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3사 신화’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

“대한민국 군인들이여 고개를 들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합참의장으로 이순진 대장이 취임했다. 이 대장은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합참의장이 됐다.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군령권을 3사관 출신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3사 출신이란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군 이후 첫 3사 출신 합참의장에 오른 이순진(61) 합참의장은 군내 대표적인 강골 인사로 뚝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162cm의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구와 강한 체력의 소유자로 ‘작은 거인’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현역 군인 중 서열 1위인 합참의장직은 그동안 4년제 육사 출신 대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해군 출신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3사 출신인 이 의장이 임명된 것은 안팎의 눈총을 불식시키고 군내 다양한 인재풀을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
 
육사 제친
작은 거인
 
이 의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당시 고졸자 입학도 허용하던(현재는 전문대 이상 학력) 3사에 입학해 1977년 소위로 임관했다. 같은 해 임관한 육사 기수가 33기라는 점에서 현 육군참모총장 김요한(육군34기) 대장보다 먼저 임관한 셈이다. 3사는 2년제라는 점을 감안해 3사 출신들은 4년제 육사 출신들보다 진급이 2년 이상 늦는 등 불이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 의장은 생도 시절 명예위원장 생도를 맡을 만큼 동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 또 엄청난 독서로 ‘공부하는 지휘관’으로 불렸으며, 군 안팎에서 이 의장은 강인한 의지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관 후 위탁교육을 통해 경북대 교육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학구열이 뛰어났다. 그는 육군대학에서 전술학 교관을 맡는 등 통합 전투력 운영과 지상작전에 대한 식견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전·평시 후방지역 작전수행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술토의를 수차례 개최하고, 주한미군사령부와의 연합 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작전 발전에 공을 세웠다. 육군 제2사단장·수도군당장 등을 역임할 때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민·관·군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했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임명
파격적 인사…부하들 신망 두터워
 
지휘관으로선 온화한 리더십으로 덕장으로 알려졌다. 육군 2사단장으로 복무하던 시절 제설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에게 따뜻한 차를 직접 타 운동복 차림으로 격려하고 다녀 병사들이 사단장인지 알아보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부하 장병 생일에는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고, 지난해 8월 제2작전사령관 취임 후에는 공관에서도 공관병에게는 전화 등 잡무만 맡기고 아내가 직접 식사를 챙기도록 했다. 또 수도군단장 재직 시절에는 신병휴가를 떠나는 이등병의 짐을 관용차에 직접 실어 부대 근처 역까지 데려다준 일화도 있다. 
 
 
소장 시절 3사 출신 동기생이 먼저 중장으로 진급했을 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을 정도로 자기 절제력이 뛰어나다는 전언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주류인 육군 내에서 3사 출신임에도 이 의장은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의장의 취임에 일가에서는 “이번 인사가 또 대구고와 TK(대구·경북) 파워가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경환 1년 선배
윗선 입김 작용?
 
이 의장은 대구고 14회로 최경환 경제부총리(15회 졸업)의 1년 선배다. 이런 탓에 야당은 ’대구고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부총리의 모교인 대구고 인맥이 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구고 공화국‘도 아니고, 특정 고교 출신들이 권력과 모든 것을 장악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현재 대구고 출신으로 요직에 있는 인사는 임환수 국세청장, 임경구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물러나는 현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의장은 TK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100일과 비교했을 때 집권 후반기가 막 시작된 지금을 비교하면 TK 출신 파워 엘리트수가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 218명 중 22.5%가 TK출신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이 의장은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당시 집중포화를 맡았다. 이 의장은 자신의 석사논문에서 ‘5·16군사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지칭하고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일 이 의장에게서 제출받은 석사 논문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의 민군관계 발전방향’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2001년 충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이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의장은 논문에서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 기간에 대해선 “5·16 군사 혁명 세력에 의해 국가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수행한 시기”라고 평가하고 “군의 강력한 권위주의가 산업화의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박정희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장은 5·16쿠데타 원인이 “기회주의적 처신에 익숙한 민간정치인들의 능력 제한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군부가 자연스레 정치개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이후 현재까지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은 ‘5·16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5·16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군사독재를 미화한 분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스스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의장은 ‘5·16쿠데타’에 대한 답변 회피 등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 의장의 이런 태도 때문에 청문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의 석사 논문에서 적시한 ‘5·16혁명’을 거론하며 현재 의견을 물었다.
 
 
이 의장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며 답을 피했다. 문 의원이 “지금의 역사적 판단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의장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긴 힘들다”며 답을 꺼렸다. 비슷한 대화가 수차례 오가자 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정말 실망스럽다. 무슨 눈치를 보느냐”며 질타했다. 


“5·16은 혁명”
여야 모두 질타
 
뒤이어 유승민·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질의를 했지만, 이 의장은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며 빗나간 답만 반복했다. 유 의원은 “주요 직위장병들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이 의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어 주 의원은 “공인이 되면 공식적인 국가의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키던 이 의장은 “유념하겠다”고 답해, 순간 의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두언 국방위원장이 직권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를 중단할 정도였다.  
 
이 의장은 지난 8월4일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8월9일 제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 의장은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그 시간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비롯해 저도 전날쯤에 확인했는데 사령관 정도 수준의 계급 직책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이 의장은 “제가 골프하는 시간에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지 시점에 대한 여러 의원들 질문에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던 이 의장은 결국 “상황 전파는 없었다 하더라도 지휘관이 골프를 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고 나온 TK출신
부적절한 처신 도마
 
이 의장은 자신 소유 주택의 전세 계약 과정에서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이 소유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모 아파트의 임대인으로서 기존 계약이 연장된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전세를 반전세로 하자고 ‘갑질’을 한 일을 추궁했다. 
 
이 의장은 “재계약 시점에 군 생활을 마칠 시기를 예측했을 때 2년 이내 해당 아파트에 입주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임대인(이 의장)이 원하는 시기에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보호법에 어긋난 합의사항이다. 
 
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 안정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계약서를 통해 거주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임대인, 즉 이 의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은 세입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 ‘을’인 세입자는 ‘전세금에 월세를 더 내라’는 갑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는 임대인과 합의 하에 재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답했지만 명백하게 임대차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의장은 “(세입자) 배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이 의장이 제39대 합참의장에 취입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육·해·공군참모총장, 현역 장성과 주한미군 장성, 역대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이 신임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북한은 앞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적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 경우 얻게되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갑질·골프 질타
청문회 집중포화
 
이 의장은 “지난 8월 북한은 지뢰 및 포격도발을 자행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와 의지를 시험했다”며 “이에 우리군은 단호하게 대응해 적의 의도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지난 2년간 우리 군을 이끌어온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합참의장직을 시작했다.
 
이 의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고개 숙인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며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함께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이순진은?]
 
▲수도기계화사단 소대장 ▲15사단 38연대 중대장, 50사단 부대훈련장교 및 작전장교 ▲25사단 70연대 대대장 ▲66사단 작전참모 ▲육군대학 전술학처 지상작전·방어 교관 ▲71사단 163연대장 ▲합참 남북군사협력담당관 ▲합참 연습과장 ▲2작전사 교육훈련과장 ▲2군단 참모장 ▲부사관학교장 ▲제2보병사단장 ▲합참 민군심리전부장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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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