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④진전 없는 정치개혁

큰소리만 떵떵…이번 정권도 답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분야를 점검해봤다.

여의도에서는 정치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에서는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등 총선 룰 결정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비례대표를 늘이는 방안에 대해 모색 중이다.

정치 개혁
20대 총선

이렇듯 최근 정가에서는 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이 많다. 그러나 모두 내년 4월경에 있을 20대 총선을 겨냥한 개혁안뿐이다. 때문에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결국 취업·육아·주거 등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정치권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선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한곳으로 집중되는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상 대통령만이 정치권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제시된 정치 및 제도 개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약은 크게 3가지, ‘정치쇄신’ ‘검찰개혁’ ‘정부개혁’ 분야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개혁이 27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검찰개혁 분야로 19건, 정치쇄신이 17건으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한다. 이들을 합치면 총 63건의 공약이 정치·정부와 관련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들 공약의 이행도를 진단한 결과, 전체 63개 세부공약 중 완전이행이 10개(정치쇄신 1개, 검찰개혁 3개, 정부개혁 6개)로 전체의 15.9%를 기록했다.

후퇴이행은 22개(정치쇄신 4개, 검찰개혁 6개, 정부개혁 12개)로 34.9%를 차지했다. 완전이행된 공약보다 후퇴이행된 공약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이행은 31개(정치쇄신 12개, 검찰개혁 10개, 정부개혁 9개)로 49.2%를 기록했다. 근 절반에 가까운 정치·제도 개혁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쇄신 분야
미이행 12→9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공약을 다시 진단해보면 이행률에서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우선 정치쇄신의 경우 기존 미이행 상태였던 12개 공약 중 1개 공약은 완전이행됐으며, 2개 공약이 후퇴이행됐다.

완전이행된 1개 공약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선거구 획정의 자의성을 방지하기 위해 획정위를 운영할 시 100% 외부인사로만 구성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결과 독립기구로서의 획정위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범하는 등 공약이 이행됐다.

그러나 획정위가 계속해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회 정개특위와의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지난 8월경 정개특위에게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지만, 정개특위는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총선 룰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으로 선거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이에 획정위는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기한(10월13일)을 지키기 위해 정개특위와는 별도로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내놓은 상태다. 정치권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획정위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고 불 체포 특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후퇴이행으로 전진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박기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해당 특권이 명시된 헌법 제44조·제45조에 대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지난 2014년 9월3일 ‘철도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었다는 점 등을 비추어 완전이행이 아닌 후퇴이행으로 분류된다.

공약 이행률 점검해보니…
정가 여전히 ‘변화없음’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를 금지한다는 공약도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변한 부분이다. 지난 3월3일 정무위원장의 제안으로 발의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원안가결됨으로써 기본 법제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의원들의 특권 제한 공약처럼 완전히 이행됐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김영란법을 기반으로 한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각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어촌민들은 김영란법 시행령에 의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만약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시한 선물 가액 5만~7만원 선으로 처벌 기준이 설정된다면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관련 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법률안(새누리당 김종태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달 17일 발의된 상태다.

검찰개혁 분야에서는 그동안 이행된 공약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10개의 미이행 공약 중 4개가 포함돼 있는 검·경의 수사권 조정 영역은 변화된 바 없이 현 상태를 유지했다. 검·경이 서로 감시한다는 안,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축소한다는 안,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배분 안 등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다.

비리검사 퇴출 영역에 있는 2가지 공약 사항도 당분간 미이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의 검찰청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의 적격검사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단축시킨다는 공약은 5년으로 변경돼 입법예고 중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3년 3월23일 이후로 개정되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 분야
6개월 간 0건

합리적인 검찰 인사제도를 확립한다는 영역 또한 경실련이 조사한 지난 2월16일 이후 변화된 것이 없다.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공약은 관련 규정이 지난 2011년 12월28일 이후 변화된 것이 없어 이행됐다고 보기 힘들다.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한다는 안도 진전이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 파견’ 등 검찰을 편법으로 파견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는 일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 검찰을 편법 파견하는 문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김현웅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이미 6명의 검사가 청와대 파견 금지에도 사표를 써서 파견됐고, 5명이 그대로 검찰에 복귀했다”고 지적했다.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검찰의 청와대 파견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발언해 공약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온 바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후보자 당시 청문회 과정에서 “검사직을 사직하고 청와대 비서실 근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련 0%…개혁의지 없나
정부개혁 2건…전시행정 빈축


정부개혁 영역에서는 총 9개의 미이행 공약 중 단 2개의 공약만이 완전이행됐다.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조세 수준을 결정한다는 안은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당시 이행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9월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대타협기구는 정부, 공무원노조, 여당, 야당,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타결된 지난 5월4일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완전이행이 언제 후퇴이행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진행하는 가운데 곳곳에 뇌관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교섭단체연설에서 김 대표가 특정 노조를 두고 ‘귀족노조’라고 말한데 대해 민주노총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청년·비정규직 일자리 해결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는 ‘시간’을 양보하고, 대기업은 ‘이익’을 양보해달라”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국회 내 사회적 기구 설치를 제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이 이 원내대표의 안을 받아들여 대타협 기구를 설치한다면 갈등을 봉합하고 지난 공무원 연금개혁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분야의 나머지 공약들은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공공부문 투명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안은 기획재정부 소속 재정정보과에서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 300억원이 투자되는 이번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된다면 국고보조금의 중복·부정 수급을 방지해 재원이 왜곡 배분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무회의 강화 영역에 있는 총 4개 공약 중 3개 공약이 미이행 상태다. 국무회의의 집단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안과 ‘책임장관제’에 대한 안, 정부조직 개편 시 전문가와 공무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이행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개혁 분야
완전이행 2건

지난 2월16일부터 최근까지 이행된 공약은 총 5건, 정치쇄신 분야에서 3건이 완전·후퇴이행됐고 정부개혁 분야에서 2건이 완전이행됐다. 이를 종합해보면 정치·제도 개혁과 관련된 총 63개 공약 중 완전이행된 것이 13개(정치쇄신 2개, 검찰개혁 3개, 정부개혁 8개), 후퇴이행이 24개(정치쇄신 6개, 검찰개혁 6개, 정부개혁 12개), 미이행이 26개(정치쇄신 9개, 검찰개혁 10개, 정부개혁 7개)로 바뀌었다. 항목별 변화 비율은 다음과 같다. (완전이행 15.9%→20.6%, 후퇴이행 34.9%→38.1%, 미이행 49.2%→41.3%)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 열병식’ 국제사회 반응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전승절 열병식 행사를 두고 국제사회의 반응이 비판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친미·반중 성향의 국가들은 중국의 열병식 퍼레이드를 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지난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병식을 개최한 데 대해 서방국가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피터 쿡 미 국무부 대변인은 행사에 대해 “미군은 세계 최강의 군대이며 사람들은 이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미국의 힘, 우리 군대의 힘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퍼레이드를 통해 우리의 능력이 어떻다는 것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제2차 세계대전(독일·이탈리아·일본) 주축국에 대항해 싸운 국가에서도 만장일치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가 히데요시 일 관방장관은 “화해의 요소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대해 “북한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져 오바마 정권이 이를 우려하기도 한다. 10월 방미 때 충분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포브스>는 “‘반일’이라는 공감대로 참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렀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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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