게 산정하고 보험금 지급심사를 엄격히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소송 및 분쟁건수가 증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B씨는 이 분쟁 이후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을 모두 해지하고, 브로커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B씨는 “당시 몇 년간 매달 보험료를 냈는데, 이렇게밖에 보상받지 못한 게 화나고 억울해 모두 해지했다. 이후 아는 병원 사무장을 통해 손해사정사 브로커에게 보험을 가입했다”며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사 브로커의 월소득은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전직 보험사 직원이 전 직장에서 얻은 보험금 산출 정보를 근거로 협상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보험금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과 정부는 이런 브로커를 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독립 손해사정사와 사무장 44명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양요안)에 배당했다고 지난 9월 24일 밝혔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보험사와 보험계약자를 중재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피해도

몇몇 보험소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비록 불법이지만, 이런 브로커들이 제대로 보상금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브로커가 개입하는 것은 보험사기가 맞지만, 보험사들도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어떻게 해서든지 보험금을 깎으려고 하는 행태는 갑질이다”며 “어쩌면 브로커들이 이런 보험사의 횡포로부터 보험소비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험사의 두 얼굴

보험은 사회 안전망이자 국민들의 생활 필수품이 됐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민영보험 가입건수는 가구당 5건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막상 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타려고 할 때는 복잡한 보상절차나 정보 부족으로 가입자들만 골탕을 먹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험사 악행으로, 가입자의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금을 깎거나 아예 한푼도 안주려는 게 대표적인 횡포로 꼽혔다. 이외에 설계사에 병력 알렸어도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깎는 경우. 진단서를 못 믿겠다며 다른 병원을 강요하는 경우, 보험금 거절하고 막무가내 소송 등이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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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