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상> 2억짜리 벤츠 부순 버럭남, 왜?

항의 퍼포먼스? 진짜 열받아서? 속사정 들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억원이 넘는 본인 승용차를 골프채로 부순 한 남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화제가 됐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진 가운데 해외 언론들까지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자동차를 부순 속사정은 무엇일까. 


 
벤츠 S63 AMG가 벤츠 판매점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이 남성은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손에는 골프장갑을 끼고 있었다. 벤츠 판매점에 들어가려는가 싶었는데, 차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냈다. 그리곤 사정없이 본인 차 곳곳을 내리쳤다. 방망이가 부러지자 이번에는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냈다. 다시 사정없이 차량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리가 깨지고 강판으로 된 문이며, 보닛이 찌그러졌다.
      
차량교체 거절
 
2시간 뒤에는 골프채마저 부러지면서 끝이 났다. 차량은 그야말로 걸레가 됐다. 시가 2억원이 넘는 벤츠가 50곳 이상 움푹파이거나 깨지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영문 모를 상황ㅇ[ 어리둥절하게 쳐다만 봤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광주 서구의 벤츠 판매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차량을 부순 사람은 올해 4월 이 차를 2억900만원에 리스로 구입한 유모(34)씨였다. 그러나 4월과 7월에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엔진이 멈췄다고 한다. 시동이 꺼지고 핸들과 브레이크마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당시 해당 차량은 각각 20일과 40일 동안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9일 오후 2시 유씨가 부산을 다녀오는 길에 또 엔진이 멈췄다. 임신 6개월째인 아내와 5세 아들이 타고 있었다. 놀란 부인은 실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는 벤츠를 판매한 대리점을 찾아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리점은 차일피일 확답을 미루기만 했다. 벤츠 측의 안일한 태도에 참지 못하고 자기 차량을 판매점 바로 앞 도로에서 골프채로 박살냈다.
 

A씨는 “목숨을 위협하는 결함 차량을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겠다 싶어 부쉈다”며 “보증서상 교환 사유가 되는 만큼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9세 때부터 꿈꿔온 벤츠를 평생 탈 ‘드림카’라고 생각하고 샀다”며 “하루에 두 시 간만 자면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산 차를 이렇게 부수는 심정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퍼지자 전국에서 같은 차종을 가진 운전자 5명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연대 투쟁의사를 밝혀왔다. 이날도 추가로 운전자 1명이 이 대리점에 항의방문했다.
 
실제로 대구에 사는 박모(34)씨는 지난 7월 벤츠 차량이 주행 중 시동이 꺼져 보안유지서를 쓴 뒤 찻값을 환불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차의 결함에 대해 누설 안 하고 원만히 해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보안유지서에 서명한 뒤 원래 차 값의 10∼20%를 제하고 환불받았다고 한다. 
 
유씨는 “서울 3명, 경기 시흥 1명, 대구 2명 등 10여명의 벤츠 운전자들이 동일하게 시동 꺼짐 현상을 경험하고 교환을 요구했지만, 벤츠 쪽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벤츠코리아와 판매점에선 차 튜닝이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차를 튜닝하지 않은 피해자가 1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드림카’ 매장 앞서 직접 골프채로 파손
가족들과 탔는데 고속도로서 시동 꺼져
 
이에 광주 벤츠 판매점은 “고객이 차량의 소음방지기와 머플러 쪽을 개조했다. 이 부분이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이 되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유씨에게 대표이사 등 직원이 환불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 최선을 다하려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츠의 대응이 논란거리다. 광주 벤츠 판매점은 유씨를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판매점 앞에 대해 집회신고도 냈다. 직원 6명이 16일부터 다음달 13일가지 정문 앞 인도에서 ‘한가위맞이 자사 홍보캠페인’을 펼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판매점 측은 영업을 방해했다며, 유씨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인터넷 여론이 들끓자 벤츠코리아는 지난 15일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고객과 직접 만나 원하는 바를 경청했다”며 “사건 당시 일반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고객을 신고하고 업무방해죄로 고소했지만 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하는 동영상은 해외로까지 퍼졌다. 여러 해외 언론들도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해당 차량을 판매한 판매사는 물론 수입사인 벤츠코리아의 늦장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블로그는 'Korean man destroys Mercedes S63 to protest poor customer service(한국인 남성이 형편 없는 고객 서비스에 항의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S 63 AMG를 파손했다)'며 해당 동영상을 게재했다.
 
홧김에 부셔
 
한편, 벤츠코리아는 올해 수입차 업체 가운데 리콜 대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올 1∼7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은 수입차는 총 10만4928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8.2%(4만2692대) 급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벤츠코리아의 리콜 대수가 3만4756대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33.1%에 달하는 수치다. 벤츠의 주력 모델인 E250 블루텍 4매틱과 C200 블루텍, CLS250 블루텍 4매틱 등은 충돌 시 뒷좌석 시트 벨트 잠금 장치가 풀릴 수 있다는 결함이 발견됐다. E220 블루텍과 C220 블루텍 등은 엔진 오일 누유에 따른 발화 가능성으로 리콜 조치를 받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동차 피해구제는? 

자동차를 산 후 품질이나 수리 관련 불만 때문에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한 건수가 지난해 약 1000건에 달했다.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12년부터 2년간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품질보증 기간이 지나지 않은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 사건은 2012년 1023건에서 2013년 837건으로 감소했다가 2014년 998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426건이 들어와 2012년 이후 3284건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로는 수리용 부품이 없는 등 애프터서비스와 품질 관련 불만이 80% 가까이 차지했다. 또 계약 불이행을 비롯한 계약과 관련한 피해와 부당행위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지난해 전체 피해구제 신청 건수(998건) 가운데 품질·애프터서비스 관련 불만이 786건이나 됐다. 계약 관련 불만이 86건으로 그다음이었으며 부당행위 57건, 안전 23건, 가격·이자 5건, 표시·광고 4건, 기타 37건 등으로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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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