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장기집권 플랜

응답하라 1987 상기하라 1972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현 VIP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무맹랑’하다고 했다. 당시엔 그랬다. 그러나 ‘진박’의 입을 통해 개헌론이 불거지자, 가벼운 호사가들의 입방정이라 치부하기엔 내용이 무거워져 버렸다.

지난 9월 말경부터 여의도 정가에는 괴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찌라시(사설정보지)’급 내용이라 당시 이를 믿는 사람은 적었다. 일부 언론에서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였다. 소식을 접한 기자가 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해당 내용을 슬쩍 물어보자 그가 웃으며 한 말이 기억난다. “기자님, 그런 일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가만있겠어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장기집권
시나리오

약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정가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여운마저 전해진다. 일전처럼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가능성을 타진하자 일전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요? 워낙 무서우시니…새누리 내에서도 아무 말 못한다잖아요.”

가능성이 한 단계 올라간 원인은 두 사람의 발언 덕분이다. 친박계 핵심 중 핵심인(요즘 말로 진박이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홍문종 의원은 최근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원지가 남다르다보니 정가는 물론 언론도 해당 발언을 쉬이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신라호텔에서 S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 행사에 참석해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시사했다.


홍문종 의원의 발언은 좀 더 직접적이었다.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홍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 개헌해야 한다.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정책일관성이 있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답했다.

잇따른 진박들의 개헌론, 왜 지금?
5년 단임→4년 중임, 차차기 노림수?

정가에서는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성급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16일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상식으로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구 획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개헌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김재원 의원도 한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현 상황은 개헌을 주장할 단계도 아니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와 무관하고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친박계 모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친박계 내에서 이러한 개헌론이 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지난 2014년 10월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지면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나도 (예전에는) 내각제에 대한 부침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이원집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친박계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비박계 내부에서 ‘누구는 개헌을 말해도 되고 누군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정가 일각에서는 김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친박계 후보의 부재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11월2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전주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21.8%를 기록, 20주 연속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를 향한 쏠림 현상은 같은 여권 내 후보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여권 2위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9%에 그쳤고, 3위 정몽준 전 대표는 3.9%에 머물렀다(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617명을 대상으로 조사).

때문에 지난 9월16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김무성 불가론’은 결과적으로 ‘친박계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당시 “내년 총선으로 4선 이상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박계가 주목하는 대선주자로 코어4(반기문·최경환·오세훈·황교안)가 거론되는 이유도 김 대표를 막을 대항마가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개헌론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찾기라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안이 앞서 말한 것처럼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다. 각각에는 친박계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하다. 헌법 제128조 2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적시돼 있다.
 

즉 박 대통령이 임기 내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이쯤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최 부총리,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이름이 등장한다.

각본은 이렇다.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성사시킨 후 친박계는 차기 대선에 소위 ‘바지 대통령’을 당선시킨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21년에 있을 차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는 설이다. 연임은 불가하지만 중임은 가능하다는데서 나온, 일종의 ‘꼼수’를 예상한 시나리오다.

4년 중임제
대선 노림수?

해당 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의 젊은 나이를 든다. 박 대통령은 올해 64세다.

당선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18대 대선 당시 61세로 역대 대통령 중 5번째 적은 나이였다(5대 박정희(47세), 11대 전두환(50세), 13대 노태우(57세), 16대 노무현(58세) 대통령이 박 대통령보다 적은 나이로 당선. 10대 최규하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같은 나이에 당선). 또한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의 나이는 각각 47·50·50이다. 측근의 나이도 젊어 충분히 차차기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의 동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미 정가에서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등 지지자가 많은 상황이다. 야당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만약 개헌 작업이 시작된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50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대통령제 얘기도 있다(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의 한국형버전이다). 앞서 홍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구조다. 프랑스·오스트리아 등 해당 권력구조를 가진 국가들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뽑지만, 총리는 의회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때문에 이원집정부제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용이한 구조라는 분석이 있다.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의원들이 세우다보니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 쪽으로 권력이 치우칠 수 있다. 만약 다수당이 전횡을 부린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될 시 현 정치구도를 기준으로 친박계가 가장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집권여당 내 주류 세력이기 때문에 확장성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앞서 말한 4년 중임제와 함께 이원집정부제가 실시된다면, 그 폭발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생력↑
1972년 유신 개헌, 1987년 직선제 개헌

지난 18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은 전체 37.3%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의견이 39.4%로 2.1%포인트 높게 나왔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다(23.3%는 응답을 유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헌 찬성자 중 약 40%의 사람이 4년 중임제를 원한다는 것이다. 39.9%가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 가야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4.8%로 나타났다. 논란이 됐던 ‘이원집정부제’는 3.9%를 기록, 4.7% 의원내각제보다 적은 선택을 받았다(지난 15일~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 오차 ±3.1%).
 

최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제20대 총선의 목표로 제시한 180석이 개헌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가 복수의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목표는 18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개헌론과 연결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가오는 2016년 180석을 확보할 경우, 그간 개헌을 주장해온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원집정부제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헌 의결 정족수는 200석(재적 의원의 3분의 2)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원 원내대표가 ‘신박’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간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개헌을 다각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 곳곳에 ‘독재’의 잔상이 남아있다 보니, 국민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구책?

‘중임’과 ‘독재’는 동의어가 아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언한다 해도 독재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오히려 친박계의 권력연장 의지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꾸준히 제시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가 1948년부터 시작됐음에도, 복수의 독재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972년 12월27일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개헌’을 단행, 대통령 ‘간선제’를 실시하고 중임 제한을 폐지한 날이다. 1987년 10월29일, 10월 유신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 ‘직선제’가 헌법에 명시되고 지금의 단임제가 시작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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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