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여자의 지갑 - 명함 관리법

"이름이 뭐예요?" 명함은 나와 같다

공인중개사, 부동산경매전문가, 부동산자산관리사 등으로 활동하며 무려 14년 동안 부동산에 올인 한 부동산 전문가인 이여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가 여성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를 펴내 화제다.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돈 밝히는 여자’라고 말한다는 이여정 대표는 우리에게 “돈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라”고 충고한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여자의 지갑>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명함은 처음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대나무를 깎아 이름을 적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가 못 만났을 때 대나무에 이름을 적어 두면 집에 돌아온 주인이 그것을 보고서 다시 찾아가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처음부터 자신에 대한 표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소통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명함의 중요성

명함은 소중하다. 그래서 받기 싫어도 혹은 받기 부담스러워도 결국 받기 마련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과정에도 예의가 있다. 아랫사람이 먼저 명함을 건네면, 받는 사람은 그것을 잘 본 뒤에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우리가 이렇게 명함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은 명함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고부터 달라진 모습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늘 명함부터 내민다는 것이다. 학창시절과는 다르다. 서로 이름을 물어보며 어디 살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과목을 싫어하는지 하나하나씩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만남이 아니다.

바쁜 현대사회이기에 만나는 순간 바로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역할을 소개해야한다. 또 개인의 느낌과 취향으로 상대에게 다가가서 상대방을 알게 되고 나를 이해시키는 학창시절과는 달리, 명함을 주고받는 건 상호간에 어떠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좋든 싫든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 관계는 시작된다.

명함은 사회활동을 할 때 나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도구이자 또 하나의 신분증이다. 누구나 자신의 첫 번째 명함이 생기던 날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감동과 설렘을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사회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나의 존재 가치를 처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함이 처음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과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명함은 작은 종이조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겁다. 바로 책임감 때문이다. 또 명함은 피할 곳 없는 사각의 링처럼 우리에게 늘 경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이름은 없어지고, 그 대신 명함에 적힌 직함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된다.

명함은 이름, 직업, 직함, 연락처 등을 적은 조그마한 종이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건네는 내 작은 소개 글이다. 명함은 상대방과 나의 소통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알리고 상대방의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명함을 통해 교류를 시작한다. 명함의 주된 역할은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나 이런 사람이니 알아서 대우해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자신의 소속이 밝혀진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만드는 명함
내가 제일 잘나가! 전문가의 명함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또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가 밝혀진다. 그리고 명함에는 반드시 이름 앞에 직급이 붙는다. 소속과 직함만으로 사람은 어느 정도 판단이 되고 나름의 평가를 받는다. 명함에는 나의 위치와 능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조금 더 높은 직급과 타이틀이 적힌 명함을 꿈꿀 것이다. 그것이 자기 능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론 이름보다 이름 앞의 타이틀에 더 많은 집착을 한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망각한 채 자신의 포장을 보며 울고 웃는다.

명함이 지금 나의 능력을 말해준다면, 앞으로 내가 주고 싶은 명함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단순하게 지금 나의 위치보다 좀 더 높은 타이틀의 명함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속과 직함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본질적 가치란 게 있다. 명함에는 이러한 가치와 함께 자신의 가능성까지도 담아야 한다.

자신의 명함을 스스로 디자인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예쁘고 독특한 명함을 만드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조금 다르다. 자신의 ‘가치 알림장’으로 활용해 보자는 말이다. 명함에 자신의 취미를 적어 보자.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재미와 함께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대한은행 김 대리’가 아닌 ‘등산을 좋아하는 대한은행 김 대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를 넣어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에게 그냥 ‘우리출판사 박 과장’이 아닌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 중인 우리출판사 박 과장’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소속과 직함만을 알리는 평범한 명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창의적인 명함을 통해 남들에게 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기자.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엔 명함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함을 준다는 건 사실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나의 기본 정보를 알리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어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명함을 주기 전 자신이 그 명함에 맞는 전문가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 고객들은 윤택한 삶을 위한 투자를 위해 나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늘 완벽하고 안정적이며 많은 수익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난 나를 믿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부동산전문가로 성장하며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많은 고객들이 원하는 100% 성공 확률의 ‘완벽한 투자’란 없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다. 가능성이 큰 부동산 투자물건이 있는 것이지, 완벽한 투자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경매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나도 고객들에게 무조건적인 희망을 먼저 팔았던 것 같다. 늘 확신에 찬 강한 어투로 고객들에게 ‘확신 없는 확신’을 팔고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돈이 되는 높은 수익률의 물건이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전문가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패기와 열정뿐인 무모한 승부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객들과 함께 일을 해 오면서 나에게는 하나의 신념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고객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단순히 돈 뿐만은 아니었다. 고객이 진정 원했던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었다.

투자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많이 벌 수 있을까?’보다 먼저 ‘투자가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하기 마련이다. 모든 투자가 마찬가지겠지만 투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투자에는 반드시 ‘도전’과 ‘모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는 결코 투자자에게 막연하거나 무모한 희망을 팔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투자에 좋은 결과는 없다.

명함부터 챙기자

정확한 확률과 가능성만을 계산해야 한다. 전문가의 명함에는 이름보다 먼저 그 앞에 그 사람의 능력과 역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란 100%의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전문가는 확률이 높은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치료확률이 높은 의사, 승률이 높은 선수, 수익률이 높은 경매전문가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해서 전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 또 무조건 싸다는 이유로 전문가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때론 비싸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건 높은 확률과 수익률을 실현시켜주는 전문가다. 내가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높은 확률과 수익률을 주기 위해 노력했듯이 말이다.
 

[이여정 작가는?]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전주대대학원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
▲2015 경기 미스코리아대회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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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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