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농촌당’ 뭉치는 사연

“우리가 무슨 동네북인 줄 아십니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는 최근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300석’을 못 박은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추석을 맞아 ‘김영란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어촌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어 해당지역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청와대도 이른바 ‘농촌당’을 무서워한다는 말이 있다. 결속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소위 농촌당의 저력은 지난 2004년 2월경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2007년 4월경 한·미 FTA 협상 과정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여·야 지도부는 정부의 FTA 추진을 지지했지만, 농촌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선거구 획정 반발

농촌당은 정당이 아니다. 여·야 구분 없이 농어촌을 지역으로 둔 의원들이 일정 문제에 공감해 결집된 모임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 농촌당이 최근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자주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여의도서 들려온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이 ‘농어촌 지방선거구의석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요구’ 서한을 여·야 지도부에 전달했다.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의원모임’(이하 농지모)의 여당 간사인 황 의원을 포함한 24명의 의원들은 서한을 통해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신설 ▲자치구·시·군 일부분할 범위 확대 적용 ▲농·어촌·지방 대표자의 선거구획정위 참여 등을 요구했다.

농지모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선거구 재획정으로 지역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찍이 농지모 소속 의원 13명은 지난 6월1일 선거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결정한 기준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훼손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2014년 10월30일 당시 헌재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3대1 이상 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 2015년 연말까지 2대1 이하로 선거구를 재획정해 20대 총선을 치른다고 결정 내렸다. 관련해 당시 헌재는 “지역구 인구 편차는 2대1을 넘지 않게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의 결정을 따를 경우 지역구 약 60여 곳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중 인구가 미달되는 24곳이 통·폐합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하루아침에 지역구를 잃을 상황에 놓인 의원들은 단결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을 포함한 13명의 농지모 소속 의원들은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의 구체적인 획정기준을 규정하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이 헌법에 위반돼 헌법이 정한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이 같은 위헌성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기준이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절대적인 바로미터가 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당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문제가 비례대표 수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증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현행 300석 그대로 간다고 합의한 상황이라 비례대표와 통·폐합 지역 간의 의석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정치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한정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먹느냐는 ‘파이게임’으로 이어질 것인지 정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위 농촌당 의원들이 여의도에서는 선거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지역에 내려가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바꿔달라는 유권자들의 성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편차 대비 선거구 획정은 위헌?
“김영란법, 5만원 이상 처벌은 부당”

김영란법을 두고 ‘과잉입법’이라 주장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고기를 애용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영란법이 아니라 ‘수입고기 장려법’”이라고 비판했다.


1차산업 종사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농어민신문>은 사설을 통해 ‘국산 농축산물의 전체 생산량 중 40%가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소비되는 현재의 유통구조상 선물가액 5만~7만원 책정은 절반 가까운 판로시장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 외 수많은 단체들이 김영란법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는 농·축·수산물을 항목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부정청탁을 목적으로 한 선물가액 기준을 5만~7만원으로 제시했는데, 명절 상품 대부분이 그 금액을 넘긴다는 주장이다.

관련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은 지난달 11일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수정없이 적용되면) 농업인들의 매출감소가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조합 등 이해당사자들은 지역 의원들에게 김영란법 수정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국회 등에서는 관련 토론회와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농축산업 대토론회’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 주최했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까지 참석하는 등 대회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이 몰린 바 있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김영란법을 수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원 20명과 함께 발의했다. 지난달 17일 김 의원은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수수 금지 대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법안과 관련해 김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참석해 “(선물 가액이 낮아)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 농민들은 명절 때 과일 한 상자도 판매할 수 없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정 항목만 제외하는 것이 형평성 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최근 김영란법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에 대해 “표를 의식한 총선용 입법 발의로 법을 무력화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영란법 개정 촉구

뒤늦은 수습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예상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국민 여론에 밀려 졸속 통과 시켰다는 것이다. 일례로 김영란법이 표결에 부쳐졌을 당시 통과에 찬성한 의원이 228명으로 반대하는 4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기권 15명, 불참 48명을 반대표로 분류하더라도 큰 차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표를 의식해 그때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농촌당 출신 의원들의 20대 총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선거구 개편과 김영란법 문제가 어떻게 일단락될지 정가는 물론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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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