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정치혐오 진단한 진시원 부산대 교수

“정치는 정치인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사회현상 중 하나는 ‘포비아(phobia)’다. 그 속에는 정치혐오(politicophobia)도 포함된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현대를 일컬어 ‘정치혐오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정치인은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된 지 오래다.


‘정치혐오’는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10·28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20.1%였다. 사전투표 참여율 7.85%가 포함됐음에도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선거구 획정 등 굵직한 현안들로 인해 관심이 분산된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치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다.

혐오는 무관심으로

한국정치학회(회장 최진우·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런 국민들의 무관심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지난달 19일 학회는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정치학 연구와 교육의 실용성: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정치교육진흥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발표가 있은 후 본 기자는 진 교수와 마포구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관련 법안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진 교수는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라며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사회운동가들을 만나도 정치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말한 대로 정치혐오증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진 교수 또한 지금의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등하고 충돌하는 곳이 국회인데,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해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공존·공감의 정치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수정당의 강세, 진보정당의 약세’를 불러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진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진보정당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가 정당에서 대변되지 못 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분단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이데올로기의 협소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보수일변도 정당구조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례성의 증대, 그리고 정치교육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진 교수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국민들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 못하고 있다”며 “사표를 줄이기 위해 비례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선거결과가 51%대 49%로 나오면 51%가 당선되고, 나머지 49%의 이해관계는 사표가 되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투표율 최저치 기록
정치교육진흥법 필요성 제기

이를 위해 의석수 확대까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 군 60만을 대표하는 장성이 430여명 정도 되는데, 5000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300명”이라며 “더 많은 의원들이 내 표를 반영해줘서 사표를 줄이는 것이 주권자가 버림받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것이 결국 지역주의에 고착화된 양당구조를 개선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단순다수제’가 유지되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종북·친일과 같이 프레임 전쟁이 과열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은 재선이 생명이기 때문에 정치공학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공동선보단 권력의 유지를 목표로 하다 보니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 문제를 예로 들었다. 비정규직·청년실업·가뭄문제 등 국민 삶과 직접 연계되는 것들은 제쳐두고 교과서로 다투는 현 실정을 지적했다.

때문에 ‘시민주권’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부산참여단체시민연대와 함께 시민주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일임하지 말고 시민들이 정책결정을 주도하고, 전횡을 부리는 정치인을 탈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권을 시민들이 스스로 행사하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시민주권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모든 것은 정치교육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을 예로 든 그는 “(독일에는) 정치인·학생은 물론 서민들까지 소그룹별로 정치교육 모임이 많다. 이런 것을 통해 정치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토론한다”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공익이 사익이 되고 사익이 공익이 되는 사회가 진정한 공화국이다”라고 주장했다.

아무래도 정치교육 문제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진 교수 또한 그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정치교육진흥법이 제정됐을 때 ‘보수교육만 시키는 것 아냐?’ 또는 ‘너무 진보로 가는 것 아냐?’와 같은 소모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마치 국정화 문제처럼 말이다. 진 교수는 해외 사례를 통해 “영국에서도 시민교육을 추진할 때 보수당과 노동당의 이해득실로 논쟁이 있었다”며 “보수교육도 진보교육도 아니다. 민주주의 태도와 자세를 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연대와 주권운동 펼쳐
“민주태도 함양이 지름길”

연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혼자서 끌고 갈 순 없는 문제다”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학회, 사회교육학회, 윤리교육학회 등 관련 있는 단체들과 협의해 나갈 뜻을 전했다.

이러한 정치교육의 필요성을 비단 시민에게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정치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된다고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 교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주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지 않냐”라며 “시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위임받은 자는 정치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범주로 군인·경찰뿐만 아니라 외교공무원·행정공무원·교사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체화할 때 국가가 바뀐다”며 “그렇기에 정치교육이 이들을 선발하는 시험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치가 공무원 시험에 포함되면 수험생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그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태도를 체화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이 국민 위에 있고 정치인이 공동선 보단 정치싸움만 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과목 하나가 늘어난다는 접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심이 필요하다

진 교수의 주장은 자칫 국민들의 삶과 동 떨어진 얘기로 들릴 수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뭘 또 배워야 하냐고 말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진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무겁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게 얘기하면 놀자는 것”이라며 “내 이해관계가 국가정책에 더 반영되도록 주도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면서 놀자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진 교수는 정치에 대해 “저들의 것이 아닌 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 교수는 시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민주시민의 주체가 돼서 정치를 바꾸는 것이다”라며 “함께 해보자”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진시원 교수는?]

▲영국 워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
▲부산MBC 라디오 ‘생방송 시사터치’ 진행자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현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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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