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벌라이프 'GMO 검사'해 보니 충격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①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최근 미국허벌라이프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및 기타 시장에서 일부 허벌라이프 제품은 GMO 작물에서 유래된 성분을 사용한다”고 밝힌 것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인 건강식품회사가 자사 제품에 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원료를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추위 등에 강한 성질을 가진 유전자를 분리 또는 재조합해서 목적하는 특성을 갖도록 한 농산물을 말한다. 

GMO 작물은 아직 그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연구보고서에서 “GMO는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점에서 수천년간 섭취를 통해 검증된 다른 식품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초제 내성
유전자 성분”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를 경악시킨 광우병 사태를 보면 풀이 아닌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에게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0년, 다시 동물성 사료로 키운 소고기를 섭취한 인간에게 광우병이 발생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바 있다.

단기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GMO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GMO에 대한 여러 연구와 동물실험 결과 잠재적 암세포 성장, 면역체계 손상, 불임, 간·신장 손상, 심장이나 뇌 등 주요 장기의 축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분분하다. 이유 없는 불안감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미국허벌라이프가 일부 자사 제품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식품인 GMO 작물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한 발표는 파문이 클 수밖에 없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의 고백을 허투루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질문 두 가지. 첫째는 허벌라이프가 말한 ‘미국 및 기타시장’에 한국은 포함돼있을까에 대한 의문이고, 둘째는 ‘일부 제품’이라고 밝힌 제품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허벌라이프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Non-GMO)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본사에서 말하는 91개 ‘기타시장’ 중에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어떤 제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제품’이 GMO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자체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것일까? 이 대목에 대한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은 “한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은 미국에서 생산되어 완제품으로 수입된다”는 것.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것인데 한국 수출용 제품은 GMO 작물이 아닌 재료로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미국본사 GMO 작물원료 사용 시인
현지 파문 일파만파…한국은 과연?

이 답변이 <일요시사>가 직접 허벌라이프 제품에 대한 PCR검사(제품에 GMO 유전자가 있는 지 없는 지를 확인하는 성분검사)를 하게 된 배경이 됐다.

허벌라이프가 내 식구(미국소비자)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다른 식구(기타 국가)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된 재료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분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인검사법에 따른 PCR검사로 식약처에서 인증한 복수의 공인검사기관을 통해 각각 2회 이상 진행했다. 검사 대상 제품은 ‘포뮬러1 뉴트리셔널 쉐이크 믹스 쿠키앤크림맛’(이하 쉐이크믹스)을 선정했다. 쉐이크믹스를 선정한 이유는 한 가지. 식사대용으로 최소 100만개 이상이 팔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약 640억원 어치가 팔렸다.

함께 복용하기를 권하는 ‘퍼스널 단백질 파우더’ 매출 540억원을 포함하면 매년 1000억원 상당이 소비된 제품인 것이다.

체중조절을 원하는 사람에게 밥 대신 꾸준히 먹기를 권하는 제품인 만큼 향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적으로 누적되었을 때’의 영향을 파악할 때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될만한 제품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검사에 사용된 제품은 한국허벌라이프 공식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사업자를 통해 구입했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따른 것이다. 시험결과를 받는 데까지 3∼10일이 소요됐다.

식약처 인증 검사기관인 한국식품과학연구원과 ㈜코젠바이오택에 의뢰하여 받은 검사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두 검사기관의 검사결과 모두에서 미국 몬산토사에서 개발한 GMO 콩 ‘RRS’유전자와 ‘MON89788’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두 유전자는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변형된 유전자다. 이는 곧 쉐이크믹스 성분 42.1%를 차지하고 있는 분리대두단백이 인위적으로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 변형된 GMO 작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던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쉐이크믹스 PCR검사에서 제초제 내성 변형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통보하자 한국허벌라이프는 검사 결과의 진위 여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설사 PCR검사에서 GMO가 검출됐다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섞여 들어간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근의 유전자 변형 작물 재배지에서 날아온 종자가 일부 섞여서 자란 경우에도 성분검사를 하면 GMO 유전자가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약간의 GMO 성분이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소량이면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먹는 것으로 장난?
소비자 기만 행위

그렇다면 관건은 쉐이크믹스에 과연 얼마나 GMO가 포함됐는가에 대한 사안으로 옮아간다. 복수의 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발견된 이상 ‘GMO 원료가 사용됐다, 안 됐다’는 사안은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두 검사기관에서 실시한 성분검사의 시험성적서를 근거로 허벌라이프가 보유한 함량검사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쉐이크믹스는 제품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식약처로부터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를 면제받았으며,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은 한국허벌라이프가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에 불과하다’는 해명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무슨 근거로 제품에 함유된 GMO 함량이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가 들었는지 90%가 들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미미한 양’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허벌라이프가 구분유통증명서를 공개하지 않은 탓도 있다.

한국법인 “한국의 모든 제품은 안전” 장담
쉐이크믹스 검사결과 ‘유전자변형 콩’ 검출

그러면서 분리대두단백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립 검사기관의 구분유통증명서에 의해 식약처로부터 제품유통을 승인받았다”는 것.

문제의 구분유통증명서란 종자구입, 생산, 보관, 운반, 선적 등 취급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식품들과 구분해서 관리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일종의 원산지 증명과 같은 성격의 문서인데 이런 증명서는 정부당국이 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파종단계부터 수확, 보관, 유통 과정에 일일이 개입해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한 일종의 검증장치다.

문제는 이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이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구분유통증명서가 대부분 일부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확인 과정에서 객관성 및 신뢰성 담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계 관계자는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한 불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구분유통증명서라는 것이 결국 원료상이 제공하는 증명서다. 사가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GMO 작물이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발행한 구분유통증명서를 믿는 사람이 바보다.”

식약처 승인 왜?
구분유통서 논란

여기에 한국허벌라이프와는 달리 미국허벌라이프는 자사제품에 GMO에서 유래한 성분을 사용한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보면 식약처에 제출된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구분유통증명서를 덮어놓고 불신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과 별도로 제기되는 문제는 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114호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8조 표시사항의 적용특례에 대한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식품위생법 상에는 원재료의 5순위 안에 드는 성분이 유전자변형 식품일 경우 제품에 GMO 표시를 하도록 돼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표시를 생략해도 되는 예외규정이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 이하로 포함된 경우다. 이 경우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 검사성적서로 갈음할 수 있다. 한국허벌라이프가 ‘콩’이나 ‘옥수수’를 수입하는 업체일 경우라면 이 조항에 근거해 적용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쉐이크믹스와 같은 가공식품일 경우는 식약처 고시 114호 8조 2항에 근거해야 한다.

다음은 8조 2항의 내용이다.

「수입하고자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이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냉동식품, 음료, 식용유, 과자, 빵, 조림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이지만 구분유통증명서,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 해당제품을 검사해 유전자변형 DNA가 전혀 남아있지 않음을 입증하는 검사성적서를 제출한 때에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이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적용 특례는 검사성적서에 의해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음이 증명될 때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라고 전제를 건 부분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전제는 곧 가공식품이라도 원재료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만 제출하면 GMO 검사를 생략해도 된다는 해석과 행동을 불러오고 있다.

그 결과 PCR검사결과 GMO 유전자가 검출됐지만 GMO 제품이라고 고지하지 않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허벌라이프 쉐이크믹스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GMO원료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서는 완전표시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은 명백히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이다. 그러나 구분유통증명서 제출만으로 검사성적서를 생략한 채 표시사항 적용특례를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법률이 보다 정확히 개정되거나 식약처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 한 ‘GMO 성분이 검출되고도 GMO 표시를 하지 않는 제품’은 국민들을 상대로 꾸준히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허벌라이프는 다단계사업자들에게 “쉐이크믹스를 비롯한 모든 상품에 Non-GMO 콩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 자체를 Non-GMO라고 하지는 않지만 원료는 Non-GMO라는 것이다. 나름의 접근방법으로 건강식품의 이미지를 쌓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 배신감
집단행동 역풍?

그러나 이 같은 한국허벌라이프의 행보가 앞으로도 순탄하게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자들이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분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서 허벌라이프 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업자 김모씨는 “고객도 고객이지만 당장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는 상품인데 걱정이 앞선다. 회사와 스폰(상위사업자)이 GMO로부터 안전하다고 해서 믿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업자 최모씨는 “그동안 회사가 우리를 속인 거라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조만간 집단소송 카페라도 만들어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자식에게 이유식으로 쉐이크믹스를 먹여왔던 박모씨는 10개월 된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부터 터뜨렸다. “미안해, 미안해 우리 아들… 엄마는 몰랐어.”

※예고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몸에 좋으라고 먹었다가 큰일날 뻔한 사람들’ 편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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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