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벌라이프 'GMO 검사'해 보니 충격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①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최근 미국허벌라이프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및 기타 시장에서 일부 허벌라이프 제품은 GMO 작물에서 유래된 성분을 사용한다”고 밝힌 것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인 건강식품회사가 자사 제품에 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원료를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추위 등에 강한 성질을 가진 유전자를 분리 또는 재조합해서 목적하는 특성을 갖도록 한 농산물을 말한다. 

GMO 작물은 아직 그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연구보고서에서 “GMO는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점에서 수천년간 섭취를 통해 검증된 다른 식품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초제 내성
유전자 성분”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를 경악시킨 광우병 사태를 보면 풀이 아닌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에게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0년, 다시 동물성 사료로 키운 소고기를 섭취한 인간에게 광우병이 발생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바 있다.

단기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GMO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GMO에 대한 여러 연구와 동물실험 결과 잠재적 암세포 성장, 면역체계 손상, 불임, 간·신장 손상, 심장이나 뇌 등 주요 장기의 축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분분하다. 이유 없는 불안감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미국허벌라이프가 일부 자사 제품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식품인 GMO 작물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한 발표는 파문이 클 수밖에 없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의 고백을 허투루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질문 두 가지. 첫째는 허벌라이프가 말한 ‘미국 및 기타시장’에 한국은 포함돼있을까에 대한 의문이고, 둘째는 ‘일부 제품’이라고 밝힌 제품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허벌라이프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Non-GMO)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본사에서 말하는 91개 ‘기타시장’ 중에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어떤 제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제품’이 GMO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자체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것일까? 이 대목에 대한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은 “한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은 미국에서 생산되어 완제품으로 수입된다”는 것.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것인데 한국 수출용 제품은 GMO 작물이 아닌 재료로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미국본사 GMO 작물원료 사용 시인
현지 파문 일파만파…한국은 과연?

이 답변이 <일요시사>가 직접 허벌라이프 제품에 대한 PCR검사(제품에 GMO 유전자가 있는 지 없는 지를 확인하는 성분검사)를 하게 된 배경이 됐다.


허벌라이프가 내 식구(미국소비자)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다른 식구(기타 국가)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된 재료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분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인검사법에 따른 PCR검사로 식약처에서 인증한 복수의 공인검사기관을 통해 각각 2회 이상 진행했다. 검사 대상 제품은 ‘포뮬러1 뉴트리셔널 쉐이크 믹스 쿠키앤크림맛’(이하 쉐이크믹스)을 선정했다. 쉐이크믹스를 선정한 이유는 한 가지. 식사대용으로 최소 100만개 이상이 팔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약 640억원 어치가 팔렸다.

함께 복용하기를 권하는 ‘퍼스널 단백질 파우더’ 매출 540억원을 포함하면 매년 1000억원 상당이 소비된 제품인 것이다.

체중조절을 원하는 사람에게 밥 대신 꾸준히 먹기를 권하는 제품인 만큼 향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적으로 누적되었을 때’의 영향을 파악할 때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될만한 제품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검사에 사용된 제품은 한국허벌라이프 공식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사업자를 통해 구입했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따른 것이다. 시험결과를 받는 데까지 3∼10일이 소요됐다.

식약처 인증 검사기관인 한국식품과학연구원과 ㈜코젠바이오택에 의뢰하여 받은 검사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두 검사기관의 검사결과 모두에서 미국 몬산토사에서 개발한 GMO 콩 ‘RRS’유전자와 ‘MON89788’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두 유전자는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변형된 유전자다. 이는 곧 쉐이크믹스 성분 42.1%를 차지하고 있는 분리대두단백이 인위적으로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 변형된 GMO 작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던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쉐이크믹스 PCR검사에서 제초제 내성 변형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통보하자 한국허벌라이프는 검사 결과의 진위 여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설사 PCR검사에서 GMO가 검출됐다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섞여 들어간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근의 유전자 변형 작물 재배지에서 날아온 종자가 일부 섞여서 자란 경우에도 성분검사를 하면 GMO 유전자가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약간의 GMO 성분이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소량이면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먹는 것으로 장난?
소비자 기만 행위

그렇다면 관건은 쉐이크믹스에 과연 얼마나 GMO가 포함됐는가에 대한 사안으로 옮아간다. 복수의 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발견된 이상 ‘GMO 원료가 사용됐다, 안 됐다’는 사안은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두 검사기관에서 실시한 성분검사의 시험성적서를 근거로 허벌라이프가 보유한 함량검사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쉐이크믹스는 제품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식약처로부터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를 면제받았으며,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은 한국허벌라이프가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에 불과하다’는 해명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무슨 근거로 제품에 함유된 GMO 함량이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가 들었는지 90%가 들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미미한 양’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허벌라이프가 구분유통증명서를 공개하지 않은 탓도 있다.

한국법인 “한국의 모든 제품은 안전” 장담
쉐이크믹스 검사결과 ‘유전자변형 콩’ 검출

그러면서 분리대두단백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립 검사기관의 구분유통증명서에 의해 식약처로부터 제품유통을 승인받았다”는 것.

문제의 구분유통증명서란 종자구입, 생산, 보관, 운반, 선적 등 취급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식품들과 구분해서 관리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일종의 원산지 증명과 같은 성격의 문서인데 이런 증명서는 정부당국이 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파종단계부터 수확, 보관, 유통 과정에 일일이 개입해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한 일종의 검증장치다.

문제는 이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이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구분유통증명서가 대부분 일부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확인 과정에서 객관성 및 신뢰성 담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계 관계자는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한 불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구분유통증명서라는 것이 결국 원료상이 제공하는 증명서다. 사가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GMO 작물이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발행한 구분유통증명서를 믿는 사람이 바보다.”

식약처 승인 왜?
구분유통서 논란

여기에 한국허벌라이프와는 달리 미국허벌라이프는 자사제품에 GMO에서 유래한 성분을 사용한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보면 식약처에 제출된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구분유통증명서를 덮어놓고 불신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과 별도로 제기되는 문제는 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114호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8조 표시사항의 적용특례에 대한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식품위생법 상에는 원재료의 5순위 안에 드는 성분이 유전자변형 식품일 경우 제품에 GMO 표시를 하도록 돼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표시를 생략해도 되는 예외규정이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 이하로 포함된 경우다. 이 경우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 검사성적서로 갈음할 수 있다. 한국허벌라이프가 ‘콩’이나 ‘옥수수’를 수입하는 업체일 경우라면 이 조항에 근거해 적용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쉐이크믹스와 같은 가공식품일 경우는 식약처 고시 114호 8조 2항에 근거해야 한다.

다음은 8조 2항의 내용이다.

「수입하고자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이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냉동식품, 음료, 식용유, 과자, 빵, 조림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이지만 구분유통증명서,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 해당제품을 검사해 유전자변형 DNA가 전혀 남아있지 않음을 입증하는 검사성적서를 제출한 때에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이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적용 특례는 검사성적서에 의해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음이 증명될 때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라고 전제를 건 부분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전제는 곧 가공식품이라도 원재료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만 제출하면 GMO 검사를 생략해도 된다는 해석과 행동을 불러오고 있다.

그 결과 PCR검사결과 GMO 유전자가 검출됐지만 GMO 제품이라고 고지하지 않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허벌라이프 쉐이크믹스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GMO원료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서는 완전표시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은 명백히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이다. 그러나 구분유통증명서 제출만으로 검사성적서를 생략한 채 표시사항 적용특례를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법률이 보다 정확히 개정되거나 식약처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 한 ‘GMO 성분이 검출되고도 GMO 표시를 하지 않는 제품’은 국민들을 상대로 꾸준히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허벌라이프는 다단계사업자들에게 “쉐이크믹스를 비롯한 모든 상품에 Non-GMO 콩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 자체를 Non-GMO라고 하지는 않지만 원료는 Non-GMO라는 것이다. 나름의 접근방법으로 건강식품의 이미지를 쌓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 배신감
집단행동 역풍?

그러나 이 같은 한국허벌라이프의 행보가 앞으로도 순탄하게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자들이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분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서 허벌라이프 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업자 김모씨는 “고객도 고객이지만 당장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는 상품인데 걱정이 앞선다. 회사와 스폰(상위사업자)이 GMO로부터 안전하다고 해서 믿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업자 최모씨는 “그동안 회사가 우리를 속인 거라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조만간 집단소송 카페라도 만들어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자식에게 이유식으로 쉐이크믹스를 먹여왔던 박모씨는 10개월 된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부터 터뜨렸다. “미안해, 미안해 우리 아들… 엄마는 몰랐어.”

※예고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몸에 좋으라고 먹었다가 큰일날 뻔한 사람들’ 편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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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