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외국계 사모펀드 파워

국내 M&A시장 '쥐락펴락'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사모펀드의 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M&A 시장에 외국계 사모펀드가 등장한 건 약 2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 수많은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리고 다시 비싼 값에 매물로 나오길 반복하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매각가 기준 10위권 대형 인수전에 외국계 사모펀드는 2건 이름을 올렸다. 일본계 오릭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는 현대증권을 1조800억원에 인수했으며 미국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와 손잡고 5000억원에 티켓몬스터를 사들였다.

20년 전 등장

굴지의 대기업 역시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000년대 초반 외국계 사모펀드의 위력을 각인시켰던 ‘소버린사태’가 대표적이다.

2003년 미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은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SK의 경영권을 흔든 뒤 2005년 9459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당시 SK 지분 14.99%를 확보해 2대주주가 된 소버린은 크레스트증권의 5개 자회사로 주식을 나눠 맡겼다.

소버린은 보유 지분을 나눠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합계는 3%, 각 일반주주는 3% 지분율 규정을 준수하면서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버린은 보유 SK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경영진 교체와 집중투표제 도입,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SK그룹은 약 1조원 규모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했고 소버린은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이외에도 2012년에는 현대산업개발 지분 18.65%를 획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템플턴자산운용이 2013년 7월까지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두고 정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두고 삼성그룹과 갈등을 빚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사례 역시 외국계 사모펀드의 위용이 드러난 사례가 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사모펀드 수는 점점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외국 펀드는 약 340개 수준. 2011년 말 135개에서 3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대다수를 사모펀드로 인식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으로 차익 노리고 접근
비싼 값에 매물로…먹튀 우려 팽배

문제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진출이 자칫 국부유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외국계 사모펀드는 헐값에 나온 국내 기업을 사들인 뒤 인수한 기업을 재매각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다. 외환은행 인수와 재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논란 역시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토종 사모펀드가 외국계 사모펀드와 전면전을 벌이는 모습도 차츰 증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골드만삭스PIA,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을 제치고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토종 사모펀드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외국계 사모펀드와 정면대결을 벌이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일단 자금력에서 국내 사모펀드가 열세에 놓여 있다.


달리 해석하자면 국내 사모펀드가 외국계 사모펀드와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승산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인 칼라일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이 228조원에 이른다. MBK파트너스처럼 외국계 자본의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의 경우 토종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 사이 대기업과 외국계 사모펀드가 손잡고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로 역할분담을 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장기적 성과를 마련하는 동안 사모펀드는 안정적 배당수익을 얻으면서 나중에 지분을 팔아 투자차익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안부럽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건수가 증가추세”라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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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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