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홍콩 보내는’ 여성전용 애무방 정체

성감대 집중공략…흥분한 주부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단란주점을 비롯한 각종 유흥업소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다. 알다시피 ‘건전’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부작용이 비일비재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향락에 빠져 허우적대다 큰돈을 탕진하고 가정까지 풍비박산 났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를.

여성전용 퇴폐업소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근래 들어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핫한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변종 업소가 있다. 이른바 ‘여성전용 애무방’이라 일컫는 업소다. 한 번 맛 들리면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는 뒷전으로 만든다는 여성전용 애무방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24시간 영업
100% 예약제

여성이 남성접대부를 통해 성적인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흥업소가 성행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여성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성매매가 가능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니 말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증기탕에서 속칭 ‘탕돌이’라 일컫는 남성과 뒹굴거나, 호스트바에서 남성접대부를 맘대로 부리고 주무르며 광란의 밤을 만끽하는 시대는 한물간 지 오래다.

이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애무방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안마 서비스 업소로 가장해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유혹하고 있는 애무방은 광고부터 기존에 존재하던 업소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마디로 남다르다.

여성 만족시키는 변태업소 우후죽순
남편에 만족 못하는 사모님이 찾아

‘여성전용 안마’라고 하면 당연히 여자 관리사가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광고지에는 상의를 벗은 우람한 남자 사진이 떡하니 걸려있다. 어떤 여성도 손사래를 치며 안기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없는 그런 남자의 모습이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키 184㎝, 몸무게 75㎏, 꽃미남 스타일’ 처럼 안마사의 신체조건을 강조한 문구는 약과다. “‘여왕’의 지위가 어떤 건지 느껴 보세요.”,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하세요.”, “명품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꽃미남 풀서비스” 등 여성들의 눈길을 쏠리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문구가 차고 넘친다.

이 정도는 근래 성행하는 애무방의 기본옵션이다. 명품 여성전용 마사지 L카페는 기본옵션에 '남성 2명 마사지'를 밑바탕으로 네일 아티스트와 피부미용 전문가를 고용해 여성들의 미용까지 덤으로 챙겨 준다고 홍보한다. 여성전용 출장마사지 F업소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 여성들에게 1시간 이내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이들 업소는 24시간,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애무방에 종사하는 남성 도우미들의 연령은 보통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가장 많다. 호빠처럼 ‘얼굴과 말빨로 먹고사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는 그다지 중요시 되지 않는다. 다만 고객들이 여성인 것을 감안, 거부감이 들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지 않는 무난한 외모라면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

이곳에서 업무(?)에 투입되기 전 기본적으로 몸을 주무르는 마사지교육은 물론이고 여성고객에게 성적인 쾌락을 맛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서비스’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드디어 이름도 당당한 애무방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상상속 꽃미남
특별한 서비스

총 1시간 정도의 황홀한 서비스를 받는 조건으로 여성들이 내는 돈은 평균 40만원 안팎. 각종 특별한 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100만원을 우습게 넘기기도 한다. 업소의 특성상 누구나 이용할 수 없는 은밀한 틈새업종이라는 점 때문에 서민층이 밀집한 곳보다는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서 특정인을 타깃으로 해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동종업계 업주들은 앞을 다투어 애무방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남성전용 성행위 업소나 안마시술소보다 애무방의 수익률이 몇 배나 높고, 골치 썪을 일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담동에서 애무방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과거에 대딸방도 운영해봤는데 애무방이 훨씬 깨끗하고 귀찮은 문제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P씨가 말하는 ‘깨끗하다’는 말의 의미는 이른바 ‘진상손님’이 없다는 얘기다.

대딸방이나 남성전용 안마방의 경우에는 말그대로 ‘더러운 꼴’을 수없이 보게 된다. 밤늦게 술을 마신 후 대딸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보니 웃지 못할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P씨는 “사정이 잘 되지 않는 바람에 여성 도우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대딸방
여자는 대자방

또 술이 취한 상태에서 폭언을 퍼붓거나 조금이라도 기분이 거슬리면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애무방의 경우에는 술에 취해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진상’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애무방의 주 고객은 돈있는 40대 가정주부 또는 30대 젊은 아내들이다. 남편과의 원활하지 않은 성관계에 만족이 안되고 도무지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없는 탓에 불만이 쌓인 이들. ‘젊은’오빠들의 손길에 어디서 느껴보지 못했던 설레임과 만족을 느낀다. 실제로 남편이 출근한 낮 시간을 이용해 애무방을 찾는 가정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를 더욱 충격속으로 몰아 넣는 것은 이들 중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는 임산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오면 펑퍼짐한 아줌마도, 평범한 회사원도 ‘여왕 대접’을 받는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상업적 도구로 삼은 것이다.
 

애무방 단골 여성들은 최면에 걸린 듯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는것도 아니어서 가정을 버리고 타락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크게 줄어든다.

자녀 학교 보내고 낮시간 이용
철저한 보안으로 ‘단속 없음’

남성들이 룸살롱, 사창가를 찾는 것처럼 여성들도 애무방을 찾는 것이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겁 없는 여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애무방’을 검색하면 수십개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가 검색된다. 여성전용 퇴폐업소들이 우리 주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 돼 있다. 애무방이 이처럼 성업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이는 여성전용 애무방 업소들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위치한 L업소 관계자는 “연락처 관리를 하거나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드리는 일이 없다”며 “남성전용 업소들과는 다르게 여성전용 업소들은 최대한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영업을 한다”며 자신들의 영업방식을 자랑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한 여성들로만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카페나 블로그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달리 홍보를 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서 홍보하거나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고객에게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다”고 철저한 보안유지를 강조했다.

이렇듯 대부분 업소가 개인 휴대전화 한 대만으로 은밀히 영업하는 데다 성관계 장면을 직접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애무방 퇴폐영업에 대한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법적인 제도망이 전혀 구축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자와 매수자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을 판 남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경찰관계자는 “특정 부위를 마사지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행위는 단속대상이 아니다”라며 “음란한 광고나 전단은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여성전용 안마는 그런 사례도 없어서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단체로 혼자서
푹 빠진 중년들

상당수의 ‘틈새시장’이 있는 만큼 애무방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 업주들의 추측이다. 역삼동에서 안마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여성들은 분명 변했다. 여성들이 갈수록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대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잠재된 여성고객들을 감안해 볼 때 애무방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사법당국에서는 대딸방의 유사성교행위를 놓고도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는 등 다소 혼란한 법적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애무방은 독버섯처럼 번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참담한 결말’ 아내 외도사건 전말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손가락을 자른 60대 남성이 법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A(68)씨는 별거 중인 부인의 외도를 의심했다. 부인이 자신과 만나지 않으려고 하자 외도를 확신한 A씨는 부인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갔다. 범행은 끔찍했다. 부인을 흉기로 찔렀을 뿐 아니라 손가락을 두개나 자르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 16일 울산지법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계획하고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범행 사유에 참작할 점이 없으며, 자칫하면 피해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사정에 비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남편은 아내의 불륜사실에 격분해 목숨까지 빼앗았다. B(43)씨는 내연의 남자와 교제 중인 아내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아들을 심하게 때리며 혼내는 모습을 보고 순간 화가 나 “4년 전부터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을 알고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애를 때리느냐”라고 소리치며 몸싸움을 하던 중 아내를 살해했다.

B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아내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보고 아내가 중국에 있는 한 남자와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B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내에게 내연남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아무리 큰 배신감과 고통을 느꼈다고 해도 이로 인해 순식간에 생명을 허망하게 빼앗긴 망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비할 수 없다”며 “다만 B씨가 가족들에게 헌신해 왔기에 외도 사실로 받은 충격이 더 컸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