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장기집권 플랜

응답하라 1987 상기하라 1972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현 VIP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무맹랑’하다고 했다. 당시엔 그랬다. 그러나 ‘진박’의 입을 통해 개헌론이 불거지자, 가벼운 호사가들의 입방정이라 치부하기엔 내용이 무거워져 버렸다.

지난 9월 말경부터 여의도 정가에는 괴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찌라시(사설정보지)’급 내용이라 당시 이를 믿는 사람은 적었다. 일부 언론에서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였다. 소식을 접한 기자가 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해당 내용을 슬쩍 물어보자 그가 웃으며 한 말이 기억난다. “기자님, 그런 일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가만있겠어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장기집권
시나리오

약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정가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여운마저 전해진다. 일전처럼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가능성을 타진하자 일전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요? 워낙 무서우시니…새누리 내에서도 아무 말 못한다잖아요.”

가능성이 한 단계 올라간 원인은 두 사람의 발언 덕분이다. 친박계 핵심 중 핵심인(요즘 말로 진박이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홍문종 의원은 최근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원지가 남다르다보니 정가는 물론 언론도 해당 발언을 쉬이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신라호텔에서 S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 행사에 참석해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시사했다.


홍문종 의원의 발언은 좀 더 직접적이었다.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홍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 개헌해야 한다.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정책일관성이 있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답했다.

잇따른 진박들의 개헌론, 왜 지금?
5년 단임→4년 중임, 차차기 노림수?

정가에서는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성급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16일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상식으로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구 획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개헌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김재원 의원도 한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현 상황은 개헌을 주장할 단계도 아니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와 무관하고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친박계 모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친박계 내에서 이러한 개헌론이 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지난 2014년 10월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지면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나도 (예전에는) 내각제에 대한 부침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이원집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친박계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비박계 내부에서 ‘누구는 개헌을 말해도 되고 누군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정가 일각에서는 김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친박계 후보의 부재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11월2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전주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21.8%를 기록, 20주 연속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를 향한 쏠림 현상은 같은 여권 내 후보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여권 2위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9%에 그쳤고, 3위 정몽준 전 대표는 3.9%에 머물렀다(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617명을 대상으로 조사).

때문에 지난 9월16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김무성 불가론’은 결과적으로 ‘친박계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당시 “내년 총선으로 4선 이상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박계가 주목하는 대선주자로 코어4(반기문·최경환·오세훈·황교안)가 거론되는 이유도 김 대표를 막을 대항마가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개헌론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찾기라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안이 앞서 말한 것처럼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다. 각각에는 친박계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하다. 헌법 제128조 2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적시돼 있다.
 

즉 박 대통령이 임기 내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이쯤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최 부총리,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이름이 등장한다.

각본은 이렇다.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성사시킨 후 친박계는 차기 대선에 소위 ‘바지 대통령’을 당선시킨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21년에 있을 차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는 설이다. 연임은 불가하지만 중임은 가능하다는데서 나온, 일종의 ‘꼼수’를 예상한 시나리오다.

4년 중임제
대선 노림수?

해당 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의 젊은 나이를 든다. 박 대통령은 올해 64세다.

당선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18대 대선 당시 61세로 역대 대통령 중 5번째 적은 나이였다(5대 박정희(47세), 11대 전두환(50세), 13대 노태우(57세), 16대 노무현(58세) 대통령이 박 대통령보다 적은 나이로 당선. 10대 최규하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같은 나이에 당선). 또한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의 나이는 각각 47·50·50이다. 측근의 나이도 젊어 충분히 차차기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의 동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미 정가에서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등 지지자가 많은 상황이다. 야당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만약 개헌 작업이 시작된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50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대통령제 얘기도 있다(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의 한국형버전이다). 앞서 홍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구조다. 프랑스·오스트리아 등 해당 권력구조를 가진 국가들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뽑지만, 총리는 의회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때문에 이원집정부제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용이한 구조라는 분석이 있다.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의원들이 세우다보니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 쪽으로 권력이 치우칠 수 있다. 만약 다수당이 전횡을 부린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될 시 현 정치구도를 기준으로 친박계가 가장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집권여당 내 주류 세력이기 때문에 확장성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앞서 말한 4년 중임제와 함께 이원집정부제가 실시된다면, 그 폭발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생력↑
1972년 유신 개헌, 1987년 직선제 개헌

지난 18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은 전체 37.3%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의견이 39.4%로 2.1%포인트 높게 나왔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다(23.3%는 응답을 유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헌 찬성자 중 약 40%의 사람이 4년 중임제를 원한다는 것이다. 39.9%가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 가야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4.8%로 나타났다. 논란이 됐던 ‘이원집정부제’는 3.9%를 기록, 4.7% 의원내각제보다 적은 선택을 받았다(지난 15일~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 오차 ±3.1%).
 

최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제20대 총선의 목표로 제시한 180석이 개헌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가 복수의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목표는 18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개헌론과 연결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가오는 2016년 180석을 확보할 경우, 그간 개헌을 주장해온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원집정부제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헌 의결 정족수는 200석(재적 의원의 3분의 2)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원 원내대표가 ‘신박’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간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개헌을 다각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 곳곳에 ‘독재’의 잔상이 남아있다 보니, 국민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구책?

‘중임’과 ‘독재’는 동의어가 아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언한다 해도 독재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오히려 친박계의 권력연장 의지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꾸준히 제시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가 1948년부터 시작됐음에도, 복수의 독재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972년 12월27일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개헌’을 단행, 대통령 ‘간선제’를 실시하고 중임 제한을 폐지한 날이다. 1987년 10월29일, 10월 유신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 ‘직선제’가 헌법에 명시되고 지금의 단임제가 시작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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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