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돌풍' 한국남자골프 '부활스타' 총출동

메이저 대전마다 구름떼 갤러리

한국남자골프가 모처럼 ‘흥행대박’에 활짝 웃었다. 올해 남자골프는 여자 골프의 인기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메이저 대전(大戰)’에선 코오롱한국오픈이 KLPGA챔피언십을 압도하는 갤러리를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스타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면 남자 골프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골프팬 외면하던 KPGA 대회
난도 낮추고 공격골프 부활

올 시즌 한국-신한동해오픈 등
흥행방정식에서 재활 모색해야

한국남자골프(KPGA)투어 코오롱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는 1만여명의 갤러리가 몰렸다. 같은 시간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여자 대회 KLPGA챔피언십은 3000여명의 갤러리를 동원하는 데 그쳤다. 남자 대회가 3배 넘는 갤러리를 동원한 것이다.

멋진 경기
흥행 성공

미국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전인지(21·하이트진로) 고진영(20·넵스) 등 스타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이처럼 남자 대회가 여자 대회를 압도하는 흥행 성적을 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8월까지만 해도 KPGA투어는 ‘찬밥’ 신세였다. 매주 경기를 치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달리 7주 동안 경기가 없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8월 말 열린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대회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총상금을 2억원 줄였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스카이72GC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골프장은 텅텅 비었다. “갤러리보다 캐디와 선수가 더 많이 보인다”는 체념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2011년 창설된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대회도 스폰서와 골프장을 잡지 못해 무산됐다.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던 남자 골프에 반전이 일어난 건 지난 9월3일 매일유업오픈(총상금 3억원)부터였다. 같은 기간 총상금 12억원이 걸린 KLPGA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렸지만 2000여명이 넘는 갤러리가 매일유업오픈을 찾았다. ‘돌아온 장타왕’ 김대현(27·캘러웨이)과 새로운 ‘꽃미남 스타’ 이수민(22·CJ오쇼핑) 등이 선전하며 갤러리를 골프장으로 불러들였다.
코오롱한국오픈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오랜만에 스타들이 출전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투어 상금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와 미국에서 뛰는 김민휘(23)를 비롯해 김태훈(30·JDX멀티스포츠), 김대현, 허인회(28), 김승혁(29) 등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스타가 대거 출전했다. 특히 김경태와 김태훈은 수백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전인지 등 여자 스타 못지않은 흥행력을 증명했다.
홀의 난도를 낮춘 것도 경기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했다는 평가다. KPGA챔피언십에선 장동규(26)가 72홀 최소타 기록인 24언더파로 우승했고, 33명이 두 자릿수 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매일유업오픈에선 무려 42명이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했다.
한국오픈은 전통적으로 홀 난도가 높지만 올해에는 낮게 설정해 이경훈(24·CJ오쇼핑)이 13언더파의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송영한(24·신한금융그룹)은 “러프가 작년보다 짧아 선수들이 마음 놓고 장타를 날리는 등 더 공격적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과거 비제이 싱(피지), 리키 파울러(미국) 등 해외 골프 스타를 초청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국내 스타 선수들이 출전하면 남자 대회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KPGA는 한국오픈의 흥행 열기가 오는 17일 열리는 신한동해오픈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에는 안병훈(24), 노승열(24·나이키골프) 등이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해 갤러리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한국 남자 프로골퍼는 고달프다. KPGA투어의 올해 대회는 총 12개. 그나마 하위 랭커들은 아시안투어와 겸하는 대회엔 출전할 수 없다. 총상금 84억원의 KPGA투어는 올해 29개 대회 총상금 184억원으로 커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남자 골퍼들은 한 해 5000만원 이상 드는 투어 비용을 감당하려면 상금랭킹 5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생활비까지 벌려면 25위 안의 톱랭커가 돼야 한다. 대다수가 생활고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남자와 여자골프의 빈부 격차는 스폰서 계약에서도 드러난다. 여자골프는 1부 투어 카드만 있으면 대부분 후원사를 찾을 수 있다. 굳이 레슨을 할 필요가 없고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남자골프는 지난해 상금왕 김승혁(29)조차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골퍼가 직업인 프로들은 직장의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자 각자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배규태처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배규태는 “2011년 형이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형의 일을 돕다가 지금은 아예 가게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점에서만 월 3000만~5000만원의 매출이 나오고, 5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생겼다. 
그러나 ‘헝그리 골퍼’들은 안정된 수입 확보를 위해 레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금을 벌기 위해 스크린 골프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KPGA투어의 김민석(36)과 김민호(26)는 필드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프로골퍼들 사이에선 “1부 투어보다 2·3부 투어에서 뛰는 프로들이 낫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2·3부 투어 프로들이 뛸 수 있는 대회는 대략 30개 정도다. 남자 골프에도 ‘봄날’은 있었다. 2006~2008년엔 해마다 18~20개의 대회가 열렸고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KPGA 내부의 파벌 싸움과 일부 프로골퍼들의 고압적인 자세 탓에 팬들은 멀어져 갔다.
지금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프로암 참가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티오프 전에 준비한 사인볼과 모자 등을 나눠주며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10승을 거둔 베테랑 김대섭(34·우리투자증권)은 “저부터 웃으면서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투어가 축소돼 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어색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팬들과의 호흡도 서툴다. 매일유업오픈에서 우승한 김대현(27·캘러웨이)은 “팬들과의 소통에 쑥스러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회에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의 중흥을 위해선 스타도 필요하다. 이수민과 이창우(이상 22·CJ오쇼핑)는 “우리가 잘하고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자골프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주최 측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스타 선수들을 대거 초청해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가족과 함께하는 신한동해오픈’ 콘셉트로 흥행을 수확했다. 가족을 위한 갤러리존을 만들어 휴식과 놀이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갤러리존 안에 설치된 골프파크에는 골프공 그림 그리기, 가훈 써주기, 페이스 페인팅, 종이접기교실 등 다양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쪽에 마련된 에어바운스에는 아이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위기 탈출구
흥행 방정식

대회 관계자는 “대회 전부터 가족 놀이터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다. 주변에 대형 아파트단지가 많아 더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파 스타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볼거리가 차고도 넘쳤다. 노승열, 강성훈, 김민휘 등 PGA 투어 멤버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유럽투어에서 우승한 안병훈까지 합류했다. 이들과 국내 대표 골퍼들의 대결 구도는 갤러리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날 우승컵을 놓고 벌인 안병훈과 노승열의 ‘외나무다리 승부’는 흥행에 정점을 찍었다. 최종 우승자는 안병훈.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친한 친구인 노승열이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웃을 수 없다”며 진한 감동을 남겼다.
올해 국내 남자골프는 여자골프 규모의 절반도 안된다. 위기 탈출을 위한 뾰족한 해법도 없었다. 하지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개 대회를 치르면서 ‘흥행 방정식’을 발견했다.
벌써 조짐도 보이고 있다. 황성하 KPGA 회장은 “내년에는 대회가 제법 늘어날 것이다. 5개 대기업이 대회 창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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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