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8)박종섭 경원코퍼레이션 대표

부잣집 짓다가 대기업과 세금폭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달했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8화는 671억3000만원을 체납한 ㈜경원코퍼레이션 회장 박종섭씨다.

지난 2004년 가을 서울 한 고급호텔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결혼식이 열렸다. 동료 가수와 연기자 등 700여명의 하객이 신랑·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결혼식 당일 ㈜경원코퍼레이션 회장 박종섭씨는 주례를 맡았다. 이때만 해도 박씨의 몰락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대기업과 동업

2000년대 초반까지 박씨는 스위스 유명 시계브랜드인 태그호이어를 국내에 수입했다. 시계 외에는 고급 안경테를 주로 취급했다. 박씨가 국내 안경원에 공급한 물품 가운데는 선글라스, 스키고글 등이 눈에 띄었다. ㈜경원코퍼레이션은 무역 유통회사로 성장했다.

2004년 박씨는 '앤드류스타이'라는 넥웨어 전문숍 사장이 됐다. 앤드류스타이는 이탈리아 자디사가 1991년 런칭한 해외 브랜드이다. 구찌 등에 넥타이를 공급해 온 회사로도 알려졌다. 한국에 진출한 앤드류스타이는 본점 월매출이 1억원을 넘길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앤드류스타이 본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다. 당시 박씨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동업 관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박씨는 정 부회장과 초호화 오피스텔을 건립·분양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현재는 고액체납자로 전락했다. ㈜경원코퍼레이션이 시행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청담동 '피엔폴루스'가 모든 사건의 발단이다.


㈜경원코퍼레이션은 1994년 4월20일 설립됐다. 유통회사로 일부 채용사이트에 소개된 것과 달리 실제 수입은 부동산 개발에서 나왔다. 1996년 '주택건축 분양 및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경원코퍼레이션은 1997년 서울 이태원동 로스힐빌라 신축 준공 및 분양사업을 성사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자본금 9억원이던 이 회사는 1999년 매출이 23억2100만원이었던 데 반해 2000년대 들어서 성장세가 뚜렷했다. 2000년 94억원, 2001년에는 207억4100만원을 기록했고, 2002년에는 261억8300만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후 3년간 약 100억원대의 매출에 머물렀다가 2006년 357억6900만원, 2007년 774억4100만원을 벌어들였다.

2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거뒀지만 ㈜경원코퍼레이션은 다음해 11월 은행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2009년에는 거액의 채무로 사실상 파산했다. 문제의 채무는 앞서 밝힌 청담동 피엔폴루스를 시공·분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서울시 61억9300만원 
국세청 609억3700만원
초호화 오피스텔 분양 과정서 부도

피엔폴루스는 '성스러운 천국'이란 뜻을 가진 초호화 주상복합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의 건물에는 공급면적 173~622㎡에 이르는 대형 오피스텔 및 상가,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수영장, 스파시설 등이 마련됐다. 2003년 6월 ㈜경원코퍼레이션은 신세계건설과 손잡고 피엔폴루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분은 ㈜경원코퍼레이션과 신세계건설이 각각 55대45로 나눴다.

2005년 피엔폴루스에 대한 분양이 시작되자 사회 저명인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피엔폴루스를 보유한 재계 인사로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순문 한국야크루트 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등이 있다. 연예인 가운데는 가수 에릭과 탁재훈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1~2012년 피엔폴루스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로 선정됐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엔폴루스는 ㎡당 491만1000만원에 거래됐다. 피엔폴루스가 마련한 주거공간(92세대) 가운데 펜트하우스 시세는 최고가가 80억원에 육박했다. 2007년 ㈜경원코퍼레이션과 신세계건설이 얻은 분양 수입은 1350억원에 달했다.


오피스텔 내부에는 명품 가전기기와 최첨단 편의시설이 구비됐다. 서브제로(SUB-ZERO), 유피오(UPO) 등의 브랜드가 면면을 채웠고, 자동환기시스템, 홈네트워크시스템 등이 가동됐다.

시행 과정에서 박씨가 가장 공을 들인 시설은 최고급 피트니스센터인 '템플럼'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과 조명 디자인의 거장으로 꼽히는 마리오 난니 등이 설계에 참여했다. 국내 최상류층을 겨냥한 피트니스센터답게 계단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대리석으로 장식했다. 스파시설까지 포함한 템플럼의 공사비는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신세계와 ㈜경원코퍼레이션 간의 갈등은 바로 이 템플럼에서 비롯됐다. 신세계는 시공 과정에서 박씨의 과도한 공사비 지출을 경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완전 회원제로 운영된 템플럼의 회원권은 거래가만 1억원(가족 2인 기준)을 넘겼다. 연회비는 1인당 242만원을 받았다. 템플럼 전체 회원은 120명 선에서 관리됐다.

그나마 템플럼은 분양이 성공한 축에 속했다. 당시 신세계는 박씨와 상가 분양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끝내는 등을 돌렸다. SSM 유치가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신세계가 마련한 임대계약이 잇따라 취소됐다. 참다못한 신세계는 템플럼 측에 공문을 띄워 스포츠센터 분양계약을 해지토록 했다.

박씨는 템플럼을 지키고자 했다. 어음까지 끌어 썼지만 건물 온수 공급이 끊기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경원코퍼레이션은 남은 공사대금을 치르지 못하고 도산했다. 2008년 9월 신세계건설은 템플럼 및 ㈜경원코퍼레이션의 채무를 인수했다.

공매에 나온 템플럼은 6번의 유찰 끝에 한 부동산회사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해당 상가는 차병원그룹이 임대해 '차움'이란 헬스케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오피스텔 평균 월 임대료만 700만원에 이르렀던 피엔폴루스는 이후 부동산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피엔폴루스를 둘러싸고 신세계와 ㈜경원코퍼레이션, 건설 도급업체, 건물 관리회사 등의 물고 물리는 책임공방이 가열됐다. 회원비를 떼인 템플럼 회원들은 차병원그룹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성스러운 천국'은 '소송의 천국'으로 전락했다.

박씨는 거액의 빚과 세금을 떠안았다. 감정가 32억9000만원짜리 빌라는 금융권이 우선순위 채권을 행사했다. 세무당국은 밀린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소송의 천국

박씨는 2009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265억8000만원이다. 박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7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과세한 세금은 31억7300만원이다.

 ㈜경원코퍼레이션은 2009년부터 법인세 등 1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징세할 세금은 343억5700만원이다. ㈜경원코퍼레이션은 2011년 6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3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 몫의 지방세는 30억2000만원이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은 신세계건설에 97억원의 추징금을 추가 부과했다. ㈜경원코퍼레이션의 채무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는 이유다. 피엔폴루스가 남긴 '돈잔치'의 여파는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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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