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장기집권 플랜

응답하라 1987 상기하라 1972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현 VIP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무맹랑’하다고 했다. 당시엔 그랬다. 그러나 ‘진박’의 입을 통해 개헌론이 불거지자, 가벼운 호사가들의 입방정이라 치부하기엔 내용이 무거워져 버렸다.

지난 9월 말경부터 여의도 정가에는 괴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찌라시(사설정보지)’급 내용이라 당시 이를 믿는 사람은 적었다. 일부 언론에서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였다. 소식을 접한 기자가 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해당 내용을 슬쩍 물어보자 그가 웃으며 한 말이 기억난다. “기자님, 그런 일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가만있겠어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장기집권
시나리오

약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정가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여운마저 전해진다. 일전처럼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에게 가능성을 타진하자 일전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요? 워낙 무서우시니…새누리 내에서도 아무 말 못한다잖아요.”

가능성이 한 단계 올라간 원인은 두 사람의 발언 덕분이다. 친박계 핵심 중 핵심인(요즘 말로 진박이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홍문종 의원은 최근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원지가 남다르다보니 정가는 물론 언론도 해당 발언을 쉬이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신라호텔에서 S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 행사에 참석해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시사했다.


홍문종 의원의 발언은 좀 더 직접적이었다.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홍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 개헌해야 한다.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정책일관성이 있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답했다.

잇따른 진박들의 개헌론, 왜 지금?
5년 단임→4년 중임, 차차기 노림수?

정가에서는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성급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16일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상식으로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구 획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개헌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김재원 의원도 한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현 상황은 개헌을 주장할 단계도 아니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와 무관하고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친박계 모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친박계 내에서 이러한 개헌론이 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지난 2014년 10월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지면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나도 (예전에는) 내각제에 대한 부침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이원집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친박계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비박계 내부에서 ‘누구는 개헌을 말해도 되고 누군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총리?

정가 일각에서는 김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친박계 후보의 부재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11월2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전주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21.8%를 기록, 20주 연속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를 향한 쏠림 현상은 같은 여권 내 후보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여권 2위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9%에 그쳤고, 3위 정몽준 전 대표는 3.9%에 머물렀다(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617명을 대상으로 조사).

때문에 지난 9월16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김무성 불가론’은 결과적으로 ‘친박계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당시 “내년 총선으로 4선 이상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박계가 주목하는 대선주자로 코어4(반기문·최경환·오세훈·황교안)가 거론되는 이유도 김 대표를 막을 대항마가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개헌론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찾기라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안이 앞서 말한 것처럼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다. 각각에는 친박계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하다. 헌법 제128조 2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적시돼 있다.
 

즉 박 대통령이 임기 내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이쯤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최 부총리,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이름이 등장한다.

각본은 이렇다.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성사시킨 후 친박계는 차기 대선에 소위 ‘바지 대통령’을 당선시킨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21년에 있을 차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는 설이다. 연임은 불가하지만 중임은 가능하다는데서 나온, 일종의 ‘꼼수’를 예상한 시나리오다.

4년 중임제
대선 노림수?

해당 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의 젊은 나이를 든다. 박 대통령은 올해 64세다.

당선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18대 대선 당시 61세로 역대 대통령 중 5번째 적은 나이였다(5대 박정희(47세), 11대 전두환(50세), 13대 노태우(57세), 16대 노무현(58세) 대통령이 박 대통령보다 적은 나이로 당선. 10대 최규하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같은 나이에 당선). 또한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의 나이는 각각 47·50·50이다. 측근의 나이도 젊어 충분히 차차기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의 동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미 정가에서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등 지지자가 많은 상황이다. 야당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만약 개헌 작업이 시작된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50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대통령제 얘기도 있다(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의 한국형버전이다). 앞서 홍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구조다. 프랑스·오스트리아 등 해당 권력구조를 가진 국가들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뽑지만, 총리는 의회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때문에 이원집정부제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용이한 구조라는 분석이 있다.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의원들이 세우다보니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 쪽으로 권력이 치우칠 수 있다. 만약 다수당이 전횡을 부린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될 시 현 정치구도를 기준으로 친박계가 가장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집권여당 내 주류 세력이기 때문에 확장성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앞서 말한 4년 중임제와 함께 이원집정부제가 실시된다면, 그 폭발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생력↑
1972년 유신 개헌, 1987년 직선제 개헌

지난 18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은 전체 37.3%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의견이 39.4%로 2.1%포인트 높게 나왔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다(23.3%는 응답을 유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헌 찬성자 중 약 40%의 사람이 4년 중임제를 원한다는 것이다. 39.9%가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 가야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4.8%로 나타났다. 논란이 됐던 ‘이원집정부제’는 3.9%를 기록, 4.7% 의원내각제보다 적은 선택을 받았다(지난 15일~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 오차 ±3.1%).
 

최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제20대 총선의 목표로 제시한 180석이 개헌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가 복수의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목표는 18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개헌론과 연결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가오는 2016년 180석을 확보할 경우, 그간 개헌을 주장해온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원집정부제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헌 의결 정족수는 200석(재적 의원의 3분의 2)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원 원내대표가 ‘신박’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간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개헌을 다각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 곳곳에 ‘독재’의 잔상이 남아있다 보니, 국민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친박계 자구책?

‘중임’과 ‘독재’는 동의어가 아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언한다 해도 독재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오히려 친박계의 권력연장 의지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꾸준히 제시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가 1948년부터 시작됐음에도, 복수의 독재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972년 12월27일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개헌’을 단행, 대통령 ‘간선제’를 실시하고 중임 제한을 폐지한 날이다. 1987년 10월29일, 10월 유신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 ‘직선제’가 헌법에 명시되고 지금의 단임제가 시작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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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