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류계 줄초상 나는 이유

사채 쓰려면 맞보증, 실체 없는 목죄기 ‘아가씨들 녹다운’

사채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채 이자율에 대한 상한선 제한을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불법 사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음지’의 사채 시장은 이런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1000%, 2000%의 살인적인 이자를 받으며 서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 중에는 화류계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사채는 물론 사채에 대한 연대보증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발생했던 포항의 연쇄자살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화류계의 사채현황과 특히 그 중에서도 마담들의 사채로 인한 고통을 집중 취재했다.

화류계 언니들 화려한 모습 뒤에 사채 검은 그림자
룸살롱 마담들 이중고 시달려 살인이자에 ‘절망만’


사채 때문에 고통 받는 화류계 사람들 가운데 룸살롱 마담들은 사채 피해자의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님들의 외상이나 아가씨들에게 속칭 마이낑(선불)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쓰는 경우가 많고 불경기에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곧바로 사채 이자에 또 다시 이자가 붙는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야반도주, 연쇄자살…
충격에 빠진 화류계

서울 강북의 한 룸살롱 마담인 최모(29·여)씨. 그녀는 얼마 전 초보 마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끼마담’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마담생활을 시작했다. 수년간 아가씨 생활을 하면서 나름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녀였지만 역시 나이를 감당하기는 힘들었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담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마담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담에 대한 약간의 환상이 있었다. 직접 손님들을 접대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으며 아가씨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향후 몇 년간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가씨의 외상까지 마담이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녀는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고, 그 후 사채업자들의 검은 협박이 서서히 그녀를 옥죄어 왔기 때문이다.

최씨가 떠안았던 외상금액은 사실 그리 많지도 않았다. 3명의 아가씨를 모두 합쳐 500만원 정도. 사실 룸살롱 업계에서 이 정도의 금액은 그리 크지도 않은 금액이다. 최씨 역시 ‘한 두달이면 갚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당장 급한 마음에 사채를 썼던 것. 그러나 불경기는 생각보다 오래 갔고 손님들로부터의 수금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사채이자를 연체한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사실 화류계에 있다 보면 사채업자들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친분을 쌓기도 한다. 사채업자들이 아가씨들이나 마담들에게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들 역시 언제 다급하게 돈을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이자를 연체하자 그들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거의 반말에 욕까지 섞어 쓰는 지경이 됐다. 매일 전화가 끊이지 않고 그들에게 너무 시달리다보니 밥맛이 없을 정도이다. 아직 연체된 이자는 5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주변에서는 ‘그 정도는 이자도 아니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이제까지 사채에 시달려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마담이라는 직업이 이렇게 어려운지는 몰랐었다. 지금 다시 아가씨로 돌아가라고 하면, 얼른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물론 최씨도 사채 이자 때문에 괴롭겠지만 주변의 말처럼 그녀의 이자는 이자도 아닌 축에 속한다. 심지어 마담이나 아가씨들을 자살까지 몰고 가는 악덕 사채를 얼마든지 수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연쇄자살 사건은 사채로 인한 부작용에 다시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아가씨들과 마담들은 서로 연대보증을 섰으며 그 중 한명이 ‘야반도주’를 하기 시작하며 문제는 도미노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이자는 그때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백만 원의 원금이 어느덧 1억원이 넘는 돈으로 변했다는 것. 결국 사채업자들의 끈질긴 협박을 견디다 못한 아가씨들은 연이어 자살을 했고 경찰은 해당 사채업자들은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결국 아까운 젊은 여성 세 명의 목숨을 되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화류계는 충격에 휩싸이며 ‘침묵’ 하기도 했다.
사실 화류계 아가씨들이 이렇게 빚에 허덕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화류계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물론 ‘되는 술집은 되고 돈 버는 아가씨는 따로 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 돈 버는 룸살롱, 돈 버는 아가씨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룸살롱 5년 차인 이모(31)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쩔 수 없는 맞보증 시스템, 보이지 않는 감시자
손님 부족도 문제지만 아가씨 품위유지비 ‘깜놀’


“솔직히 요즘 같으면 아예 이 일을 때려치는 게 돈 버는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님들의 외상은 계속해서 늘어가지만, 그렇다고 외상술을 주지 않을 수도 없다. 돈 못 낸다고 외상술을 안 주면 과거의 외상도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손님들의 외상에 끌려가다 보면 정작 고스란히 빚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아예 손님 자체가 확 줄었기 때문에 아무리 손님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해도 가게에 오질 않는다. 손님 자체가 씨가 마르는 상황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는 그녀들의 생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사채를 끌어 쓰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가씨들이 하루에 써야만 하는 돈은 최소한 10만원에 육박한다. 메이크업, 헤어, 택시비, 식대 등등을 포함하면 그 정도의 금액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 이 최소한의 기본투자비만 해도 한 달에 200만원이라는 이야기. 여기에 월세와 공과금, 휴대폰 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최소 한 달에 300~400만원을 벌지 않으면 그녀들은 곧바로 ‘적자 인생’으로 돌아서게 된다. 그런데 이 적자 인생을 메워주는 유일한 방법이 다름 아닌 사채라는 이야기다. 당장 사채는 그녀들에게 고마운 존재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그녀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담들의 경우 씀씀이가 더 클 수밖에 없고 아가씨들 관리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사실 마담들의 능력이란 아가씨들에 대한 ‘관리능력’이고 이렇게 아가씨들을 다독이며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사소한 예로 아가씨들에게 회식을 시켜주는 것도 모두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거기다가 아가씨들의 외상까지 모두 마담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적인 구조 속에서 사채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한다.

화류계마담, 아가씨들이 처한
‘빚의 숙명’ “아이고 무서워”

그렇다면 이러한 화류계 아가씨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사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을까. 일부 화류계 사람들은 ‘우선 현재 룸살롱과 아가씨가 포화상태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력 7년차 영업상무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룸살롱도 한때는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돈을 긁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곤두박질 쳐왔으며 그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아가씨들은 과거의 영광만 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불나방처럼 화류계로 몰려들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은 파이를 나눠먹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돈줄이 사채가 되어버리는 기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망할 룸살롱은 빨리 망하고 업계를 떠나야하는 아가씨들은 한순간이라도 빨리 이 업계를 떠나는 것이 오히려 사채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김씨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룸살롱 아가씨’가 가지고 있는 그 화려함과 ‘스폰서 한방이면 인생이 역전된다’는 대박정신이 있기에 지금도 수많은 아가씨들이 화류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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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