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범CCTV 점검> 범죄 사각지대 조명

깜깜한 '중구' 가장 위험하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범죄 예방을 통한 시민들의 안전을 꾀한다. 범행 당시 상황을 그대로 촬영·녹화하는 방범용 CCTV로 범죄 용의자 검거에도 일조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살펴보고, 범죄취약지를 알아봤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범죄취약지 1만2619개소에 2만2555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5월31일 기준)

광역별로는 서남권(관악·동작·금천·강서·양천·영등포·구로구)에 3724개소 6969대, 동남권(강남·서초·강동·송파구)에 2446개소 4116대, 동북1권(동대문·중랑·성동·광진구)에 2023개소 3276대, 도심권(종로·용산·중구)에 1292개소 2767대,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구)에 1313개소 2747대, 동북2권(도봉·강북·성북·노원구)에 1821개소 2680대가 설치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에 비해 2.6배가 많은 셈이다.

양천구 1956대
도봉구 382대

서울시 25개 자치구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902.2대다. 평균 초과 설치 자치구의 설치대수는 1205.3대로, 나머지 16개 자치구(647.2대)에 비해 558.1대가 많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방범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양천구(1956대)로 가장 적은 도봉구(382대)에 비해 5.1배가 많았다.

양천구(1956대), 서초구(1528대), 강남구(1470대), 용산구(1447대), 은평구(1352대), 성북구(1202대), 동대문구(1186대), 구로구(1135대), 관악구(924대)가 평균 초과 설치 9개 자치구에 해당한다. 도봉구(382대), 마포구(501대), 중구(531대), 송파구(532대), 노원구(533대)는 가장 적게 설치된 5개 자치구로 꼽혔다.


25개 행정구역의 방범용 CCTV 설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구민들의 불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민 대비 자치구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송파구 1204.4명, 노원구 1097.4명, 도봉구 909명, 강서구 879.5명, 강동구 789.2명, 마포구 725.2명, 광진구 632명, 중랑구 607명, 강북구 573명, 관악구 553.2명, 영등포구 552.4명, 동작구 444.4명, 성북구 376.6명, 강남구 355.2명, 성동구 336명, 서대문구 334명, 은평구 331.4명, 동대문구 286.3명, 양천구 238.5명, 구로구 353.5명, 금천구 259.4명, 서초구 254.1명, 중구 220.8명, 종로구 191.5명, 용산구 150.1명당 한 대 꼴로 조사됐다(통계청 인구총조사, 2010년 기준).

송파구 잠실에 거주하는 이봄희(32·여)씨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보면 범죄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한다”며 “방범용 CCTV라도 많이 설치돼 있다면 여자 혼자라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파구의 방범용 CCTV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4번째로 적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어린이나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라도 자치구가 방범용 CCTV를 대폭 추가 설치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1.8대다.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가 2대 이상 설치된 자치구는 서초구(3.4대-448개소 1528대), 동대문구(3대-390개소 1186대), 양천구(2.8대-708개소 1956대), 서대문구(2.8대-315개소 894대), 용산구(2.7대-541개소 1447대), 은평구(2.7대-497개소 1352대), 금천구(2.6대-304개소 780대), 성북구(2.4대-499개소 1202대), 종로구(2.2대-351개소 789대),동작구(2.2대-398개소 878대), 성동구(2.1대-407개소 864대)다.

성범죄위험도 전국 1위…폐쇄회로도 모자라
서울시 평균 절반 수준 “미온적인 자치구”

각 자치구별 평균 범죄취약지는 504.8개소다. 금천구(304개소), 서대문구(315개소), 종로구(351개소), 노원구(380개소), 도봉구(382개소), 동대문구(390개소), 동작구(398개소), 중구(400개소), 성동구(407개소), 강서구(450개소), 서초구(448개소), 은평구(497개소), 성북구(499개소), 마포구(501개소)의 14개 자치구에는 방범용 CCTV 설치구간이 평균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천구에 비해 강남구(882개소)가 2.9배나 많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 이어 양천구(708개소), 중랑구(659개소), 관악구(650개소), 구로구(630개소) 순으로 범죄취약지가 많았다.

도봉구,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마포구의 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각 각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조사돼 범죄예방 및 범죄 용의자 검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구민들의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2개소에만 방범용 CCTV가 1대씩 추가 설치되고, 나머지 528개소에는 방범용 CCTV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 인구대비
설치 편차 커

서초구청 주민행정과의 방범용 CCTV 담당자는 “구민들의 민원과 지구대원들의 요청을 검토한 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하게 된다”며 “과거에 설치된 CCTV는 화질이 좋지 않아 한 곳에 여러 대가 설치되거나 야간조명과 함께 설치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설치대수 및 범죄취약지 선정 비율을 종합한 결과 중구, 도봉구, 송파구, 마포구, 노원구의 5개 자치구가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해당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도봉구는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7억원을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원받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인재근 국회위원(도봉 갑)은 “여성과 아동 등 도봉구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혔다.

서울시 중구의 성범죄 위험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구의 방범용 CCTV는 400개소에 531대가 설치돼 있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25개 자치구에서 세 번째로 적었으며, 범죄취약지도 여덟 번째로 적게 선정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는 강간 125.16점, 성추행 233.93점으로 종합 203.78점을 기록해 전국 최다 성범죄 발생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구 행정구역별 거주민 대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공동이 4.9명당, 신당동이 757.3명당 1대꼴로 설치돼 행정구역별 편차가 큰 이유다. 이외 황학동 454명, 중림동 269명, 장충동 170.4명, 필동 138.6명, 광희동 93.7명, 회현동 75명, 을지로동 49.4명, 명동 37.5명 순으로 조사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 대비 2.6배 
도봉·마포·노원 범죄취약지

서울시 중구의 방범용 CCTV 기종을 조사한 결과, 41만 화소가 297대, 130만 화소가 77대로 200만 화소 미만 방범용 CCTV가 총 374대(62.02%)로 조사돼 화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강남구의 경우 41만 화소 CCTV의 비율이 39.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청 전산정보과 박민상 담당자(방범용 CCTV)는 “지구대의 방범용 CCTV 추가 설치 요청이 많지 않아 타 구에 비해 적게 설치된 점에 대해서는 구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올 하반기 동화동을 제외한 전 행정구역에 174대의 방범용 CCTV를 추가하고 30개소의 41만 화소 방범용 CCTV를 200만 화소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화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영상정보처리기기 기술기준권고안을 살펴보면 방범용 CCTV 최저 해상도는 100만 화소로 규정하고 있다. 100만 화소 미만의 방범용 CCTV 녹화 화면으로는 자동차 번호 식별이 불가하며, 야간 촬영 영상의 경우 남녀분간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기존 설치 구간의 방범용 CCTV 성능 향상에는 1대당 200여만원, 신 구간 설치에는 1500여만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방범용 CCTV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방범용 CCTV 모니터링 강화로 범인 검거 건수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방범용 CCTV를 통한 범죄 용의자 적발 건수는 175건으로 지난해 동기간(47건) 대비 272.3%가 늘어난 것이다.


관재센터 관계자는 “범죄 용의자 검거에 있어 방범용 CCTV를 통한 관재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국비 지원이 늘어나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대폭 추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CTV 설치하니
5대 범죄 감소

한편, 서울시에 최초로 설치된 방범용 CCTV는 2002년 12월30일 강남구 논현돈 영동시장 인근의 주택가에 설치된 방범용 CCTV 5대다. 2003년1월1일부터 2003년 8월31일까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논현동 일대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율이 42.5%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논현1파출소가 2003년 상반기 범죄감소율 전국 최우수 파출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범용 CCTV의 녹화 영상은 60일간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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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