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범CCTV 점검> 범죄 사각지대 조명

깜깜한 '중구' 가장 위험하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범죄 예방을 통한 시민들의 안전을 꾀한다. 범행 당시 상황을 그대로 촬영·녹화하는 방범용 CCTV로 범죄 용의자 검거에도 일조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살펴보고, 범죄취약지를 알아봤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범죄취약지 1만2619개소에 2만2555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5월31일 기준)

광역별로는 서남권(관악·동작·금천·강서·양천·영등포·구로구)에 3724개소 6969대, 동남권(강남·서초·강동·송파구)에 2446개소 4116대, 동북1권(동대문·중랑·성동·광진구)에 2023개소 3276대, 도심권(종로·용산·중구)에 1292개소 2767대,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구)에 1313개소 2747대, 동북2권(도봉·강북·성북·노원구)에 1821개소 2680대가 설치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에 비해 2.6배가 많은 셈이다.

양천구 1956대
도봉구 382대

서울시 25개 자치구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902.2대다. 평균 초과 설치 자치구의 설치대수는 1205.3대로, 나머지 16개 자치구(647.2대)에 비해 558.1대가 많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방범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양천구(1956대)로 가장 적은 도봉구(382대)에 비해 5.1배가 많았다.

양천구(1956대), 서초구(1528대), 강남구(1470대), 용산구(1447대), 은평구(1352대), 성북구(1202대), 동대문구(1186대), 구로구(1135대), 관악구(924대)가 평균 초과 설치 9개 자치구에 해당한다. 도봉구(382대), 마포구(501대), 중구(531대), 송파구(532대), 노원구(533대)는 가장 적게 설치된 5개 자치구로 꼽혔다.


25개 행정구역의 방범용 CCTV 설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구민들의 불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민 대비 자치구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송파구 1204.4명, 노원구 1097.4명, 도봉구 909명, 강서구 879.5명, 강동구 789.2명, 마포구 725.2명, 광진구 632명, 중랑구 607명, 강북구 573명, 관악구 553.2명, 영등포구 552.4명, 동작구 444.4명, 성북구 376.6명, 강남구 355.2명, 성동구 336명, 서대문구 334명, 은평구 331.4명, 동대문구 286.3명, 양천구 238.5명, 구로구 353.5명, 금천구 259.4명, 서초구 254.1명, 중구 220.8명, 종로구 191.5명, 용산구 150.1명당 한 대 꼴로 조사됐다(통계청 인구총조사, 2010년 기준).

송파구 잠실에 거주하는 이봄희(32·여)씨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보면 범죄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한다”며 “방범용 CCTV라도 많이 설치돼 있다면 여자 혼자라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파구의 방범용 CCTV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4번째로 적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어린이나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라도 자치구가 방범용 CCTV를 대폭 추가 설치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1.8대다.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가 2대 이상 설치된 자치구는 서초구(3.4대-448개소 1528대), 동대문구(3대-390개소 1186대), 양천구(2.8대-708개소 1956대), 서대문구(2.8대-315개소 894대), 용산구(2.7대-541개소 1447대), 은평구(2.7대-497개소 1352대), 금천구(2.6대-304개소 780대), 성북구(2.4대-499개소 1202대), 종로구(2.2대-351개소 789대),동작구(2.2대-398개소 878대), 성동구(2.1대-407개소 864대)다.

성범죄위험도 전국 1위…폐쇄회로도 모자라
서울시 평균 절반 수준 “미온적인 자치구”

각 자치구별 평균 범죄취약지는 504.8개소다. 금천구(304개소), 서대문구(315개소), 종로구(351개소), 노원구(380개소), 도봉구(382개소), 동대문구(390개소), 동작구(398개소), 중구(400개소), 성동구(407개소), 강서구(450개소), 서초구(448개소), 은평구(497개소), 성북구(499개소), 마포구(501개소)의 14개 자치구에는 방범용 CCTV 설치구간이 평균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천구에 비해 강남구(882개소)가 2.9배나 많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 이어 양천구(708개소), 중랑구(659개소), 관악구(650개소), 구로구(630개소) 순으로 범죄취약지가 많았다.

도봉구,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마포구의 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각 각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조사돼 범죄예방 및 범죄 용의자 검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구민들의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2개소에만 방범용 CCTV가 1대씩 추가 설치되고, 나머지 528개소에는 방범용 CCTV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 인구대비
설치 편차 커

서초구청 주민행정과의 방범용 CCTV 담당자는 “구민들의 민원과 지구대원들의 요청을 검토한 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하게 된다”며 “과거에 설치된 CCTV는 화질이 좋지 않아 한 곳에 여러 대가 설치되거나 야간조명과 함께 설치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설치대수 및 범죄취약지 선정 비율을 종합한 결과 중구, 도봉구, 송파구, 마포구, 노원구의 5개 자치구가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해당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도봉구는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7억원을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원받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인재근 국회위원(도봉 갑)은 “여성과 아동 등 도봉구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혔다.

서울시 중구의 성범죄 위험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구의 방범용 CCTV는 400개소에 531대가 설치돼 있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25개 자치구에서 세 번째로 적었으며, 범죄취약지도 여덟 번째로 적게 선정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는 강간 125.16점, 성추행 233.93점으로 종합 203.78점을 기록해 전국 최다 성범죄 발생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구 행정구역별 거주민 대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공동이 4.9명당, 신당동이 757.3명당 1대꼴로 설치돼 행정구역별 편차가 큰 이유다. 이외 황학동 454명, 중림동 269명, 장충동 170.4명, 필동 138.6명, 광희동 93.7명, 회현동 75명, 을지로동 49.4명, 명동 37.5명 순으로 조사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 대비 2.6배 
도봉·마포·노원 범죄취약지

서울시 중구의 방범용 CCTV 기종을 조사한 결과, 41만 화소가 297대, 130만 화소가 77대로 200만 화소 미만 방범용 CCTV가 총 374대(62.02%)로 조사돼 화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강남구의 경우 41만 화소 CCTV의 비율이 39.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청 전산정보과 박민상 담당자(방범용 CCTV)는 “지구대의 방범용 CCTV 추가 설치 요청이 많지 않아 타 구에 비해 적게 설치된 점에 대해서는 구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올 하반기 동화동을 제외한 전 행정구역에 174대의 방범용 CCTV를 추가하고 30개소의 41만 화소 방범용 CCTV를 200만 화소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화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영상정보처리기기 기술기준권고안을 살펴보면 방범용 CCTV 최저 해상도는 100만 화소로 규정하고 있다. 100만 화소 미만의 방범용 CCTV 녹화 화면으로는 자동차 번호 식별이 불가하며, 야간 촬영 영상의 경우 남녀분간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기존 설치 구간의 방범용 CCTV 성능 향상에는 1대당 200여만원, 신 구간 설치에는 1500여만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방범용 CCTV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방범용 CCTV 모니터링 강화로 범인 검거 건수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방범용 CCTV를 통한 범죄 용의자 적발 건수는 175건으로 지난해 동기간(47건) 대비 272.3%가 늘어난 것이다.


관재센터 관계자는 “범죄 용의자 검거에 있어 방범용 CCTV를 통한 관재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국비 지원이 늘어나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대폭 추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CTV 설치하니
5대 범죄 감소

한편, 서울시에 최초로 설치된 방범용 CCTV는 2002년 12월30일 강남구 논현돈 영동시장 인근의 주택가에 설치된 방범용 CCTV 5대다. 2003년1월1일부터 2003년 8월31일까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논현동 일대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율이 42.5%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논현1파출소가 2003년 상반기 범죄감소율 전국 최우수 파출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범용 CCTV의 녹화 영상은 60일간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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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