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험지차출론’ 예상지는?

상대 텃밭에는 여지없이 “네가 가라 하와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여야를 막론하고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막장으로 향할수록 상대를 견제하는 술수도 다양화되는 모습이다. 주류 세력 특유의 내재된 강압에 맞서 비주류들은 ‘험지차출론’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들고 나왔다.

모든 정치인들의 눈과 귀가 내년 4월13일에 맞춰진 상황에서 공천을 둘러싼 주류·비주류의 충돌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친박·친노 등 거대 정당 두 주류 세력의 비주류에 대한 파상공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박·비노계 인사들은 주류들의 ‘험지차출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 상대 진영 텃밭에 자진 출마하라는 논리다.

험지차출론

주류들은 반박한다. 표면상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거절’로 귀결된다. ‘집 나가면 고생’인 것처럼 ‘지역구 떠나면 어렵다’는 본능적 통찰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험지차출론의 배경은 여야가 다르다. 여당의 경우 청와대·정부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공천 저지라면, 야당은 당내 중진급 인사들의 모범(듣는 이에 따라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비박계는 청와대발 ‘TK(대구·경북)물갈이론’에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지난 1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현 정부에 대해 평가받고, 야당을 심판하려면 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친박 TK 패권의 최대 수혜자들이 ‘영남’과 ‘서울 강남’을 지역구로 물색하고, 전략공천이니 TK물갈이니 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출마 예상지는 대부분 TK와 서울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앞서 김용태 의원이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조윤선, 정종섭, 윤상직, 윤두현, 곽상도 등은 박근혜정부의 안정적인 국정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라도 서울·수도권 현역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이 있는 곳에 출마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예상 출마지: 조윤선(서울 서초갑), 정종섭(대구 동구갑), 윤두현(대구 서구), 곽상도(대구 달성군), 윤상직(부산 기장군))

반면, 이들을 포함해 정가에서 거론되는 청와대·정부 출마 예상자 20여명 중 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 도전장을 던진 인사는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경기 의왕·과천,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서울 도봉을,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 박종준 전 경호차장(세종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험지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

지난 10일 여권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는 한 언론인 모친상에 들러 오 전 시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오 전 시장에게 준비 중인 종로 대신 야당 중진들이 있는 지역에 출마 할 것을 권했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오 전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 강연 자리를 통해 “종로 정도면 힘든 곳”이라며 종로 출마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비박계에서는 구체적인 험지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선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첫째 수도권일 것, 둘째 야당 현역 의원들이 있는 곳일 것, 셋째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이라고 볼만 한 곳,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서울·경기·인천의 야당 텃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24개 지역구가 야권으로 넘어가는 등 새누리당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의 지역구는 총 48곳, 그 중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권(당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에 내 준 지역구 수는 32곳이다. 서울 전체의 66.67%를 내 준 것이다. 그 가운데 득표율이 채 40%를 넘지 못하고 패한 곳이 있어 여당 입장에서는 단연 험지라 부를 만하다.

야권 텃밭 ‘구로구’ 여권 텃밭 ‘서초구’
4년 만에 서울 24곳 잃은 새누리…대책은?


득표율이 40%를 넘지 못한 지역은 총 7곳이다(낮은 순으로 중랑구갑(23.71), 관악구을(33.28), 구로구을(35.05), 금천구(36.08), 마포구을(37.19), 광진구을(38.95), 노원구병(39.62), 단위%). 특히 중랑구갑은 20%대에 머물러 서울 지역 내 가장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변화도 있었다. 19대 총선이 치러질 당시 관악구을은 전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가 38.24%를 차지, 오신환 후보가 얻은 33.28%에 4.96%포인트 앞서 당선됐지만,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실시된 재보궐선거를 통해 오 후보가 당선됐고 지금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둘 사이에 표 차이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당 텃밭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후보들 중 1·2위의 표 차이가 가장 심했던 곳은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있는 구로구을이다. 당시 박 후보는 61.94%(5만4902표)를 얻어 새누리당 강요식 후보가 얻은 35.05%(3만1063표)에 26.89%포인트 앞서 당선됐다. 이를 제외하면 야권이 서울에서 당선된 지역 중 20%포인트대 차이로 승리한 곳은 없다.

따라서 앞서 말한 7곳 가운데 박빙의 승부가 있었던 관악구을을 제외한 6곳은 ‘야당의 텃밭’ ‘여당의 험지’라 부를 만하다(관악구을·구로구을을 제외한 나머지 1·2위 표차: 중랑구갑(17.20), 금천구(16.60), 마포구을(17.29), 광진구을(16.24), 노원구병(17.59), 단위%). 금천구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지역에 속한다.

야당에서는 보다 앞서 험지차출론이 제기됐다. 문재인·안철수·김한길 등 대표급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서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당 혁신위원회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나머지 인사들은 사실상의 거부의사를 표했다.

그렇다면 야당 입장에서 험지라고 할 만한 곳은 어디 있을까. TK·PK가 가장 어렵겠지만, 서울을 기준으로 한다면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꼽을 수 있다.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40% 미만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은 총 4곳이다. (강남구 갑·을, 서초구 갑·을)

주목할 만한 점은 여당에 비해 최근 열세를 보이는 지역 수는 적은 반면, 1·2위 간극은 더욱 크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갑의 경우 30%포인트대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연 여당 텃밭이라 부를만 하다(32.49%포인트). 나머지 지역들 또한 강남구을이 20.21%, 서초구갑 26.01%, 서초구을 21.14%포인트 차를 보이는 등 보수성향이 강했다.

여야 텃밭

그렇다면 제18대 총선 때에 비해 이들 11개 지역의 민심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야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7개 지역 중 중랑구갑, 금천구, 마포구을, 노원구병 등 4곳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선된 곳이었는데,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야권이 수복했다.

반면, 여당 텃밭인 4곳은 18대 총선 때에 비해 1·2위 득표 차만 줄어들었을 뿐 당선 정당은 변화가 없었다. 일례로 18대 총선 당시 서초구갑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혜훈 전 의원이 75.01%를 기록, 통합민주당의 박찬선 후보가 얻은 22.80%를 52.21%포인트 차로 압승했지만, 19대 총선이 되자 새누리당 김회선 후보가 59.10%를 차지, 33.09%를 기록한 민주통합당 이혁진 후보를 26.01%포인트 차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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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