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 위에 선 의원들

사정바람에 추풍낙엽…금배지 간당간당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때 아닌 '사정바람'에 휩싸였다. 벌써 17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재판 중인 의원만 17명에 달한다. 19대 국회의 잔여 임기는 약 7개월이다. 이 기간 금배지를 잃을 의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비리와 성추문, 내란 음모까지 불거진 19대 국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성폭행 논란을 빚은 무소속(전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8일 징계심사자문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예고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가 자체 징계심사안을 논의하기로 한 날은 오는 16일이다.

국회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행 논란을 빚은 심학봉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오는 16일 윤리특위에서 제명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심 의원은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여야 18명 의원
재판·수사 진행

심 의원은 여당의 자진사퇴 권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심 의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의 의원직 상실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심 의원이 제명될 경우 19대 국회에서만 무려 18명의 의원이 금배지를 잃게 된다.

19대 국회가 시작된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등 17명의 의원은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먼저 한 의원은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07년 3∼8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모두 3차례에 걸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한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2013년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이번 정치자금법 사건 역시 시작은 한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 및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3차례에 걸쳐 동일하게 현금과 달러로 은밀하게 자금을 조성해 한명숙 의원에게 건넸다"라고 판시했다.

한명숙·성완종 등 19대 17명 의원직 상실
심학봉 자진사퇴 압박…사상초유 제명예고

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판을 진행 중인 다른 의원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17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하면 범죄행위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거나 재판 중인 의원은 모두 18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3명, 새누리당이 4명, 무소속(전 새누리당)이 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 의원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까닭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는 1명이 줄었다. 무소속 심 의원 또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를 앞둔 터라 재판(혹은 수사) 중인 의원은 16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예단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유죄 쪽에 무게가 기운 의원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같은 당 조현룡·송광호 의원 등이 꼽힌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 의원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5억7100여만원을 구형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선주협회 관계자로부터 돈을 건네받거나 하역업체 계열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을 수수하는 등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박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발견된 현금 6억여원을 합법적인 돈으로 판단한 한편 8억3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2억3500만원 상당의 상법상 특별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구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허위사실을 제보 받아 무리한 수사 및 기소남용을 자행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새누리당은
해피아·철피아

철도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판결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지난달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의원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 의원으로부터 1억6000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조 의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12월 한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2012년 11월과 2013년 7월 각각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조 의원은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라며 "소속 상임위원회 관련 이해당사자 등으로부터 소송비용 등 명목으로 6000만원을 건네받는 등 죄질이 무겁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조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송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송 의원은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의 소개로 만난 AVT사 이모 대표로부터 납품 등에 관한 청탁과 함께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해피아·철피아 사건을 제외하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 대다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2008∼2011년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의원의 경우는 1·2심 재판부가 각각 정황 증거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박 의원에게 씌워진 혐의는 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주선자 등 주변 인물의 진술에 비춰볼 때 정황상 공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2심은 주선자가 금품 공여자인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을 흐리려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새정치 의원
무더기 기소

박 의원은 "고등법원에서 분명히 오판을 했다고 믿고 있다"라며 상고했다. 만약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로부터 입법 로비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지난달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현금과 4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SAC 관계자로부터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수수한 금액이 5000만원이 넘어 법정형 7년 이상에 해당된다"라면서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점,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같은 당 신계륜 의원과 신학용 의원은 검찰이 1심에서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한 가운데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놓고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17차 공판이 열렸으며 법원이 진술을 사실로 판단할 경우 의원직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문병호·이종걸·김현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댓글 제보'를 받고 서울 강남구 소재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감금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로 각각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주요 국면마다 사정기관이 등장
금품수수, 내란음모…야당 타깃

또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재직하면서 축소수사 의혹을 내부고발한 권은희 의원은 지난달 17일 위증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서 권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처남의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타깃이 됐다. 의혹의 진원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7일 이례적으로 재소환 통보를 받고 7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지난 2004년 한진그룹 관계사인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청탁을 통해 자신의 처남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의원 처남 김모씨는 취업 이후 실제로 출근하지 않고 8년간 8억여원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전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수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로 박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 대표로부터 현금 2억7000만원과 명품 시계 등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의원은 측근 정모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 7개, 명품 가방 2개, 안마의자, 현금 2억여원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증거 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모두 17명이다. 김근태·김영주·김형태·배기운·성완종·신장용·안덕수·이재균·이재영·한명숙·현영희 등 11명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 처리 됐다.

진보당은 해산
성완종은 폭로

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석기·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등 5명의 의원은 내란 음모 사건의 여파로 정부가 제청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받아들여지면서 금배지를 잃었다.

당선무효된 의원 가운데는 새누리당 소속이 7명으로 과반에 육박했으며 다음으로 통합진보당(5명), 새정치민주연합(3명), 정의당(1명), 무소속(1명) 순이었다. 18대 때는 19명이 의원직을 잃었는데 2명이 추가로 배지를 잃게 되면 18대와 동률을 이루게 된다. 19대 국회 잔여 임기가 약 7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의원은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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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