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된 기업들 현주소

눈치 안보고 방만기업 살리고자 혈세로 돈잔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밑 빠진 독에 열심히 물을 채운다 한들 그 끝은 요원할 뿐이다. 물을 가득 채울 요량이라면 구멍 난 곳을 찾아 고치거나 아예 새로운 독을 찾는 게 순리다. 누구나 알법한 상식이지만 정작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방만한 운영으로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무작정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모습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공적자금’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재정자금을 의미한다. 통상 금융기관이 기업여신을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할 경우 투입된다. 이 경우 공적자금은 정부예산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와 원금손실은 예산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두고 혈세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못받는 돈
떼인 돈도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68조6553억원에 이른다. 은행, 증권, 투자신탁, 보험, 종합금융, 저축은행, 신협에 지원된 공적자금을 합한 규모다.

문제는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가운데 지금껏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60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회수 금액은 110조8525억원, 회수율은 65.7%에 불과하다. 특히 은행에 지원된 공적자금 86조8768억원 가운데 회수금액 66조324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0조5525억원은 완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험에 들어간 공적자금 21조2012억원 가운데 미회수금액은 14조2148억원이다. 또한 22조7503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종금사의 경우 12조121억원의 미회수금액이 남아 있다.

증권·투신에는 21조8926억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돼 14조881억원이 회수됐다. 미회수 공적자금은 7조8045억원이다. 2011년 부실 사태를 겪은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8조5114억원이고 미회수금액은 2조5063억원이다. 5조2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신협의 경우 1조5810억원이 미회수금액으로 남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금융업 분야에 공적자금 투입이 집중됐고 우리은행, 한화생명, 수협, 서울보증보험 등은 아직까지 미회수금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중 미회수금액은 약 4조7000억원이다. 현재 정부는 우리은행 보유 지분 중 15%를 중동지역 국부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51.04%(3억4514만2000주)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 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는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약 1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한화생명 지분은 22.75%(1억9759만1000주)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3월에도 지분 2%를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추가 회수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화생명 주가가 8300원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등해야 원금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170조…회수율 70%도 못미쳐
국민 세금 눈먼돈?…무작정 쏟아부어

외환위기 당시 파산위기에 몰렸던 서울보증보증에 들어간 공적자금 10조2000억원의 회수도 불투명하다. 정부의 서울보증보험 지분율은 93.85%(3276만4000주)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부실 때문에 보증회사들이 시스템 안정을 위해 공적자금으로 매꿔 준 부분이라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자금은 회수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선출자증권(주식회사의 상환우선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수협의 경우 1조158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 특별회계를 통해 회수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중앙회가 배당받아 특별회계를 통해 공적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앞의 사례는 양호한 편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 27조원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6조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21일 민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2011년 이후 부실저축은행 지원 및 회수현황’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2011년 이후 31개 부실 저축은행에 27조1701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5조9031억원을 회수하는데 그쳤다. 회수율은 21.7%.

솔로몬저축은행에 3조5243억원으로 가장 많은 공적자금이 편성됐고 부산저축은행 3조1580억원, 토마토저축은행 3조150억원, 제일저축은행에 2조3941억원이 투입됐다.

이들 중에서 공적자금 회수율이 저조한 곳은 에이스저축은행(3.12%)과 보해저축은행(3.72%), 부산2저축은행(7.40%), 부산저축은행(8.05%) 등이다. 심지어 해솔저축은행과 골든브릿지저축은행의 회수실적은 전무했다.

밑 빠진 독
대우조선해양

반면 대영저축은행의 경우 투입된 1426억원 전액을 회수했다. 6677억원이 투입된 신라저축은행은 50.5%, 3672억원이 들어간 더블유저축은행은 45.5%로 회수율이 높은 축에 속했다.

이처럼 저조한 공적자금 회수율이 공론화되는 가운데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방안이 논의되자 공적자금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실사 결과 및 자금 지원 등 정상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지원 방안에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지원규모는 내년도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부족자금 4조2000억원을 고려한 조치다.

우선 자본확충은 유동성 지원과 연계한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지원으로 산은은 2016년 말까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500%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적인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의 90%를 각각 1/3씩 나눠 공급할 예정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유상증자와 신규대출로 2조원을 지원하고 수출입은행 등이 나머지 2조원을 분담하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산업은행의 자금지원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과 조직을 최적 생산 규모, 선박 포트폴리오에 부합할 수 있도록 축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의 지원 방안에 대한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금을 투입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데다 책임자 문책은 덮어둔 채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즉, 금융당국의 안일한 관리감독이 이미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결된 만큼 지원 방안에 앞서 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뒤 실사에 따른 책임소재 파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방식은 은행이 취해야 할 시장안전판의 구조조정 방식이 아닐뿐더러 큰 부실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며 “위기일수록 원칙에 따른 과감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혈만 해놓고 관리 허점투성
줏대 없는 당국 정책 조정 논란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이 결정되자 화살은 곧바로 국책은행에 쏠리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기업자금조달이나 수출금융지원 등 본연의 임무는 외면한 채 기업구조조정 등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 손을 대면서 '부실기업 처리반'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책은행의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국책은행의 본분에 대한 비판마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최근 5년간은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자사 출신 인사를 임명하는 등 회사 전반을 관리·감독했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STX의 허위장부를 근거로 9000억원을 지원해 적자를 기록한 전력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외에는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은행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기업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 이후 수출입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한 기업 중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는 102곳이며 이들에 대한 여신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난항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SPP조선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수출입은행의 속을 썩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정부 지분이 70.08%(한국은행 15.04%·산업은행 14.88%)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국책은행은 정부 소유인 만큼 여신공급이나 구조조정에 있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달리 해석하자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위기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모든 상황에 윗선의 개입과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채권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0억원을 단독으로 지원했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국회의원의 눈치를 본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대규모 손실 불가피

문제는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투입하는 공적자금은 궁극적으로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혈세 먹는 하마’로 바라보는 시선과 지원에 앞서 분식회계 등 불거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관리 소홀로 결국 부실기업의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관리하고 구조조정을 이뤄낼만한 역량이 없다면 아예 기업구조조정 업무에서 손을 떼든지, 역할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자 국책은행의 정책금융체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금융 역할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국책은행은 대기업이나 각종 지원이 많은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재벌’ 산업은행 파워

정부가 100% 지분을 지닌 산업은행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를 무려 288곳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기관을 제외한 비금융 자회사가 116곳에 이른다.

지금껏 산업은행은 자금난에 직면한 기업을 출자전환 형태로 지원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해 왔다. 물론 국책은행인 만큼 경영정상화를 거쳐 시장에 지분을 매각한 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식구를 늘릴 때만 기민할 뿐 정작 품안의 구성원을 출가시키는 데 미적거리고 있다. 결국 자회사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행보는 엉뚱하게도 산업은행을 수많은 대기업을 거느린 '재벌'로 둔갑시켰다.

그 사이 STX조선해양마저 산업은행 휘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STX조선은 글로벌 불황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2013년 5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STX조선에는 2조7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잇단 선박수주 취소와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손실이 계속 발생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졌고 이듬해 채권단은 1조8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렇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STX조선은 자본잠식 상태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STX조선해양을 산업은행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산업은행마저 정상화에 실패하면 곧바로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산업은행 휘하로 편입된 상당수 기업들이 가치 하락을 겪고 있으며 그만큼 매각작업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분 15% 이상 보유 회사 288곳
때마다 헐값·특혜 의혹 시달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6조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 휘하에 들어가면 회생하지 못한 채 산업은행 계열사로 주저앉아 경쟁력을 잃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호산업의 경우 매각까지 5개월을 끌다 7228억원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경영정상화까지 1조원 이상의 금액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손실을 본 셈이다. 특히 금호산업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박 회장에게 다시 넘기는 과정에서 ‘특혜성 구조조정’이라는 사례마저 남겼다.

물론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이나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그동안 축적해 온 기업 구조조정 경험에 비춰 보면 전문성이 기대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대형 수출산업 지원을 주로 하다가 부실기업 인수 등을 겪으면서 허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며 “최후의 보루 역할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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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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