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이끌 박근혜 첨병들

'박근혜 완장' 차고 '금배지 사냥'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비박의 ‘공천전선’이 심상치 않다. 현재는 ‘국정화 휴전’ 중이지만 물밑작업은 생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박계는 서로 ‘전략문자’를 주고받으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청와대에서 복귀한 거물급 인사들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로 흩어졌던 친박계가 총선을 앞두고 뭉치고 있다. 제20대 총선을 ‘박근혜총선’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이들의 출마선언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가에서는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소위 각 지역에서 ‘박근혜 첨병’으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친박계가 서울의 강남3구, 대구·경북(TK) 지역에 ‘우선추천지역제’ 적용을 지지하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박근혜총선’ 키
강남3구·TK

최근 정가의 이슈로 떠오른 지역은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다. 총 7석(서초구 갑·을, 강남구 갑·을, 송파구 갑·을·병’, 그러나 인구수가 많은 강남구는 분구가 예상돼 총 8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이 있는 이곳은 일찍이 ‘친박-비박’ 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예상됐다.

그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은 서초구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선언문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또 다른 애국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며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순간 ‘무주공산’이 된 서초 갑을 두고 출마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대진표가 흥미롭다. 친박계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미는 모습이다. 비박계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두 사람 모두 공식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여권 텃밭을 두고 ‘우먼파워’가 정면으로 충돌할 공산이 커졌다.


지난 1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빙인 가운데 조 전 수석이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수석은 38.7%의 지지율을 기록, 이 전 최고위원의 32.1%를 6.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 10~13일까지 진행, 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유선전화 임의걸기(RDD)방식).

바로 옆 선거구도 뜨겁다. 기존 친박계 강석훈 의원에게 비박계 정옥임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과외선생님’으로 불리는 인물, 반면 정 전 의원은 비박계 ‘외교통’으로 꼽힌다. 정 전 의원은 최근 김무성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동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과연 강 의원이 수성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정 전 의원이 비박계 반격의 신호탄을 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윤선 VS 이혜훈
강석훈 VS 정옥임

유력 후보 4명 중 3명이 여성일 정도로 서초구는 여풍(女風)이 거센 상황이다. 반면 강남구로 넘어가면 남풍(男風)이 거세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4명 중 3명이 남성이다.

강남 갑에는 기존 심윤조 의원에게 이종구 전 의원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친박계로 통한다. 두 사람의 대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리턴매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제18대 국회 당시 강남 갑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제19대 총선에 앞서 실시된 최종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로써 20대 총선을 통해 중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인구를 기준으로 강남구가 분구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 갑은 비박으로 통하는 박인순 의원이 현직으로 있는 곳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친박계 인물은 박영아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송파 갑에 당선돼 재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끝내 낙천했다.


지난 2012년 3월20일 박 전 의원은 낙천이 확정되자 선언문을 통해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공천결과”라며 “하지만 모든 것을 저의 부덕함 탓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소폭 개각을 단행하며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을 전격 교체한다고 밝혔다. 유일호 전 장관은 송파 을을 맡고 있는 현역 의원이다. 정가 복귀에 성공한 유 전 장관은 앞으로 남은 기간 지역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장관은 잘 알려진 친박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 집권 후 첫 총선, 공천 향방은?
강남3구, ‘한가닥’ 하는 사람들 모였다

유기준 전 장관의 총선 결과는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인 부산 서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상태인데, 같은 이유로 부산 영도구와 통·폐합이 예상되고 있다. 영도구는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로 만약 두 지역이 합쳐진다면, ‘유기준 대 김무성’의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송파 병은 ‘장군의 손녀’ 김을동 최고위원이 있는 곳이다. 17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최고위원은 18대 총선에서 지금의 송파 병에 출마해 당선됐다. 워낙 인지도가 높아 새누리당 내에선 아직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김 의원의 계파색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이 간다. 그간 ‘골수 친박’으로 불렸던 김 의원이 최근 비박계와 의견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공천특별기구 인선과 관련해 “황진하 사무총장이 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해 비박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전광삼·곽성문
TK물갈이론 실체?

TK는 자·타천 친박 인사들의 러시가 예상된다.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대구 북구 갑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전 관장은 지난달 22일 사직서를 내 총선 출마가 예상됐었다. 지난 7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방문해 입당원서를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가 예상되는 북구 갑은 비박계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대구 중·남구 출마 소식이 있다. 공교롭게도 중·남구는 박 대통령발 ‘대구 물갈이론’이 정가를 강타했을 때 거론된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다. 지난달 7일 박 대통령은 대구를 깜짝 방문, 서문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김 의원을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외에도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윤상직 산업통산부장관도 TK출마가 예견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5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은 그 개인적 사정을 총선 출마로 해석하고 있다.

수면위로 올라온 물갈이론에 TK 들썩들썩
청와대 코어4, 민경욱·박종준·윤상현·김재원


민 전 대변인은 인천 중·동구·옹진군 출마가 예상된다. 지역구 현역인 박상은 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때문에 당에서는 박 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해당 지역구는 20대 총선에서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민 전 대변인이 분구가 예상되는 인천 연수구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연수구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지역구다.

박 전 차장은 세종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2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차장은 “세종시에서 봉사를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보였다. 지난 20일에는 세종시당 당원연수에 참석해 “좌파들이 세종시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땀 흘려 지킨 세종시를 우리(새누리당)가 되찾아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특보도 자리에서 내려와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복수의 언론은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최근 특보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며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대로 윤 전 특보는 인천 남구을, 김 전 특보는 경북 군위·의성·청송군의 현역 의원이다. 박심을 등에 업은 두 사람이 과연 예상대로 공천에 성공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민경욱·박종준
윤상현·김재원

친박계 인사들의 새누리당 복귀 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 반면, 비박계에선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여당 관계자들은 계파를 분석할 때 ‘수에선 친박, 질에선 비박’이라고 말해왔으나, 최근 무게감 있는 복귀 인물들이 모두 친박계라 비박계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지는 첫 총선에서 이들 친박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교과서 국정화’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계 좌장’ 서청원 총선 출마는?
“주 3~4일 지역 찾아간다”

친박계 거물들의 당 복귀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 화성 갑이 지역구인 서 최고위원은 제20대 총선 당선 시 8선 의원이 돼 정일현·김재광·이만섭 전 의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헌정사상 최다선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최다선인 9선을 지낸 정치인은 김영삼·박준규·김종필 등 3명이 전부다.

의원실 관계자는 출마를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화성 갑으로 출마한다”고 답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 최고위원은 한 주를 기준으로 3~4일 동안 지역에 머물며 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주민들과 만남을 갖는 등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11대부터 의원 생활을 시작한 서 최고위원은 13·14·15·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 이후 18대 국회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활동하다 19대 국회에선 10·30재보선을 통해 지금의 화성 갑에 당선됐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